* " 형 " " 쩝,쩝..우응? " " 이제 저 안 기다리셔도 돼요 " " 엉? 갑자기 왜? 근데 이거 존나 맛있다 " " ..저 여자친구 생겼어요 " " 그렇구ㄴ..뭐? 여자친구? " " 입에..소스 묻.. "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입가에 묻은 소스를 한빈이 가리키자 대수롭지않은 듯 손등으로 스윽 문질러 내더니, 갑자기 소리지르는 태현의 목소리에 깜짝 놀란 한빈에게 다그치듯 물었다. 언제 사겼냐? 그보다..김한빈이 여친이 있다니..말도 안돼..! 어렸을 적 콧물을 줄줄 흘리며 태현의 뒤 꽁무니만 따라다니던 한빈이 하도 귀찮아서 태현은 어린 녀석을 때리기도 많이 때렸다. 으앙, 울음을 터뜨리던 녀석은 울면서도 태현의 옷자락을 꼭 붙잡은 손을 놓지 않으며 '형아랑 놀래'를 연신 쏟아내며 끈질기게도 붙어다녔다. 그렇게 한빈과 태현은 마치 실과 바늘처럼 항상 세트였다. 태현은 옛 추억을 회상하자 코가 시큰거려 코를 훌쩍거렸다. 녀석, 참 잘 컸어. 장하다! 태현은 한빈이 대견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제 제 곁을 떠난다는 생각에 마음이 울적해져 아련하게 한빈을 올려다봤다. " 무,뭘..왜 그렇게 쳐다봐요? " " 이제..넌 남자다! 잘 키운 보람이 있어.." " ... " " ..이쁘냐? " "아 형!! " 잿밥에만 관심있어요? 이 중요한 타이밍에도 장난치는 태현의 말에 한빈이 밉지않게 태현을 흘겨보자 태현이 정말 궁금한데..하며 킥킥거렸다. 제 딴에는 태현에게 말을할까,말까, 수십번은 고민하고 꺼낸 말인데 저렇게 진지한 순간이 단 1분도 못가는 태현이 못내 섭섭했다. 하지만 저 형의 천성이 낙천적인 것을 한낱 인간인 한빈이 어찌 해 볼 수도 없는 것을. " 네!! 많-이 예쁩니다요 " " 에이, 구라. 그런 애가 너랑 왜 사귀냐? 혹시 협박했냐? 안사귀면 죽이겠다던지.." " 아니거든요!! 고백도 걔가 먼..저 했는데 " " 헐. 진짜?..말도 안돼 " 걔 안경 썼냐? 아니요. 어딘가에 문제있는..아니거든요. 대체 왜 널 좋아하지? 한빈은 옆에서 쉴새없이 ' 김한빈을 왜 좋아하는가'에 대해 의아해하며 조잘대는 태현의 옆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피식 웃었다. 지금 태현의 모습은 제게 여자친구가 생긴 것을 질투하는 것 같았다. 사실 태현은 여자친구가 없었다. 외모도 세련되게 생긴 얼굴에 키도 크고 여자들이 선호하는 음악인인데, 정작 태현과 사귀는 여자는 없었다. 그렇다고 여자들이 대쉬를 안하느냐-또 그건 아니었다. 태현의 외모에 반해 번호도 따내고 치근덕대는 여자들은 많았으나, 엉뚱하고 어딘가 까칠한 성격 탓에 들이대던 여자들이 질려하며 떨어져 나갔다. 보통 남자들이라면 떠나가는 여자를 한번 쯤 붙잡을만도 한데, 도무지 태현은 아쉬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아쉬워하기는 커녕, 오히려 평생 결혼도 못할거라고 악담을 퍼부으며 킬킬댔다. 옆에서 그런 태현을 지켜봐온 한빈은 멀쩡하게 생겨서는 괴팍한 성격탓에 지금까지 여자 한 번 제대로 못 사겨본 태현이 안타깝기도하고 신기했다. 무슨 배짱으로 오고가는 여자를 마다할까..태현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즈음, 태현과 한빈이 사는 아파트 앞에 들어섰다. 저벅,저벅,저벅. 둘의 발소리가 침묵 속에서 유난히도 크게 들려왔다. 이제 말할 기운도 없는지 조용해진 태현은 패딩 주머니에 손을 넣고 묵묵히 걷고 있었다. 한빈은 후드를 뒤집어 쓴 태현의 앞머리가 많이 긴 것 같았다. 한빈이 태현의 앞머리에 손을 갖다 대고 푹 눌렀다. " 뭐해? " " 앞머리 많이 길었네요 " " 그치. 내일 머리하러 갈건데, 같이 갈래? " " 아.. 내일 약속있는데.. " " 그래? 어쩔 수 없지. 그럼 민호랑 가야겠다 " " ..죄송해요 " 아냐-아냐. 대신 내가 인증샷 보내줄게! 손을 붕붕 휘저으며괜찮다고하는 태현의 얼굴에 약간의 서운함이 내비쳤다. 오랜만에 함께 가자고 한건데.. 한빈은 또 저대로 아쉬웠다. 괜히 수연에게 내일 영화보러 가자고 약속을 잡았나 싶어, 괜히 뒷머리를 긁적였다. 먼저 동 안으로 들어가는 태현의 뒷모습에 왠지 죄책감이 밀려왔다. 태현은 엘리베이터를 누르고 느릿하게 걸어오는 한빈에게 빨리 오라고 손짓했다. " 다음에는 꼭 가요 " " 쓰읍..괜찮다니까 왜그래? " " 그래도... " " 내일 데이트나 잘 해 " 엘리베이터가 13층에서 멈추고 둘이 내렸다. 바로 옆집에 사는 한빈과 태현은 그래서 더 친했다. 삑,삑,삑, 삐리릭- 문을 열고 들어가려다 말고 태현은 살짝 뒤를 돌아 한빈을 불렀다. " 야 " " ...? " " 그럼 내일부터 나 먼저가도 되지? " " 아... 네 " " 그래. 잘 자라 " " 네 " 태현이 씨익 웃어보이곤 손을 흔들고 집으로 쏙 들어갔다. 한빈은 비밀번호를 누르던 손을 멈추고 닫혀진 태현의 현관문을 쳐다봤다. 괜히 말했나..왠지 태현이 섭섭해하는 것 같아 보였는데, 역시 제 착각이겠지? 고개를 작게 저으며 한빈은 나머지 숫자를 입력했다. 삐리릭- 문을 열고 한빈이 작게중얼거렸다. 형도 잘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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