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너 왜 먼저 갔어?
-나 학교에서 공부하려고 일찍 나왔어
-아침에 공부를 한다고??
-웅 나 이번에 공부 너무 안 한 것 같아서
안다. 나 비겁한 거. 그래도 어쩔 수가 없었다. 황민현을 보면 그 여자애랑 어떻게 된 건 지 묻고 싶어질 거고, 물었는데 만약 진짜로 사귄다고 하면 어떡해. 다른 대안이 생각나지 않았던 나는 시험 이후로 모든 걸 미루기로 결심했다. 그 전까지는 몇 년을 함께 했던 등하교를 혼자 해보기로 했다.
아, 김종현에 대한 미안함도 한 몫 했다. 돌려보낸 마음에게 상처를 주기에는 너무 이른 것 같아서 나는 둘 다 피해 다니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시험 기간의 나는 원래에도 예민 보스 + 교실 붙박이였기 때문에, 생각보다 둘을 피하기란 쉬웠다. 아침에는 조금 더 일찍 나와서 학교에 왔고, 방과 후에 늘 나를 기다리던 황민현에게는 먼저 가라고 말했다. 녀석이 별말 없이 내 말을 따라줘서 다행이었다.
김종현과는 전처럼 지내고 있었다. 만나면 여전히 반갑게 인사했고 자연스럽게 대화도 나누었다. 전보다는 이상하게도 마주치는 일이 줄었지만 불편하거나 그런 일은 없었다, 다행히도.
남사친과 이상형의 경계_09
“영채야 어떡해. 행복해 죽을 거 같아.”
“왜 그래, 시험 잘 봤나 보다?”
“몰라 점수는. 채점도 안 함.”
“그럼 왜 그렇게 신났는데.”
“그게 말이냐? 드디어 시험이 끝났잖아!!!!! 와 나 죽을 뻔 했다고 저번 주부터 나름 공부한다고.”
시험이 끝났다.
모든 게 달라진 6월을 제대로 마무리 하지 않고 피하기만 한 채 7월을 맞이한 나지만 오늘 하루만큼은 다 잊기로 했다. 수정이랑 놀면서 시험 스트레스도 풀고 앞으로 내가 어떻게 할지는 밤부터 생각하고 싶었다. 밤에 다시 주섬주섬 찾더라도, 지금은 잠시 잃어버려야지.
“야 우리 쇼핑하러 가자. 너 나랑 오늘 무조건 놀아야 돼. 나랑 약속 한 거 기억하지? 까먹었다, 미안, 이딴 말 하면...”
“알지, 알지. 수정아 약속 한 거 나 안 까먹었어. 흥분 안 해도 돼.”
정수정 성격은 알아줘야 된다니까.
야, 오늘 우리 무조건 예쁜 옷 사야 돼. 아니다 일단 우리 맛있는 거부터 먹어야 됨. 그 동안 우리 너무 급식에 너무 찌들어 있었어. 알겠어, 수정아 진정해. 오늘 너 하고 싶은 거 다 하자니까. 흥분한 정수정을 달래면서 반을 나왔다.
오랜만에 쇼핑도 하고, 정수정이 끌고 간 음식점에서 맛있는 오므라이스도 먹었다. 서로 이건 별로고, 이게 예쁘다, 하면서 옷도 골라주고, 먹기 전에 인증샷도 남기고. 기분 좋음이 아-주 오랜만에 최고치를 찍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정수정의 서치에 의하면 인스타에서 그렇게 핫하다는 카페까지 왔다. 오 여기 와플 빙수 완전 맛있는데. 역시 정수정 서치 능력은 알아줘야 된다니까.
“야, 근데 너 황민현이랑 싸웠어?”
“아니?”
“그럼 김종현이랑 뭔 일 있었냐?”
“음...아니 뭐...”
“뭐냐, 걔가 고백이라도 했어?”
미친.
먹던 와플 조각을 입에서 뿜어버렸다.
“헐. 진짜임? 와 내 촉 진짜 미쳤다.”
“야, 너 어떻게 알았냐.”
“아니 그렇잖아. 누가 봐도 김종현이 너 엄-청 좋아해서 맨날 먹을 거 가져다주고 그러다가 갑자기 안 그러기에. 그리고 너네 복도에서 만나면 뭔가 이상함.”
“그래...? 나는 되게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는데...”
“김종현은 뭔가 눈빛이 바뀐 거 같아. 예전에는 막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데 숨기는 눈이었으면, 지금은 뭔가 다른 의미로 절제중인..? 아 설명하기 어려워 이런건, 그냥 눈치야. 그리고 니가 계속 오빠 눈치 보던데?”
“아니 아무래도 내가 상처 줬을까봐 걱정 되서...”
“그리고 너는 황민현 때문에 거절했지?”
“에에-?”
뭐야 얘는 진짜.
정수정은 진짜 하나도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일상적인 말을 한다는 식으로, 빙수를 예쁘게도 먹으며, 내게 핵.직.구를 날려댔다. 공부 때려 치고 돗자리 피자 수정아.
“야 넌 진짜... 아 그리고 이거 다 뭐 숨기려고 일부로 그런 건 아니다. 그냥 내가 내 맘을 잘 모르겠어서 너한테 뭐라고 말할지 몰랐어, 미안.”
“너 원래 이런 거 잘 말 못하잖아. 됐어, 뭐가 미안해. 난 너 그냥 얼굴만 보면 다 안다니까?”
아 오늘 정수정 여러모로 나한테 감동주네. 황민현 빼고 나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이라는 걸 간과하고 있었다. 남 이야기 들어주는 데는 특화되어 있지만 제 이야기는 세상에서 제일 우물쭈물하는 나를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좋은 얘기든, 나쁜 얘기든. 처음 친해졌을 때는, 나중에 알게 된 사실들에 대해 서운해 하기도 했었지만, 이제는 그 누구보다 나 자체를 이해해주는 친구다. 그래서 내가 옆에 딱 붙어 있는 거고. 다른 사람이 보면 수정이가 나를 쫓아다닌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내가 정수정 쫓아다니고 있는 거다.
“내가 보기엔, 넌 그냥 황민현을 예전부터 이상형으로 생각해왔던 거야. ‘황민현’ 자체가 네 이상형이었던 거지. 네가 읊었던 특징들 잘 생각해봐라, 내 말이 맞지? 내가 진짜 그날 네 말 듣는 순간 딱 촉이 왔지. 그래서 너는 뭐야, 그냥 신경 쓰이는 거야 아니면 좋아하는 거야? 어떡할 건데?”
“몰라 앞으로 어쩔지는. 그냥 신경 쓰이는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걔가 어떤 여자애한테 고백 받는 걸 보니까 알겠더라. 내가 걔 좋아하는 거. 아니, 내가 걔 고백 받는 장면을 얼마나 많이 봤는데 갑자기 못 보겠더라니까? 하, 나 왜 이렇게 됐냐?”
“야 나보고 백번 말하라는거야 뭐야, 걔가 너무 네 스타일이라서 그럼. 그럴 수 있어. 야, 그럼 빨리 니가 고백해!”
“미쳤냐, 무슨 고백이야. 그리고 걔 그 여자애랑 잘 되는 듯.”
"뭐?????????"
하여간 정수정 목청 큰 건 알아줘야 돼. 별안간 거의 소리를 지르는 수정이 덕분에 카페 안의 모든 사람들에게서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었다.
누가 정수정 목소리 데시벨 좀 낮춰주세요 제발.
“그 여자애 누군데? 걔가 애초에 여자 고백을 받아줌? 뭐야 걔 뭔데, 뭐 얼굴이 김태희급이야? 아니지, 아니지. 애초에 너 왜 걔랑 잘되고 있다고 생각한 거냐? 황민현이 고백 받고 웃었다, 뭐 이런 건 아니지 설마?”
“아니야. 고백 받고 나서도 그 여자애랑 있는 거 봤어. 학교에서 초콜릿을 주고 있더라고.”
“황민현은 그걸 받고? 와 뭐냐. 걔 여자에 관심 없잖아. 난 그냥 걔가 빼박 너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아니 그렇잖아, 하는 짓이...”
“그런 생각은 너만 할 걸. 황민현한테 나는 그냥 친구야. 맨날 머리나 꾹꾹 눌러대고 어깨에 팔이나 걸쳐 놓는 그런. 너가 자꾸 그렇게 말해서 내가 의심을 해본 적도 있는데 아무래도 아닌가 봐.”
9. 변치 않은 모습, 그래서 할 수 있는 마음
황민현이 나를 좋아한다. 아니 좋아한다?
이 명제에 대해서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면 그건 완벽한 거짓말이다.
내가 걔를 좋아한다는 걸 깨달은 뒤로, (사실은 깨닫기 전에도 이런 생각은 많이 했었던 것 같다. 인정. 자백합니다.) 과거 황민현의 전적을 생각해보다가 갑자기 설레서 밤을 설쳤던 날들이 꽤 있었다.
생각해보니까 황민현 나한테 왜 이렇게 나한테 잘해줌? 아니 막 이것 저것 나 다쳤다고 사오고, 나 없으면 밥도 잘 안 먹구... 뭐냐, 너도 혹시...? 너랑 나랑은 지금은 안 되고, 시간을 더 보채고 싶지만. 뭐 이런 건가? 헤헿. 나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건가.
혼자 달달한 꿈에 부풀어 둥둥 떠다니다가도 그 날 밤의 고백 장면과, 초콜릿을 받던 녀석의 뒷모습이 떠오르면, 그 즉시 나는 추락하는 거다.
바닥으로 쿵. 달달함은 잠시, 다시 또 전전긍긍.
털어놓은 마당에 이제 뭐 거리낄 것도 없고 수정이에게 내가 평소 생각해왔던 모든 걸 말했다.
그리고 앞으로 대체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도 함께 고민하기 시작했다.
1) 고백했다 차이면 어떡해 수정아? 야 그런 걸 걱정하면서 고백하냐, 걍 해버려 까짓 것.
그러다가 황민현이, 미안 나 여자친구 생겼어, 이러면 어떡해? 그러게. 그리고 니네가 보통 사이냐, 보통 불알이냐고.
야 보통 불알은 뭐얔ㅋㅋㅋㅋ..
2) 그리고 이것보다 최악은 내가 고백했는데 막 이영채 나는 널 이성적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어, 이러면 어떡해? 야 그건 진짜 최악이다.
그치, 알고 보니까 나만 존나 설렜던 거지 걔는 그냥 내가 너무 소중한 친구여서 챙겨줬던 건데. 아 근데, 아무리 그래도 친구를 그 정도까지 챙기냐? 옹성우 봐, 나도 걔랑 불알친구인데 걔랑 나는 완전 아니잖아.
그냥 옹성우가 너 별로 안 소중하게 생각하는 거 아니냐? 미친새끼, 그런가?
3) 거 봐, 나 그냥 고백 안 할래애... 해서 쪽팔리느니 그냥 조용히 살래. 야, 나는 내 친구가 짝사랑으로 끙끙거리는 건 못 본다.
그래서 뭘 어떡해, 그럼 네 친구가 차이는 건 좋아? 아니 그런 말이 아니잖아.
근데 차일 확률이 더 높은데? 아냐 이 기지배야! 아 근데 그 초콜릿 받아준 거 보면 좀 평소랑 다르긴 한데.
하... 나 어떡해?
결국 자칭 연애 카운슬러라는 정수정에게서 아무런 도움도 얻지 못한 채 수정이와의 데이트를 마쳤다.
터덜터덜. 터벅터벅. 머릿속에 수 만 가지의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도 내 발소리가 너무 크다. 그 와중에도 황민현이 보고 싶었다. 제대로 얼굴을 마주하며 대화한 지가 너무 오래 되었네, 생각해 보니까.
친구로서도 보고 싶을 만한 타이밍이야 이건, 스스로를 정당화하며 황민현에게 전화를 걸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떤 순간에도 가장 먼저 칠 수 있는 번호 열한자리를 눌렀다. 통화 버튼만 누르면 되는데 이게 뭐라고 떨리는지. 아파트 모퉁이를 돌면 눌러야지.
어, 황민현이다.
아, 옆에 쟤 또 뭐야.
황민현은 손에 베라 봉지를 들고 있었다. 와 이렇게 더운 날씨에 긴팔이라니 쟤도 진짜 옷에 목숨 걸어요, 아무튼. 아 다리 긴 거 봐, 바지 핏 진짜 내 스타일이네 지금 보니까.
그 옆에는 모자를 푹 눌러쓴 여자였다. 거리가 제법 있고, 모자 때문에 얼굴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체구가 비슷했다. 나무 사이로 보이던 그 고백하던 여자애랑, 웃으며 초콜릿을 건네던 그 여자애랑 비슷했다.
둘은 나란히 우리 집 아파트 현관으로 걸어갔다. 그니까 황민현네 아파트 현관이기도 한 곳으로.
갑자기 여자애의 핸드폰이 반짝였고, 걸려온 전화를 받으며 여자애는 황민현에게 손을 흔들었다. 황민현은 웃으면서 배웅했고, 여자애는 황민현의 엉덩이를 두어 번 치더니 저번에 고백하던 장소 쪽으로 사라졌다.
엉덩이를 두어 번? 톡톡 치더니 사라져? 쟤 진짜 미친 거 아니야. 아니 지가 뭔데 황민현 엉덩이를 만져? 나도 못 만졌는데? 아니 이게 아니지. 그니까 내 말은 아무리 여자친구이더라도 무슨 엉덩이를 만져. 와 열 올라. 남사스럽네, 쟤 진짜. 지가 뭔데? 내가 황민현을 어떻게 키웠는데?
그리고 저 새끼는 또 뭐야? 그게 또 뭐가 좋다고 실실 웃어. 황민현 뭘 쪼개냐고. 하 참나, 와 그렇게 예쁜 애들 고백을 줄줄이 거절하더니 갑자기 왜 받아주고 지랄? 갑자기 왜 연애하고 지랄? 엉덩이 쳐주는 게 좋냐? 미쳤나 봐.
화남. - 어이없음. - 그 다음은?
처음에는 화가 났다. 아니 저 여자애는 뭔데 황민현 엉.덩.이.를 범하고 가는 거냐고, 저거 완전 성추행 아냐? 그리고 황민현은 왜 웃어주고 배웅해줘?
두 번째로는 어이가 없었다. 정말 어이가 없었다. 맷돌의 어이가 다 사라진 기분이었다. 아니 자기가 눈이 높다는 걸 그렇게 강조하더니 갑자기 왜 연애를 하는데. 그리고 내가 보기에는 역대급 이쁨은 아니었다, 솔직히. 전에 고백했던 애가 훨-씬 이쁨. 아 내가 키워놓았더니 웬.
마지막으로는 눈물이 났다. 창피하고 쪽팔리는데 지금 눈물이 난다. 쟤는 평소에 꼿꼿하게 그렇게 선비처럼 살아오더니, 왜 내가 이제 너를 좋아하는데, 이제야 갑자기 연애를 시작하는지. 그것도 완전 남사스럽게. 황민현 눈에서 꿀이 떨어지는 데 그게 다른 사람이라는 게 익숙지 않았다. 물론 나에게 보냈던 모든 눈빛이 그냥 친구에게 보내는 것이었다 해도, 달달한 그것이 늘 내 거라고 생각했었나 보다.
내가 너를 좋아하는데, 너는 왜.
집에 들어와서 멍하니 누워서 머리만 굴린 지 어언 한 시간. 도저히 안 되겠다. 내가 억울하고 분해서, 그리고 너를 너무 좋아해서 말해야겠어. 네가 여친이 있어서 나를 거절하겠지만, 그래도 뭐 나는 말해야겠어. 그 여자애한테는 썅년 되겠지만, 그래두... 골키퍼 있다고 골 안 들어가겠어? 물론 이런 심정은 절대 아니지만 이렇게 내 첫사랑을 허무하게 끝내기는 너무 미안해서 안 되겠어. 말해야겠다.
-황민현 뭐하냐
-나? 집에서 아이스크림 먹는데, 왜.
-잠깐 만나자.
-그래, 이제 예민보스 탈출했냐?
-ㅇㅇ
-아직도 많이 예민한뎈ㅋㅋㅋㅋㅋㅋㅋ? 시험 못 봄?
-됐고 정문 앞 놀이터로 와. 15분 뒤에 보자
-굳이 왜? 더운데 내가 걍 너희 집으로 갈게.
-야 그냥 거기로 와라 쫌.
-네...
와, 황민현. 지 여친이랑은 더워도 어? 밖에서 막 실실거리면서 데이트 하더니? 나는 뭐 그냥 친구 나부랭이라는 거야, 뭐야. 끝까지 사람 서운하게 할래?
어두워서 얼굴도 안 보이겠지만 그래도 나름 틴트도 바르고 일찍 나왔다. 15분 후에 만나자고 해서 시간은 많이 남았지만 할 게 없어서 그냥 나왔다.
빨리 보고 싶어서 이런 건 아니고.
나쁜 새끼 뭐가 이쁘다고.
막상 놀이터에 도착해서 황민현은 기다리는데 진짜 이렇게 떨릴 수가 없었다. 그네 타는 걸 그렇게 좋아하는 난데, 앞뒤로 슬렁슬렁. 겨우 구색만 갖춘 그네 타기였다. 겨우 앞, 겨우 뒤. 몇 발자국 움직이지 않으며 발로 그네를 움직여댔다.
그에 반해, 내 심장은 앞뒤인지, 위아래인지, 오른쪽왼쪽인지, 동서인지, 남북인지, 아 몰라. 그냥 지 멋대로 아주 쾅쾅거렸다.
15분 후에 만나자. 라는 내 말이 무색하게 약속 시간 5분 전에 황민현이 나타났다. 아까 입고 있던 옷이 아니라 평소 집에서 입고 있던 반팔 티에 반바지. 그게 뭐라고 가슴이 또 철렁했다.
아, 나는 쟤한테 저거밖에 안 되는 사람인가 보다, 라는 생각이 들어서. 역시 나는 그냥 친구고, 편한 사람이고, 그냥 거기까지라는 생각이 확실해지는 것 같았다.
황민현이 다가오는데 눈물이 났다. 옷 입은 게 마음에 안 들어서, 내가 이제 너를 좋아하는데 너는 여자 친구가 생겨서, 모든 게 내 착각이었던 거 같아서, 그리고 네가 환하게 웃으면서 달려와서.
그러니까 결론적으로는 네가 너무 좋아서. 네가 너무 보고 싶었거든.
웃으면서 뛰어오던 너는 멈칫.
그러더니 표정이 굳는다.
“너 왜 울어.”
멈추지 말고 그냥 와 주지.
네가 멈춰도 근데, 이제는 내가 가야될 거 같아서.
무작정 뛰어가서 너한테 안겼다. 안겨서 엉엉 울었다. 쪽팔린데, 진짜 쪽팔리는데 오랜만에 본 네가 너무 좋아서 울었다.
“이영채 뭐야. 너 진짜 왜 그래. 뭔 일 있어? 시험 망쳤어? 아니 그 정도가 아닌 거 같은데.. 야 뭔데 그래?”
빨리 말해야 되는데, 얼른 말해야 되는데 무섭고 떨려서 말을 못하겠다, 진짜.
안절부절. 혼자 내적 갈등 중인데 네가 나를 떼어내고는 한껏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내려다봤다.
아 진짜, 이러는데 내가 어떻게 널 안 좋아하냐고, 어? 어깨를 붙잡고서는 그런 눈으로 나한테 말하는데 어떡하라고 나보고.
“영채야, 나 봐. 응? 무슨 일인데 그래? 뭔데 그래, 뭐 학교에서 안 좋은...”
“다 너 때문이잖아!”
“응? 왜. 뭐가.”
“내가 너 좋아해서 그래...”
“뭐라고? 좀만 크게 말해보자. 나 보고 말해봐, 안 들려. 뭔데 그래..?”
“아씨. 야, 내가 너 좋아한다고 황민현!”
아 망했다. 하 쪽팔려. 무슨 나는 고백을 이렇게 하냐. 진짜 망했어.
고개도 못 들만큼 쪽팔려서 고개를 푹 수그리고 있었다. 1초가 30초, 3초가 2분처럼 느껴지는 시간이 지났는데도 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무서워서, 네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확인하지도 못한 채 시간은 자꾸 흘러갔다.
몇 초가, 몇 분이 지났을까. 네가 내 얼굴을 두 손으로 잡아 올렸다. 고개가 들어올려지는 그 짧은 순간에, 내가 다쳤던 그 날, 상처를 확인하면서 안절부절했던 네가 생각났다. 그때는 내가 너한테 이렇게 쩔쩔매는 사람이 될 줄은 절대 몰랐는데.
그리고 내 눈앞에 꽉 차는 건, 한숨을 쉬는 너였다.
오보이입니닷!! |
9편을 가지고 왔어요!!!!! 진짜 밤에 가지고 왔네요,, 그래도 오늘이 지나기 전에 가지고 왔습니당ㅎㅎ 이번 제목도 노래 가사에서 따왔어요! 가사에는 '할 수 있는 마음, 변치 않은 모습'이라고 되어있는데요,, 저는 순서를 바꿔서 아주 능청스럽게 응용^^ 민현이가 뛰어오다가 멈칫하더니 자기 걱정해주는 모습이 너무 예전과도 같아서 여주가 용기를 냈어요!!!!! 짝짝짝!!!!대단!!!!!잘했어 여주야!!!!!!!!!!!!멋있어!!!!!!!!!이 시대의 여성!!!!!!!!! 민현이는 왜 한숨을 쉬고 있을까요,, 사실 방금 엔딩을 바꿨어요,,후후 아 그리고 생각보다 브금이 밝죠..? 뭔가 이번 화도 좀 잔잔한 노래를 고르려다가 여주가 이제 민현이 좋아하는 거 깨닫고 수정이한테도 거리낌없이 말할 수 있게 되는? 이제 다 받아들이고 나의 일부다, 그래서 다시 밝음을 되찾고+당당해진..? 네 다음 개소리...허허 그리고 시험도 끝나서 마냥 우울할 수는 없죠,,,그쵸,,,? 사실 노래가 좋아여!!!!!!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암호닉 여러분들 공지에 꼭 댓글 남겨주세요오오오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