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도 먹었겠다. 공부도 안 하겠다. 이제 편안하게 배나 통통 두드리며 자려고 했었다.
시무룩하게 쳐다보는 다니엘을 뒤로하고 집으로 도착해서 바로 씻고 나니 나른한 것이 딱 영화 한 편 보고 자면 기분이 좋을 것 같았다.
오늘 하루는 참 시끌벅적하구나. 뭘 볼까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내 눈을 잡는 건 보스 베이비. 아, 이거 예고편 되게 재밌었던 것 같은데.
망설임 없이 결제를 누르고 맥주를 한 캔 꺼내와 마시면서 보니 이것은 천국이로다. 선풍기의 시원한 바람과, 시원한 맥주, 그리고 귀여운 영화까지.
정말 시험이고 뭐고 공부하기 싫은 날이다. 생각을 여기까지 마치고 영화에 집중했다.
아, 귀엽다. 초반부터 귀엽다. 저런 게 바로 씹덕인걸까. 아기들이 저렇게 많고 칙칙폭폭 기차놀이하듯 내려오다니.
아기가 정장 입은 것도 왜 이렇게 귀여운지. 나중에 비슷하게 선호 입혀보고 싶다. 이 와중에 그 새 정이 든 건지 선호 생각이 나는 것도 참 묘하다고 생각했다.
다니엘이랑 둘이서 잘 지내고 있겠지. 그러고 보니 기저귀 가는 법도 제대로 모를 것 같은데. 이것저것 걱정을 하다 잘 하겠지 싶어 다시 영화에 집중을 했다.
한창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그 뒤로 기억이 없다. 그래, 그대로 잔 건 익숙한 일인데.
[이제 그만 다 그칠까 이 빗물도 내 눈물도 비에 젖어 추위에 떨고 싶진 않아요~]
" 으... 여ㅂ, 여브세여... "
" 어, 너밤아. 자고 있었나. "
" 우으... 왜... "
" 잠깐만 좀 넘어온나. 미안타. 빨리. "
" ...응... 응? 선호 울어? "
잠결에 받았더니 정신이 차려지지 않아 비몽사몽 해대는데 티비를 보니 이미 영화가 끝난지는 오래고. 시계는 1시가 다되간다.
상황 파악을 서서히 하고 있는데 귀에 팍 꽂히는 건 선호 울음소리. 뭐지. 자야하는 시간이 아닌가? 아기라서 못 자나? 잠이 안 오나?
급하게 전화를 끊고 뛰어나가 초인종을 누르니 바로 나오는 다니엘. 그리고 안겨있는 건 찡얼대듯 울어대는 선호.
얼른 다니엘에게서 선호를 넘겨받아 등을 토닥이는데 얼마나 오랫동안 이 사투를 겪은 건지 한숨을 푹 쉬며 물을 마신다.
선호며, 다니엘이며 얼굴에 땀 범벅이다.
" 아 재우기 원래 이리 힘드나. "
" 야... 너 땀... 애들 원래 잘 안 자기는 하는데..."
" 땀이야 뭐 날 수도 있는 기지. 아 이러다 목은 안 쉬는지 걱정이다. "
" 어, 어... 선호야. 자자. 자장, 자장 우리 선호. "
생각보다 계속 칭얼거리며 울어댄다. 계속 등을 토닥여주고 쓸어주자 점점 잦아들더니 훌쩍거리는 소리만 들린다. 다행이다.
주변을 둘러보니 분명 아까 치운 것 같은데 장난감으로 난리다. 그리고 바닥에 털썩 앉아 멍 때리는 다니엘. 어지간히 힘들었나 보다.
" ......이러다 아 보다가 뒈지긋다. "
" 재우는 게 원래 힘들지. 고생했어. "
한참을 토닥이고 움직이니 어느새 잠이 든 건지 조용하다. 조금만 더 있다가 눕혀야겠다. 방으로 들어가니 이미 이불을 깔고 기다리는 다니엘. 준비성 하나는 빠르네.
" 아 눕혀봐 봐. 인자 안 우려나. "
" 괜찮으려나... "
살짝 불안하지만 조심스럽게 선호를 눕히는데 다시 칭얼거리려고 한다. 제발 깨지 말아주세요. 제발.
아랫입술을 앙다문 채 안절부절하는 다니엘을 뒤로하고 선호 옆에 누워 작은 목소리로 천천히 달래며 가슴팍을 토닥여주니 주먹을 꼭 말아 쥔 채 다시 잠든다.
" 인자 자나. 와... 겁나 식겁했네. "
" 작게, 작게 말해. "
" ...네. "
어느새 시계를 벌써 2시가 넘었다. 한숨을 쉬며 창문 밖을 보니 달은 또 더럽게 예뻐요.
얌전히 잠든 선호를 보니 이제 가서 자도 충분히 자겠다 싶어 일어서는데 손목을 잡고 빤히 쳐다본다. 뭐야, 왜 이래. 뭐.
" 가지 마라. "
" 뭔 개소리야. "
" 와. 아 잔다고 바로 욕하는 거 보소. 문디 가스나. 예쁜 말. "
" ...자라 너도. "
" 가지 마라니까. "
" 아 그럼 어떻게 하라고. 여기서 자라고? "
" 어. "
옘병하고 있네. 여기서 뭘 어떻게 자라고. 나중에 선호 깨면 연락하라고 하니 갑자기 일어나 이불 여분을 챙겨 밖으로 나간다. 왜 나가는데. 대체 왜.
종종걸음으로 따라가니 아기 매트 위로 이불을 펴고 눕는다. 하... 나 참. 뭐 하냐, 강의건.
" 내는 여기서 잘끼다. 안에 들어가서 자라. "
" 옆에 집 놔두고 굳이 왜. "
" 내는 모른다. 얼라 매트도 은근 잘 나오네 몰랑몰랑. "
" 야, 강의건. "
" 그럼 꿈속에서 만나요 안녕. "
저거 지금 배 째라는 게 분명... 방실방실 웃으며 손을 흔드는데 한 대 발로 까고 싶다. 얄미워 죽겠네 진짜.
" 하... 내일 반드시 깐다. "
모르겠다. 자고 보자.
아기와 너 04
W. 22개월
어쩌다 보니 아기의 적응기간이라며 우겨대는 다니엘에 토요일도 다니엘 집에서 자게 되었다.
선호는 자기 전에는 칭얼거리는 편이라 애를 먹지만 잘 때는 푹 자는 건지 아침까지 깬 적이 없다. 새벽에 분명 칭얼거리는 소리를 들은 것 같은데... 착각인 것 같기도 하고.
근데 착각이라기에는 아기들은 한 번쯤은 깨지 않나. 어찌 됐든 일요일은 시험공부하기 전 집에서 자고 싶다고 박박 우겨서 우리 집에서 자게 되었다. 그러면 뭐 하나.
" 너밤아, 내 뭐 빠진 거 없제. "
" 있는 것 같아. 니 정신 줄. "
" 뭐가. "
" 오늘 일본어 교양이 아니라 내일이라니까. "
" 아, 맞다. "
아기 물건은 다 챙겼는지 하나씩 물어보는데 고개를 끄덕이며 다 챙겼다는 말에 선호를 안고 아기 띠를 부탁했다.
"니가 안을 끼가. "
" 어차피 니 시험이 먼저니까. 성우 오빠 오기 전까지 내가 보고 있어야지 뭐. "
" 짐 주라. 책 어딨노. "
" 식탁 의자 위에. "
아기를 안고 학교라. 긴장이 아예 안된다고 하기에는 거짓말이다. 마주치는 사람마다 친구 친척 동생입니다. 이럴 수도 없고.
어차피 안 마주칠 사람이다 생각하면 되지만 학교에서부터가 문제다.
" 시험 보고 오께. 어디 있을 낀데 "
" 나 일단 카페에 있을게. "
" 알긋다. 갔다 올게. 쪽. 선호도 누나 말 잘 듣고. 알았제 우리 아들. "
" 아들이라고 부르지 말라니까. "
" 예, 예. "
아기에게 혼란이 올 수 있으니 아들이라고 부르는 건 자제하라고 몇 번을 말했는데 그새 입에 붙은 건지 틈만 나면 아들 타령이다.
가방을 받고 가려는데 이거 은근 무겁다. 선호 더울 텐데. 얼른 카페에 들어가야겠다.
" 어머, 오랜만이네. 너밤아! "
" 아, 안녕하세요. 선배님. "
" 아기 진짜 귀엽다! 누구 애야? "
" 아, 다니엘 친척 동생이요. "
4학년 전공 시험이 끝나서 그런지 점점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하... 이래서 빨리 카페에 가려고 한 건데.
선호는 만지려는 손길에 살짝 피하니 볼멘소리를 낸다. 아기가 장난감이야 뭐야. 손부터 씻고 말하지. 일단 빨리 나가야겠다.
" 누구 애야? 못 본새에 사고도 쳤나? "
왔다. 싸가지. 쟤만 안 부딪히면 됐었는데.
" 조금 말씀이 무례하신 것 같네요 선배님. 저는 멀쩡히 학교 다니고 있었는데요. "
" 어머, 안 보이길래 그랬지. 안 그렇냐? "
" 분명 저번 주에 인사드린 것 같은데요. "
" 넌 저번 주에 누가 인사했는지 다 기억하고 다니니? "
작년 학회장. 최리나. 다니엘을 좋아했다가 까였었나. 그리고 나서부터 마주칠 때마다 시비를 건다. 2학년 때는 중간 다리 역할 제대로 못했다고 난리더니.
시비 걸 게 없나. 선호도 더운 건지 칭얼거리려 하고. 아, 가야 하는데. 저 소리에 다 대답할 필요 없는데.
" 너, 그리고 선배한테 싸가지가... "
" 너밤선배! 안녕하세요! 저 말씀드릴 거 있는데요. 리나 선배님 죄송해요. 진짜 급해서. 잠시만 너밤선배 좀... 빨리 가요. 죄송합니다. "
“ 어? 야. 야! "
나이스, 박우진.
22개월입니다! |
안녕하세요. 22개월입니다! 제가 늦었죠ㅠㅠㅠㅠ 죄송합니다ㅠㅠㅠㅠㅠㅠ 어제 몸이 너무 안 좋아서 컴퓨터를 키지 못했네요. 기다리신 모든 분들 정말 죄송합니다ㅠㅠㅠㅠㅠㅠ 모두들 음식 조심하세요...! 그리고 연재 텀을 현생 때문에 일주일에 두 번으로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약간 벅찬 감이 있네요ㅠㅠㅠㅠㅠ
그리고 또 다른 등장인물! 우진이가 나왔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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