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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arete

 

 


 사랑을 하면서도 외롭다면, 마땅히 헤어져야 하는 것이 맞지만 명수는 그러질 못했다. 제 옆에 누워 자고 있는 성규를 내려다보며 한숨을 푹푹 내쉬던 명수는 이내, 성규의 주먹이 돌돌 말려져있는 것을 발견했다. 잠을 잘 때마다 주먹을 꽉 쥐던 습관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라서, 픽 웃곤 힘을 빼주려고 해도 꿈에서 무엇인가에 쫓기고 있는지 더 힘을 준다. 아무래도 보는 사람이 다 불편하다. 기어코 힘을 줘 펴낸 성규의 손바닥이 온통 붉었다. 이불을 꼼꼼히 덮어주고 거실에 나와보니 온통 난장판.

 


"이걸 어떻게 치우라고……"

 


 잡히는 대로 아무 봉지에나 쑤셔넣으며 청소를 하기 시작하던 명수는 이윽고 온몸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몇 분 전까지 제 옆에서 자고 있던 성규의 체취를 맡을 수 없다는 것은 크나큰 두려움이 되었다. 봉지를 던져놓고 다시 침실로 들어와 잠든 성규의 목덜미에 코를 박고 킁킁대고서야 몸이 진정되었다. 언제부터 이랬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사실, 쓸모 없는 기억이라 지워버린 것이 옳은 표현이었다. 평생 함께 살자며 두 손을 붙잡고 울었던 제 과거가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는 것이 왜 이렇게 쓸쓸할까. 제 손을 뿌리치지도 못하고 어쩔 줄 몰라하던 성규의 표정도 아스라이 잔상에 남는다. 그 잔상은, 지금까지도 여전했다. 성규가 잘 때마다 손을 돌돌 말았던 것도 어쩌면 그 때부터인지도 모르겠다. 성규의 체취를 한껏 마시고 나온 명수는 그제서야 다시 청소를 시작했다. 발바닥에 채이는 모든 것들이 귀찮아서 대충 필요 없다 싶으면 봉지에 수셔넣었더니 어느 새 보따리만한 크기가 되어있었다. 워낙 깔끔한 성격이라 이런 것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성규에게 조금만 깨끗하게 생활해달라고 잔소리를 해도 소용이 없었다. 청개구리마냥 제 말의 반대대로 행동해온 성규라 그러려니, 하다 싶다가도 이런 것만 보면 울컥 화가 치밀어오르는 것이다. 말도 지지리 안들어요. 공허한 거실에 울리는 제 목소리가 조금 역겹다고 느껴진다. 그래서, 그래서 더 공허하다. 이것을 버리러 나가려다 아무래도 잠든 성규가 신경 쓰여 다시 들어온 침실은 고요했다. 죽은 사람처럼 잠을 자는 성규의 옆에 앉아 또 코를 쳐박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빠른 걸음으로 집을 나섰다. 분리수거를 하러 터덜터덜 내려가는 동안 이웃을 만나 공손하게 인사도 한다. 즐겁고도 지루한 일상에 하품을 하고, 익숙하게 분리수거를 하는 뒷모습에 이웃들의 칭찬이 달라붙는다.

 


"잘생기기도 하면서 어쩜 이렇게 깔끔한 지 몰라."

 


 그러게요. 이웃들에게 들리지 않을만큼의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명수는 이내 기분 좋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성규에게도 이런 표정을 자주 보여주고 싶은데, 성규는 제가 웃으면 울곤 했다. 그래서 보여줄 수가 없어……. 성규를 떠올리니 기분이 쳐져버렸다. 성큼성큼 올라간 집, 현관을 열고 나서야 안정되는 심장을 붙잡고 다시 침실로 들어온다. 여전히 미동 없이 자고 있는 성규의 눈을 빤히 보다가 코를 박는다. 목덜미에 닿은 코가 간지러운지 조금 꼬물대는 몸이 귀엽다. 귀여워……. 제 입에서 터진 말에 명수는 스스로 미소를 지었다. 성규가 보지 않을 때 최대한 많이 웃어두어야 해. 제 나름의 철칙이었다. 성규에게 손은 대지 못한 채, 체취만 맡다가 씻으러 들어간 명수는 욕실에서 내내 콧노래를 불렀다. 어쩜 이렇게 신이 나는지 모르겠다. 이런 일상이 지루하면서도 행복한 것은 뭐지, 사랑하는 사람과의 동거가 이렇게 달콤한 것이었나ㅡ 뽀얗게 김이 서린 거울에 비친 제 얼굴과 몸에 만족스럽다. 딱히 신경을 쓰지 않아도 훤칠한 얼굴이 마음에 들어 거울을 보고 콧노래를 불렀다. 성규는 제 노래를 싫어했다. 참, 듣는 귀도 없어. 성규는 명수가 노래를 부를 때마다 귀를 막곤 했다. 시끄럽다거나, 음이 맞지 않는다거나의 말은 하지 않았다. 단지 귀를 막을 뿐이었다. 그러나 성규의 그런 행동마저도 귀여워서, 명수는 끊임 없이 성규의 귀에 대고 노래를 불렀다. 그 노래는 자작곡인 경우가 많았다. TV도 잘 보지 않는 명수였기에 요즘엔 어떤 노래가 유행하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입에서 흘러나오는 대로 중얼거리면 성규는 눈을 꼭 감고 귀를 막았었는데. 제가 듣기엔 아름답기만한 노래라서 명수는 그런 성규를 이해할 순 없었다.

 

 

"성규는 귀여워. 예뻐."


 노래의 끝은 항상 이런 식이다.

 

 

 

***

 


 성규가 눈을 떴을 때는 어느 새 해가 중천에 뜬 시각이었다. 옆자리에는 명수가 누워있었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하체에만 큰 수건을 돌돌 감은 채로, 팔 한 쪽은 성규의 가슴팍에 올려놓은 상태였다. 조심스레 명수의 팔을 내리고 나면, 명수는 계획했던 것마냥 잠에서 깨곤 했다. 큰 눈을 비비면서 잘 잤냐고 물어보는 명수에게 고개를 한 번 끄덕여주면, 명수는 만족스런 얼굴로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지루하면서도, 지루한 일상이다. 전혀 행복하지가 않아. 사랑을 받으면 행복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던 성규의 마음은 오늘도 텅 비어있었다. 침대에 앉아 허공을 바라보는 성규의 시선을 캐치한 명수가 눈 앞으로 손을 휘휘 흔들어보았다.

 


"졸려? 왜 이렇게 멍해."
"……"
"졸리면 더 자. 귀찮게 하지 않을게."

 

 

 이미 충분히 귀찮아, 라는 말을 꾹 삼킨 성규가 고개를 저었다. 성규의 행동에 싱긋 웃어보인 명수는 자리에서 내려와 부엌으로 향했다. 매일 보는 뒷태가 익숙해지지 않는다.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것 같은 수건의 묶음새도, 쟁반에 놓여진 저 식사도 모두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어느 정도 적응할 법도 한데.

 

 

"밥 먹자."
"……생각 없어."
"그래도 먹어. 너 며칠 째 물만 먹고 있잖아. 뭐 다른 반찬 해줄까?"
"……아니."
"일부러 너가 좋아하는 고기반찬만 먹고 있잖아. 좀 맛있게 먹어주면 안 돼?"

 


 
 그제서야 젓가락을 집어든 성규는 또 밥알만 세고 있었다. 어차피 먹지 않을걸 알면서도 항상 밥을 떠오는 명수는 지겹지도 않은지, 그런 행동을 빤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제 수저 위에 반찬을 얹어주는 명수의 행동에 억지로 한 입을 삼키다가, 속에서 올라오는 위액에 급히 화장실로 뛰어가면 명수가 쫓아올 것을 안다. 매일의 일상이 이랬다. 오늘도 역시, 명수가 건넨 수저를 받아먹다가 화장실로 뛰어들어간 성규는 변기에 모든 것을 게워내고 말았다. 제 뒤를 성큼성큼 밟는 무거운 발소리에 더 체할 것만 같아서 귀를 막았더니 또,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는 명수.

 

 

"성규는 귀여워. 예뻐."

 

 

아침의 끝은 항상 이런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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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더페이스예요!
성규는 귀여워. 예뻐 라는 말이 왜 저는 소름돋게 다가오는지 모르게써요... 왜지..왜죠..왤까.. 성규가 왜 귀찮은지도 명수가 부르는 노래에 귀를 막는것도 ㅠㅠㅠㅜ 전아직까지 혼란스럽네요..★☆ 내가 성규도 아닌데..별별 다음편도 기다리고 있을게욤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2
내사랑 울보 동우 정신이 혼란해지기 시작했어요ㅠㅠㅠㅠㅠ 뭐야ㅠㅠㅠㅠ 명수가 의처증같은거 있어서 그런가ㅠㅜㅠㅠㅠ 아니면 성규가 질린건가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3
망태!!!

헐ㅠㅠㅠㅠ뭐죠ㅠㅠ이퇴폐미ㅠㅠㅠ내가이런거좋아하는지어떻게 아시고ㅠㅠㅠ명수가 성규한테 집착하는건 무슨 엄청난 스토리가있는건데ㅜㅠ작가님맨날글쓰실때마다취향저격하셔서댓글달면 맨날우럭ㅠㅠ 완전 기대되는글ㅜㅜ벌써부터 현기증나주거요ㅠㅠ다음편어디있죠ㅠㅠㅠ

10년 전
독자4
무ㅏ지뭐지!?!?!? 왜그런거죠!?!? 성규와 명수의 관계는 어찌된걸가요???
10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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