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민의 철벽이 또라이한테 통할 것인가? C 노래 틀고 읽어주세요! C 그 날은 이상한 날이였다. 이상하게도 많은 일이 있었던 날, 그 날은 많이 힘들었고 외로웠고 서러웠고 정말 이상할 정도로 안 좋은 일만 가득했던 그 날, 잠들기 전 습관처럼 떠오르는 임영민의 얼굴이 떠오르지 않던 그 날, 난 박우진을 떠올렸다. 그 날은 너무 취해서 이상한 날이라고 변명을 덧붙혔다. C-1 어제 하루를 아주 이상한 날이었다고 결론을 내리고 나니 더 이상 힘들지도 슬프지도 않았다. 임영민의 말에 섭섭하고 화났던 감정도 다 잊었다. 임영민을 짝사랑 하는데 지치지 않는 건 단순한 성격도 큰 몫을 했다. 자고 나면 금방 잊어버리는 성격 덕에 아무런 생각 없이 임영민을 보러 가야지, 하는 무의식적인 습관이 나왔다. 언제나 임영민을 생각하는 게 어느 새 습관이 되었다. 뭐 그건 그렇고 지금 속이 너무 쓰렸다. 내 주량은 최대가 2병인데 어제는 몇 병을 마셨는 지 조차 기억이 잘 안 나고, 그 날 빈 속으로 술 마신 게 큰 화근이었다. 나 진짜 담부터 술 마시면 김동현 딸한다, 레알루. 겨울이 지나 화창한 날씨를 자랑하는 봄과 상반되게 지금 난 걷는 것 조차도 너무 귀찮았다. 아 그냥 임영민이 보고 싶어, 역시 숙취 해소에는 임영민이지! 하며 이상한 결론을 내놓고는 학교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학교를 향해 걸음을 딛고 있을 때 앞에 보이는 익숙한 뒷통수와 넓은 어깨를 자랑하는 임영민의 뒷 모습이 보였다. 흰 티 안에는 다른 흰 티를 입어 레이어드를 한 임영민의 습관적인 패션도, 청색 청바지를 입고 검정 크로스 백을 메고 왼쪽 손에는 검정색 케이스가 끼워져 있는 폰과 가까워질 수록 풍겨오는 익숙한 향에 뛰는 심장이 기분 좋았다. 그래서 빠른 걸음으로 폴짝 뛰어 임영민의 옆에 붙어 걸으며 놈의 이름을 불렀다. - 영민아! - ..., - 잘 잤어? 내가 보고 싶진 않았고? 멍청한 표정을 짓던 임영민은 이내 미간을 조금 찡그렸다. 임영민의 얼굴에는 어제 일은 기억도 안 나냐고 말하는 듯한 표정을 그리고 있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드러나서 생각을 다 알 법한 표정에 어제의 박우진이 생각이 나 슬쩍 미소를 지었다. 잠깐 아, 나 왜 임영민 앞에 두고 자꾸 걔 생각하지, 오묘한 기분이 들어 생각에 잠길 때 쯤 임영민이 먼저 말을 걸었다. - 어제 기억 안 나? - 어제? 뭐 우리 싸운 거? 그거야 뭐 네가 나한테 심한 말 하는 게 한 두번도 아니고 뭐, 익숙하잖아? 좀 불쌍할 법한 대사를 당차게 뱉어냈다, 아 이렇게 학교 밖에서 만나 같이 걷는 게 얼마만인지, (그래봤자 학교 앞 시내에서 학교를 가는 길에 만난 거지만) 오늘은 어제와 분위기가 너무도 달랐다. 뭔가 그런 예감이 실렸다. 오늘은 운이 그렇게 나쁜 날이 아닌 거 같다는, - 아니 그거 말고 저녁에 전화 했잖아 너, - 아...? 내가 뭐 사랑한다고 취중고백 한 거? - 말고, 그 때 도와달라며. 뭔 일이였는데. 그 일이 제법 궁금했던 터인지 평소보단 나에게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물론 누가 봐도 이건 호의적인 태도와 거리가 멀었지만 평소 나한테 임영민이 해왔단 행동들에 비해서는 확실히 호의적이라고 할 수 있지. 여간 임영민이 먼저 내게 질문 해주는 일은 굉장히 드물기 때문에 임영민 한정 굉장히 쉬운 여자인 난 좋다고 쉴 새 없이 입을 털었다. - 아 그 때 네가 예전에 나 스토커한테 도와줬던 거 기억하지? 그 때 그 스토커가 또 나타났었는데, - ... 어디서. - 술집에서! - 누구랑 갔었는데, - 혼자. - ... 돌았냐? 뭐야, 방금 그거 뭐야. 그 표정 뭐야..., 아니 누가 봐도 돌았냐니 의미를 해석해보면 걱정하는 류의 말 아니였나. 아 심장 작살난다. - 영민아 너 나 걱정한 거야 방금? - ... 착각은 하지마, 너라서 걱정한 게 아니라 누구였어도 할 걱정이니까. - 그러니까 걱정은 맞다는 거잖아, 내 말에 좀 당황스러워 보이는 임영민과 눈을 맞췄다. 걷는 게 귀찮았다던 생각은 어디 갔는지 학교 가는 길이 훨씬 길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임영민의 말이 맞다, 누구라도 걱정을 해줄 거란 거, 그 상황이라면 누구든지 걱정을 할 상황이란 거, 근데 그래도. 그래도 임영민이 날 걱정해줬다는 건 아주 심장에 무리가 가게 설렌다고, - 아 기분 좋다, 내가 살면서 너한테 걱정을 들어 볼 줄이야, - ... 그래서 어떻게 된 건데. - 아 그니까 말하자면 좀 길긴 한데, 너 박우진 알아? - 박우진? - 응 우리 과 새내기인데, 걔가 마침 그 쪽 지나갔대. 그리고 그 때 날 봤나 봐, 그래서 나타나서 딱 도와줬어. - ... 뭐 다행이네, - 아 그러고 보니까, 도움 받은 거네. 밥이라도 사야되나, 어제는 정신이 없어서 몰랐는데, 도와주고 집까지 데려다준 박우진에게 급 고마움이 밀려왔다. 나 걔 아니였으면 지금 이렇게 임영민이랑 대화도 못했을 수도 있고 임영민이 걱정해주는 것도 못 듣고, 임영민 당황하는 표정도 이렇게 같이 걷는 것도 못 했을 지도 모르는 거잖아. 와 그럼 졸라 고마운 거 맞잖아...., 밥이라도 사야되나 진짜, - 뭘 굳이 밥까지 사, 어차피 걔 지나가는 길이였다며. - 응? - ... 넌 네가 호의나 호감으로 베푸는 행동이 상대한테 괜히 더 부담되는 행동만 하는 거 모르지, - 야 너 갑자기 왜 그러냐? 아 분위기 좋다가 갑자기 짜증이야, - 그냥 충고야, 괜한 오지랖 부리면서 다른 사람 부담스럽게 하지 마, 네가 그러니까 쉬워 보인다는 거야. 와다다 말을 내뱉고는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는 임영민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왜 저래 갑자기..., 라고 한 번 중얼거리고는 급히 뛰어가 임영민의 옆에 붙었다. - 아니 임영민 무드 없네, 오늘 평소보다 너무 부드러워서 좋았는데, - ...별로, - 야 근데 영민아. - 뭐, - 있잖아 그거 알아? 내가 완전 좋아해 사랑해 레알루 진심 완전 대박 헐 좋아해, 아마 세상에서 나보다 널 좋아하는 사람 없을 걸? - ... 어 아마 세상에서 나보다 널 싫어하는 사람도 없을 거야, 아아 임영민 그의 철벽은 오늘도 대단했다고 합니다. C-2 - 선배, 잘 들어가셨어요? 임영민과 강의실로 들어서자 마자 반겨주는 동기들에게 인사를 하고 임영민이 앉는 자리 옆에 앉으려 꼭 붙어 걸어가고 있을 때 어디선가 나타난 박우진이 슬쩍 어색한 미소를 띄며 말을 걸었다. 아 볼 때마다 느끼는데 너무 귀여워...., 누가 봐도 숫기가 없는데 말을 거는 모습이 귀여워 나도 모르게 자연스러운 웃음이 피었다. - 어, 덕분에. 넌? - 저도 뭐 잘 들어갔어요. - 아 우진아, - 네? - 내가 어제 진짜 고마워서 그런데 밥이라도 사고 싶거든? 혹시 부담스러우면 싫다고 해도 되고 그러니까, 어..., 나 참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소심했다고, 임영민이 아까 오지랖 부리면서 피해주지 말란 말에 괜스레 부담스러울까 걱정하고 있는 모습이 참도 웃겼다. 근데 뭐 어쩌겠어..., 내게 영향력 있는 사람은 놈 한 명 뿐인데, 임영민은 자리에 앉아 진득히 박우진과 나를 향해 시선을 던지고 있었다. 아 못된 생각이긴 하지만 임영민이 질투 좀 해줬으면 좋겠다. 근데 그 생각과는 달리 나와 눈이 마주친 임영민은 이내 흥미 없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 하나도 안 부담스러워요, - ...어? - 누가 부담스럽데요? 완전 좋은데, - 아, 다행이다. 그러면 시간 언제 가능해? 먹고 싶은 거 다 사줄게, - 선배 번호 주세요, 주말에 만나서 먹어요. 아 이 새끼 선수인가? 한 번에 지가 좋아한다도 소문 난 여자 번호를 따고 거기에 주말 약속을 잡다니, 우진이는 선수였구나... 근데 뭐 그래도 귀여우니까 봐준다. 박우진은 기분 좋은 듯 웃음을 흘렸고 미소 사이로 살짝 보이는 덧니가 참 매력적이었다. 물론 임영민 웃는 거에 구조구억 분의 일도 상대가 안되지만, 박우진과 대화를 끝내고 자연스레 발은 임영민의 옆자리로 향했다. - 영민아 영민아, - 왜. - 있잖아 너 혹시 막 뭐 질투 같은 건 안 느꼈어? - ... 뭐? 기가 찬다는 듯 콧방귀를 치는 임영민에게 기 죽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 아니 그러면 질투는 됐고, 혹시 뭐 소유욕 같은 거 안 드나. - 그게 왜 들어야 되는 건데. - 왜냐면 쟤가 나 좋아하니까, 그래도 내가 1년을 너 좋다고 따라다녔는데 조금이라도 신경 쓰이지 않아? 임영민은 전공책을 펼치다가 나를 한 번 쳐다보고는 박우진을 한 번 쳐다봤다. 아 근데 순간적으로 임영민이 너무 좋아서 주체가 안되는 거다. - 아 대답 됐고 영민아, 어쩌지 네가 진짜 씨이발 좋아..., - 욕 좀 작작해, - 네가 할 말은 아니지, 그리고 욕이 안 나오면 표현이 안될 정도로 좋은데 어떻게 해. - ......, - 근데 진짜 가끔 너무 주체가 안 될 때가 있어 진짜로, 아 임영민 사랑해! 강의실에 울려퍼지는 나의 목소리에 임영민은 쪽팔리다는 듯 고개를 숙였고, 동기랑 선배들은 익숙하다는 듯 아 쟤 또 시작이네, 어제 일은 기억도 안 나나 봐 꿋꿋하다 장하다 김여주! 라며 고개를 저었다. 이런 상황이 익숙치 않은 새내기들은 당황하거나 우리를 힐끗거렸다. 턱을 괴고 임영민을 보다가 그만 뒀다. 너무 유해해, 아 심장에 무리 와. C-3 살다보면 이런 일 저런 일 다 있다고는 하지만 확실히 나는 인생을 아주 스펙타클하게 살고 있는 거 같다. 근데 이게 딱히 자랑은 아니다. 왜냐면 지금 상황 이 상황이 자랑일 수가 없거든, 난 언제나 임영민을 졸졸 쫓아다니는 또라이 껌딱지인만큼 대학에서 웬만한 건 다 임영민과 같이 한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본론을 말하자면 나와 임영민은 같은 동아리였다. 무슨 동아리냐고? 힙합 동아리, 그래 누가봐도 엥 싶겠지만 임영민이 들어간 동아리가 하필 그 곳인 걸 어째..., 나랑 힙합 음악 자체에는 거리가 너무도 멀었지만, 임영민이 간 곳이라면 다 가는 게 법이니까! 스태프 겸 매니저로 들어가서 당차게 임영민 옆에 붙어있었다. 근데 일반화는 아니지만, 그 곳에서 조금 거친 놈들이 있었다. 생각하기 전 말을 뱉고 보는, 즉 나 같은. 근데 그래도 난 예의는 기본 베이스로 깔고 있지만 그 곳에 놈들은 예의와 개념은 아주 저 세상 밖으로 내던진 그런 놈들이었다. 사실 내가 이름만 매니저지, 정작 동아리 활동에 참여한 적은 손에 꼽힐 정도로 없었다. 왜냐면 거기 애들 다 너무 별로라서 뭔가 묘한 괴리감이 생긴달까, 근데 오늘 임영민에 대한 맘이 너무 주체가 안되서 영민이와 오래 붙어 있고 싶어 동방으로 갔던 게 화근이였다. 설마 그런 식으로 내 얘기를 주고 받을 줄이야, - 야 영민아, - 네? - 너 김여주 별로냐? 왜 안 만나냐? - ......, 별로라기보단 걔가 절 좋아하는 것처럼 쟤가 걔를 좋아하지 않아서요. 내 얘기가 나오는 게 순간적으로 흥미로워서 그저 동방문 앞에서 가만히 서서 대화 소리를 들었다. 아 근데 우리 영민이 저런 이상한 사람들이랑 대화 많이 나누면 안되는데...., - 왜 그래도 걔 몸매는 죽이잖아, - ......, - 얼굴도 예쁜 편이지, 그렇게까지 매달리는데 - ...... 아, - 확실히 쉽긴 하겠다, 놀다 버리기도 딱 좋잖아. 굉장히 불쾌한 대화와 웃음소리들, 아아 저거 성희롱 아닌가. 순간적으로 들려오는 소리에 뭔가 쿵하고 떨어진 기분이였다. 누군가에게 어떻게 보이는 건 신경 쓰지 않았지만 막상 살에 맞닿으니 좀, 아니 많이 불쾌했다. 근데 내가 이 곳에서 발걸음을 떼지 못한 이유는, 임영민 너도 날 그렇게 생각할까 싶어서, 그거 하나가 걱정이 되서 - 그냥 하루 놀다가 버려, 괜찮으면 필요할 때마다 놀던가. 걘 그래도 좋다고 할 걸. 한 번에 웃음 거리가 되어 조롱을 당해도, 네가 아니라고 생각해주면 다 괜찮을 것만 같았다. - 야. 그리고 낮게 들려오는 임영민의 목소리에 들었던 생각은, - 뭐? 너 지금 야라고 했냐, - 1절만 해, 듣기 존나 거북하니까. - ...너 미쳤냐? - 걔가 쉽던 어렵던 네 알빠 아니시고, 걔 몸매랑 얼굴 가지고 평가하기 전에 너부터 좀 신경 쓰세요. 세상에 내 편이 단 한 명이라도 상관 없으니까, - 내가 가지고 놀만큼 만만한 애 아니니까, - ......, - 제발 좆 같은 입 좀 놀리지 마. 그 한 사람은 너였으면 좋겠단 희망이였다. C-4 동방에서 나온 임영민과 몰래 듣고 있는 나는 눈이 마주쳤다. 임영민은 좀 크게 놀란 거 같았고, 난 담담하게 임영민의 눈을 맞췄다. 그리고 말했다. - 영민아, - ...., - 사랑해. 왜 알 수 없는 진지함은 우릴 감싸고 도는 걸까, 왜 꼭 이런 상황이 되면 난 꼭 네게 사랑을 구걸하게 되는 걸까. 불안한 듯 흔들리는 내 눈빛에도 임영민은 언제나 그랬듯이 날 외면했다. - ... 이제 그만하자, 너도. - 싫어. - 넌 저런 소리 듣는 게 좋냐? 좋을 리가 없잖아, 근데 왜 그리 깊이 상처도 받지 않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냥 난, - 어떤 말을 들어도 네가 좋아서, - ....., - 나도 내가 감당이 안 돼. - 김여주, 진짜 미안. 난 네가 여자로 보이지가 않아. 차라리 평소처럼 가볍게 넘기고 욕하면서 거절 했으면 이 어색한 공기가 괜찮았을까, 내 고백에 미안하다고 거절하는 임영민은 너무도 낯설었고, 진지하게 거절 당하는 상황도 낯설었다. 와중에 진동이 울렸다. 소리의 행방은 내 폰 속이었다. 그리고 그 진동의 주인공은 내게 연락을 보낸 박우진이였다, 우린 오늘도 몇 번째인지 모를 꼬인 하루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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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영민이 철벽글 C편을 들고 왔습니다. 부족한 글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과분한 사랑주셔서 감사드려요 댓글 하나하나 읽으면서 너무 힘내고 있고 독방에서 제 글 추천해주셔서 보러 왔다는 댓글들도 많으셔서 진짜 넘 벅차고 감사해요,,,♥ 오늘 편은 좀 많이 재미가 없는 거 같은데 그래도 예쁘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또 초록글 첫 페이지에 제 글을 올려주셔서 진짜 넘 감사드립니다! A편에 문제가 생겨서 지금 글이 안 뜨는데 B편에 A편까지 추가했어요 해결되기 전까지 안 읽으신 분들은 읽어주시면 다 감사하겠습니다,,, ㅎㅎ ♥ 애들이 좋아서 쓰기 시작한 글인데 예쁘고 감사한 반응 다 기억하고 댓글 하나하나 넘 힘이 되서 캡쳐 해놓고 그랬어요 부족한 글이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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