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재/여진구]
바삭바삭, 교수님
안녕하세요 저는 여진구, 20살입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호기심에 들어갔던 연극부 활동을 계기로 연기를 시작해
올해 드디어 인스대학교 연극영화과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썩 원하던 학교는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만족하고 있었던 게 3월이었는데요.
벌써 쨍한 7월이네요.
아 참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려고 한건 아니었는데 말이죠.
저는 나중에 전공학점 모자라서 고생한다는 선배들의 조언대로
전공 수업을 꽉꽉 채워서 시간표를 짰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때의 저에게 뽀뽀라도 해주고 싶은 심정이에요.
그 덕분에 우리 교수님을 만날 수 있었으니까요.
처음 수업을 나갈 땐 괴롭기 짝이 없었습니다.
월요일 1교시였거든요.
후회란 후회를 가득 집어넣은 채 청바지에 다리를 구겨 넣고 터덜터덜 학교로 향했습니다.
평소 잠이 많은 저는 무거운 눈꺼풀을 주체하지 못하고 고개를 덜그덕 거리고 있었습니다.
희미하게 문 열리는 소리와 교수님 목소리가 들렸지만 제 귀는 잠을 이길 수 없었죠.
"여진구... 여진구...?"
"느에에에!"
이상한 소리를 내며 전 거의 의자에서 떨어질 뻔했습니다.
턱을 괴고 있던 손이 미끄러지면서 말이죠.
교수님은 피식 웃으면서 왔네. 하곤 출석부를 끄적이셨어요.
"영 손에 안 익어서 말이지"
스마트 출석부를 말하는 듯 교수님이 핸드폰을 흔들며 웃으셨고
전 느꼈습니다.
제 운명의 사람이 이분이라는걸요.
TV 같은 걸 보면 말하잖아요.
처음 만난 순간 이 사람이다 하고 느꼈다고요.
심장이 벌렁거려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이정재 교수님... 이... 정재...'
마음 속으로 교수님 이름을 되뇌이며 혀를 굴려보았습니다.
어쩐지 단 느낌이 나는건 저의 착각이었을까요.
아니면 사랑이란 이다지도 단 걸까요.
역시 어렵네요.
오늘은 이만 가봐야 할 것같아요.
교수님이 기다릴거 같거든요.
다음에 또 만나요!
아, 이 이야기는 지극히 사적인 저의 덕질, 그리고 연애질이니 비밀로 해주셔야 해요.
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