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세]speak now
오늘은 너의 결혼식이야. 난 결혼식에 무례하게 불쑥 찾아오는 그런 남자는 아니지만 너도 잘못 된 여자와 결혼하는 남자는 아니잖아. 난 내 생각에 확신을 가지고 너의 결혼식장에 몰래 찾아가. 무거운 문을 조심히 열어 눈물범벅이 된 너의 가족들과 친구들의 눈을 피해 커튼 뒤에 숨어. 그들은 눈물에 걸맞지 않는 파스텔 톤의 옷을 입고 있어. 너는 당연히 검은색 턱시도를 입었을 테고 파스텔 톤의 옷들 사이에서 돋보이게 될 거야. 니 멋있는 모습을 상상하고 있는데 방 한구석에서 페스트리 같은 드레스를 입고 있는 그녀가 들러리들에게 소리쳤어. 물론 니가 생각한 그런 건 아니지만 난 왠지 그녀가 좀 잘못되었다고 생각해. 그리고 곧 결혼식이 시작하고 멋있는 턱시도를 입은 니가 나왔어. 다만, 그녀가 골라주었을 나비넥타이의 디자인이 너와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 마치 너와 그녀처럼. 그녀가 등장하기 전 주례사는 너에게 질문을 던져. '그녀를 영원히 사랑할 수 있습니까?' 그 말에 난 가슴이 무너지고 너에게 텔레파시를 보내 네라고 대답하지 마. 어서 도망가. 교회 뒷문으로 도망쳐 나오면 내가 니 손을 잡고 함께 뛸게. 하지만 내 텔레파시는 너에게 전해지지 않았는지 넌 대답을 하고 곧 그녀가 등장해. 오르간이 울리고 그들에겐 마냥 행복하고 아름다운 곡이 나에겐 마치 죽음의 행진곡같이 들려. 그녀는 미스코리아 진 마냥 당당하게 걸었고 난 죄를 지은 것 마냥 두꺼운 커튼 뒤에 숨어있어. 내가 너의 사랑스러운 배우자 같진 않네. 하지만 넌 지금 그녀가 나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지? 나도 알아. 주례사가 그녀에게도 같은 질문을 하고 너와 그녀의 이상하고 웃긴 몸짓이 모두 끝났어. 아마, 지금이 내 마지막 기회일거야. 내 텔레파시 잘 받았지?
"마지막입니다. 지금 말하던지 아니면 영원히 침묵하십시오."
"..."
역시 넌 약간 망설이고 있어. 여기에 확신을 가져도 되겠지? 난 심호흡을 하고 커튼 뒤에서 나와 손을 흔들어. 모두가 날 바라보고, 겁에 질린 표정들이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널 잘못 된 그녀와 결혼하게 둘 순 없어.
"네라고 하지마. 지금 도망쳐, 종인아."
"...오세훈."
넌 마치 숨어있던 날 알고 있었다는 듯 살풋 웃고는 날 다정한 눈빛으로 바라봤어. 어쩌면 내 망상일지도 모르지만 넌 내 텔레파시를 받은 게 분명해. 정적에 휩싸인 결혼식장이 나름 마음에 들어 너에게 보답 미소를 지어주고 교회 뒷문으로 향했고 넌 입을 열었어. 내 뒤로 무거운 문이 천천히 닫히고 아무도 뒤따라 나오지 않았지만 난 뒷문으로 향했어. 뛰어서 도착한 교회 뒷문에는 아무도 날 반겨주지 않았지만 내 뒤에서 날 따라 뛰어온 니가 도착하자마자 너의 손을 잡아채고 또 뛰었어. 아무도 오지 않는 골목으로 숨은 나는 너의 목을 끌어당겨 입을 맞췄고 넌 내 허리를 감싸 안아. 뜨거운 키스가 끝나고 우린 코를 마주한 채로 서로 바라보고 웃고 있어.
"아까 주례사에게 한 말을 듣고 싶어, 종인아."
"영원히 그녀를..."
"아니지, 다시."
"영원히 그녀에게 입을 여는 일은 없을 겁니다."
+뒷이야기
종인아. 어? 너 내가 올거 알고 있었어? 응. 어떻게? 너라면 날 그냥 보내지 않을 거라고 믿었어. 만약 내가 안 갔으면 그녀랑 결혼했을 거야? 니가 안 왔으면 내가 갔을 거야. 종인아, 사랑해. 나도.
+오랜만에 왔는데 이런 똥글...하..ㅋㅋㅋㅋㅋ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노래라 speak now 듣고 썼는데 노래를 망쳐버렸네요ㅠㅠㅠ 전에 암호닉 신청해주신 큥님과 신알신하고 가셨다던 분들 감사합니다. 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