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아메리카노 01
"진짜 괜찮아요, 괜히 신세 지는 거 같아서."
"신세는 무슨. 괜찮으니까 데려다줄게요. 나쁜 사람 아니니까겁 안 먹으셔도 되는데."
어느새 내 몸은 조수석에 앉아있었고 어색한 기운에 애꿎은 사이드 백미러만 바라보고 있었다. 반면에 아저씨는 천하태평한 표정으로 시동을 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차의 내부부터 밖의 풍경까지 어두운 배경에 연신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혹시라도 불편해하는 내 얼굴이 보일까 봐. 불편한 것도 물론이지만 아직까지도 신세 지는 것 같다고 생각이들었지만. 시동이 걸리자 차 안은 진동소리로 매워졌고 이제 곧 출발할 것 같은 생각에 한가지 망각한게 있었다. 그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 매워지고 있을 때쯤 아저씨는 말을 걸어왔다.
“무슨 생각하길래 안전벨트도안 매고 있어요. 안 매시면 나 출발 못하는데.”
“…아! 죄송해요.”
“사과받으려고 한 말은 아니니까 괜찮아요. 그럴 수도 있죠, 뭐. 그나저나 집은 어디 쪽이에요?깜빡 잊고 그냥 출발할 뻔했네.”
“혹시 00카페 아세요? 근처에 편의점도 있고…”
방향을 튼 차는 순조롭게 도로를 달렸지만 내 머리는 꽉 막힌 도로를 달리는 것 같았다. 나중에 어떻게 이 신세를 갚아야 좋을지 때문이다. 밥 한 끼 사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아 메뉴를 고민하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몰라 실패였고, 식사 외에는 생각나는 게 없었다. 여전히 어색한 공기가 가득 매운 기류를 깨고 아저씨의 입이 열렸다.
“많이 힘들죠? 카페에서 일하는 거.”
“힘들죠… 근데 세상에 안 힘든 일이 어디 있겠어요. 저보다 아저씨가더 힘드실 텐데요, 뭘.”
“조금이라도 힘냈으면 좋겠다. 카페에서만 일하시는 거예요? 아니면 학생?”
“아,대학생이요…”
“학생인데 카페에서 알바도 하고 부모님이많이 좋아하시겠다, 그렇죠?"
“에? 아니에요. 하도어렸을 때 속을 많이 썩여서...”
영양가 없는 말들을 나누고있을 때쯤 집 근처에 다다르자 편의점 앞에서 차가 멈췄다. 어색하지 않게 자연스레 말을 걸어준 덕분에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이렇게 말하면 아저씨가 많이 불편한 상대로 보이겠지만 아직까진 불편한 건 사실이었다. 그저 카페 아르바이트생과 단골손님이었을뿐이니까. 어떻게 고맙다는 인사를 할지 허공을 바라보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쯤 운전석에서 내린 아저씨의 뒷모습을 보고 내려야겠다고 손잡이를 잡을 때 얼마나 걸음이 빠른 건지 아저씨 손에의해 조수석 문이 열리자 고맙다며 고갯짓을 하고는 땅에 제 발을 딛고 섰다.
“얼른 들어가요. 고맙다는 말 안 해도 좋으니까.”
“감사합니다. 다음에 카페 오시면 제가 몰래 사이즈 업 시켜드릴게요.”
어떻게 신세를 갚을지 생각한 게 고작 이거였나. 필터링 없이 나온 말에 나는물론이거니와 아저씨도 함께 웃었다. 바보인가, 어떻게 저런말을 뱉은 수가 있지. 나는 바보다, 멍청이라고 생각하며 집 쪽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아이스아메리카노 01
“포인트 적립해드릴까요?”
“주문하신 딸기 스무디 나왔습니다.”
“샷 추가해드릴까요?”
날이 더워지자 아이스 음료를 찾는 손님들이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문득 생각이났다. 아저씨는 왜 하필 아메리카노만 찾는 거며 더 나아가 왜하필 아이스 아메리카노인지. 여름 겨울가리지 않고 아이스만 찾는 게 그냥궁금해졌다. 나중에 오면 물어볼까 하다가 괜히 오지라퍼인 것 같아 묵혀두기로했다. 일에나 집중할 것이지 왜 매일 딴 생각으로 새는 자신을 자책하면서.
어느새 세상이 어둑해지자오늘도 어김없이 아저씨를 볼 수 있었다. 평소와 똑같이 결제를 마치고 아저씨는 도장으로 가득한 쿠폰을 내밀었다.
?
황민현 010-0000-0000
불편하시면 그냥 무시하셔도괜찮아요.
반듯한 글씨체로 쿠폰 위에 쪽지가 붙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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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언급해주셨는데 암호닉은 댓글에 적어주시면 됩니다!
자꾸 글에 오류가 생기네요 죄송합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