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이 심상치 않다. 매일 아침 듣고 일어나는 모닝콜 소리가 오늘따라 귀에 심하게 거슬린다. 다음주 월요일에 동창회가 있다는 친구의 문자에 마침표 대신 자리잡고 있는 쉼표에 짜증만 난다. 평소에 신경도 안쓰던 건데, 유달리 내 신경을 자극한다. 잠귀가 밝은 나와는 다르게 종인이는 새근새근 잘만 잔다. 종인아 일어나. 김종인. 출근해야지. 팅팅 부은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데, 귀엽기만 하던 그 모습이 갑자기 낯설다. 일어난 순간부터 아침 내내 나의 짜증을 받아준 종인이는 너 오늘 그날이야? 라는 질문만을 남기고 출근했다. 아직 대답도 안했는데. 아니라고.
카페라떼만 먹는 나인데 오늘은 꼭 아메리카노를 먹어야 될 것만 같다. 종인이는 유난히 아메리카노를 좋아한다. 대학 때부터 아메리카노 마시라고 그렇게 나를 꾔는데. 그 꼬임에 넘어가서 딱 한 번 아메리카노를 입에 댄 적 있다. 우웩. 진짜 두 번 못 마실 맛이였다. 그 이후로는 절대, 아메리카노를 마시지 않는다. 근데 오늘은 꼭. 무슨 일이 있어도 아메리카노를 마셔야 할 것 같다. 주문 하시겠어요. 어.. 아메... 카페라떼 드시죠? 카페라떼로 드릴까요?
이 카페 너무 많이 왔나. 주문도 하기 전에 카페라떼로 단정 짓는다. 매일 아침보는 여자 알바생이다. 얼굴도 갸름하니 예쁜 상이다. 보조개가 살짝 들어간게 정말 매력적이다. 웃음을 머금고 물어보는데 차마 아메리카노를 말할 수 없어, 네 카페라떼로 주세요 라고 말해버리고 말았다. 아무래도 찝찝하다.
공무원으로 일하는 것. 나쁘지 않다. 조금 진부해 보일지 몰라도 남들이 날 어떻게 볼 지 몰라도 내가 국가의 정책을 만들어 나간다는 것. 좋다. 나에게 안정적임은 함께 따라온 사은품에 불과할 뿐이다. 원래 사은품에 목숨거는 애들도 있다. 난 아니다. 인생이 생각보다 잘 풀려 운이 따라주어 나이에 비해 높은 직에 올랐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넓혀갔다. 세상은 내가 예상해 온 것보다 훨씬 더러웠다. 권력, 돈, 경쟁. 어쩔 수 없는 이치였다. 때때로 나타나는 세상의 아름다움에 마음을 정화하며, 그렇게 내 삶을 이어왔다.
본래 사람에게는 직감이라는게 존재하나보다. 우리 부서 분위기가 싸하다. 다들 뭔가 느끼는 듯 하다. 단지 그게 뭘지 몰라서, 겁나서, 가만히만 있지만.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키니 조직 연락망으로 쪽지 세 통이 와있다. 오늘 7시에 회식있다는 것 하나, 장관 차관님 모두 해외 출장 중이라는 것 하나. 무슨 출장을 같이 가시나- 괜히 부서 분위기만 흐려지게. 빨대를 쭉 빨고 확인한 마지막 하나는 인천공항, 홍콩 행, 2인, 오후 3시, 외국 항공사. 마지막에는 '읽은 후 바로 삭제 바람' 이라는 멘트만 남겨 있다. 이 비행기표. 원래 받던 출장 명령과는 완전히 다르다. 발신인도 없다. 수신인을 보니 나밖에 없다. 조직 연락망에 장난칠리도 없고.. 갑자기 온 몸에 소름이 끼친다. 이건 딱 하나다. 경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