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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같은 박지훈 보고 싶어서 쓰는 글 

 

 

 1) 기분이 썩 좋지 않은, 그런 날이였다. 기말고사가 끝나자마자 기승을 부린 장마는 특유의 제 냄새를 몰고와 학교를 눅눅하게 만들었다. 평소와 같은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더욱 멀리 더 크게 복도를 울렸고 마찬가지로 네 얼굴도 빠르게 장맛비처럼 내 마음속을 적셔 번져 나갔다. 

[워너원/박지훈] 여름 같은 박지훈 보고 싶어서 쓰는 글 | 인스티즈

 

마치, 물에 닿은 잉크가 퍼져나가듯.  

 

 

2) 기억속의 너를 떠올려 볼까. 그 날은, 학교가 무척이나 떠들썩 했다. 아마 그 좋다는 서울, 누군가에게는 그저 보기 좋은 떡일 그 곳에서 내려 온다는 한 남자아이 때문이였겠지.  

 

 

딱 8시 10분에 내려갈거다. 

 

야, 야! 내 잠만! .. 진짜 잠만! ... 

 

안돼. 너 때문에 늦어지면 우리 반 애들 다 감점이란 말야. 

 

저 차가운 기집애 ... 나 진짜 이름만 쓰면 돼! 

 

딱 5초만 더 기다린다. 

 

미친! ... 아, 됐다! 여기여기! 반장 수고해!  

 

 

양 손에 가득 쌓아올린 아이들의 공책 맨 꼭대기에 급한 듯 제 이름 석자를 날려쓴 친구의 공책이 툭, 하고 얹어졌다. 못말린다. .. 고개를 두어번 젓고는 교실 문을 열어주는 아이에게 고맙다고 한 번 조그맣게 속삭인 뒤 교무실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었다. 그 날은, 학교가 떠들썩 했던 그 날은 장마가 시작되기 전의, .. 그런 날씨였다.  

 

 

마침 잘왔다. 여주야. 인사해. 오늘 서울에서 우리 학교로 전학 온 지훈이야. 박지훈. 

 

[워너원/박지훈] 여름 같은 박지훈 보고 싶어서 쓰는 글 | 인스티즈

 

안녕. 박지훈이야.  

 

 

 

 3) 한 학급의 반장인 내가 전교생을 다 합쳐도 100명이 될까 말까한 우리 학교 학생들 중 모르는 얼굴이 있다는 건 어울리지 않는 일이였다. (사실 반장이 아니여도 웬만해서는 전교생의 얼굴 정도는 다 안다.) 그런 내게 너는 낯설었다. 아주, 많이. 당장 내년에 폐교가 된다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학교였다. 그런 학교에 왜 왔을까. 그 좋은 곳에서. 어린 마음에 괴리감이 피어 올랐다. 누군가에게는 그림의 떡일 그곳에서 여유있는 얼굴로 내려와 사람 좋은 웃음을 흘려 보내는 너는, 그런 너는 내게 무엇이였나. 무엇이였을까.  

 

 

처음 전학와서 익숙하지 않은게 많을거야. 여주 네가 반장이니까 지훈이 좀 잘 챙겨주렴.  

 

 

.. 네. 

 

 

 

 4) 내가 너를 데리고 반에 들어왔을땐 이미 언제 퍼졌을지 모르는 소문을 듣고 모든 아이들이 제 책상에 앉아 어미가 가져 온 먹이를 갈구하는 아기새들처럼 눈을 반짝이며 나와 너를, 김여주와 박지훈을 번갈아 바라봤다.  

 

 

 

오늘 서울에서 내려 온 전학생. 익숙하지 않은게 많을테니까 잘 챙겨주라고 선생님이 그러셨어. 그리고 괜히 전학생이라고 짖궂은 장난은 치지말자. 유치하게. 이건 반장인 내 부탁. 

 

 

안녕. 박지훈이야. 선생님이랑 반장 말대로 모르는게 많을거야. 그래도 잘 지내보자. 여러모로.  

 

 

 

너는 우리 반 아이들을 보며 미소지었다. 마치, 꽤 오래전부터 이곳에서 자라 온 아이들처럼 순수하고 깨끗한, 그런 미소였다.  

 

 

 

 5) 너는 종일 내 옆에 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과학실을 모른다는 핑계로, 음악실을 모른다는 핑계로, 급식실로 내려가는 계단을 모른다는 핑계로. 계속 내 옆을 맴돌았다. 전학생의 소개가 끝난 뒤 너는 우리 반 아이들로부터 쏟아지는 폭포수같은 질문들을 받아냈다. 하하. 하며 어색하게 웃음을 지은 너는 고개를 돌며 곤란하다는 듯 나를 바라봤다.  

 

 

애 피곤하겠다. 쟨 하난데 질문이 백개면 어떻게 대답하라고. 니네 지랄맞은 장난끼에 적응하기도 힘들텐데 그냥 좀 두자.  

 

 

에이 ... 반장 너무한다 ...  

 

 

책상에 걸터 앉아 반 아이들이 네게 질문하는 걸 가만히 바라보다 던진 말이였다. 

 

 너무해. 하는 볼멘소리도 잊지 않은채 딱히 기분 나빠 보이지 않는 표정으로 아이들은 박지훈의 자리 곁을 떠났다. 아이들이 제자리로 돌아가자 남몰래 작은 숨을 토해내는 너에 슬며시 웃었다가도 곧 바로 생각없이 올라간 입꼬리를 끌어내렸다. .. 나 왜 웃고있지.  

 

 

6) 매년 2학년 반은 반장 옆 자리가 공석이였다. 이유가 무엇인지는 여전히 아무도 알지 못한다. 그냥, 그냥 옛날부터 그래왔다. 그에 역시 나 또한 내 옆자리는 공석이였다. 가끔 눈이 나쁜 아이가 필기를 하기 위해 내 옆자리를 빌릴 때 빼고는 난 늘 항상 반장이라는 이름 아래 홀로였다. 그런 내게 짝궁이 생겼으니, 모두가 예상하듯 박지훈이였다. 

 

 전학생이 올 것이라고는 그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기에 박지훈은 반 강제적으로 남은 한 자리. 내 옆자리에 앉게 되었다. 그러니까, .. 내 짝궁이 되었다는 소리였다. 그 이후로도 넌 나와 함께 밥을 먹고 내 친구들과 함께 밥을 먹고 후배, 선배들과 축구를 한 뒤 그들과 서스럼 없이 어울려 곧잘 지내곤 했다. 하루는 제가 서울에서 다닌 고등학교의 교복을 가져와 우리에게 보여주기도 했고 패스트 푸드 점, 지하철 같은 환상과도 같은 이야기 보따리를 풀기도 했다. 아이들은 항상 박지훈의 이야기를 들을때면 귀를 쫑끗 세웠는데 박지훈은 혹시나 제가 이야기 하는 것들이 아이들에게 불편하지 않을까. 

 

 

 아무 생각 없이 뱉은 제 경험담이 이 아이들을 무시하는 발언이 되지는 않을지, 아이들이 부러움에 사로잡혀 무기력해 지는 것은 아닌지. 매번 고민하고 신중하고 조심스러워 보였다. 다행히 아이들은, 

 

 

야. 내 대학은 꼭 서울로 갈거다.  

 

당연히 서울 아니겠냐. 쫀심이 있지. 야. 후니 더 말해봐. 엉? 각성해서 공부 좀 해볼라니까.  

 

그래. 야. 후나 더 말해줘! 서울가서 나도 지하철 이런거 자연스럽게 탈 수 있게 좀 도와주라.  

 

야. 니는 지하철을 자연스럽게 탈 수 있게 도와달라는 것 부터가 글렀다. 뭔 지하철을 자연스레 타냐. 걍 아무렇지 않은 척 그래 타는거지. 

 

야. 멍청아. 자연스럽게나 아무렇지 않게나 똑같은 뜻이잖아. 

 

 

 그런 박지훈의 이야기에 매우 즐거워했다. 꼭 도심 속 광장 물놀이를 만난 아이들처럼, 한강의 불꽂놀이를 마주한 아이들처럼.  

 

하늘 위 수 많은 별들과 밝게 떠오른 달이 전등 하나에 의지해 옹기종기 모여있는 아이들의 머리 위로 밝은 달빛을 내려보냈다.  

 

시골의 밤이, 깊어가는 중이였다.  

 

[워너원/박지훈] 여름 같은 박지훈 보고 싶어서 쓰는 글 | 인스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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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 댓글
헐 분위기.. 읽다보니까 막 아이유 푸르던이랑 진짜 찰떠ㄱ이에요!!
7년 전
독자2
분위기 쵝오 지훈이랑도 찰떡 아입니까ㅜ
7년 전
독자3
분위기 잔잔하구 너무 좋아요 ㅠㅁㅠ♥
7년 전
독자4
진짜 분위기 좋아요ㅠㅠ 다음화가 기다려져요!!!
7년 전
독자5
분위기 넘 조아요 ㅠㅜㅠㅠㅠ
7년 전
독자6
와 ㅠㅠㅠ 이거 나 왜 이제 봤냐 작가님 쩔어요 진짜ㅠㅠ
7년 전
독자7
어떻게 될까요ㅠㅠㅜㅠ 어떻게 되죠ㅠㅠㅜㅠㅠㅜ분위기 너무 좋고 너무 재밌어요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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