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無題](untitled 2017) U
U : 기억의 전환
차가운 나의 몸에 너의 손끝이 닿았을때 나는 너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어
너를 향해 따뜻한 한마디도, 손을 잡는것도, 포옹도 해줄 수 없었어
이제 더는 너의 손길을 느낄 수 없었으니까 너의 눈물을 닦아줄 수 없었으니까.
"이제 그만.. 보내줘요..."
"네........"
너는 점차 나의 몸에서 손을 놓았을때 나 또한 너의 촉감을 잃었지 그리고 다시는 느끼지 못할 너의 온기를말이야
뒤돌아가는 너의 뒷모습을 그저 멍하니 바라볼 수 밖에 없는 나를 원망해
너의.. 그 가증스러운 모습을 붙잡을 수 없었어 차마.
누군가는 이 이야기를 듣고 놀랄거야 내가 이렇게 누워있는 이유가 너라는것을 말한다면 말이야
"권차사님은 왜 지옥안내자로 지원하셨어요?"
".... 언젠가 그 여자 얼굴보려고"
"아.....그... 유명한...."
"그래, 내가 아주 끔찍하게 사랑했던 여자이자 아주 끔찍하게 경멸하는 그 여자"
불행하게도 그 여자는 빼곡히 모인 망령들 사이에 섞여있다.
-
"살인죄"
"전 남자친구를 죽였습니다 차사님"
오늘도 한(恨)이 있는 령들을 만나는 순간순간들마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기껏해야 잘못한 상대방을 해코지 하여 이쪽으로 명부가 건내져오는것들이 전부다.
지금 상황 또한 온몸을 덜덜 떨며 소리없이 울고있는 여자가 앞에 있다. 그의 남자친구는 이 여자의 돈을가지고 누리며 다른 여자와 더욱 더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것을 들켜 이성을 잃은 여자는 우발적으로 그를 찔러서 죽게 만들었다. 이럴때면 진지하게 이 일을 때려쳐야 하나 고민도 심각하게 하게된다.
이 여자가 무슨 그리 잘못이 있기에. 남자에게 돈을 퍼준 죄? 아니면 그 남자를 죽인 뒤 자살로 생을 마감한 죄? 잘못은 그 남자가 했는데 왜 이 여자가 이런
지옥으로 안내를 받아야하는가. 그나마 지용이 이 여자에게 해 줄 수 있는 위로의 말은 단 한문장이다.
"조금 이따가 그도 이쪽으로 올것입니다 고통보다 더한, 그대가 겪었던 아픔보다 더한 아픔을 느끼게 해드리겠습니다"
"권차사님은 이해하지 못할것입니다.. 제 자식을 죽인 놈년들을 죽인것을..."
"10년을 넘게 어머니와 저에게 가정폭력을 행사한 그 새끼를 용서할 수 없었습니다"
이곳에도 법이란게 있다. 그것이 어쩌면 현생에서 존재하는 그 어떤 법보다도 효력있을것이다. 바로 가장 이곳에 관여하는 지용이 만든 법이기때문에.
그저 살생의 이유만으로 이곳으로 흘러보내게 된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은 사연이 있는법. 지용은 그 사연이 없는 인간만도 못한 놈들을 위해 이 법안을 발의했다. 기억의 전환. 이유없이 살인한 살인자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법이었다. 평생동안을 갇혀살며 자신의 가족들에게, 자신에 의해 희생당한 피해자들에게 평생.
자신이 행했던 그 모든행위들을 고스란히 받는것. 상상속의 살해들이 온전히 자신에게로, 육체적인 고통으로 오는것, 매일매일 자신의 몸을 찔려가며 뭉개지며
그렇게 평생을 살게 하는 법이었다. 그것은 1차와 2차 심사를 거치게 된다. 그들의 기억을 심사하여 길은 갈라진다. 간혹가다 피비린내가 진동할 정도로의 령이면
심사를 거치지않고 바로 기억의 전환으로 바꾼다. 그리고 그 누구보다 차가운 얼굴로 지용은 말한다.
"너의 몸이 너덜너덜해질때까지 버티고 더 버텨라. 그리고 평생을 살아가며 후회하거라"
-
"권차사님 그 소식.. 들으셨습니까?"
"뭐?"
"그 아이들..."
"아.. 그래 들었어 그쪽에 있는 내 동기가 말해줬어"
"그럼 이따가.....오겠죠...? 하....진짜 저도 저승사자지만 소름끼치고 무섭네요.."
"더욱 더 정신차리자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몇백년만의 큰 재판이었다. 그만큼 중요한 사건이었기에 경건한 마음으로 참석했다.
지옥. 이곳에서의 재판은 결코 피의자 신분의 령에게 선처를 주려 여는 재판이 아니다. 적어도 자신의 행동에 대한 뉘우침. 훗날 꿈에서나마 잘못을 전달하기
위해 열리는 재판이다. 오늘 또한 중요한 안건이었기에 이렇게 열리게 되었다.
"너희들. 이런건 처음이지"
"넵!!"
많은 차사들이 모였다. 짧게는 1년 신입차사들까지 다 모였다. 견학이었다. 이런 놈들에게는 어떠한 선처도 없다는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여럿 차사들이 모인만큼 지용은 더욱 더 굳은 얼굴로 그들을 향해 말했다.
"얼마 되지않은 차사들은 듣거라. 이 시간 이후로 어떠한 연민도 생각조차 하지말아라"
"..."
"그 연민은 지금 저런 지옥마저 더럽히는 피의자들이 아닌 저들로 인해 못다핀 꽃들에게 온 진심을 다해 전해주거라"
예상대로였다. 망령들은 결코 사죄를 하지 않았다. 결코 반성의 기미는 일그램마저도 느껴지지 않았다. 자신이 이리 죽어 여기 이 자리에 있는것만 오직 한탄하기 바쁜 망령들이었다. 우리는 이런 망령들을 소위 악귀라고 불리운다. 이런 악귀들은 초장에 싹을 잘라버려야한다.
"... 이 시간부로 법안을 추가발의한다"
"본 망령들은....응? 아..... 알겠네 본 망령들은.."
순간 장내는 쥐죽은듯이 조용했다. 권지용이었으니까. 그가 다녀간 자리는 얼어붙을만큼 차가웠으니까.
"1시간을 10년치로 늘리며 기억의 전환형으로 판결한다"
땅- 땅- 땅-
그들은 절규했다. 지난생에선 영원이라는 말이 없을지 모르지만 이곳에서만큼은 존재한다. 영원. 그것은 저승의 옛 명사였으며 현재는 사람들이 말하는
천국이라고 명하는 곳을 위해 사용중인 단어다. 하지만 법안만큼은 살아있는 영원이라는 단어는 최고형으로 주어지며 현재 이들에게 최고형이 주어졌다.
"진짜 다시는 이런 재판 보고싶지않네요.."
"동감"
지용은 다시 자신의 파트너인 김차사와 복귀하는중이었다. 그곳엔 망령들이 수두룩했다. 이곳은 타의로 오는 일이 많았지만 간혹 죄책감이라는 마음때문에
자의로 오는 경우 또한 심심치않게 있었다. 지용 또한 자의였다. 계속된 판결 속 결국엔 이렇게 차사로 임용된것이다.
"왜... 왜 여기있니?"
"저는........친구의 손을 잡지 못했어요..."
"...."
"제가.... 놓쳐버렸어요 제 친구의 손을..."
지용은 곧바로 교복을 입고있는 소녀를 보고는 굳은 얼굴을 살짝 풀고는 그 아이의 눈을 맞추며 입을 천천히 열었다.
"그건 너의 잘못이 아니야"
"그렇지만..."
이 아이의 죄책감이라는 마음은 너무나 커서 감히 자기따위의 차사가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자의로 지옥으로 지원한 이 아이의 마음은 자신의 고통보다
자신이 친구의 손을 놓친것에 대한 고통이 더욱 더 큰 아이였다. 자의로 이곳에 온 자는 이름이 아닌 무명(無名) 으로 처리가 된다.
지용은 이것만큼은 막고싶었다. 너에겐 이름이라는 인생이 있었다는것을 알려주고싶었기에.
"차사인 내가 망령에게 명한다. 그대는 이곳에 있을 망령이 아니다"
"...."
"이름을 찾아 이곳이 아닌.... 그대를 기다리고 있는 친구들에게 갈것을 저승의 차사가 명한다"
차사의 명을 쓴것은 이번이 두번째였다. 지옥문으로 온 이상 차사의 명은 거역 할 수 없었다. 그리하여 더욱 더 견고하고 섬세하게 명하였다.
이 어린아이가 한번 더 상처받지 않기를. 주위가 고요해졌다. 예전, 똑같은 마음으로 이곳으로 향한 해군이 있었다. 자신의 동료를 지키지 못했다고.
아마 그때가 차사의 명을 쓴것이 처음이었을것이다. 그때도 말했다. 그대의 잘못이 아니라고. 그대에게 잘못이라는 말은 필요없는 망령이라고.
"제가 가면..... 절 반겨줄까요...?"
"..물론이지. 차사는 결코 함부로 단정짓지 않아"
"....감사합니다 차사님"
임무수행을 위해 잠시 이승으로 내려왔을때, 저승에서 연락이 왔다. 고맙다고. 자신이 할 일을 차사가 대신 해줬다며. 아이들은 잘 만났다고. 그렇게 전해왔다.
지용은 살짝 한쪽 입꼬리를 올리고는 바로 차사로서의 얼굴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한 집안을 지켜봤다. 차사들이 결코 반가워 하지 않는 곳이었다. 무당집.
그곳에서 칼부림이 벌어지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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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잣말 :
무제라는 노래를 들으면서 새벽감성에 젖어.....
고정된 독자분들이 없다면 조금 슬플것같기는 하네요..^ㅠ
다음편부터는 조금 더 가볍게 흘러갑니다!
댓글은 저에게 있어 큰 재산이 됩니다(하트)
+)) 제목 무제로 바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