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우리가 전처럼 좋은 친구일 수 있을까?
이 물음에 답은 헤어지기 전에도 헤어진 지금도 여전히 '아니' 이다.
반보다 많은 시간을 차지한 네 자리가 생각보다 커서 아직은 마음이 조금 허전하다.
박우진은 아프다고 했다. 며칠째 모습이 보이지 않았고 소식도 들리지 않았다. 우리의 만남을 당연하게 여기던 이들은 우리의 이별은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리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들 중엔 박우진도 있나보다. 알 수 있었다. 들리지 않고 보이지 않았지만 안다. 그럴 수 밖에 날 보든 다른 이들의 눈이 다 말해주는데
아니, 그게 아니더라도 알 수 있다. 네가 날 아는만큼 나도 널 알고 있으니
우리는 서로를 속일 수 없음에도 속이려 하고 속아준다.
시간은 약이다. 그 말은 박우진에게도 다를 것 없었다. 점차 그의 모습이 보였다 꽤 괜찮은듯 했다.
근데 지금 난 왜 그 모습이 꼴 보기가 싫지?
네가 조금 더 나 때문에 힘들었으면 해
미안하게도 이기적인 난 너의 아픈 이별을 소원한다.
다시 널 봤다. 네가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이모의 말과 네가 울고 있다는 동기의 말이 섞여서 널 마주보고 있는 동안 내 하늘을 요동치게 한다.
너는 눈물이 보이는 일을 잘 만들지 않았다. 그런 상황이 와도 꾹 참던 넌데 술에 많이 취했나보다. 그래서 이모한테 연락도 안 드리고 술집에 있었나 보다. 솔직히 모르겠다 지금 너한테 가는 내 발걸음이 맞는걸까? 내 시선에 네가 들어온 사건만으로도 내 하늘은 요동치는데 네 눈물 젖은 시선에 내가 담긴다면 아마 내 세상이 무너지지 않을까.
나는 멍청하게도 네 울음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
네 눈물의 이유가 나인걸 알면서도 내가 아니고 싶었다.
그 이유가 나라고 인정하면 내가 날 아프게 했다는 멍청한 사실을 비웃지 못할테니 말이다.
"박우진 일어나"
"이모가 걱정하셔"
"..."
"일어나라고"
"집에 가야지"
"야.. 밤하늘"
"시끄러우니까 좀 가라"
"박우진.. 좋아서 찾으러 온거 아니니까 곱게 가자고"
"알고있으니까 곱게 말할때 가라고"
"..너 보고있기 힘드니까 좀 가라"
도망쳐야했다. 네 눈에 내가 담기기 전에 혹은 네 혓바닥에 내 이름이 구르기 전에 멀리 도망쳤어야 한다.
눈물 지으며 내 이름을 부르는 순간 내 머릿속 우리는 다시 한번 죽었다.
우리는 아직 서로를 필요로 한다.
혼자 노력하는게 싫어 줄을 놓고 아프지 않다 최면을 걸었던 나는 널 본 순간 현실로 돌아왔고 이젠 네가 필요하다.
줄을 놓아버린 내 덕에 많이 다친듯한 너는 내가 필요하다. 그렇게 믿고싶었고 우리의 두번째 시작은 내가 먼저 손을 뻣으려 한다.
네가 내 손을 잡아주길 바라며
"집에가자 우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