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물을 가장한 불도저 김재환 上
w.서화
새벽 2시, 하루 종일 시끌벅적한 응급실에 간만의 고요함이 찾아왔다. 자정 쯤 배가 아프다며 급하게 들어온 환자는 진통제 한 방에 통증은 어디 갔냐는 듯 코까지 골며 잠에 빠졌고 그 후론 응급실 사람들 전체가 움직일 만한 환자는 없었다. 응급실로 배정 받은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군기가 바짝 든 인턴 쌤들, 잠시 눈이라도 붙이러 간 건지 보이지 않는 레지 쌤들, 야간 근무가 익숙하지 않은지 자꾸만 감기는 눈을 비비며 드레싱 키트를 정리하는 파릇파릇한 신입 간호사, 그리고 그저 넋을 놓은 채 차트를 바라보는 나까지. 다들 새벽의 나른함에 취해있는 듯한 모양새였다. 그리고 그 나른함을 깨워준 건,
“좋아해.”
“지랄.”
아이스커피와 함께 나타난 외과 레지던트 2년차 김재환이었다.
도대체 이 시간에 저 많은 커피는 어디서 공수해왔는지. 그의 양손엔 응급실 사람들의 수에 딱 맞는 커피들이 들려있었다. 대부분이 피곤해하던 시점에서 커피는 당연히 환영을 받을 수밖에 없었고 그 제공자 또한 마찬가지였다. 물방울이 송골송골 맺힌 커피들은 김 쌤, 잘 마실게요- 하는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은 커피 두 잔. 휘핑크림이 잔뜩 올라간 커피는 당연히 저 놈의 몫일 것이고 그럼 내 몫은 갈색 빛을 띠고 있는 아메리카노겠지. 생각이라고 할 것도 없는 파악을 마친 나는 익숙한 손길로 커피를 빼가려했지만 이내 제 손목을 잡아오는 그에 저지되고 말았다. 커피에 고정시키던 시선을 그에게로 돌리자 그는 그저 싱글싱글 웃으며 내 눈을 마주했다.
“좋아한다니까?”
“닥치라니까?”
그래, 저 말이 왜 안 나오나했다. 이젠 너무나 익숙해져버린 저 단어에 바로 욕설로 받아치자 그는 입꼬리를 축 내리며 손목을 감싸고 있던 손을 떼어냈다. 그리고 이어 들려오는 쌤들의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들.
“ㅇ쌤, 그만하면 좀 받아주지?”
“맞아요. 요즘 저런 남자 찾기가 얼마나 힘든데. 대학 때부터 저랬다면서.”
당사자들보다 더욱 신나신 듯한 모습에 나는 오늘도 어색한 웃음만을 내비쳤다. 아하하. 억지웃음을 지어보이며 빨대를 물자 쌤들의 말에 신나 그죠, 그죠를 시전하고 있는 그가 참.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커피를 들고 있지 않은 다른 손으로 그의 팔을 툭 쳤다.
“야, 좀 가라. 외과 레지가 왜 응급실 와서 설쳐. 너 오늘 당직도 아니잖아.”
글쎄, 설친다는 생각은 오로지 내 의견일 뿐이었나.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의 입가엔 미소들이 걸쳐져있었다. 그리고 그 미소들을 아주 확 고정시켜버린 그의 한 마디.
“수쌤, 저 여기 있어도 되죠?”
가뜩이나 순하게 생긴 애가 생글생글 웃으며 묻는데 어떤 사람이 이를 거절하겠는가. 뭐, 기대도 안했지만 마지막이다 생각하며 아련한 눈빛을 수쌤께 건네 보았다. 하지만 이는 무참하게 튕겨버렸고 남은 것은 알 수 없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휘핑크림을 앙-하고 무는 그 뿐이었다.
***
그러니까, 그와의 첫 만남은 아직 겨울 날씨가 덜 풀린 3월 초였다. 내가 다니던 대학의 의약계열 과들은 쓸데없이 친목 다지기를 좋아했으며 그 친목의 시작은 매년 개강 총회였다. 아니, 막말로 다 같은 병원에 취직할 것 도 아니면서 뭘 그리 친해지려고 하는지. 내 상식선에선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러니 자연스레 술자리에도 관심이 떨어지기 마련이었지만 다른 자리는 몰라도 개총은 꼭 와야 한다며, 선배들도 다 오신다며 신신당부를 하던 과대의 안쓰러운 모습이 자꾸만 떠올라 대충 모자를 푹 눌러쓰곤 시끌벅적한 술집으로 향했다.
이번에 의예과 애들이 그렇게 잘생겼대. 아니아니, 임상병리가 더 낫던데? 여자로 가득한 간호학과 3학년들의 테이블에서 오가는 이야기는 파릇파릇한 신입생들의 이야기뿐이었다. 도대체 그런 걸 왜 저렇게 진지하게 토론을 하는 거지. 갈수록 이해가 가지 않는 동기들의 이야기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소주잔을 비워낼 뿐이었다. 지루하다.
“나 술 좀 깨고 올게.”
“말없이 계속 마시더니 벌써 취했어? 얼른 갔다 와-”
웃는 낯으로 배웅하는 동기들을 뒤로 한 채 밖으로 향했다. 딸랑- 하며 울리는 경쾌한 종소리도, 시끄러운 술집 안의 소리도 조금 멀어졌을 쯤, 내 손은 자연스레 점퍼 주머니에서 놀고 있던 담배 곽으로 향했다. 미성년자 딱지를 뗀 첫 날, 호기심에 한 번 펴본 담배가 3년 내내 내 손을 떠나지 못 할 줄은 몰랐다. 사실 알았으면 시작도 안했겠지, 뭐. 한 개비 밖에 남지 않은 담배를 입에 물곤 불을 붙이려 반대 쪽 주머니를 뒤져보았지만 손에 집히는 것은 차가운 공기뿐이었다. 아, 왜 이렇게 되는 일이 없냐. 힘없이 한숨을 내쉬며 무심코 고개를 돌린 곳엔 신입생으로 보이는 남자가 나와 같은 담배를 태우고 있었다. 불 한 번만 빌려도 되겠지. 그 날 내가 니코틴이 많이 급했던 걸까, 아님 술에 취해서 그랬던 걸까. 나는 휘적휘적 남자에게로 다가가 동그란 어깨를 톡톡 쳤다.
“저기.”
“네?”
인기척을 느끼지 못했던 것인지 남자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나를 마주했다. 가까이서 보니까 더 신입생같이 생겼다. 순둥한 인상에 담배라니 어딘가 이질적인 조합이었지만 딱히 신경이 쓰이진 않았다. 애초에 오지랖이 넓은 성격도 아니었으며 내 목표는 그저 라이터를 한 번 빌리겠다 그 뿐이었으니.
“불 있어?”
“네? 아, 네. 여기요.”
남자는 여전히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허겁지겁 제 라이터를 건넸다. 고맙다는 단말마의 인사와 함께 받아든 라이터를 틱틱거리자 금세 불이 붙었고 입에 물린 담배의 끝이 조금씩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내게서 일을 마친 라이터는 벙찐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새내기의 손에 도로 올려졌다.
“웬만하면 끊어요. 갓 스물이면 오래는 안 피웠을 거잖아.”
놀랍게도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나였다. 오지랖이 넓은 성격도 아니고, 남에게 관심이 많은 성격은 더더욱 아닌데 왜 이름도 모르는 남자에게 그런 말을 꺼냈는지는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냥 잠시 발동한 모성애였나. 내 말을 들은 남자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호선을 그렸으나 나는 그저 얼마 남지 않은 담뱃대를 태울 뿐이었다.
***
사실 첫 만남은 기억이 나는데 둘이 친해진 계기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억지로 나간 과팅에서 만난 날? 아님 수강신청 망해서 억지로 듣게 된 교양 과목에서 같은 조로 배정된 날? 개총 땐 신입생인 줄 알았다며 내가 먼저 사과를 건넨 날? 잘은 기억나지 않지만 정신 차리고 보니 저 놈과 내내 붙어 다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잘 맞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던 성격도 예상 외로 너무 찰떡궁합이었다. 사실 이제 와서 보면 지랄 맞은 내 성격을 그냥 다 받아준 것 같긴 하다. 아무튼, 우리는 잘 맞는 친한 친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 날 전까진.
그 날이라 함은, 저 놈이 저렇게 능글맞아진 계기를 말한다. 언제쯤이었지, 나는 이제 국가고시를 앞둔 수험생이었으며 그는 본과 2학년에 재학 중인 의대생이었을 쯤 이었나. 둘 다 공부에 미쳐있던 때라 둘의 만남은 도서관, 식당, 도서관, 식당. 이 루트만을 반복하고 있었다. 그 날도 마찬가지였다. 너덜너덜해진 전공 책을 다시 복습하던 중 자꾸만 내게 닿는 따가운 시선에 고개를 들었을 땐, 나사 하나 빠진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그를 맞이할 수 있었다.
“공부해.”
“..야, ㅇㅇㅇ.”
“왜.”
어딘가 나른한 그의 눈빛과 귀찮음이 가득 묻어나는 내 눈빛이 공중에서 맞물렸다. 순간, 도서관 안의 그 많은 사람들 중에 딱 우리에게만 시간이 주어진 듯 묘한 긴장감이 맴돌았다. 꿀꺽. 그의 목울대가 크게 한 번 울렁였다.
“좋아해.”
“뭐?”
뜬금없이 들려온 고백에 나는 여기가 도서관이라는 것도 잊은 채 되물었다. 곧이어 몰려드는 시선들이 부끄럽기도 했지만 당시 내게 그런 시선 따위는 그닥 중요치 않았다. 푸른 나뭇잎들이 만개하기 시작한 초여름, ‘좋아해’라는 폭탄을 던져놓곤 내 얼굴을 보며 헤실헤실 웃는 그가 심각하게 당황스러웠을 뿐. 아, 근데 조금 더웠다. 여름이라 그런가.
그 날 이후, 내가 별 반응이 없자 그의 능글맞음은 갈수록 하늘로 치솟았다. 밥을 먹다가도 좋아해, 전화를 하다가도 좋아해, 둘 다 같은 병원으로 실습을 나가 같은 과에서 근무를 했을 때도 좋아해. 그는 ‘좋아해’라는 단어만 입력 해놓은 로봇이라도 된 것 마냥 굴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내 반응 또한 항상 같았다. 지랄. 옘병. 닥쳐. 뭐, 대부분이 욕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그의 고백에 설렌 적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호감형 외모에 성격까지 좋은 남자가 제가 좋다며 들이대는데 싫어할 여자가 어디 있겠나. 하지만 그의 고백이 한 두 번이었으면 몰라도 매일 저렇게 장난 식으로만 넘어왔으니, 글쎄. ‘이 새끼가 지금 나랑 장난하자는 건가’ 싶은 생각이 내 머리를 가득 차지 할 수밖에 없었다.
그 덕에 그 동안의 우리 사이는,
변함이 없었다. 그의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가 인턴에서 레지던트로 바뀌어도 둘 사이의 관계는 여전히 친구였다. 일방적으로 좋아해만 남발하는 외과 레지던트 김재환, 일방적으로 욕만 남발하는 응급실 담당 간호사 ㅇㅇㅇ. 친구, 그 아슬아슬한 선에 올라선 것도 모른 채 시간은 흘렀다.
병원물을 가장한 불도저 김재환 上
졸립다. 새벽에 그가 사온 커피도 무용지물인 피로가 거하게 몰려왔다. 소개팅이 있다며 자기랑 근무 한 번만 바꿔주면 안 되냐는 선배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나이트 근무를 섰는데, 생각해보니 다음 날 내 근무 타임은 데이였다. 고로 난 지금 15시간 째 눈 한 번 못 붙이고 근무 중이란 소리이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잠이 몰려오는데 심지어 지금 내가 있는 곳은 응급실도 아닌 수술실이다.
대략 30분 전, 급하게 몰려 온 교통사고 환자들 중에 외과 쪽으로 긴급 수술이 들어가야 하는 환자가 있었는데 하필이면 외과 수술실 간호사가 아파서 못 나왔다며 응급실 간호사 한 명만 데리고 들어가겠단 공지가 내려왔다. 그 공지를 제일 먼저 본 것은 나였으며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피니 수쌤이 들어갈 순 없는 일이고, 뭣도 모르는 신입을 들여보내자니 내가 불안해서 안 되겠고, 그렇다고 다른 간호사 쌤들을 보내려니 다들 너무 바삐 움직이시고. 결국 수술실에 들어갈 최적의 간호사는 나뿐이었다. 퀭한 내 상태를 마주한 김재환이 미쳤냐며 뜯어말렸지만 이미 수술복으로 환복한 나는 재빨리 수술실로 향했다.
그래, 그게 문제였다. 그냥 김재환 말 들을 걸. 간신히 정신을 붙잡고 서있긴 하는데, 내 몸이 내 몸이 아닌 것 같았다. 자꾸만 흐릿해지는 시야하며, 꿈나라로 떠나려는 정신하며. 평소엔 가볍기만 하던 눈꺼풀이 오늘따라 유독 무겁다. 졸려..
“BP 체크 해.”
“...”
“ㅇ간, BP!”
미쳤다. 그 잠깐 사이에 졸아버렸다. 그것도 무섭기로 유명한 이교수님 수술실에서. 호통을 치시는 교수님의 목소리에 겨우 정신을 차리곤 일정한 소리를 내고 있는 기계 쪽으로 눈을 돌린 순간이었다.
“어, 네. 잠시만,”
“BP 110에 85입니다.”
분명 ㅇ간은 나를 지칭하는 말인데 들려온 목소리는 내가 아닌 김재환이었다. 어시스던트로 들어가 수술을 돕기에도 바쁜 그가 혈압은 언제 체크한 것인지. 조금은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자 언제 그랬냐는 듯 수술에 집중하고 있는 그를 볼 수 있었다. 쟤 인상 쓴 건 처음 보는 것 같은데, 왜 간호사들 입에 오르락내리락 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다. 그나저나 진짜 이 상태로 있다간 조만간 큰 사고 하나 칠 것 같다. 잠을 쫓으려 교수님의 호통 소리를 들어도 혀를 깨물어봐도 눈을 부릅 떠보기도 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아, 눈 감긴다.
“시저.”
누그러진 교수님의 목소리가 자장가 마냥 내 귀를 훑었다. 나는 자꾸만 흐릿해지는 정신을 붙잡곤 도구들 중 시저로 보이는 것을 건넸다. 환자에게 붙어있는 의사 쌤들은 도구를 판별할 시간도 없이 쭉쭉 넘어가 교수님 손에 닿았고 그 순간 전 보다 몇 배는 커진 호통소리가 수술실을 메꿨다.
“내가 시저 달랬지 켈리 달라 그랬어?!”
“...”
“끝나고 봐.”
교수님의 깊은 한숨 소리가 이어졌다. 망했다.
다행스럽게도 수술은 안전하게 끝났지만 내겐 더 큰 산이 남아있었다. 아까 전 수술실에서 끝나고 보자던 교수님의 앙칼진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렸다. 하필 실수를 해도 까칠하기로 정평이 난 이교수님 수술에서 걸리다니. 절로 나오는 한숨을 딱히 막지 않으며 수술복을 벗어 통에 대충 던져놓곤 무거운 발걸음으로 교수실로 향했다. 평소엔 멀게 느껴지던 8층이 오늘 따라 왜 이리 가깝게 느껴지는지. 나는 금세 도착한 이교수님 방 앞에 서 또 한 번의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조심스레 문고리를 돌리려던 순간, 길쭉한 손이 내 손목을 확 잡아당겨 문고리를 놓치고 말았다.
“뭐ㅇ, 김재환?”
그리고 함께 돌린 시선의 끝엔, 뛰어 왔는지 가운도 제대로 걸치지 못한 채 헉헉 대고 있는 그가 있었다.
“내가 들어갈 테니까 넌 응급실 가. 환자 엄청 들어왔더라.”
“어?”
“얼른. 응급실 지금 사람 부족하대.”
그는 벙쪄 있는 나를 엘리베이터 쪽으로 밀어버리곤 교수실로 쏙 들어갔다. 도무지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아 잠시 넋을 놓은 채 교수실 문을 바라보다 응급실에 사람이 부족하다던 그의 말에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초조한 마음으로 확인한 휴대폰엔 응급은 무슨, 스팸 문자조차도 없었다. 그리고 이어 문을 뚫고 들려오는 이교수님의 호통소리.
“김재환 너 정신 안 차려?!”
..뭐지, 이 상황.
“죄송합니다. 다음부턴 주의하겠습니다.”
무슨 상황이긴. 나대신 엄청나게 깨지고 있는 상황이지. 이를 인지한 순간부터 나는 애꿎은 입술을 물어뜯고, 멀쩡하던 손톱도 물어뜯고, 교수님의 호통소리가 들리면 더 세게 물어재꼈다. 누가 봐도 ‘나 불안해요-’를 티내며 한참을 교수실 문만 바라봤을까, 달칵 소리와 함께 하얀 가운을 입은 남자가 터덜터덜 교수실을 빠져나왔다.
“야, 너 미쳤어? 내가 잘못한 건데 너가 왜 혼나!”
“뭐야, 너. 안 갔어? 응급실 바쁘다니,”
“지랄. 연락 하나도 안 왔거든.”
“아, 들켰네.”
뭐가 그리도 행복한지 그의 입가엔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나는 저 놈이 까이는 동안 내내 불안해 죽는 줄 알았는데 정작 당사자는 저리 실실 웃고 있으니. 뭐 한 건가 싶기도 했지만 이 상황에서 나는 철저히 을이었다. 나는 미안한 마음을 숨기려 툴툴대는 수밖에 없었다.
“아오, 진짜 하지 말라는 짓만 골라서 해요.”
“너 지금 미안하지.”
“어?”
몇 년을 같이 지냈는데 그것도 모르겠냐. 그는 장난스런 미소를 띤 채 내게 한 발자국 다가왔다. 물론 나는 그만큼 뒤로 물러났고.
“미안하면.”
“...”
“가서 약이나 발라 줘. 맞은 데 따갑다.”
그의 쭉 뻗은 손이 내 볼을 옅게 훑었다. 그 손이 지나간 자리는 마치 화상이라도 입은 듯 붉게 물들어버리고 말았다.
***
“아, 아, 따거.”
“그러게 누가 나 대신 혼나랬냐? 아니 이교수님 진짜 뺨은 왜 때려? 이거 꽤 오래 갈 것 같은데.”
“너가 맞는 것 보단 낫지, 뭐.”
아까는 몰랐는데 가까이서 보니 하얗던 뺨엔 손자국까지 나있었다. 나 때문에 이 꼴이 났다고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과 답답한 마음은 배로 불어났다. 괜히 속상해 툴툴대자 그는 그런 내 마음을 다 안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고 있었다. 뺨은 약 다 발랐고, 어디보자. 또 다친 데가..입술도 다 부르텄다. 도대체 어떻게 뺨을 때리면 입술도 저렇게 트지. 나는 고개를 내저으며 소독약을 묻힌 거즈로 그의 입술을 벅벅 닦아냈다.
“ㅇ, 야. 좀 살살.”
“가만히 있어. 약 발라야 되니까 말하지 마.”
“...”
그의 입술이 굳게 닫혔다. 나는 연고를 새끼손가락에 묻혀 조심스레 상처 부위에 발라갔다. 고정된 내 시선은 오로지 그의 상처였으나 그의 시선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아니, 내 입술을 향하고 있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굳이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정말이지 무슨 일이라도 생겨버릴 것 같아서. 그러나 자꾸만 느껴지는 따가운 시선에 결국 약을 바르다 말고 살짝 고개를 올려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두 눈이 마주친 순간, 알 수 없는 정적이 둘 사이를 맴돌았다. 꿀꺽. 입 안에 고여 있던 침이 한 번에 넘어갔다.
“ㅇㅇㅇ.”
“...”
“ㅇㅇ야.”
“...왜.”
위태위태하다.
“키스해도 돼?”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나는 그저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고 그는 바로 고개를 꺾어 입술을 맞춰왔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 입술을 뒤덮는 따스한 온기는 금세 몸 전체로 퍼져나갔다. 손에 들려있던 연고는 바닥에서 뒹굴었으며 빈자리는 그의 손이 대신했다. 그는 조심스레 손가락 마디마디 사이로 깍지를 껴오며 맞닿아있던 입술을 살며시 떼어내었다.
“좋아해.”
그리 진한 키스, 아니 뽀뽀도 아니었지만 살짝 풀린 눈, 중저음의 다정한 목소리까지.
친구라는 아슬아슬한 줄타기에 처음으로 들이닥친 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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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글능글 불도저 재환이가 보고 싶어서 끄적인 글입이닷..저는 그저 고3 문과생이라 의학용어 같은 건 자세히 알지 못해요ㅠㅠ나름 공부를 한다곤 했는데 혹시 그 쪽 계열에 종사하고 계신 분이 보신다면 어색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쪼끔만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당!!!하핳 너무 오랜만에 찾아왔죠..쥬륵...현생도 치이고 거기에 쓰차까지 걸려서 글을 올릴 수가 없는 상황이었어요ㅠㅠㅠㅠㅠㅠㅠ이제 쓰차도 풀렸으니 응답하라, 성균관 양아치 빨리 빨리 들고 올게요!!!!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당!! 워너원 데뷔 축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