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오늘따라 햇살도 좋고 바람도 좋고 딱 걷기 좋은 날씨였음. 둘 다 말 없이 거리를 걷는데 다니엘이 발은 안 아프냐 며 내 걱정을 함. 나는 뭐 이제 힐은 정말 익숙해진 거라 괜찮다며 말하고. 너 예전에 발 심하게 다쳤었잖아. 근데 그걸 또 신냐. 뭐 한 두번 신는것도 아닌데 이제와서 그래? 내 말에 하긴.. 맞다고 고개를 끄덕임. 내 걱정 해주는 건 세상 1등인 다니엘 덕분에 나는 기분이 더 업 됐던거 같음. 우리 호칭은 어떻게 되는 거냐고오~~ 다니엘의 팔뚝을 잡고 흔들고. 근데 새삼 얘 팔이 이렇게 단단했나 싶어서 또 놀램.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어?어? 하니까 다니엘의 귀가 또 익기 시작. 여,여보 어때. 그 말이 그렇게 힘든건지 다니엘이 하씨ㅜ 하면서 고갤 숙이고.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뱉은 말인게 너무 티나잖음. 나는 그게 웃겨서 그래 여보야~~ 여보 우리 이제 어디가? 어? 여보오~~ 여전히 단단한 다니엘의 팔뚝을 붙잡으며. 근데 그 순간 바람이 획하고 쎄게 불어옴. 당연히 뒷 치마가 날려버리니 내가 으앗! 하고 엉덩이 쪽을 가림. 둘다 놀래서 토끼눈 되고. 또 뒤에서 한번 또 바람이 날려서 엄마야! 하면서 앞 쪽도 급하게 잡는데 다니엘이 입고 있던 자켓을 벗어서 내 허리에 매어주고. 으휴 칠칠아. 호칭 칠칠이로 해야겠네. 어? 그래 안그래? 습관처럼 내 양볼을 잡아 또 흔들흔들. 아 하디마! 아퍼! 씨이... 살짝 째려보니 그제서야 긴장이 풀린건지 막 웃는 다니엘임. 12. "발 많이 아프나. 운동화 살래? 아님," "푸흐흐. 괜찮아." "좀만 참아라. 다 왔다." "응." "..가자." 좀 걷다가 배고프다고 찡찡 댔더니 다니엘이 예약 해놓은 곳이 있다면서 조금 더 걸어야 된다고 함. 사전에 작가님들이랑 얘기가 된건지 별 다른 지시 없이 다니엘이 이끄는 곳으로 따라감. 내가 키에 비해서(그래봤자 163cm) 발이 좀 많이 작다보니 오래 걸으면 좀 힘듦. 잠깐만! 발바닥이 아파와 서서 바닥에 발을 살짝 쿵쿵 했고. 앞서 걷던 다니엘도 그걸 아니까 멈춰서서 내 발을 걱정하고. 운동화 살래? 라고 물으면서 업히라는 제스쳐를 하길래 괜찮다고 절레절레. 걱정스런 표정으로 가자고 다니엘이 내 손목을 잡아 끌었음. 손목 봐라, 손목. 살 좀 쪄라. 아 뭐가, 지금 살 얼마나 쪘는데 왜 이러셔. 근데 이래? 본인 손이 한번 감고도 남는 내 손목을 들어보이며 흔드는 다니엘임. "와, 연습 때 생각난다. 너 맨날 틈만 나면 내 손목 잡고 뼈 밖에 없다면서 막 놀렸잖아." "그니까. 이게 뭐냐 손목이." "니 손이 크다는 생각은 안해봤어?" "어 그러네." "ㅋㅋㅋ바보냐ㅋㅋㅋ" 여전히 손목은 놓지 않은 채. 발이 약하니까 혹시나 넘어질까 염려돼서 그런거 같다고 생각했지. 짜식. 좀 감동인데. 다니엘을 올려다 보니 이게 또 옆 모습이 꽤 잘생겨 보이는거. 기분 탓인가. 바람직한 키 차이도 그렇고 내가 아까 놀랐던 목젖도 유독 눈에 띄고. 단단한 팔뚝이며 또 내 손목을 잡은 큰 손까지. 새삼 다 새롭게 보이는거임. 아 팔에 힘줄 뭔데... 항상 보던 건데 오늘은 왜 이런 기분이 드는거지? 내가 쳐다보는 게 느껴졌는지 나를 내려다보는 다니엘이고. 그 순간 눈이 마주쳤고 서로 부끄러워져서 다시 고갤 돌리고. 괜히 잡힌 손목이 화끈거리는 느낌. 14. 천천히 먹어라. 예쁜 척 먹는 건 체질에 안맞아 방송이라는 것도 자각 못하고 스테이크를 입에 막 구겨 넣었음. 애냐 진짜. 내가 베시시 웃자 다니엘이 입가에 묻은 소스를 자연스레 닦아주고. 거기에 심장이 또 간지러운데 나는 그게 다니엘에게 설레고 있다는 거라고는 생각도 못하고. 이번엔 파스타를 돌돌 말았더니 넋 놓고 내가 먹는 걸 쳐다만 보는 다니엘임. "쪼맹이 잘 먹네." "완전 맛있으니까." "같이 밥 진짜 오랜만에 먹는다. 맞제?" "그러게. 넌 왜 안먹어~~ 내가 다 먹잖아." "어. 먹고 있어." "푸흐흐. 이거 먹어봐. 진심 감동 먹을 걸?" 잘라 놓은 스테이크 한덩이를 포크에 찍어 다니엘에게 건네자 당황한 표정이 역력함. 그냥 왠지 모르게 먹여주고 싶은거. 다니엘이 내가 쥔 포크를 잡으려고 하길래 아 해. 하면서 보챘음. 먹어줘요 다니엘씨ㅠㅠ 이마를 긁적이며 이걸 먹어야되나 말아야되나 고민하는 다니엘이고. 그 표정을 보는 나도 조마조마하고. 결국 스테이크를 앙 먹는 걸 보니 요즘따라 헤퍼진 웃음이 또 나와버린거. 아구 잘먹는다 우리 여보~ 잘했어요. 나도 모르게 일어나 다니엘의 볼록 나온 볼살을 손바닥으로 톡톡. 까분다 진짜. 마냥 웃는 얼굴로 으르렁 거리는 다니엘임. 그럼 누가 무섭냐! 서로 투닥거리며 식사를 마무리 했지. 15. "아, 처음에 뒷 모습이 진짜.. 너무 익숙 한거에요. 근데 다니엘 일거라고는 절대 생각 못 했는데.. 딱 다니엘 인 걸 본 순간, 와. 대박. 아 정말 작가님 이러실거에요?ㅎㅎ 걔랑 진짜 너-무 어색했어요. 이렇게 만나니까 좀 이상한 느낌도 들고, 근데 갈수록 재미는 있었던 거 같아요. 항상 보던 내 친군데, 약간.. 떨리는..? 아, 이게 설렌건가? 헐! 저 설렜나봐요. 대박." 식사까지 마무리 된 후 오늘은 짧게 녹화를 마치겠다고 하셔서 스튜디오로 장소를 옮겨 인터뷰를 했지. 사전 미팅 할때 나와 얘기했던 작가님이 내 말에 막 웃으시면서 엄지를 치켜들었고 나는 뾰루퉁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장난치고. 수고 하셨습니다! 다니엘이 다른 부스에서 나오는 걸 보고 나도 후다닥 인사를 하고 나갔음. 나에 대해 인터뷰 했을 거라는 걸 아니까 엄청 궁금한거임. 매니저형과 나가는 다니엘을 붙잡고 뭐라고 했냐고 묻는데 이게 그냥 웃기만 하고 말을 안해주는거. 아 뭐라고 했는데? 어 여보오.. 그래서 옷을 잡고 늘어지면서 안놔줬지 뭐. "녹화 끝났다, 쪼맹아." "...허. 비지니스 관계다 이거지? 알았어. 가." "ㅋㅋㅋ삐진 척 해도 말 안해준다." "삐진 척 아니고 진짜 삐진 거거든? 치사해." "조심히 드가라." "허얼..." 진짜 너무 하잖아. 획 지나쳐 가는데 약간 상처 받은거지. 나는 아무리 방송이라도 허투루 생각 한 적 없고 특히나 방송용으로 가식 떨면서 하고 싶지도 않았는데. 그 상대가 다니엘이라 더욱 더. 다니엘은 그저 방송용으로 생각 했나 싶어서 좀 울적했음. 기대가 좀 컸나. 나만 진짜 설렜던 건가. 나만 들떴었나.. 속이 상했음. 매니저 오빠가 가자고 하는데도 그 자리에 한참 서있었던거 같음. 16. 우리의 우결 소식에 많은 기사가 쏟아졌고, 기대반 설렘반 이라는 팬들의 반응에 기분이 좋았던 것도 사실. 근데 다니엘에게선 연락도 한통 없었음. 왜 다니엘의 연락을 기다린건지 모르겠지만 난 내심 연락을 먼저 해주길 바랬음. 녹화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싶었고, 앞으로 어떻게 할까 그런 얘기도 하고 싶었단 말이야. 그러고 이틀 뒤, 우린 한 음악방송 대기실에서 다시 만났음. 다니엘이 직접 내 대기실로 찾아온거임. 한 손엔 아메리카노를 들고. 안녕 하세요. 매니저오빠와 코디언니들에게 인사부터 하는 다니엘. 오빠랑 언니들이 둘이 얘기하라며 알아서 자릴 피해줬음. 안 나가도 되는데.. 뭐야. 왜 왔어. 입이 댓발 나온 나를 향해 아메리카노를 내밀고. 받지도 않고 째려봤더니 다니엘이 내 손을 턱 잡고 컵을 억지로 잡게 했음. 씨이.. 순간 묘하게 겹쳐진 손이 화끈 거려 죽을 거 같은 거. 줏대없이 심장이 또 간질거리는 게 이상했음. 그런 내 옆 자리에 다니엘이 조심히 앉았고. 나를 빤히 보다가 내 머리 위로 손바닥을 올려 쓰다 듬어줬음. "귀엽게 뭘 삐지고 그러냐." "아, 됐어. 가." "ㅋㅋㅋ맘에도 없는 소리 하지말고." "뭐래 진짜! 아니거든? 너 빨리 가." "나 그날 숙소 가서 한숨도 못 잤다." "..왜?" "모르지 나야. 너한테 적응 안돼서 그랬나." "내가 뭘!" "다 설레게 해놓고 모른 척 하는거 봐라. 쪼맹 연기 많이 늘었다?" "응?" 내가 뭘 잘못 들었나 싶었음. 어? 다시 물어도 웃기만 하고. 갸우뚱 하는 내 코를 두 손가락으로 한번 튕기더니 자리에서 일어나는 다니엘임. 니 여보 간다. 그렇게 대기실을 빠져 나가는 거. 아 뭐지... 얼굴이 화끈 거리는 게 느껴지고. 너무 빨리 뛰는 심장이 튀어 나올 것 같아서 한참을 붙잡고 앉아 있던 거. 17. "안녕하세요. 워너원의 강 다니엘이라고 합니다. 네, 흐흫." -처음 마주 했을 때 소감이 궁금해요. "제가 긴장을 너무 많이 해서, 아무 소리도 안들리는 거에요. 근데 누가 야 너! 이라면서 소리 지르는데 그때 아는 목소리라 그런지 다른 느낌보다는 약간 안도감? 같은게 들었어요." -어때요? 친한 친구가 내 아내가 된다는 게? "일단. 적응이 진짜 안됐어요. 친구가 맞는데, 친구가 아닌 것 같은 느낌? 모르겠더라구요. 저희가 연습생 때는 밥도 같이 자주 먹고 그랬어요. 그렇게 마주 앉아서 밥을 먹는 게 한 두번도 아닌데, 이상했어요. 좀 다르게 느껴졌고 되게.. 아, 그 여보.. 라는 말을 들으니까 장난인 걸 아는데도 심장이 덜컹 하는거에요. 한번도 들어 본 적 없는 단어라 그랬던건지. 아직은 친구 느낌이 더 강하긴 한데, 모르겠어요. 아무튼, 네. 떨리네요." -다니엘씨의 연애 스타일이 궁금 하긴 하네요. 어떤가요? "저는 좀, 좋다 라는 걸 티를 잘 안내는 편이에요. 근데 여자분들은 굉장히 싫어하더라구요 하하. 좋은 걸 꼭 좋다고 말로 해야 하나? 약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고치려고 노력은 하는데 좀 나쁘게 말하면 감정에 솔직하지 못한거죠." -앞으로 둘 사이는 어떻게 바뀔 거 같아요? "글쎄요. 하하. 제가 오늘 느꼈던 감정을 상대방도 느꼈다면 저희 둘 사이가 약간은, 지금이랑은 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을까. 그 친구한테서 그동안은 느낄 수 없었던 감정들이 약간은 생겼거든요. 아, 이거 안보겠죠? 보면 좀 창피한데. 윽." == 쓰면서 즐겁네요 근데 너무 휘갈겨서 나도 내가 뭘 썼는지 모르겠어.. 결론은 똥글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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