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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세준] 여행자으로부터 도착한 한 통의 편지 (조각글) | 인스티즈




안녕. 나의 J 잘 지내?

잘 지내고 있다고 믿어.


**


그에게 편지가 왔어. 이 편지의 첫 구절이 인사였어.

평범하지? 나도 그렇게 느껴. 근데 그래서 더 아팠어.

많이 아파서 다음 구절로 넘어갈 수 없더라.

한 10분은 엉엉 울었어. 진짜야. 안 믿어도 상관은 없고.

하여튼 다음 구절은 나에게 잘 지내고 있니? 이런 말이 아니라 

잘 지내고 있을 거라고 믿는 글이 써있었어. 어이가 없지? 

그래, 나도 어이가 없었어. 나를 떠나고 홀로 그렇게 가버린 그는

이기적이지. 그래, 이기적이야. 내가 잘 웃고 잘 먹고 그렇게 잘 지낸다고 생각을 했나 봐.


**


여기는 추워. 꽁꽁 입어도 바람이 자꾸 스며들어 와. 거기는 어때.

여기처럼 춥나. 아니 따뜻하겠지. 여기는 항상 겨울이야. 한국은 사계절이지.

날씨 이야기 하느라 종이를 낭비하는 내가 밉지? J.


**


그는 항상 나에게 J라는 예명을 만들어 줬어.

멀쩡한 내 이름이 있는데도 말이야. 그렇지만 그는 J라는 말을 아꼈어.

자신이 만들어 줬는데. 웃기지. 참. 그는 그런 사람이었어.

어쩌면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나 봐. 그래서 J라는 이름을 만들어 줬겠지.

그래도 그에게 어떠한 이름으로 불리든 나는 설렜어. 그게 전부였어.


**


사실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그래. 그래서 자꾸만 쓸 말이 아닌 다른 말로 쓰게 되네.

J. 나는 너를 생각해. 어쩌면 내 뇌를 해부하면 네가 고요하게 잠을 자고 있을 거야.

장담해. 괴기하다고? 전혀 안 그래. 

J. 그건 필연적인 일이야.


**


나는 그의 생각으로 머리가 터져버릴 것 같은 날도 있었어.

 펑 하고 터지면 그의 생각을 멈출 수 있을까. 아냐. 그러지 못 한다는 것은

그도 나도 알아. 그래서 그는 홀연히 떠났을까.

그를 따라가고 싶지 않았냐고? 그를 따라가고 싶었어.

그의 그림자를 밟더라도 가고 싶었어. 


**

내일과 다음 생애에는 공통점이 존재해.

그것은 불확실 하다는 점이야. 그래서 모든 걸 기대해도 되는 거야.

J. 내일을 기대하면 살고 있지? 나는 너를 사랑하게 되면서

내일과 다음 생애를 기대하게 됐어. 

내 사랑은 불확실해. 그래서 이 여행을 떠나게 됐어.

이걸 읽고 네가 화를 안 냈으면 좋겠어. 그래도 여행을 떠나면서 많은 것을 알게 됐어.


**

이 대목에서 화나지 않았냐고? 아니. 전혀.

그가 떠난 이유를 알게 되니까 오히려 좋았어.

그런데 조금 서글퍼졌어. 


**

탱고. 네 영혼을 만져라.

J는 탱고를 좋아했어. 난 처음엔 이해를 하지 못했어. 미안.

근데 한국을 떠나고 나서야 탱고를 좋아하게 됐어.

탱고는 라틴어 만지다 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네. 

J는 그래서 탱고를 좋아했구나.

나의 손을 붙잡고 어설프게 추던 탱고 기억 나?

그때 너와 나는 우리의 피부를 만진 것이 아녔어.

우리의 영혼을 만졌던 날이었어.


**


그는 항상 나를 이해하려고 애를 썼어.

그래서 우리는 애달팠고 벅찼어.

항상 그랬어. 그는 항상 나를.

나는 항상 그를.

감정을 억누를 힘이 없었어.

그래서 많이 지쳤고 힘들었지. 많이 울었어.


**


나의 J. 사랑이라는 단어로 너를 얽히게 하고 싶지 않아.

너의 시간을 나에게 주는 것으로 나는 충분해. 더 이상 나는 너를 가두고 싶지 않아.

사랑은 변해. 그리고 불확실해. 나에겐 사랑은 그래.

근데 가끔은 입 밖으로 사랑을 내뱉고 싶었어. 나의 J.

울지 마.


**


그는 내가 울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처럼 그렇게 편지를 썼어.

나는 그래서 울지 않으려고 노력했어. 입술을 꾹 깨물고

두 눈을 부릅 뜨고 숨도 천천히 고르고 있었어. 근데 다시 왈칵 눈물이 나왔어. 왜냐고?


**


도망가는 나의 막막함을 J는 느꼈을까.

짐을 꾸리는 나의 등을 끌어안던 J에게 사막 냄새가 났어.

사막 냄새가 어떤지 어떻게 알고 있냐고?

나도 사실 몰라. 근데 그건 분명 사막 냄새였어. 

그날의 J에게 나는 냄새는.


**

그냥. 그 이니까. 눈물이 났지. 다른 이유가 있을까.

결국 그냥 그가 나에게 없으니까 울었어.

그 편지에는 그가 존재하지 않으니까.

고작 그 종이에는 잉크 냄새가 전부였어.

그의 냄새를 이젠 나는 기억하지 못해. 그의 얼굴만 선명해서 지금도 많이 아프네.

그는 언제 나에게 올까.

언제쯤 그의 향기를 다시 맡을 수 있는 걸까.


**


나의 J. 너와 내가 있던 시간이 다시 나에게 돌아오는 그날이 오면.

오랜 시간을 널 안아도 될까. 너의 냄새가 나에게 옮겨지게.


**


그가 보고 싶어. 아주 많이. 오늘 따라 더욱.

내가 너무 칭얼거렸니? 근데 어쩔 수 없잖아.

나를 이해해줘. 나의 생각이 펑 터져도 그를 생각하는 것은 멈출 수 없는 걸.

그는 감기에 자주 걸렸는데. 하필 추운 나라로 갔을까.

그곳에는 나도 없는데.


**


곧 돌아갈게. 나의 준면아.





-


이별 아닌 이별을 겪는 세준을 쓰고 싶어서 무작정 세훈을 여행을 시켰어요. 세훈은 어디에 여행을 하고 있는 걸까요. 그리고 왜 준면을 놓고 혼자 갔죠. 그건 모두 서로의 감정을 위해서 갔다고 생각이 되네요. 그래도 돌아온다고 했으니 준면은 다시 세훈이랑 꽁냥꽁냥을 하겠죠. 여러분 다들 감기 조심하세요. 요즘 더 춥다고 하네요.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독자1
헐... 아련하네요 준면아ㅠㅜㅜㅜ 세훈이랑 준면이랑 떨어져있다는거부터 아련해여ㅠㅠㅠㅠ
10년 전
독자2
세훈이가 떠날 준비를 언제나 하고 있었다고 느끼는 준면이한테 되돌이표마냥 돌아오는 세훈이 ㅠㅠ 다시 만나서 행복하길 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3
글 진짜 예쁘게 쓰시는 것 같아요ㅠㅠㅠㅠㅠ언젠가 글을 쓰게 된다면 작가님같은 글을 쓰고 싶네요.회원이였으면 ㅠ당장 신알신을 하겠지만 아쉽게도 비회원이라서ㅠㅠㅠ필명 꼭 기억하고 있을게요!
10년 전
독자4
아.... 가로등이다. 그래.. 미친 와.. 나 아프다고 바쁘다고 핑계로 이 글을 이제 보는데 아니, 글 올라온 것조차 잊고 있었다고 보는 게 맞는 거지. 진짜 미치겠네 이거 뭐냐 이글 뭐냐 진짜... 너는 나중에 작가가 되면 즐겁고 유쾌한 글 보다는 먹먹한데 아름답고 예쁜 글을 더 잘 쓸 것 같다. 물론 니가 재미있고 유쾌한 글을 못 쓴다는 건 아니야. 내가 말하지만 넌 글을 잘 쓰니까.. 나 요즘 이상하다 무언가를 떠올리고 자꾸 까먹어 큰일이네. 지금 니 글을 뭐라고 표현하려고 한 것 같은데 기억이 안나. 아, 이 말을 하려고 했어 나는 새드를 싫어해 특히 팬픽이나 내가 좋아하는 커플링 (세준은 아니지만ㅋㅋ)이 해피하지 않고 새드로 끝나거나 그런 거 싫은데 몇 개 글은 새드여도 정말 마음이 먹먹하고, 또 읽고나면 슬픈데 공감이되고, 슬픈데 행복한 뭐 그런 모순적인 글들이 있어. 근데 너의 슬픈 글은 마치 그 글들과 같을 것 같아. 니가 나중에 소설책을 낸다면, 정말 새드라도 잘 읽고 읽고 나서도 좋을 것 같아. 오늘 글 왜이리 좋냐.. ㅜㅜ 그냥 뭐 표현은 못하겠는데 그냥 좋다. 짧은 글인데 왜 그 안에서 나는 준면이가 되어서 우..우럭?! 울컥한다 진짜. 오늘도 예쁜글 고마워.. (♥)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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