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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형아!" 고개를 돌리니 횡단 보도 앞에 있는 분홍색 쇼핑백을 들고있는 장현승이 활짝 웃으며 휴대폰을 들어보인다.
"안죽었잖아."
"미친놈……."
"근데 너가 날 왠일로 걱정하냐~"
"내가 언제는 너 걱정 안했디? 이렇게 칠칠맞아가지고. 근데, 너 폰 바꿨어?"
내가 묻자 장현승은 실실 웃으며
"멍청하긴, 케이스만 바꿨어. 커플이야!" "커플? 아, 그 여자애랑?"
그여자애. 장현승이랑 사귀는 여자애.
"땡! 너랑 할꺼지롱."
나랑? 얘가 낮술했나……. 장현승은 계속 실실 웃다가 점점 흐느꼈다.
아, 결국 벌어졌구나. 그런데 어떡하지.
"흐으…… 걔가 나 질렸대……." "울지마, 장현승. 찌질하게 밖에서 울지말고 우리집으로 일단 가자."
"다울었어?" "으으…… 끅." "남자가 찌질하게 여자한테 차여서 우냐." "끅. 이거 케이스, 끄윽. 말고도……."
바로 쇼핑백을 들어 열어보니,
모두 그여자애를 위한 물건들이였다.
그여자애 하나가 장현승을 이렇게 바꿔놓았다. 걘 만난지 몇달밖에 안됐는데, 몇년동안 나에게 익숙해져있었던 장현승을 자기것으로 만들었다. 뭐, 이제 다시 나에게 돌아왔으니
훌쩍이는 장현승을 보며 생각했다. 솔직하게 털어낼까. 내가 너를 사랑하고 있다고. 그럼 날 더럽게 생각하겠지. 게이라며. 차라리 평생 친구로 남는게 나을까. "내가 왜 그런애를 좋아해서… 끄윽."
나도 내가 남자를 좋아할줄은 몰랐다.
그리고 입학실 당일.
내가 장현승의 무엇을 보고 반한건지는 모르겠다. 그냥 그때부터 장현승이 좋았고, 여자를 갈아치우지 않고, 난 동성쪽에 가까운 양성애자라는 것을 깨달았다. 친구라는 명목으로 현승이에게 다가갔고, 현승이와 나는 가장 친한친구가 되었다.
그런 우리에게 올해 신입생 입학식, 어떤 이쁘장한 기집애가 우리 앞에 다가왔다. 장현승은 얼마 못가 그여자애와 교제를 시작하고, 난 혼자 하교 하는 날이 많아졌다.
나 혼자 장현승을 차지 하고 싶었다. 그래서 뒤에서 그 여자애를 괴롭혔다. 미안한 마음은 조금 들었지만 내가 그여자아이를 싫어하는마음을 이길수 없었다.
근데 누가 헤어지라고 했지. 울리라고 했나.
"나 이제 여친 안사귈거야. 힘들어." 그래, 그래. 나도 다신 그런짓 안하고 좋네.
"준형아! 오늘 너희집에서 자도 되?" "당연하지." "아싸. 부모님께 전화 드리고 올게." 장현승이 통화를 하러 밖에 나간 사이, 나는 아까 꺼냈던 커플링을 보았다.
요즘 문방구에서 팔지도 않는 <진실의반지>다.
옛날에 어렸을땐 진짜로 기분에따라 색이 변하는줄 알고 신기하다고 했는데, 알고보니 사람의 체온에 따라 변하는 것이였다.
이걸 커플링으로 사다니, 그녀석도 참 특이하다. 뭐, 소장가치는 있겠네.
나는 그반지를 새끼손가락에 끼워넣어 보았다. 잘들어가네. 작을줄 알았는데.
다시 들어오는 현승이가 반지를 보고 얼굴이 빨개진다. "이거 어떻게 구했어?" "내가 초등학교 다닐때, 엄마가 사준거야." "그걸 아직까지도 갖고 있던거야?" "응. 엄마가 나중에 색시 주라고 줬었어. 그래서 오늘 걔랑 백일 되는 날이라서 주려고 했는데……" "얌마, 걔가 니 색시냐? 신중히 생각해봐야지." "너 가져." "뭐?"
"풉… 사나이의 반지 치곤…… 크큭." "좀 유치한가?"
장현승은 내 물음에 고개를 흔들며 대답했다.
"엄마가 오늘 아버지 일찍 오신다고 빨리 오래." "아……"
입술을 삐죽 내밀며 쇼핑백을 주섬주섬 챙기는 현승이.
"음, 그럼 내일 보자." "어, 그래! 내일은 짜지 마라!" "이씨!" "잘가라!"
장현승을 배웅해주고 난 일찍 잠자리를 폈다. 끼고 있던 반지를 보니 기분나쁜 갈색으로 변해있었다. 이게 어느 정도에 나타나는 색이더라? 곰곰히 생각해보다가 머리를 헝클이고 그냥 눈을 감았다. 내일은 혼자가 아닌 장현승과 함께 하는 하교가 되었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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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장르는 판타지막장SF입니다.
휴대폰으로 쓰고 컴퓨터로 옮겨서 연재할게요...
수위는... 찜질방마크 안달정도까지만 할게여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