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사서 전원우
01
“이번 과제는 레포트 과제인데, 도서관 가면 이 책이 있는 걸로 알아. 제목은 심리학의 이해고, 페이지는 100부터...”
대학교 입학하고 나서 단 한 번도 간 적 없던 도서관을 교양 과제 레포트 때문에 가게 생겼다. 지난 학기 때는 다행히 중간 기말 제외하고 아무 과제도 없던 수업만 들어서 도서관은 발 들일 일도 없었는데, 도서관이라니... 강의평가 좀 잘 읽어보고 신청할 걸 그랬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학교에서 제일 경사 높은 곳에 있는지라 고등학교 때는 소설책을 좋아해서 꽤나 읽었어도 단 한 번도 가본 적 없었던 도서관이었다.
겨우겨우 도서관 앞에 늘어져있는 많은 계단을 올라서 도서관에 왔더니 건물 입구에도 계단이 있었다. 내가 책 한 권 빌리자고 이렇게 땀까지 흘려가면서 올라오고... 여기로 들어가는 게 맞나. 들어오자마자 절로 느껴지는 숨 막히는 정적에 나도 모르게 살짝 까치발을 들고 도서관으로 들어갔다. 도서 검색을 해서 책을 찾으러 왔는데... 이상하게 내가 찾는 책만 없다. 심리로 시작하는 책은 다 여기 있는데 왜 이것만 없지.
“저기 혹시 뭐 찾는 거 있으세요?"
“네? 아, 아니.”
갑자기 한 남자가 옆으로 왔다. 인기척이라도 내고 오지. 학생 같은데, 도서관 근로장학생인가.
“심리학의 이해라고 그 책 찾는데 저기 컴퓨터에서 보니까 위치가 여기였는데 책이 없어서요.”
“그 책 아까 점심시간에 학생들이 많이 찾아가던데. 혹시 무슨 과제에 필요한 책이에요?”
“아, 네. 교양과목... 저 그럼 책 언제 반납되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어요?”
“그거 학교 도서관 어플로 알 수 있을 거예요. 책 검색해서 대출했는지 도서관에 있는지 확인할 수 있거든요.”
“아... 감사합니다.”
도서관을 올 일이 애초에 없어서 어플을 다운받을 생각조차 없었다. 얼마나 힘들게 발걸음을 여기까지 옮겼는데... 괜히 허무해졌다. 오랜만에 도서관 온 김에 소설책이나 몇 권 빌려가서 읽어볼까.
“저 혹시 소설책들이 어디 쪽에 있어요?”
“소설책은 800번대요. 여기서 세 줄 뒤일 거예요.”
“감사합니다.”
사실 내가 찾아도 되긴 했지만 옆에 서있는 김에 물어봤다. 어디보자... 대학 도서관엔 고등학교 때보다 훨씬 커서인지 전에는 못 봤던 책들이 많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거랑, 또 뭐가 재밌으려나...
“그거 재미있어요.”
분명히 다른 줄로 넘어왔는데 금세 또 내 옆에 와있었다. 아까 책 정리 하고 있던 것 같은데 벌써 끝내고 온 건가.
“그래요?"
“추리소설 좋아하면 그것도 좋아할 것 같은데. 소설 좋아하나 봐요?”
“아, 그냥 조금..."
재미있다고 하니까 일단 책을 집어서 나왔는데, 대출을 하려면 어디로 가야되는 거지... 사서가 있어야 될 것 같은 책상은 들어올 때부터 계속 비어있어서 괜히 물어볼 곳도 없었다. 학기 초 신입생 교육에서 어떻게 하는지 말한 거 같긴 한데... 그 때 잠만 잤던 게 괜히 후회되네.
“책 빌려갈거죠? 주세요. 어떻게 하는지 보여줄테니까, 옆에서 보고 배워요.”
“네. 아, 감사합니다.”
금세 또 옆에 와서 책을 달라고 하더니 손에 들고 있던 책 두 권을 가지고 앞에 있는 책상으로 갔다. 아, 사서가 없으니까 이 분한테 진작에 물어볼걸.
“책 처음 빌리시네요? 대출 내역이 비어있길래.”
“아, 네. 위치상 좀 자주 안 오게 되더라고요.”
괜히 책 안 읽고 노는 학생이 되는 기분이라 조금 머쓱해졌다. 사서도 이렇게 오랫동안 자리 비우고 하는 거 보면 도서관 위치가 잘못된 게 분명한데, 뭘.
“사서 선생님이 자릴 자주 비우시나봐요. 아까 들어올 때부터 안 보이던데.”
“제가 사선데요."
어, 이게 아닌데... 분명히 사서라고 하기엔 젊어보이는데.
“아, 그러셨구나... 죄송해요. 너무 젊어보여서 학생이신 줄 알고..."
“뭐가 죄송해요. 그럴 수도 있죠, 뭐.”
내 말을 듣더니 그게 웃겼던지 웃어보였다. 아, 괜히 민망하네. 책이나 빨리 주지.
“아마 과제 때문에 필요한 책은 금방 반납될 거예요. 과제 때문에 빌려간건 다른 학생들 때문에 미안해서라도 대부분 빨리 가져오니까.”
“예... 감사합니다.”
그제야 책을 건네줬다. 대출 하나 하는데 뭐가 이리 오래 걸리지. 빨리 나가야겠다.
“학생증 두고 갔는데.”
아, 이 놈의 정신머리. 아까부터 민망하게... 빨리 그냥 인사하고 나가야지.
“도서관 좀 자주 와요. 아무리 1학년 때는 놀아야 된다고는 하지만, 2학기에 처음 오는 학생은 또 처음 보네.”
괜히 민망해서 인사를 하고 빨리 나가려는데 손에 학생증을 건네주며 한마디 거들었다. 처음 도서관 왔다가 사서한테 이상하게 찍힌 기분이네. 내 주위 동기들 보면 도서관 안 오는 애들이 널렸던데 왜 나한테만 시비인지 모르겠다. 맘 같아선 다신 오기 싫었지만 어차피 과제 때문에 다시 책 빌리러 와야 되니까... 그냥 넘어가자. 무슨 사서가 저렇게 젊어... 생긴건 무슨 아이돌 같이 생겨서는. 다음에는 최대한 눈에 안 띄고 가야겠다.
-
처음으로 들고 온 글이라서 많이 부족한 점도 많죠...ㅠㅠㅠ
첫 작이라서 미숙한 점도 많아서 최대한 빨리빨리 연재해버리는게 저의 목표입니다...!!!!!
그래도 읽어주신 분들 다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