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알탄썰 번외 세번째
부제 : 내 손을 잡아
스압주의, 컴티 추천할게요.
BGM 두개주의
BGM 1 :: 아이유, 성시경 - 그대네요
"쌤 저는 M인데 왜 중국어 공부해요? 한국어 공부해야지."
"민석학생은 한국인이잖아요~"
"아닌데여? 아닌데?"
요새 나를 놀리는데 맛이 들린 콩알들때문에 수업 진행이 원활하지가 않다.
살인적인 스케쥴을 해내는 아이들이기에 어떻게 내가 억지로 많은 양을 시킬까.
내가 회사에서 돈을 받고 일하는 선생님 이라는 자각이 들 때면 또 아이들을 가르치지 않을 수 없다.
"솔직히 내가 제일 한국말 잘해."
"아니거든? 내가 제이 자라거든?"
"뭐래."
그래도 서로 아웅다웅 장난을 치는 모습을 보면 마냥 웃음이 나온다.
인터넷이나 TV를 통해 만나는 아이들의 소식에는 좋은 것만 있는 것이 아닌데.
하루에 세개 이상의 스케줄을 소화해내면서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힘들 아이들이
내 앞에서는 내색하지 않으려 하는 예쁜 마음들이 느껴진다.
그것 나름대로 감동을 받는 요즈음이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꺼내기가 더 조심스러웠다.
수업이 끝나고 난 후, 집으로 향하기 위해 회사 문을 나서 지하철을 타러가는 길에
요 몇일간 나를 졸졸 쫓아다니는 고등학생들을 발견한다.
한숨을 푹 내쉬고. 당당하게 그 사이를 지나가려 했다.
"진짜 생각이 없나봐요 언니."
"몇번이나 말했는데. 그치?"
"아니면 존- 나 걸레던가."
요 몇일간 제일 많은 단어가 아닐까 싶다.
걸레, 창년, 미친년. 이제 이정도는 소소하고 귀엽고 그렇다고 해야하나.
처음에는 내게 왜 이럴까 싶고 많이 상처도 받아 일상생활이 힘들 지경이었다.
아이들의 사생활 뿐만 아니라, 내 사생활도 더럽혔고 이들의 메세지에 즐겨하던 SNS도 모두 탈퇴했다.
갑작스런 탈퇴와, 핸드폰번호의 이동에 주변에서 걱정의 말을 보냈지만
이런 상황을 알게되면 아이들까지 힘들어질까 혼자 그렇게 숨겼던 것 같다.
"언니는 왜 남자들이랑만 다녀요?"
"여우잖아. 여우. 어떻게 꼬셨나 몰라."
감정이 담기지 않은 눈으로 그들을 쳐다보다가 물었다.
"너네 나한테 이러면 재밌어?"
처음으로 먼저 말을 걸었던 것 같다.
항상 묵묵부답으로 응하던 내가 말을 걸자, 적잖게 당황했던 그들은 웃기 시작했다.
나와 아이들의 소중한 마음을 더럽게 여기고, 우리의 추억을 조롱하던 이들은
아이들의 사생팬이었다.
'팬'이라는 이름 자체도 아까운 사람들.
우리 집은 어떻게 안 건지 집으로는 이상한 택배들이 도착했다.
미리 받기로 되어있던 택배들이 아니면 열어보지도 않았고, 적당량이 쌓이면 시완이가 대신 열어주곤 했다.
여자친구도 있는 시완이에게 부탁하는 것이 마음에 걸려 내가 열려고 했다가.
.....
그 후로는 시완이, 수현오빠, 택운오빠, 현우까지.
괴롭긴 했지만 그만큼 좋은 사람들이 많이 도와줘서 다행이었다.
경리는 시완이에게 내 이야기를 전해듣고 많이 화가 나서 귀국하려 했다.
그런 경리를 변명 아닌 변명으로 말리고, 이 생활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죽어도 콩알들에게는 말하고 싶지 않았다.
자신들 때문에 내가 피해를 보고 있다는 생각에 빠질까 싶기도 했고, 괴로워하기를 바라지 않았기에.
자고 일어나면 핸드폰에는 온갖 문자가 가득했다.
문자 뿐만 아니라, 카카오톡. 전화까지.
오빠들한테서 떨어져요. 유치해보이는 말투에서부터 입에 담을 수도 없는 더러운 욕까지.
그래도 괜찮았다.
좋아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온 질투라고 생각했다.
수업을 위해 회사로 향하던 나는, 뒷문쪽의 공사 공지를 발견하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요새 극성으로 변한 아이들의 사생에게 얼굴이 다 알려져 있는 내가 사옥 정문으로 들어갔다간..
고민을 하고 있던 사이에 시간은 흐르고 흘러 수업시간에 가까워져 와서 정문을 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쟤 진짜 미친거 아니야?"
"존나 뻔뻔하다 진짜 ㅋㅋㅋㅋㅋㅋ"
"야 계란 없어 진짜 씨발?"
"스엠 미쳤냐? 쟤 애들한테 몸대주냐?"
무시하자.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 되는 이야기들이다.
"너 바보야?"
그 균열을 깬 것은.
"언제부터야. 야 니들 조용히 안해?"
"와 도경수 존나 빡친거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제 대놓고 사귀겠다 이거네 ㅋㅋㅋㅋㅋㅋㅋㅋ아님 지들 씨받이 커버떠주는거냐?"
저런 말까지 듣게하고 싶지 않아 숨긴 거였는데.
경수의 표정은 점점 굳어가기만 한다.
툭 건드리면 폭발할 것 같은 얼굴을 쳐다보다가 답답한 마음에 고개를 푹 숙였다.
소란스러운 바깥 분위기에 놀라서 나온 매니저님은
이제 막 입을 열려고 하는 경수와 나를 데리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반응해주지 마. 무시해. 미친 애들이라서 말 안통해."
경수를 다독이던 매니저님은 나와 눈을 마주치고 눈빛으로 이야기했다.
아이들을 떠나야 할까.
눈 앞이 깜깜하다.
우선 회사와 약속했기 때문에 이번달까지는 수업을 해야했다.
나를 붙잡는 경수를 뒤로 한 채로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수업에 임했고
수업이 싫다고 툴툴거리는 아이들의 머리에 꿀밤을 콩 쥐어박으며 꾸짖으려다가
BGM 2 :: 브랜뉴직 - Excuse Me
"다들 알고 계세요? 이 친구가 저희 친구인거."
"네-"
무슨 짓을 벌이는 건가 싶었다.
아무리 비공개로 진행되는 팬미팅이라고 해도, 지금 돌아가고 있을 녹음기가 몇개인데.
"사실 저희가 되게 오랜만에 보거든요."
"아시려나 모르겠는데, 이 중에서도 있을 수도 있고."
"이친구 집에 가면 택배 상자가 이만큼 쌓여있어요."
"택배 상자 내용물은 따로 말씀 안드려도 되죠?"
전체적으로 모두가 조용해졌다.
나는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었다.
처음 듣는 이야기에 나머지 멤버들은 내게 무슨 소리냐고 묻기 시작했고,
어디서 들은 적이 있는지 팬들은 고개를 끄덕이거나, 소문이 진실이었다는 사실에 경악을 하거나.
"저는 그런 택배를 보내주신 분들께 질문하고 싶어요."
"진정으로, 저희의 행복을 바라세요?"
괴로웠다.
모든 것이.
사실 너무 힘들었다.
나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자신들의 잣대를 들이밀며 욕을 하는 학생들이 싫었고
길을 걷다가 교복을 입은 학생들을 보면 겁부터 먹게 될 정도로 많이 괴로웠다.
집에는 들어가기도 싫었고, 한번 집에 들어가면 외출하기도 싫었다.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하나. 싶고 죄 없는 아이들을 원망도 했다.
나는 사실, 많이 지쳐있었다.
엉엉 우는 나를 발견한 매니저님은 급히 대기실로 나를 데려갔다.
이미 알려질대로 알려진 얼굴. 안좋게 눈에 띄어봤자 좋을 것이 없을테니..
"회사도 사생 문제는 쉽게 건드릴 수가 없어서.. 미안하다 정말.."
"경수는. 저렇게 말해도 괜찮아요?"
"일단 끝나고 녹음기 검사 다 할거고 들어가기 전에도 금속탐지기 검사도 했고.
이런걸로 기사는 안나니까 팬들 사이에서 잘 해결되길 바래야지. 경수도 주의 주고."
".....그렇구나....."
"그것보다, 지금 넌 괜찮아?"
아니요.
그 대답은 입 안에서만 맴돌았다.
대기실에서 무슨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지난 시간동안 내가 들었던 욕, 받았던 편지들.
하나 하나 지워보려고 노력했다.
"도경수 존나 잘했어."
"솔직히 좀 더 심하게 말해도 됐어."
"아 진짜 사생들 다 어떻게 안돼?"
문이 열리고, 아이들이 들어왔다.
눈이 마주친 우리는 한참을 서로 바라보기만 했다.
"다 나가주라."
"울었네."
"왜 그랬어?"
"그럼 나도 묻자."
"뭘?"
"왜 숨겼어?"
대답을 하지 못하고 침만 꼴깍 삼키는 나를 쳐다보던 경수는
내가 앉은 소파 앞에 쪼그려 앉아 나를 올려다본다.
"애초에, 우리 잘못이 컸어."
"너한테 알려주지도 않았고, 데뷔도 말 없이 해버리고.
우리 좋자고 널 우리 친구로 놔둔거였어. 너가 싫다 해도 그랬을거야."
"이런식으로 혼자 울면. 우리는 너한테 미안해서 어떡해."
"울지 말고. 뚝."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내 눈에 손을 올려 흘러내리기 일보직전인 눈물을 닦아낸다.
그리고 깊은 숨을 내쉬던 경수는 나를 살짝 끌어안았다.
"사실 정말 화가 많이 나는데.."
"진짜 화가 많이 난다.."
"이런 곳으로 너를 끌어들여서 미안해. 지켜주지 못한 지난 시간이 미안해.
그리고,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대해. 너가 힘들어진다면 그 점도 미안해."
"좋아해.
지금 이 시점에서 하는 이 고백이 네게 어이없을지 몰라도.
널 봤던 순간부터 지금까지, 단 한순간도 널 좋아하지 않은 적 없었어.
지금 이 순간에도 널 좋아해.
내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을만큼.
이제 그만 아프자.
행복하자."
"강요하지 않을게."
"나 믿고 따라와주라."
"사랑해."
+
아 드디어 썼다.. 대망의 네번째 번외..
4번째 번외는 텍파가 완성되면 올릴 예정이었으므로 이 편이 올라왔다는 것은 텍파가 완성되었다는..(감격)
그리고 저는 애들 괴롭히는걸 즐기는 그런 사람은 아니에요ㅠㅠ 저도 애들 괴로운거 싫..싫다..싫어요..ㅠㅠ
진짜 애들좀 행복하게 한다면서 맨날 애들 괴롭혀서 죄송해여ㅠㅠㅠㅠ
미아내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사랑해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하트ㅠㅠㅠㅠㅠ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