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씨, 김재환 언제 와…….” 다들 반가워요. 전 순얼대 기계공학과 15학번 이여주에요. 저한테는 2년째 연애중인 남자친구가 있어요. 김재환이라고, 같은 학교 항공운항과 15학번. 여초과 다니는 남자랑 남초과 다니는 여자의 만남이라 주변 사람들이 많이 신기해하긴 하던데, 여러분도 저희가 신기한가요? 학교 근처 카페에서 우연히 만나 서로 뿅 가서 알콩달콩 예쁘게 만난 지도 벌써 2년이 넘었네요. 아니, 그건 그렇고. 얜 어디서 뭐하길래 이렇게 안 나올까요? 저 진짜 배고파서 미칠 것 같은데. “저기…….” 아, 망했어요.. 질투의 화신, 김재환이 오기 전에 저렇게 쭈굴미 돋는 목소리로 절 부른 주인공을 얼른 해치워야 제가 살아요. 안 봐도 뻔해요, 저기… 혹시 남자친구 있으세요? 라며 첫 마디를 시작하겠죠. “혹시 남자친구 있으세요?” 보세요. 제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니까. “네, 있어요- 가시던 길 마저 가세요-” “아니, 그렇게 매정하게 얼굴도 안 보고 말씀하시면… 진짜 남자친구 있는 거 맞아요?” “네네, 맞으니까 빨리 가주세요 저 남친한테 걸리면 죽ㅇ…”
“여기 이여주님 남자친구 등장하셨습니다- 앞에 계시는 분은 신속하게 꺼져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죄송합니다..” 아니, 저기요… 니가 그렇게 무책임하게 떠나버리면 남은 내가 뭐가 되니…? 뭐가 되긴... 전 오늘도 되도 않는 애교 열심히 부려야 할 것 같네요.
“…….” “아니이- 난 우리 재환이 기다리면서 여기 얌전히 있었는데- 쟤가 막 와서 남자친구 있냐고 물어보고오-” “눈 마주쳤어?” “아니요! 절대 안 마주쳤습니다! 제 남자친구이자 제 전부인 김재환을 걸고 맹세합니다!” “진짜야?” “진짜! 내가 어디 지금 하늘같은 남친님께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장난해?” “……응?” 뭐지, 뭐가 잘못된거지? 제가 뭐 말실수라도 했나요? 아닌데, 분명 좋은 말만 골라서 했는데. “…왜 내가 하늘이야? 네가 하늘이야.” “아……하하… 그래…."
“배고프지? 뭐 먹을까? 파스타? 아님 돈까스?” 후… 제가 원래 이런 캐릭터가 아니었는데 김재환이니까 참아요. 제 나름대로의 애교에, 당장이라도 썩어 들어갈 것만 같던 표정을 풀고 세상에서 제일 예쁜 미소를 지어보인 재환이는 곧장 내 어깨를 감싸 안으며 점심메뉴를 물어오네요. 아, 이 익숙한 재환이 품, 재환이 냄새…… 얘 냄새가 왜 이럴까요? “…야. 잠깐 스톱.” “왜?” “너 이거 무슨 냄새야.”
“…어? 무슨 냄새?” “바른대로 불어, 당장. 이 개같은 여자 향수 냄새의 출처가 어디야.” “개라니! 말은 예쁘게 해야ㅈ…” “더 심하게 해줘?” “아… 그것이…….” 이게 진짜. 지금 누가 누구한테 표정 굳히고 난리야? 또 실습한답시고 쓸데없이 딱 붙어 다녔겠죠. 하하호호- 고객님 여기 있습니다- 이러면서. 내가 이놈의 항공운항과 불여시들을 그냥…. “자기야아… 표정 좀 풀자… 나 좀 무섭다아…….” “오늘도 실습했어?” “응… 어쩔 수 없는 거 알잖아, 우리 과 특성상…….” “아오, 진짜! 내가 이 나라 승무원들 다 없애든가 해야지!”
“안돼에… 그럼 나 자기 못 먹여살려…….” 아 미쳤다. 얘 왜 이렇게 귀엽지? 세상 사람들, 저 세상 일등으로 귀여운 재환이 좀 보세요. 아, 아니. 보지 마세요. 저 혼자 볼 거니까. 거기 당신, 눈 감으라니까요. 재환이 얼굴 저만 볼 겁니다. 예. “진짜 미쳤어, 뭐 믿고 그렇게 귀여워? 응?” “참나, 너야말로 뭐 믿고 그렇게 예뻐? 왜 그렇게 예뻐서 남자들 눈 돌아가게 해?” “너 실습하면서도 막 생글생글 웃는 거 그거 하지 마. 자꾸 니가 귀여우니까 여자들이 막 너 가만히 안 놔두잖아!” “너야말로! 요샌 팀플 없어? 이상한 실험한답시고 조 짜서 막 하는 거 그런 거 없어? 늑대들이랑 털끝도 스치지 마, 알았지?” 진짜 지랄도 풍년이죠? 압니다. 질투의 화신은 재환이뿐만 아니라 저도 해당되는거같네요,뭐.. 그래도 좋은 걸 어떡하죠? 그냥 다들 저희만의 세계에서 이만 나가주세요. 저희 둘만 있고 싶으니까. 나가실 문은 저 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