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오세요 손님 1
야 너 나랑 내기 하자. 찬열이 종인의 옆구리를 툭 쳤다. 뭔데. 종인이 테이블에 드러눕다시피 누워 찬열을 곁눈질로 바라봤다.
"내가 저 여자 번호 따나 안따나."
콜. 종인이 찬열을 비웃다시피 대답을 했고 찬열은 당당하게 자신의 뒷테이블에 있는 여자에게 뭐라뭐라 말을 하더니 핸드폰을 건내자 여자는 찬열의 핸드폰을 받아들어 제 번호를 찍어 줬다. 아, 씨발. 찬열이 핸드폰을 빙빙 흔들며 테이블로 돌아오자 종인이 욕지거리를 했다. 그래서 나한테 바라는게 뭔데?
종인이 한참이나 수많은 미용실 앞에 서서 핸드폰만 바라보며 고민을 했다. 어디에 가서 머리를 볶아야 잘 볶았다고 소문이 날까? 한참이나 미용실이 쭉 늘어선 거리를 터벅터벅 걸어가는 종인의 눈에 총총거리는 바가지머리가 눈에 띄였다. 종인이 제 특유의 미소로 한쪽 입꼬리만 올려 웃었다. 아, 저기다.
종인이 문을 열자 종이 울리는 소리가 났다. 가만히 앉아있던 경수가 자리에서 일어나 어서오세요 손님! 하고 밝게 인사를 했다. 경수가 허리를 굽혔다 다시 펴니 경수의 바가지머리가 찰랑댔다. 그냥 고개만 까딱거려 인사를 한 종인을 경수가 자리로 안내했다.
"잠시만요, 원장님 불러 올게요."
"…아니."
"네?"
"그쪽이 해주세요."
"네?"
"그쪽이 해주세요, 내 머리."
그래도…. 말을 얼버무린 경수가 습관처럼 엄지손가락을 입가에 가져다댔다. 가만히 경수가 눈을 깜박이고 있자 저 구석에서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자가 와 종인이 앉은 자리 옆에 서 인자한 미소를 짓고는 종인을 바라봤다. 어떻게 하시겠어요?
종인은 며칠 전 찬열과의 내기와 져서 베이비펌을 하기로 했다. 아, 그때 박찬열을 만나는게 아니었는데. 가만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던 종인이 베이비펌이요. 하고 말하자 여자는 호호하고 웃으며 잘 어울리겠다고 종인의 어깨를 살짝 쳤다. 경수는 그저 가만 앉아서 여자의 행동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거울에 비친 경수의 모습이 귀여웠다. 뭔가 시선을 느꼈는지 이리 저리 고개를 돌리다 거울에 비친 종인과 눈이 마주친 경수가 눈을 빠르게 깜박이고 다시 고개를 돌렸다. 종인에 눈에 비친 경수의 얼굴이 약간, 빨개져 있었다.
"완전 예뻐요 손님!"
경수가 약간의 미소를 띄우고 두 손바닥을 맞댔다. 아, 그런가. 종인이 쑥쓰러워 머리를 긁적거리며 웃었다. 종인의 주위를 뱅뱅 돌며 예쁘다를 연발한 경수가 종인의 얼굴 한번, 머리 한번을 번갈아보며 연신 예쁜 미소를 종인에게 보냈다.
어정정하게 핸드폰을 받아든 경수가 핸드폰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제 번호를 치고는 종인에게 다시 폰을 내밀자 종인이 '도경수' 라는 이름을 조용히 읊었다. 종인이 다시금 핸드폰을 톡톡 두드리더니 경수의 옆에 서 핸드폰 카메라를 켰다. 이건 인증샷. 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사진이 찍혔고 사진 안에는 바닥을 보며 베시시 웃는 바가지머리의 경수와 그런 경수를 웃으며 바라보는 종인이 있었다. 사진을 본 경수가 입을 가리며 웃었다.
"손님, 사진 삭제 해주세요.."
"싫어요. 친구랑 내기 한거라서."
경수에게 몇번이고 자기 혼자만 보겠다며 약속을 하고서야 사진의 허락을 받아냈다. 사실 찬열과의 내기에는 인증샷 같은건 있지도 않았다. 그저 베이비펌만 하면 되는 것이었고, 찬열은 부끄러워하는 종인의 모습을 보고싶었던것 뿐이었다. 하지만 이 내기의 승패는 역전 된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