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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원/배진영/이대휘] 꿈속의 너 | 인스티즈





멀리서 보였다.



바뀐 게 하나도 없다. 다행이었다. 혹시나 3년 전 네 모습이 안 남아있었다면 조금, 아주 조금 낯설었을 것 같거든.



눈가가 훤하게 접히는 미소도, 나를 발견했는지 손을 위로 올려서 날 반기는 네 모습도, 멀리서도 널 한 번에 알아볼 수 있을만한 연한 갈색의 머리도, 내 품에 안으면 자석처럼 꼭 맞는 너,



이대휘가 맞았다. 3년만이야. 안녕. 내 꿈아



. . .



알람 없이 눈이 떠졌다. 이게 얼마만이야. 매일 해가 뜰 때 억지로 눈이 감기고 나면 얼마 후 눈치 없이 울리는 알람 소리에 미간을 찌푸리며 일어나고는 했는데, 오늘은 몇 분 자지 않아도 눈이 떠졌다.



눈을 뜨고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니 해도 이제야 하늘 높이 올라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문득 바라보다 정신을 번뜩 차린 나는 혹시 오늘이 꿈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폰을 켰다. 잠금화면 속 바다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우리 둘 위에 적힌 오늘의 날짜.



‘ 2017510일 수요일



맞았다. 그날 이후로 3년 동안 손 꼽아 기다렸던 날이 드디어 왔다. 드디어 보는 날이다. 오늘이라는 것을 확인한 나는 몸을 감싸고 있던 이불을 세차게 걷어내고 욕실로 향했다.



띠리링-



몇 시간 뒤 외출 준비를 하기 위해 양치를 하고 나서 면도를 하려고 면도기를 집어들 때 전화가 왔다.



안형섭



발신자가 누군지 확인한 진영이 물을 끄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 진영아 생일 축하해!



... 나 생일이었지. 오늘이 내 생일이라는 것도 생각하지 못하고 그 아이를 만나러 간다는 생각 하나만 가득 차 있었나 보다. 헛웃음을 내뱉은 진영이 전화 너머로 소리를 질러대는 형섭 때문에 정신을 차렸다.



- 야야 너 내 말 듣고 있어?

어 듣고 있다.”

- 아니 그래서 난리 났어. 오늘 올 거지? 저녁쯤에 올 거냐?

? 어딜 가. 나 못 가. 오늘 약속 있어.”

- ? 뭐라는 거야. 너 장난 하는 거 아니지? 그 언제냐, 우리 둘이 술 먹었을 때 너 생일 때 나랑 놀아준다며! 내가 약속도 다 빼고 클럽도 좋은 곳 다 알아놨는데... 아 너 진짜 오늘 나랑 안 만나면 영원히 끝인 줄 알아 진짜.

야 미안. 진짜 오늘은 안 돼. 내가 술 먹고 너한테 무슨 약속 했는지는 모르겠는데, 정말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 그래. 우리 다음에 만나자. 그때 내가 술 살게. ? 아아 형섭아 삐쳤어?



내가 술 먹고 무슨 말을 한 거야 정말... 되지도 않는 애교를 부려가며 겨우 형섭의 화를 풀어준 뒤 전화를 끊을 수 있었다. 전화를 끊은 뒤 확인한 수많은 카톡 알림. 오늘 나 생일 맞나 보다. 카카오톡에 들어가 보니 많은 동기들과 선배, 후배들이 축하를 보내주고 있었다. 대충 고맙다며 밥 사겠다라는 답장을 복사 붙여넣기 해서 보낸 뒤 다시 외출 준비를 시작했다. 널 만나는 게 내게 가장 큰 선물일 테니까.



그 후 머리부터 발끝까지 네가 좋아하는 취향으로 꾸몄다. 머리는 단정히 내린 뒤에 분홍색의 셔츠와 슬랙스를 입고 나서 마지막으로 테슬이 달린 슬립온을 신고 거울 앞에 섰다. 대휘가 좋아하는 착장이었다. 항상 분홍색을 좋아하던 아이라서 둘이서 쇼핑을 가다 보면 분홍색 옷만 보면 눈이 초롱초롱해졌었다. 그러고는 자신의 옷을 사지 않고 항상 내 옷만 골라줬는데, 하루는 왜 분홍색 옷만 골라줘?라고 물어봤더니



형아는 분홍색이 딱이야. 너무 예뻐. 그냥 처음 봤을 때부터 형 보면 분홍색 밖에 생각 안 났어요. 그래서 나 분홍색 좋아하잖아.“



라고 말하는 것이다. 무슨 말인지 이해는 못했지만 그냥 그 아이가 예쁘다고 해준 그 한마디 때문에 중요한 약속이 있다 싶으면 주구장창 분홍색 옷만 입고 나갔다. 그 중요한 약속도 삼분의 이는 널 만나는 날이었지만.



날이 너무 좋았다. 아침에 나와 같은 눈높이에서 잠시 마주쳤던 해는 내가 고개를 꺾어야만 볼 수 있을 정도로 하늘 꼭대기에서 빛나고 있었다. 그 해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 차에 올라타 공항으로 향했다.



가는 길 신호를 기다릴 때마다 주위를 둘러보니 온통 너와 함께 한 추억들로 가득했다. 호기롭게 같이 가서 나만 모조리 지고 온 오락실부터 심야 영화를 즐겨봤던 우리에게 둘 없는 천국이었던 영화관. 떡볶이집, 대형 문구점 모두 너와 함께 한 추억들로 가득했다. 멍하니 옛추억을 더듬다가 터져나오는 웃음을 감추지 못해서 푸하하 한바탕 웃고 나서야 차를 다시 몰 수 있었다.



AM 10:37



널 만나기까지 23분이 남았다. 도움도 안 되는 심호흡을 해가면서 설레는 마음을 억지로 다잡으려 애썼다. 머리는 되는데 몸은 안 되는 게, 손도 떨리고 머리가 어질어질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 아이를 얼른 안아주고 싶었다. 수고했다며 이마에 입도 맞추고 싶었고 빈틈없이 꼭 안아주고 싶었다.



얼마 후면 꿈에서만 그리던 널 만난다.



AM 11:00



일분이 지날 때마다 폰 홀드 버튼을 눌러 시간을 확인했다. 57, 58... 59... 드디어 열한 시가 되었다. 그 후로 10분 정도가 더 지난 후에야 한두 명씩 자신의 수화물을 찾고 입국장을 통해 나오고 있었다. 얼마 만에 공항에 오는지 모르겠다. 3년 전 그날도 절대 공항에 오지 말라며 신신당부하는 너 때문에 집 테라스에서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던 것 같은데. 사람들은 계속 나오는데 내가 그리던 그 아이는 나타나지 않는다. 괜히 불안해져 왔다 갔다 발을 가만히 놔두질 않았다. 혹시 네가 안 온 걸까, 혹시 우리 약속을 잊어버린 걸까, 아니면 ... 날 잊은 걸까.



그 후로 끊임없이 많은 사람들이 나왔다. 내 옆에서 나랑 같이 똑같이 나오는 사람을 기다리던 이들도 이내 누구의 이름을 크게 부른 뒤 입가에 미소를 짓고는 대신 짐을 들어주고 공항을 빠져나갔다. 괜히 위축이 된 나는 입국장에서 한발자국씩 멀어졌다. 갑자기 자신감이 떨어졌다. 너무 생각 없이 여기까지 와버린 것 같다. 무조건 네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당연히 날 보러 오지 않을 수도 있는 건데, 너무 당연하게 와버렸어.



점점 사람들이 나오는 속도가 줄고 있었다. 네가 오지 않을 것 같아 어쩌지. 멀리서 입국장을 바라보는 내가 초라하게 느껴졌다. 나 뭐하는 거야 진짜. 고개를 한참을 떨구고 있다가 다시 문이 열리자 고개를 들었는데 그 순간 보이는 너의 모습.



멀리서 보였다.



바뀐 게 하나도 없다. 다행이었다. 혹시나 3년 전 네 모습이 안 남아있었다면 조금, 아주 조금 낯설었을 것 같거든.



눈가가 훤하게 접히는 미소도, 나를 발견했는지 손을 위로 올려서 날 반기는 네 모습도, 멀리서도 널 한 번에 알아볼 수 있을만한 연한 갈색의 머리도, 내 품에 안으면 자석처럼 꼭 맞는 너,



이대휘가 맞았다.



나와 꼭 맞춘 것처럼 흰 티셔츠에 분홍색 가디건을 입었다. 날 향해 뛰어오는 대휘를 멍하니 바라보다 이내 정신을 차리고 한걸음씩 그 아이를 향해 걸어갔다. 짐을 모두 내팽개친 후 나만 바라보며 다가오는 너에게 다가가 이내 널 끌어안아 버렸다. 정말 너다. 내 품에 꼭 맞는 너 맞다. 고마워 와줘서.



하 정말 너 맞지?“

푸흐흐 응 나 맞지. 으으 형아 나 숨 막혀. 얼굴 좀 보자



싫어 더 안고 있을래. 얼마 만에 안아보는 건데. 중얼거리는 내 목소리를 들었는지 다시 웃음을 터트린 대휘가 이내 내 품에서 떨어져 내 볼을 감싸쥐었다.



형아 왜 이렇게 살이 빠졌어. 더 빠지면 어떡해... 3년 전이랑 안 달라지려고 밥도 얼마나 많이 먹었는데, 너무해. 내 생각은 하나도 안해주고



아 귀엽다. 진짜 이대휘다. 여전히 날 보면 내 걱정 밖에 안하는 너. 아 맞다 너 만나면 하려던 거 있었는데 못했어.



? 뭔데?“



그 말을 듣자마자 대휘를 안아 올려 한 바퀴 빙그르르 돌았다. 푸하하- 이게 뭐야, 하고 싶다는 게 이거야? 아 형아 왜 이렇게 귀엽지? ? 엉아 왜 이렇게 더 귀여워졌어? 나 없는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난거죠?



너 없는 사이에 말라 죽는 줄 알았어. 밥도 안 넘어가고 나 군대도 다녀왔다? 나 대학교도 다녀. 너 내가 너 없던 사이에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



푸흐흐 바람은 안 폈나 몰라 얼른 가자 우리 집에에



그 말을 하고 나서 폴짝폴짝 뛰어가는 대휘에게 야 너 죽을래? 무슨 말을 그렇게!”라고 외친 나는 뛰어가는 대휘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래. 이제 됐다. 너 봤으니 됐어. 안도감이 든 나는 내팽개쳐진 짐을 챙기고 집으로 나섰다.



그래 가자. 우리 집에.





+ 진영이와 대휘가 예뻐 이렇게 처음 글잡담에 글 남겨봅니다. 처음이라 많이 미숙할 수도 있어요. 

예쁘게 봐주세요. 예쁜 진영이 대휘 많이 예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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