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데이브레이크 - 왜 안돼?
황제 흥신소
EP . 3
“아, 얼음 땡긴다.”
늦게 일어나서 ‘어차피 지각한 거, 그냥 늦어버리자.’ 라는 심보로 천천히 집을 나섰는데, 젠장. 날이 더워도 너무 덥다. 어느새 이마에서 미끄럼틀 타듯 주르륵 흐르는 땀을 신경질 적으로 닦아내고서는 근처 편의점에 들렀다.
“얼음 컵 하나에 얼마예요?”
나는 아주 어릴 적부터 얼음 먹는 걸 굉장히 좋아했다. 어릴 적에 엄마 몰래 먹던 아이스커피 속 얼음이 그렇게 맛있어서 그 후로도 쭉 얼음을 먹었던 것 같다. 이상하다고?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아, 얼음 먹으니까 사장님 생각나네.”
사장님은 왜 뜨거운 아메리카노에 얼음을 잔뜩 넣어서 주문할까? 그럼 밍밍해져서 맛없을 것 같은데. 얼음을 와작 씹으며 생각했다.
황제 흥신소
: 여기가 흥신소인지, 비밀 상자 속인지 저는 잘 모르겠는데요.
“사장님, 저 왔어요. 출근 도장….”
“어, 어어. 출근했어?”
“누구야?”
눈을 깜빡. 깜빡. 깜빡. 연속으로 세 번 정도 깜빡이고서야 알았다. 저기 사장님 옆에 앉아 계시는 분이 정말 현실 살아있는 여자 사람이라는 것을. 혹시 애인 분이신가 싶어 눈동자를 도륵 굴리자, 누구냐며 고개를 갸웃하는 여자 분이다. 와, 근데 미모 미쳤다. 정말 예쁘시다.
“우리 직원.”
“아,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민현이가 좀 이상하죠?”
“아, 뭐 초면에 그런 걸 말해.”
헉, 사장님을 ‘민현이.’ 라고 불렀다. 이곳에 취직 아닌 취직을 하고 나서 사장님을 성 떼고 부른 사람을 본 적이 없는 나라 손에 든 얼음 컵을 떨칠 뻔 했다. 예쁜 여자가, 사장님의 이름을, 성을 떼고, 불렀다. 이것은 거의 애인 99.9% 빼박 아닌가.
“그런데 갑자기 왜 직원이야?”
“네?”
“무슨 소리야. 원래 직원 있었어.”
저게 애인한테 할 말투인가. 저 예쁜 언니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눈을 깜빡이며 연신 ‘아닌데.’를 중얼거렸다. 정말 죄송하지만 저 처음 입사할 때 사장님이 그랬거든요. ‘원래 직원 있었는데 어제 그만 뒀어요.’ 라고. 솔직히 그 말 듣고 딱 하루 뒤에 깨달았다. 왜 그 사람이 그만뒀는지.
“귀여운 아가씨는 이름이 뭐예요?”
“김여주 인데요… 정말 예쁘세요….”
“고마워요, 여주씨.”
“작업 걸지 마라, 내 직원이다.”
진짜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예쁘지. 사장님도 (입만 다물고 가만히 있으면) 잘생겼고. 오래 사귀어서 그런건지 둘이 풍기는 분위기도 비슷했다. 내가 혼자 ‘정말 둘이 잘 어울린다.’ 라고 생각하고 있자, 본인도 커플들 사이에 있는 내가 불편했는지 ‘나 커피 좀.’ 이라며 웃는 사장님이다. 예예, 저는 그저 커피 타는 쩌리죠.
“오늘도 그거요?”
“응, 그거.”
“그게 뭐야?”
애인님은 혹시 사장님의 취향을 모르나 싶어 고개를 갸웃하고서는 말했다. ‘뜨거운 아메리카노에 얼음 넣어서요.’ 내 말을 들은 예쁜 애인님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짓고서는 사장님을 바라봤다. 그에 사장님은 얼굴이 귀까지 붉어져서는 ‘아, 빨리 사와! 목마르다, 나.’ 라며 나를 황급히 밖으로 내 쫓았다. 어차피 나갔을 건데. 웃겨, 진짜.
황제 흥신소
“이건 사장님 커피, 이건 그… 음….”
“제 커피예요?”
“네! 드세요!”
사장님 애인 분? 예쁜 언니? 거기 여성 분? 뭐라고 호칭을 불러야 할지 모르겠어서 말끝을 얼버무리자, 자기 커피냐며 살짝 웃는 예쁜 애인님이다. ‘고마워요.’ 얼굴만큼 예쁜 목소리가 귀 끝을 간지럽혔다.
“우리 여주씨는 뭐가 그리 신나서 방실 방실 웃어?”
“안 웃었는데요.”
“웃었잖아!”
“안 웃었다니까요. 더위 먹으셨어요? 얼음 더 드려요?”
아니… 너는 무슨 얼음을 그렇게 컵으로 사서 다니냐. 사장님이 진절머리 난다는 것 같은 표정을 짓고서는 고개를 저었다. 남이사, 그럼 사장님은 왜 뜨거운 커피에 얼음을 넣어 드세요. 우리의 말다툼 아닌 말다툼에 애인님은 신기하다는 듯 쳐다보다가 또 다소곳이 웃었다.
“민현아, 여주씨한테 왜 그래.”
“재미 있….”
“여주씨가 귀여워서?”
“풉.”
미친 사장님 커피 뿜었다. 더러워. 경멸하는 표정으로 사장님을 보다가 시선을 돌려 애인님을 바라보자, 장난이라며 웃는 애인님이다. 어우, 장난도 무슨 그런 장난을 치세요, 저 부끄럽게. 머리를 긁적이며 사장님을 바라봤다. 어, 사장님.
“사장님 더우세요?”
“아니. 별로. 왜?”
“귀가 빨가셔서.”
…더워서 그래, 더워서.
방금 분명 별로 안 덥다고 하셨는데요. 사장님은 정말로 허언증이 있으신 게 분명해 보인다. 안쓰럽게 바라보자, 내 반응을 재미있다는 듯 보던 애인님이 곧 시선을 내 얼음 컵으로 돌리더니 물었다.
“얼음 좋아해요?”
“네? 아, 네. 저 얼음 좋아해요.”
“역시.”
역시…? 역시 너 같이 생긴 애들은 얼음을 좋아하더라. 의 준말인가. 아직 채 이해하지 못한 내 표정을 보던 사장님이 ‘그만 좀 놀려.’ 라고 말하며 한숨을 푹 쉬었다. 저거 뭐 놀린 건가요? 제가 멍청해서 아직 눈치를 못 챈 건가요? 고개를 갸웃했다.
“나 이따 여주씨랑 단 둘이 이야기 할래.”
“무슨 소리를 또 하려고.”
“여자들만 하는 비밀스러운 이야기.”
이상한 소리나 하지 마라. 사장님의 말에 내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사장님. 왜 애인 분한테 막 그렇게 하세요? 너무해.’ 내 말을 들은 사장님은 얼굴 표정을 구기며 ‘뭐?’ 하고 물었고, 애인님은 딱 3초 뒤에 빵 터져서는 눈물까지 닦으며 웃었다. 뭔데. 뭐가 그렇게 웃긴 건데.
“우리 애인처럼 보였나보다.”
“에? 아니에요?”
“그러고 보니 제대로 소개를 안 했네요. 반가워요, 민현이 누나에요.”
헐. 입을 떡 벌리고서 생각했다. ‘어쩐지 묘하게 둘이 닮았다 했더니만.’
황제 흥신소
내가 얼음을 다 먹고, 두 분이 커피를 다 마시고. 언니와 이야기를 하며 대놓고 들으라는 듯이 사장님 앞담화를 까다가, 듣다 못한 사장님이 ‘둘이서 얘기나 해라!’ 라고 나가서 한창 둘이서만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언니가 이제 가 봐야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벌써 가시게요?”
“아쉬워요?”
“네! 진짜 진짜 재미있었는데.”
이제 가 봐야죠. 작게 웃는 언니의 모습에 또 한 번 반할 뻔 했다. 남자만 예쁜 여자 좋아한다고 누가 그래. 여자도 예쁜 여자 굉장히 좋아한다고.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에도 꼭꼭 오셔야 해요.’ 라고 말하자,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입을 여는 언니다.
“그냥 가긴 아쉬우니까. 내가 민현이 비밀 하나 알려줄까요?”
“헉, 결정적이고 아주 은밀한 비밀인가요?”
“여주씨 한테는 와 닿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거 민현이한테는 정말 큰 비밀이에요.”
그게 대체 뭔가요. 주위를 살피며 조심스레 귀를 가져다대자, 후후, 음흉하게 웃은 언니가 작게 속삭였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밖에 나가있던 사장님이 한 손에 얼음 컵을 잔뜩 사가지고 오셨고. 사장님은 언니 한 번, 나를 한 번 보더니 곧 ‘둘이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조심스럽게 해?’ 라며 표정을 구겼다.
“별 거 아니야.”
“네, 진짜 별 거 아니네요. 그런데 그 얼음 컵들은 다 뭐예요?”
“…더워서.”
더위도 안 타는 게.
언니가 웃었다. 사장님은 곧 ‘갈 거면 빨리 좀 가줄래.’ 라며 투덜거렸고. 자기가 뭔데 언니한테 투덜거려. 입술을 비죽였다.
“여주씨 좋아하는 얼음 많이 사 왔으니까 우리 민현이 좀 칭찬해줘요.”
“아, 누나!”
“저 좋으라고 사온 거 아닐 텐데요, 뭐. 흥.”
사장님이 귀를 만지작거리며 ‘먹고 싶으면 먹던가. 이거 많아서 어차피 나 혼자 못 먹어.’ 라고 말했다. 뭔 일이래, 나랑 같이 나눠 먹고. 사장님의 반응에 언니는 큭큭 웃더니 곧 ‘갈게요. 다음에 또 봐요, 여주씨.’ 라며 사무실을 나섰다.
“누나가 무슨 이상한 말 한 건 아니지?”
“그 이상한 말의 예는 뭔데요?”
“…별 말 안했으면 됐어.”
진짜 말 잘 통하고 재미있는 언니 나가고, 사장님하고만 단 둘이 있으니까 환멸이 나는 기분이다. 어우, 언니 제발 좀 자주 오세요. 닮은 구석이라고는 분위기 밖에 없… 아, 아니다. 사장님하고 언니하고 분위기 말고도 닮은 게 하나 더 있었다. 그건…
‘민현이는 뜨거우면 뜨거운 거고, 차가우면 차가운 거지, 미지근한 거 별로 안 좋아해요.’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한다는 것, 그 정도?
ⓥ0ⓥ
이제부터는 진도를 확확 나가버려야겠어요. 저 너무 보고 싶은 사장님 미년 많다구요ㅠㅠㅠㅠ 으악ㅠㅠㅠ 혹시 오늘 편을 이해하지 못하겠다 하시면 말씀해주세욧>_<
아, 그리구 보고 싶으신 소재 있으시면 언제든 뿅뿅 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히히... 암호닉 신청은 언제나 받지롱>_<
구독료를 받을 만큼 멋진 글이 아니기에 조심스럽게 글 투척만 하구 사라집니다.... 호호....
오타있으면 말해주세요! 정말 급하게 써서 그래요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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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글은 너무 급하게 쓴 거라서... 진짜 우웩..... 진짜 진짜 진짜 별로다... 빠른 시일 내에 수정할게요...
만약 없어지면 '아 이 작가가 또 글을 삭제했구나;' 하고 생각하심 됩니다....흐흫...
♡ 암호닉 신청해주신 쿄쿄님, 황제펭귄님, 충성충성님, 0217님, 황갈량님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