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순이] 두근두근 베이커리 #01
.
.
.
1달.
재환이 이 빵집에 들락날락 한지도 벌써 1달이 지났다.
처음에는 호기심이었다.
우리 동네에 새로운 빵집이 생겼는데 거기가 글쎄 엄~청! 맛있다는 그의 누나의 호들갑으로 시작된 호기심.
학교를 등교하던 길.
솔솔 풍기는 달콤한 냄새를 이기지 못하고 그 곳으로 발걸음을 옮긴 재환은
문을 열자마자 느꼈다.
아아, 나 여기 단골 될 것 같아.
"어서 오세요!"
웃는 게 치명적으로 예쁜 그 여자 때문에.
.
.
.
- 1화 -
"야, 김재. 오늘 저녁에 동아리 모임 안 까먹었지? 너 또 빠지기만 해봐라."
"오늘? 아, 안돼. 갈 데 있어."
"이 새끼. 너 집에 꿀 발라놨냐? 뭔 수업 마쳤다, 하면 집으로 쪼르르 뛰어가냐.
형이 섭섭할라 한다, 새꺄."
"형은 무슨, 꺼져. 암튼 오늘 못가."
"재환아. 사랑이 이렇게 변해서야 어째 쓰겄니, 어? 사람이 한결 같아야지."
"조용히 하고 아무튼 못가니까 알아서들 가, 알았지?"
"야, 야!! 김재환!! 아 저새끼 또 튀었어."
오늘은 꼭 김재환을 꼬셔서 동아리 모임에 참여시키리라 결심하고 비장한 태도로 다가온 영민이 민망할 만큼
단호박을 꼭꼭 씹어드신 재환은 재빨리 가방을 싸고 교실에서 튀어 나갔다. 이로부터 벌써 3번째 동아리모임에
코빼기도 보이지 않으니 여자를 돌로 아는 재환이 혹시 연애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의 목소리들이 하나 둘 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영민은 그런 말 들에 코웃음을 치며 연애는 무슨, 혼자서 삽질하고 계신다. 라고 마음 속으로 말하고는
김재환의 짝사랑에 보탬이 1도 안되는 걱정 한 표를 던졌다.
-
동아리 모임은 무슨, 지금 내가 얼마나 큰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데.
그 깟 술잔 기울이는 모임에 지금 나의 에너지를 낭비할 수 없다는 말이다.
[딸랑]
"어서오세요. 어?"
"안녕하세요. 하하."
"일찍오셨네요. 아직 강의 시간 되려면 멀었는데."
"아.. 그게.. 학교에서 방금 마치고 왔는데.. 집 갔다가 오기가 좀 애매해서.."
"아, 그랬구나! 그럼 잘됐다. 나 좀 도와줘요. 오늘 해야 할 거 정리하고 있었거든요."
"네! 네! 도와드릴게요."
벌써 1달 째 재환의 돌덩이 같은 가슴을 봄처럼 살랑살랑 간질거리는 그녀는
단발머리가 잘 어울리는 이 빵집의 파티쉐다.
혼자서 운영하기에는 조금 큰 듯한 가게를 운영하면서 알바생을 4명이나 쓰는데 글쎄
다들 키가 크고 인물이 훤하니 재환은 그 어린놈의 자식들이 자기의 짝사랑 상대에게 눈독들일까 싶어 괜히 띠껍게 대하고는 한다.
1달 째 들어와 빵을 고르는 척 하며 20분도 안되는 시간동안 매일 그녀만을 바라보았는데 글쎄, 일주일 전 부터
파티쉐가 꿈인 사람이나 빵 만드는 취미가 있는 사람들을 위해 무료 수업을 연다는 것이었다.
아,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드디어 오랜 시간동안 그녀 주위에 있을 수 있는 명분이 생긴 것이니
재환의 입장에서는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었다.
"이 머핀 틀들 좀 닦아서 테이블 당 2개씩 두면 되요!"
"넵!"
재환의 활기찬 대답에 그녀의 입꼬리가 예쁜 곡선을 지으며 올라갔다.
그녀가 웃는 것을 멍하게 보고 있던 재환은 곧이어 그녀가 부르는 말에 정신을 차렸다.
"네?"
"왜 그렇게 넋을 놓고 있어요?"
고개를 살짝 옆으로 기울이며 웃으며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 재환은 또 정신을 못차릴 뻔 했다.
진짜 병이다, 병. 이건 병이 틀림 없다. 한시도 교감신경이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녀만 보면 심박수고 맥박이고 모조리 통채로 두근거렸으니까.
"아, 배가고파서..."
아.. 멍청아.. 진짜..
"학교 갔다가 바로 왔다고 했죠? 아! 나 아까 모양 망친 소세지빵 있는데. 드실래요?"
"헐, 정말요? 진짜 너무 완전 먹고싶어요."
그녀가 주는 빵이라니. 솔직히 1달 째 거의 매일 이 집 빵을 먹어서 이제 밀가루 냄새만 맡아도 울렁거릴 지경인데 이상하게
이 집에 들어오면 풍겨오는 빵냄새는 하나도 울렁거리지 않았다. 그녀가 만들었을 것이라고 추정되는 빵냄새가 어떻게 울렁거릴 수가 있겠는가...!
"잠시만 기다려요!"
그녀가 주방으로 들어가는 뒷 모습을 보고 가슴을 쓰러내리고 있는데 누군가가 뒤에서 재환을 툭 쳤다.
"재환이 형."
"아, 깜짝이야. 뭐냐."
"형, 아무리 봐도 저리 봐도 요리 봐도 있잖아요."
대걸레를 한 손에 들고 까만 유니폼에 까만 앞치마를 맨 채 재환을 이리저리 살피던 진영은 이내 입을 열었다.
"형, 우리 사장님.."
"뭐, 왜, 뭐."
꿀꺽-
"..한테 공짜로 빵 얻어먹으려고 강습받는거죠? 참 나."
"뭐?"
"아무리봐도 그래. 우리 알바생들끼리 머리 맞대고 생각해봤는데요. 아무리 생각해도 형이 우리 집 빵 거덜내는 것 같거든요.
근데 이제 형 지갑이 거덜났는데 빵은 먹고싶지, 돈은 없지. 그러니까 무료강습 들으면서 빵얻어먹으려고 어? 우리 사장님 우리 알바비 주는 것도 얼마나 벅차 하시는데.
아, 그러니까 무료강습 열지 말라니까. 이해가 안돼 이해가.."
듣고있던 재환이 당황스러울 정도로 빠르게 말을 마친 진영이 재환이 대답하기도 전에 다시 대걸레를 들고 열심히 청소를 시작했다.
내가 공짜 빵이 먹고 싶어서 강습을 듣는 거라니.. 이런 눈치를 빵 반죽에 잔뜩 끼얹은 바보들 같으니.. 4명이서 머리를 맞대놓고
"재환씨!"
"아, 네."
"죄송한데 잠시만 와주시겠어요?"
"잠시만요!"
주방에서 급히 자신을 부르는 말에 무슨 일이 있나 싶어 뛰어 들어간 재환은 곧이어 자신의 입으로 들어오는 무언가를 받아먹을 수 밖에 없었다.
천천히 씹고 있는데 이 사이로 느껴지는 소세지의 맛과 함께 자신을 보며 반짝반짝 눈을 밝히고 있는 그녀의 눈빛이 보였다.
"어때요?"
"사랑해요."
"네..?"
"아...."
아 미친 김재환 뭐하는거야. 아 이런 멍청이..
"제가 진짜 빵을 사랑해요."
"하핫 그러신 것 같아요. 이번에 꼭 잘 배워가셔서 좋아하는 거 만들어 드셔보세요!"
그녀의 말에 재환은 웃으며 한발자국 다가섰다. 가까이 다가온 재환에 그녀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어보였다.
자기의 어깨에도 오지 않을 것 같은 조그마한 그녀의 모습에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사랑이 송송 솟는 것 같았다.
아마 자신의 표정에도 드러나지 않을 수가 없을 만큼.
"열심히 배울게요. 누나가 잘 가르쳐 줘요."
.
.
.
안녕하세요..! 도도한빵순이에요 ㅎㅎ 처음으로 글쪄봤는데 어떨 지 모르겠네욤 ㅠㅠ
새벽에 잠 안와서 끄적이다가 완성된 1화..
언제 끝까지 쓸지도 모르겠고 ㅎㅎ 혼자 보긴 아까우니 함께 봐요...!
다이어트 하고 있는데 글쓰고 빵이 너무 먹고 싶어졌어요 ㅜㅜ
배고팡..
여주는 박보영님 생각하고 쓴 글인데 둘 다 모찌모찌하게 생겨서 넘나 귀여운것..!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