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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틴/도겸] 코치님 이석민X격투기 선수 너봉_00 | 인스티즈
 


 

코치님 이석민X격투기 선수 너봉_00   

 

 

 

 

 

 

 

 

 

 

 

 

 

검은 케이지 안, 미트를 들고 있는 남자와 그를 향해 득달같이 달려드는 여자 하나. 아무리 펀치를 날려봐도 주먹에 맞는 것은 없고 손은 허공을 맴돈다.  

 

 

 

 

 

 

 

 

 

"잠깐 쉬었더니 아주 풀어졌지?"  

 

 

 

 

 

 

 

"진짜 한대도 못때리면 내가 코치님 개다 개"  

 

 

 

 

 

 

 

 

 

이마에서 땀이 후두둑 흘러내려 떨어진 땀방울을 밟고 미끄러져도, 심장이 가슴 밖으로 튀어나올 듯 뛰어도 케이지를 붙잡고 일어난다.  

 

 

 

 

 

 

 

 

 

마지막 힘을 쥐어 짜내는 듯 괴성을 지르고는 남자를 향해 달려간다. 당황한 듯한 남자는 잠깐 멈칫하고, 그 순간 여자는 남자를 넘어트려 목을 다리로 꾸욱 눌러 나가지 못하게 옭아맨다. 남자는 이내 켁켁거리며 여자의 다리를 툭툭 치고 여자는 다리에 힘을 풀며 슬며시 웃는다. 

 

 

 

 

 

 

 

 

 

이게 우리의 일상이다. 라이벌이였다가, 사제지간이였다가, 친구였다가 하는.  

 

 

 

 

 

 

 

 

 

"야 말고말고, 미트를 쳐야지 암바를 걸면 어떡하냐! 다시해 다시 용납할 수 없어"  

 

 

 

 

 

 

 

 

 

"참나 항복까지 해놓고 이제와서?"  

 

 

 

 

 

 

 

 

 

 

 

하니 미트를 낀 손으로 내 어깨를 툭 치곤 일어나 다시 스파링을 준비하는 석민.  

 

 

 

 

 

 

 

 

 

"이번에 니가 나 한대라도 치면 고기 사준다. 소고기. 대신 내가 이기면 너 일주일 노예계약. 오케이?"  

 

 

 

 

 

   

 

승부근성빼면 0인 난데.  

 

 

 

  

 

 

 

 

 

"오케이"  

 

 

 

 

 

 

 

 

 

 

 

그때 지나가던 승철 선배가 케이지에 턱 하고 기대서는  

 

 

 

 

 

 

 

 

 

"또또 못이길 게임 한다. 김칠봉 너 전에도 그래서 일주일간 이석민 집 청소하지 않았냐? 니가 그래서 문제야 임마. 훈련을 더 하고 댐비던지, 이석민 쟤는 나도 못이겨" 

 

 

 

 

 

 

 

 

 

하고 나를 자극한다.  

 

  

 

 

 

 

 

 

 

"아예~"  

 

 

 

 

 

 

 

 

 

원래 옆에서 부채질하는 시누이 말은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야하는법. 손에 밴드를 다시 감으며 예~하고 건성으로 대답한다.  

 

 

 

  

 

 

 

 

 

 

 

띠리링- 스파링 시작을 알리는 벨이 울리고 손에 글러브를 단단히 채워 끼운다.  

 

 

 

 

 

 

 

  

 

미트를 벗어 케이지 밖으로 던지고는 나를 향해 걸어오는 이석민.  

 

 

 

 

 

  

 

 

 

 

 

"진심으로 할거야. 끝나고 뭐라 하지말고"  

 

 

 

 

 

 

 

 


 

하더니 내 코를 향해 주먹을 날리는 그다.  

 

 

 

 

 

 

 


 

깜짝 놀라 피하는데 한참 늦었던지 귀를 스치고 가는 주먹.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잠시도 생각 할 틈 없이 무자비하게 날아드는 펀치에 두 팔로 가드만 올리고 꿈쩍도 못한채 맞고만 있다. 펀치를 날리려고 하는 순간이면 손으로 얼굴을 막아 시야를 방해했다.  

 

 

 

 

 

 

 

 

이쯤되니 슬슬 진심으로 화나기 시작한 나는 진심을 담아 펀치를 날리기 시작했으나 요리조리 잘 피하며 결국 내 주먹엔 한번도 맞지를 않는 이석민이다.  

 

 

 

 

 

 

 

 

 


 

심지어 다리를 걸어 넘어트리기 까지 한다. 그리곤 빠르게 내 등위에 올라타 목을 두 팔로 꽉 조여 숨쉬지 못하게 막는다.  

 

 

 

 

 

 

 

 

 

 

켁켁거리며 바닥을 주먹으로 치려는 찰나, 띠리링- 경기 종료 벨이 울리고 결국 화를 참지 못해 글러브를 벗어 던지고 케이지 벽을 타고 올라가 밖으로 뛰어내려 바닥에 누웠다.  

 

 

 

 

 

 

 

 

 

한쪽 팔로 눈을 가리고 누워 화를 가다듬는데 이내 케이지 문을 열고 나와 내 옆에 턱 앉는 이석민.  

 

 

 

 

 

 

 

 

 

 

"아쉽네. 벨만 안울렸어도 한대 쳤을텐데"  

 

 

 

 

 

 

 

 

 

 

대답을 않고 가만히 있자  

 

 

 

 

 

 

 

 

"누누히 말했지. 니 문제가 그거라고. 경기에 감정담아서 주먹질하면 안된다고. 너 가뜩이나 머리도 나빠서 상황 판단도 잘 안되는데 화난 상태로 주체가 되겠냐?" 

 

 

 

 

 

 

 

 

하고 화를 돋구는 그에 짜증스레 답했다.  

 

 

 

 

 

 

 

"시비 털거면 그냥 가죠? 일주일간 노예역할 할테니까" 

 

 

 

 

 


 

 

 

"그래도 저번보단 펀치 빨라졌더라. 근데 아직 모자라니까 훈련 더하고 댐벼 임마"  

 

 

 

 

 

 

 

 

하며 내 머리를 툭툭 쓰다듬고는 일어나 철봉에 매달려 턱걸이를 하는 그다.  

 

 

 

 

 

 

 

 

 

 

 

"이씨..."  

 

 

 

 

 

 

 

 


 

 

 

병주고 약주나 진짜. 벽에 걸어둔 수건으로 짜증스레 땀을 닦아내고는 물을 벌컥벌컥 마신다. 마치 '나 화났으니 건들지 마'라고 광고라도 하는 듯이.  

 

 

 

 

 

 

 

 

 

 

 

가재미 눈으로 이석민을 째려보자니 철봉에 매달려 싱긋 웃는 모양새다.  

 

 

 

 

 

 

 

 

 

 

"와 나"  

 

 

 

 

 

 

 

 

 

 

 

단전부터 알 수 없는 분노가 차오르자 수건을 벽에다가 던져버리고 다시 글러브를 손에 낀다. 샌드백을 이석민인냥 마구 쳐댔고 결국 그를 못 버틴 글러브가 터졌다.  

 

 

 

 

 

 

 

 

 

 

 

 

"괜한 샌드백한테 화풀이하지 말고. 그런다고 노예 기간 안줄여줄거니까"  

 

 

 

 

 

 

 

 

 

 

 

 

 

 

 

"누가 줄여달래? 나 완전 열심히 노예활동할테니까 미안해하지나 마요" 

 

 

 

 

 

 

 

 

 

 

 

 

 

 

 

 

 

 

 

 

 

 

 

 

 

 

 

 

 

 

 

 

 

내가 바보다 바보. 김칠봉 바보야!!! 전에 그렇게 지고 나서 일주일동안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이번엔 제 입으로 열심히 하겠다고 까지 했으니 자존심때문에 무를 수도 없고... 

 

 

 

 

 

 


 

 

 

진심으로 날 노예처럼 쓸 생각인건지 내게 카드를 픽 건내며 선수들의 야식거리를 모조리 사오라는 것이였다.  

 

 

 

 

 

 

 

 

"정말? 진짜 저 혼자 가요?" 

 

 

 

 

 


 

 

 

 

놀라 되묻는 나에 

 

 

 

 

 

 

 

 

 

"그럼? 민규랑 갈래?" 

 

 

 

 

 

 

 

 

하고 눈썹을 올리며 말해오는 석민이다. 내가 김민규 싫어하는건 또 어떻게 알고. (이전에 훈련장에서 대판 싸운 적이 있다. 사실 내가 일방적으로 화난거긴 하지만. 이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하기로 하고. 여하튼 그 이후로 김민규는 나를 졸졸 따라다니며 나를 귀찮게 하는데 그것때문에 나는 김민규를 진심으로 매우 싫어한다.)  

 

 

 

 

 

 

 

 

"난 좋아!"  

 

 

 

 

 

 

 

 

 

하며 물구나무 서기를 하다 말고 일어나 손을 번쩍 들어오는 김민규다. 그런 민규의 이마를 엄지로 툭 치며  

 

 

 

 

 

 

 

 

"넌 훈련이나 해"  

 

 

 


 

 

 

 

 

하는 석민에  

 

 

 

 

 

 

 

 

 

 

"진짜 짜증나 이석민"  

 

 

 

 

 

 

 

 

 

하며 짜증을 부리고는 체육관을 나섰다. 뒤에서  

 

 

 

 

 

 

 

 

 

"코치님이라고 부르라고!" 

 

 

 

 

 

 

 

 

 

하며 소리치는 목소리는 무시한채.  

 

 


 


 


 

 

 

 

 

 

 

 

 

 

 

 

 

 

 

시내에 위치한 체육관을 나서 시내의 중심부로 걸어갔다. 여기저기 바닥에 토하는 사람, 노상방뇨하는 아저씨, 진하게 애정행각하는 커플들 사이를 제치고 한산한 길로 접어들었다.    

 

 

 

 

 

 

 

 

 

"20인분을 어디서 사가..."  

 

 

 

 

 

 

 

 

 

새벽 한시가 다 되가는 이 시점에 무슨 야식이야 야식은...내가 지금 이석민의 노예가 아니였다면, 그래서 지금 체육관에 앉아있었더라면 뭘 제일 먹고싶었을까, 하면서 자연스레 치킨집을 향해 걸었다. 그러다 문득 든 생각, 닭 20마리를 혼자 어떻게 들고가지...?  

 

 

 

 

 

 

 

 

 

한참을 호프집 앞에서 고민하는데 주머니에서 진동해대며 울리는 전화기에 정신을 차리고 전화를 받으니 꽤액거리며 소리지르며 장난치는 선수들이다. 왜 이렇게 오래 걸리냐며 고성을 지르는 사람들에  

 

 

 

 

 

 

 

 

"이것들이 술 쳐먹었나 단체로 왜이래!!"  

 

 

 

 

 

 

 

 

하며 전화를 끊으려는 찰나, 내 어깨가 뒤로 툭 밀리는 느낌이 나며 전화기가 손에서 떨어졌고 신경질적인 눈을 한 채 천천히 고개를 들자 나를 한번 쓱 흝어보더니 기분나쁜 미소를 짓고 다시 제 갈길을 가는 남자다.  

 

 

 

 

 

 

 

 

 

돌바닥에 떨어져 액정이 박살난 핸드폰을 한번 내려다보고는 나도 모르게 속에서 튀어나온 말  

 

 

 

 

 

 

 

 

 

 

"사과 안하냐?"  

 

 

 

 

 

 

 

 

 

나보다 족히 두배는 더 살았을 것 같이 보이는 남자에게 두 눈을 치켜뜨고 말하자 그도  

 

 

 

 

 

 

 

 

 

"뭐?" 

 

 

 

 

 


 

 

하며 뒤을 돌아보는 것이다.  

 

 

 

 

 

 

 

"사과 안하냐고 시×놈아"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더니 카악-하고 바닥에 가래침을 뱉는 아저씨에도 눈 깜빡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으니 그도 잠깐 당황하는가 싶더니 이내 손찌검이라도 하려는 듯 손을 치켜들며 말하는 것이였다.  

 

 

 

 

 

 

 

 

"애미 애비가 어른한테 고따구로 말하라고 가르치디? 생긴건 예쁘장하게 생긴년이 입이 험하네.  밤길 혼자 돌아다니는년 내가 확 따먹어야 너 같은 김치년들이 정신 차리지!"  

 

 

 

 

 

 


 

사과를 해도 모자랄 판에 엄마 아빠까지 들먹이며 더러운 말까지 서슴없이 내뱉어오는 그의 태도에 결국 나도 화가 나 얼굴을 들이밀며 때려볼태면 그래보라는 투로 말했다.  

 

 

 

 

 

 

 

 

 

"때려봐 그쪽이 먼저 때리면 정당방위니까"  

 

 

 

 

 

 

 

 

그러니 정말 손으로 왼쪽 뺨을 세게 내려치는 것이였다. 얼얼한 볼을 뒤로하고 머리 뒤 어딘가에서 이성의 끈 같은 것이 툭 끊기는 소리가 났고 동시에  

 

 

 

 

 

 

 

 

 

"정당방위지?"  

 

 

 

 

 

 

 

 

 

하고 돌아간 고개를 다시 꼿꼿이 세워 오른쪽 주먹으로 그의 코를 향해 세게 펀치를 날렸다. 그러자   

 

 

 

 

 

 


 

 

"악!!" 

 

 

 

 

 

 

 

 

하며 코를 잡고 뒤로 쓰러지는 그에 그 위에 올라타 다리로 암바를 걸어 움직이지 못하게 하려는 찰나,  

 

 

 

 

 

 

 

 

 

"김칠봉!! 안내려와?"  

 

 

 

 

 

 

 

 

 

하고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다.  

 

 

 

 

 

 

 

 

 

"이 새끼가 먼저...!"  

 

 

 

 

 

 

 

 

하며 그의 목을 놓지 않는 나에 이 아저씨에게 맞은 왼쪽 뺨을 세게 때려오는 석민이다. 아저씨에게 맞았을 때보다 훨씬 얼얼한 볼에 멍해져 힘을 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로부터 떨어져 나왔다. 그 사이 자리에서 일어나 노발대발하며 소리를 질러대는 아저씨를 향해 굽신굽신하며 죄송하다며 몇번이고 사과하는 이석민의 모습에 얼이 빠져 정말 어이라고는 단 한톨도 남지 않았다.  

 

 

 

 

 

 

 

"야, 아니 코치님, 저 새끼가 먼저...!"  

 

 

 

 

 

 

 

하고 소리치려는 찰나에 잔뜩 굳은 표정으로 

 

 

 

 

 

 

 

"넌 잘한거 없으니까 가만히 있어"  

 

 

 

 

 

 

하며 말해오는 그에 결국 화가 터져  

 

 

 

 

 

 

 

"저 새끼가 먼저 때렸다고!!! 애미 애비 들먹이면서!!!"  

 

 

 

 

 

 

 

하고 소리치고는 그 자리에서 뛰쳐 나왔다. 얼빠진 듯 한 그의 표정을 뒤로 하고 어디로 뛰는지도 모른채로 그저 쿵쾅거리는 심장을 붙잡고 뛰었다.  

 

 

 

 

 

 

 

 

몇분이 지났을까,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돌아보니 불빛이라고는 깜빡거리는 가로등 뿐인 골목길 안이였다. 숨이 벅차올라 더이상 뛰지도 걷지도 못할만큼 지쳐버려서, 땅바닥에 가만히 주저 앉아 숨을 고르다가 갑자기 눈물이 터져나왔다.  

 

 

 

 

 

 

 

 

엄마가 나 버리고 딴놈이랑 눈맞아서 바람맞고, 아빠는 술쳐먹고 돌아다니면서 도박으로 남은 돈까지 다 탕진했다. 주중에는 학교에서 다른 친구들이 남긴 흰우유를 몰래몰래 모아 마셨고 몇개는 가방 속에 숨겨 집에 들고가서 저녁 늦게 배고픔에 잠에서 깨면 꺼내 마시고는 했다. 더운 여름날이면 상한 우유를 먹고 몇일씩 배탈이 나 탈진하기도 했다.  

 

 

 

 

 

 

 

그런 내가 하느님이라는 존재에 의지하기 시작한건 그리 대단한 이유에서는 아니였다. 토요일 일요일에 교회에 나오면 떡볶이같은 주전부리를 준다는 말에 빠지지 않고 출석 도장을 찍은 탓이였다.  

 

 

 

 

 

 

 

 

아이들이 다 빠져나간 뒤 홀로 예수상 앞에 앉아서 남은 떡볶이들을 먹어치우고 있노라면 마음 속에서 분주했던 분노나 슬픔의 감정들은 사라지고 한없이 편안했다. 어쩌면 한컵의 떡볶이 때문일지도 모르고 어쩌면 화려한 스테인드 글라스 사이로 삐져들어오는 햇빛이 너무도 따뜻해서 그랬을지도 모르나, 그 이후로 나는 그 예수님이라는 것에 인격을 부여하고 날 위로해주는 그런 존재로 여겼다.  

 


 

 

 

 

 

 

 

예수님이라는 존재가 남들에게는 유일신이라는 신성한 존재일지도 몰랐지만 내게는 그저 내가 힘들때 슬플때 허허 웃으며 그 긴 갈색 수염을 한손으로 쓸어내리면서 내 등을 툭툭 쓰다듬어주고 사탕 하나 쥐여주고 가는 그런 아저씨였다.  

 

 

 

 

 

 

다만 어릴적부터 또래들보다 키도 한뼘씩 크고 힘도 셌던 나는 힘없는 아이들에게 코묻은 돈을 100원, 200원씩 뜯으면서 막대 사탕 두개로 배를 채우고는 했다. 그러면 돈을 뺐긴 애들이 엄마나 아빠를 모셔왔고 그 사람들에게 한두번 뺨을 내주고 엉엉 울면서 무릎꿇고 빌면 그들은 그제서야 쯔쯧 혀를 차며  

 

 

 

 

 

 

 

 

"애미 없이 애를 키우니 애가 저모양이지"  

 

 

 

 

 

 

 

 

하며 뒤돌아 떠났다.  

 

 

 

 

 

 

 

 

 

내가 그들의 아이를 한대 때리면 그들이 내게 찾아와 뺨이고 머리고 때려댔고 나는 그걸 가만히 맞으며 그들의 아이의 돈을 빼았은 죄책감을 달랬다. 한대를 때리고 열대를 맞았으니 예수 아저씨도 날 위로해주겠지. 뭐라고 하지는 않을거야 하면서.  

 

 

 

 

 

 

 

 

그래 어쩌면 사람들의 신을 이용해서 자기 위안을 얻으려고 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어릴 때 부터 그렇게 자라온 파렴치한이였으니.  

 

 

 

 

 

 

 

 

그러나 그와 동시에 내가 예수 아저씨의 존재를 부정하게 된 것도 그리 큰 이유에서는 아니였다(내 인생에 있어서는 매우 큰 사건이지만).  

 

 

 

 

 

 

 

 

 

그날도 어느 아이의 부모님에게 손찌검을 당하고 돌아와 공원에 앉아 훌쩍이다가 괜한 나무에 화풀이를 하는 중이였다. 발로 차고, 주먹으로 치면서. 그때 누군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상상 속에 그렸던 예수아저씨의 부드럽고 낮은 목소리를 빼다 박은 목소리로,  

 

 

 

 

 

 

 

 

 

"왜 나무를 때리고 있니?" 

 

 

 

 

 

 

 

 

 

하고 물은 그는 뾰루퉁 한채 답을 않는 나를 한참 내려다 보더니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피딱지와 먼지가 뒤섞인 내 볼가를 쓱쓱 닦아주었다. 그래서 나는 예수아저씨라는 존재를 잃었고 진짜 '구세주'를 얻은 것이였다.  

 

 

 

 

 

 

 

그러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는 나를 보고 허허헛 하고 웃더니 공원 앞 중국집에 데려가 짜장면 한그릇을 사주신. 그때의 나는 뭣도 모르고 처음보는 짜장면을 젓가락으로 먹다가, 손으로 우걱우걱 퍼먹었다. 그런 짐승같은 나를 아저씨는 그저 허허 하고 웃으면서 바라보고 있고 그릇을 깨끗이 비운 나는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아저씨를 보곤 머릿 속이 복잡하게 돌아가기 시작하다가, '짜장면을 댓가로 날 팔아먹을 수도 있다'라는 판단 하에 그곳에서 도망쳐나오려는 찰나에 아저씨에 의해 뒷덜미가 잡혔다.  

 

 

 

 

 

 

 

 

"짜장면도 사줬는데 그냥 가려고?"  

 

 

 

 

 

 

 

 

 

하는 아저씨에 나는 그래도 죽기는 싫었는지 엉엉 울면서 돈은 없어요, 그래도 죽기는 싫어요 하고 대롱대롱 매달렸다고 한다. (내 기억에는 없지만 아저씨가 그렇다니 그렇다고 치자) 아저씨는 그런 나를 다독이며 중국집 위층으로 나를 데리고 올라갔고 그곳이 바로 격투기 체육관이였다.  

 

 

 

 

 

 

 

 

아저씨는 내게 샌드백을 아까 나무 치듯이 쳐보라고 했고, 나는 그렇게 했다. 그러자 아저씨는 환하게 웃으며, 돈을 됐으니 앞으로 심심하거나 화날때는 이곳에 와서 마음껏 스트레스를 풀라고 했다.  

 

 

 

 

 

 

 

 

 

그곳엔 언제나 이석민이 있었다. 나보다 두살 많은 그는 키도 나보다 두뼘정도 컸고 실력도 힘도 나보다 두배정도 앞섰다. 그를 따라 잡으려는 오기때문에 나는 그때부터 쭉 하루도 빠짐없이 체육관에 출석도장을 찍었다. (이석민이 관장님 아들이라는 건 몇년 뒤에 알게 됐다)  

 

 

 

 

 

 

 

 

성인이 되고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나이쯤 되자 우승 벨트도 몇번 차보면서 그래도 국내에서는 몇손가락 안에 드는 정도의 여자 선수가 되었고 경기에서 우승할때마다 쏟아지는 상금도 꽤 쏠쏠했다.  

 

 

 

 

 

 

 

 

그럴때면 나는 정말 조금만 떼내고는 모두 아저씨, 아니 그러니까 관장님께 드렸다. 그럴때마다 관장님은 번번히 거절하셨으나 관장님 책상이고 지갑이고 코트고 여기저기 돈봉투를 꽂아두는 나에 결국 15만원이 든 봉투 하나를 턱 주머니에 넣는걸 보여주시더니  

 

 

 

 

 

 

 

 

"됐지? 이제 그만줘 임마. 내가 이 돈 받으려고 너 키운줄 아냐? 너 덕분에 체육관도 많이 알려지고 학생도 늘어서 이런 코묻은 돈 안받아도 된다"  

 

 

 

 

 

 

 

 

하는 관장님이였다. 아무리 그렇다 한들 10년이 넘게 나를 먹여주고 재워주고 가르쳐주신 관장님을 무시할 수 있으랴, 이후로 나는 경기로 번 돈의 절반은 모두 체육관 선수들에게 투자하고는 했다. 가령, 음료를 돌린다던지, 야식을 산다던지 하는.  

 

 

 

 

 

 

 

 

명절이면 그 핑계로 값비싼 인삼을 사다바치고, 생신이면 또 그 핑계로 금반지를, 사모님 생신에는 또 그 핑계로 명품백, 이석민 생일 날에는 밥한끼 사기도 하면서. 내게는 부모님보다 부모님같은 분들이셨기에. 그렇게 우리는 진짜 가족같은 사이가 되었다.  

 

 

 

 

 

 

몇년 전에 관장님이 교통사고로 오른쪽 눈을 잃으셨을 때에도 가장많이 울었던 사람이 나였고, 그 때문에 관장님이 활발하게 선수 활동중이던 이석민을 은퇴시키고 그런 그를 내 코치로 임명할때 이석민을 위해 울었던 사람도 나였고, 그래서 너무너무 소중했던 이석민인데. 그런 사람이, 나는 가족이라고 생각했던 그 사람이 내 말은 듣지도 않고 내게 잘못한 그 사람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모습을 봤다는 사실에 나는 그가 너무 미웠다.  

 

 

 

 

 

 

 

 

게다가 퉁퉁 불어난 왼쪽 볼과 입안에서 터진 비릿한  피맛은 날 더욱 비참하게  만들었다. 딱딱한 슬리퍼 때문에 발바닥은 성치 않았고 우느라 눈물 콧물 범벅이 된 얼굴은 만신창이였다. 그에 더 짜증이 치밀었다.  

 

 

 

 

 

 

 

 

차가운 도로 바닥위에 그렇게 앉아있자니 옆에서 빵빵 거리며 경적을 울리는 차였다. 그에 낮게 욕을 짓걸이고는 옆쪽으로 자리를 피했으나 출발하지 않는 차에 의아해하던 찰나, 조수석 쪽에서 승철선배가 내렸다. 초췌한 몰골을 숨기고자 끌어안은 다리에 얼굴을 푹 박았다.  

 

 

 

 

 


 

 

 

"다 봤으니까 그냥 일어나지? 볼꼴 못볼꼴 다 본 사이에 무슨..."  

 

 

 

 

 

 

 

그의 말에도 고개를 들지 않자 계속해서 말하는 그다. 

 

 

 

 

 

 

"우리 너 찾느라 한시간 반동안 차타고 돌아 다녔다. 체육관 애들도 다 너 찾으러 이 동네 돌아다니고. 아, 이석민이 너 얼마나 찾았는줄 알아?"  

 

 

 

 

 

 

하는 말에 의심 가득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니, 입모양으로 '진짜로-' 하는 그다.  

 

 

 

 

 

 

 

그제서야 자리에서 일어나 승철선배가 이끄는 대로 차 뒷좌석에 앉았다. 날 태우고 승철선배가 조수석에 타기까지 이석민과 둘만 남은 그 차안의 공기는 멈춘 채 움직이지 않았다. 그 찰나의 시간이 정말 숨막힐듯 불편했다.  

 

 

 

 

 

 

 

 

 

백미러로 살짝 들여다본 그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은 채 거울을 통해 날 빤히 쳐다보고 있었고 눈이 마주치자마자 놀라 창밖을 보는채 했다.  

 

 

 

 

 

 

체육관 선수들에게 나를 찾았다는 전화를 마친 승철 선배가 타고 나서도 한참을 가만히 있다가 하, 하는 한숨소리와 함께 천천히 차를 굴리기 시작했다. 타들어가는 속도 모르고 앞자리에 앉아 아무말 없이 폰만 들여다 보는 승철 선배가 너무 야속했다.  

 

 

 

 

 

 

 

그때 운을 떼는 이석민이였다.  

 

 

 

 

 

 

 

 

 

"너 잘못 했어"  

 

 

 

 

 

 

 

 

 

겨우 저 말 하려고 이 정적을 깬걸까. 다시금 화가 차올라 주먹을 쥐었다.  

 

 

 

 


 

 

 

"너 격투기 선수야. 일반인들이랑은 힘도 기술도 달라. 근데 니가 아무리 먼저 맞았다고 한들 너보다 한참 뒤떨어지는 일반인을 때리면 어떡해?"  

 

 

 

 

 

 

 

 

 

"내가 무슨 말을 들었는지는 알고 말하는거야?"  

 

 

 

 

 

 

 

 

이를 꾹 물고 떨리는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말했다.  

 

 

 

 

 

 

 

 

"그 사람이 일반인이라고 해서 난 무조건 참아야 해? 애미 애비가 없으니까 그냥 참아야 하는거야? 집안 교육 못받은거 사실이니까?"  

 

 

 

 

 

 

 

 

 

 

눈물이 흐를 듯 말듯 아슬하게 걸쳐 그를 참아보려 애썼으나 결국 흘러내렸다. 그러자 운전하다 말고 갓길에 차를 멈춰 세우곤 뒤를 돌아보며  

 

 

 

 

 

 

 

 

 

"그런 뜻 아닌거 알잖아" 

 

 

 

 

 

 

 

 

 

하며 말하는 그다. 눈썹이 꿈틀거리는 모양새를 보니 본인이 더 화난 모양인데, 왜? 왜 니가 더 화내는건데? 

 

 

 

 

 

 

 

 

 

"아니 몰라, 너도 나 머리 안좋은거 알잖아. 나 그래서 니 말 니 행동 이해 못해. 내 상식으론 이해 안돼" 

 

 

 

 

 


 

 

 

하고 말하곤 숨이 벅차올라 하- 하고 숨을 내쉬었다. 두사람 모두 감정 격해지는 걸 알았는지 한참 둘 사이에서 눈치만 보던 승철 선배가 이내 말리고 들었다.  

 

 

 

 

 


 

 

 

"워-왜 이러실까, 기껏 찾으러 왔더니, 이석민 너도 그만해 이런말 하려고 칠봉이 찾아다닌거 아니잖아" 

 

 

 

 

 

 

 

 

 

승철 선배의 말이 끝나자 마자 주먹으로 핸들을 쿵 치고는 다시 앞으로 고개를 돌리는 그에  

 

 

 

 

 

 

 

 

"찾으러 오라고 한적도 없어" 

 

 

 

 

 

 

 

하며 차문을 열고 뛰쳐 나왔다. 말이 뛰쳐나온거지, 실상은 상처난 발바닥에 슬리퍼를 질질 끌며 절뚝절뚝 걷는 모양새였다. 그때 뒤따라오는 발소리에 혹시나 이석민일까 하는 일말의 기대감조차 완전히 깨졌다.  

 

 

 

 

 

 

 

" 야 잠깐만 잠시만 칠봉아 서봐"  

 

 

 

 

 

 

 

하며 어깨를 붙잡아오는 승철 선배에  

 

 

 

 

 

 

 

 

"놔요, 저딴 새끼 믿고 의지했던 내가 바보지. 선수 은퇴하고 내 코치 해준다고 했을때 이석민 안쓰러워서, 미안해서 울었던 내가 병신이지"  

 

 

 

 

 

 

 

 

하며 울분울 토해냈다. 그러자 그도 더이상 내 행동을 못참겠다는 듯 쏘아 붙이는 모양새였다.  

 

 

 

 

 

 

 

 

"야 김칠봉. 너 말 그딴식으로 할래? 쟤 너 그렇게 가고 나서 그 주정뱅이새끼한테 뺨 맞은건 알아?"  

 

 

 

 

 

 

 

 

그도 뺨을 맞았다는 말에 움찔했고 순간적으로는 진심으로 등골이 오싹했으나 이내  

 

 

 

 

 

 

 

"뭔상관이야 뺨은 나도 맞았어"  

 

 

 

 

 

 

 

하고 밀어붙였다. 그러자 한박자를 쉬고 한숨을 쉬더니  

 

 

 

 

 

 

"너 전화 끊기자 마자 시내까지 달려간것도, 너 그렇게 가고 나서 박살난 니 핸드폰 주워들고 부들부들 떨면서, 그러면서도 혹시나 너 잘못될까 끝까지 죄송하다 미안하다 하면서 그 새끼한테 머리 조아린것도, 평소에 운전도 잘 안하는 애가 너 찾는다고 차타고 온 동네 후비고 다니고 너 찾으라고 체육관 애들한테 전화한것도 알고 그러는거야?"  

 

 

 

 

 

 

 

하며 소리치는 선배에 나도 놀라 눈이 동그래졌다.  

 

 

 

 

 

 

 

"넌 어떻게 니 생각만 하냐"  

 

 

 

 

 

 

 

하며 돌아서 가는 선배에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니가 뭔데 그런 말을해? 니가 그럴 자격 있어? 평소의 나라면 그렇게 소리쳤을거다. 자존심 상해했을거고. 그러나 그런 일말의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는건, 나도 적잖히 충격받은거겠지.  

 

 

 

 

 

선배가 조수석에 타고 나서 한참동안 차가 움직이지 않더니 이내 운전석에서 내려 차 건너편에서 날 한참 바라보는 이석민이다. 멀고 어두워서 그 표정을 정확히 읽지 못했으나 그는 분명히 울고있었다.  

 

 

 

 

 

 

 

그가 이쪽으로 오려는 모양새를 취하는 찰나에 나는 왠지 모를 감정에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절뚝거리며 골목 사이로 뛰었다. 뛰다가 뛰다가 뒤를 돌아 그 차가 안보일 때 쯤, 한숨을 돌리고는 집까지 걸어갔다. 다행히 집까지는 그리 멀지 않은 곳이였기에 천천히 걸었고, 집에 도착했을 때 즈음에는 동이 트고 있었다.  

 

 

 

 

 

 

평소라면 들뜬 마음으로 조깅하고 있을 그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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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226.239
허얼... 대박이에요... 석민 설렌다ㅠㅠㅠㅠ 다음 편도 기대할게요 ㅠㅜ
7년 전
독자1
진짜 진짜 글 뭐하고 설명해야 될지 모르겠지만 진짜 최고예요ᅲᅲᅲᅲᅲᅲᅲ신 일신도 했고 다음 화 기대하고 있을게요ᅲᅲᄑᄑᄑ
7년 전
독자2
ㅠㅠㅠㅠㅠ 작가님 강한 필이 와요... 이 글은 감히 대박이라고요.... 석민이... 너무 마음이 아프면서도 너무 설레네요 ㅠㅠㅠㅠㅠㅠ 다음 편 꼭 기다릴게요!!!
7년 전
비회원249.178
헐 작가님 진짜 대박이에요...제 모든 촉이 그렇게 얘기하고있어요....와.........진짜....다음화 기다리고있을게요...!
일단 소재부터가..ㅠㅠㅠ 운동하는 셉틴X여주라니ㅠㅠㅠㅠㅠㅠ이석민 인정사정 안봐주는것도 설레네요ㅠㅠㅠㅠㅠ

7년 전
독자3
신알신 누르고 가요... 너무 너무 재밌는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편도 기다리구 있슷ㄹ개료!!!!!
7년 전
독자4
작가님! 지금까지 봐왔던 글잡이랑 뭔가 다르다해야되나? 그래서 더 좋은거같아요! 다음편도 기다릴께용~
7년 전
독자5
헐..... ㅎ러ㅓ....... ㄹ....ㅇ로ㅓ......
7년 전
독자6
작가님ㅠㅠㅠㅠㅠ 독방에서 보고 달려왔는데 이렇게 좋은 글이 있다니ㅠㅠㅠㅠㅠㅠ 감사합니다ㅠㅠㅠ❤️
7년 전
독자7
작가님 진짜 진짜 제가 완전 좋아하는 필체에요ㅠㅠㅠㅠ 독방에서 보고 왔는데ㅠㅠ 제 첫 주행 작품이 될거 같아요!! 작가님 앞으로도 멋있게 글써주세요!!♥
7년 전
독자8
너무 마음아파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그 아저씨가 제일 나쁜 사람이네ㅠㅠㅠㅠㅠㅠ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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