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를 게임으로 해요
(온라인 연애)
" 야!! 헤엨- 무슨 얼굴이.........?? "
" 말 질질 끌어서 말하지 말고 욕할꺼면 빨리해. "
" 늙었어. "
" 야!! "
피곤해죽을꺼같다. 덥지만 않으면 지금 이 길바닥에 누워서 잘 수 있을꺼 같다. 한 여름의 오후. 길게 늘어뜨린 가방을 한쪽 어깨에 매고는 두 손에는 작지도 크지도 않은 노트북을 든채 터덜거리며 걸어가고 있는데 기타를 맨채 내 옆에 오더니 무작정 내얼굴을 보고 놀라는 김재환이다. 얼굴상태는 어떠냐고? 인정하기 싫지만 김재환 말대로 늙었다. 시험기간에도 새지 않는 밤을 요즈음 거의 맨날 새서 그런가. 신입생은 아니지만 아직파릇파릇한 시기(?) 다른 여자동기들은 늦더라도 과하진 않더라도 기본메이크업에 옷차림까지 사소한것 하나라도 신경쓰는 반면 나는 절대 아니다. 어제 입은 옷 그대로. 그리고 뿔테안경과 잔머리가 삐죽 튀어나온채 헐렁하게 묶인 똥머리.
" ...몇시까지 했냐? "
" 샜어. "
" 아이고 여주야~여주야~ 정신차려라.. "
" 뭐. 어제보니까 너도 접속했더만. "
" 난 1라운드만 뛰고 나갔거든. "
" 안그래도 너네 라인사람들 너 아무말없이 나가니까 뒤집어졌더라. "
" 그래서 당분간 안들어가려고. "
나와 김재환이 얘기하고 있는건 다름아닌 온라인 게임. 요즈음 한참 꽂혀서 시험이 한달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시험에는 신경도 안쓴채 게임에만 신경쓰고 달리는 중이다. 당연히 내 손에 노트북이 들려있는 이유도 바로 이것 때문.
" 근데 어제 그사람 누구냐. "
" 누구. "
" 어제 너랑 같이 다니던 사람 있잖아. 왜. 그 아이디 뭐더라.. "
" 몰라.. 정신없어서 기억도 안나. "
" 으음..아..!! 황..제? "
" 그런가.. "
" 맞을껄? 근데 아 그분.. 장난아니더라. "
황제.. 황제.. 맞는것같다. 어제 게임할동안 계속 같이 다녔던 것 같다. 하긴.. 그 분이 진짜 잘하긴했지.. 그 분 덕분에 우리팀이 이겼고 나는 거기다 경험치까지 한방에 훅 올랐으니..
툭-
" 아... "
" ... "
" ... "
김재환은 나를 불쌍하게 쳐다보고있고 나는 반쯤감긴눈으로 걷고있는데 뭔가와 딱 부딪힌다. 무엇이라기보다 누군가와.
부딪힌 내몸과 머리를 신경쓰기전에 노트북을 먼저 확인하고는 사람을 확인했다. 다름아닌 우리과 선배. 좀더 자세히 말하자면 과탑.
" 아.. 죄송합니ㄷ.. "
내 사과가 끝나기도 전에 다시 제 갈길을 걸어가버린다. 뭐야.. 괜히 짜증나네..
" 야. "
" 왜. "
" 저 새* 말하는거 본적 있냐. "
" 야 넌 선배한테 저 새*가 뭐냐.. "
" 뭐. 어차피 못들었을텐데. "
여기서 저 새*는 방금도 말한듯 우리과 과탑. 이름은 황민현. 훤칠한 키에 외모까지 겸비한지라 우리과뿐만 아니라 다른과 거기다 다른학교 여학생들한테까지 인기많다.. 솔직히 말하면 진짜 외모는 탑인거 같다. 거기다 공부까지 잘하니. 그럼 완벽한 남자냐고? 절대 아니다. 방금 보았듯이. 싸가지가 없다. 그래서 완벽하지는 않다.
" 그래도 저 선배 착하데. "
" 착하다고? 저게? 사람사과도 안받는데? 아니 내가 부딪혔단 이유도 없잖아. 난 눈이 감겼지만 쟤는 눈뜨고다니잖아. 그럼 피해가야지. "
" 참아참아.. "
" 아니 화나잖아. "
갑자기 버럭 소리를 지르는 나를 차차 달래는 재환이다. 이때면 김재환이 정말 착하고 자상한 친오빠 같이 느껴진다.
" 오랜만에 잠도깰겸? 아니다. 너 또 잠깨면 또 게임하겠지. 그럼 또 밤새서 더 늙겠지? 야 누가보면 내가 연상누나 사귀는줄알겠다. "
" 절대. 네버. "
" 너무 빨리 대답하는거아니냐. 재환이 뚁땽해. "
" 아프냐? 나 어차피 오늘 시간없어. "
" 독하다 정말. 지금도 게임하러 가려고 노트북 들고다니는거? "
" 아니. 게임 집에서만 하는데 언제 알림이 울리고 이벤트가 진행될지 모르잖아. "
" 너 중독아니냐? "
" 조용해라. 나 진짜 오늘 너 놀아줄 시간 없어. "
" 이거봐. 또 게임한다니까. "
" 그래!! 게임한다!! 그니까 좀 조용해!! 와 귀축축한거봐. 이거 무슨 워터파크 파도풀에 빠졌다 나온것도 아니고. "
옆에서 깐족깐족 거리는 김재환을 뒤로한채 먼저 앞서 빠른걸음으로 나아간다.
" 야!!!! 내일 신생회다!!!!! 와라!!!! 다니엘도 오랜만에 온데!!!!!!!!!! 아니지 신생회니까 와야되잖아? "
갑자기 버럭 소리를 지르더니 혼잣말하는 김재환을 들은채만채 집으로 향한다. 아직 해가 쨍쨍한 오후지만 그렇다.. 게임때문에 일부러 애들이랑 약속도 잡지 않았다.
연애를 게임으로 해요
집에 도착하자마자 노트북 전원을 켜두고는 손을 씻고 편한옷으로 갈아입고 바로 노트북앞에 앉아 자연스럽게 GAME START 를 클릭한다.
『 안녕하세요. 애기님. 오늘하루도 열심히 달려보아요. 』
게임퀄리티는 나름 좋은데 접속할때마다 나를 반겨주는 멘트는 유치하다. 물론 내 닉네임보다는 덜 유치하지만.. 어릴적부터 오빠둘과 아빠는 막내딸인 나를 애기라고 부른 탓일까. 물론 아직도 나를 애기라고 부른다. 집에서는 물론 공공장소에서도. 그래서 처음 게임을 시작할때 닉네임을 적을때 뭘할지 고민하다가 익숙한 '애기'란 두글자를 적었지. 사실 바꾸고싶은 마음은 태평양같지만 나와 같이 게임하는 사람들은 말그대로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 사람. 즉 게임캐릭터로서 알지 실제의 나는 모른다는 것이다. 한사람빼고. 김재환. 자취방으로 이사할때 도와준다고 잠시 우리집에 온적이 있는데 그때 정신이 없었던 탓에 로그아웃은 물론 게임종료도 하지 않은채 펼쳐논 노트북을 보고 하루종일 웃었던 아픈 기억이 떠오른다. 그래서 가끔 날 놀릴때 " 우리 애기~ " 거리는데 그때마다 진짜 저 목젖을 쳐버리고 싶지만 그럴수도 없고.. 그래도 우리학과의 자랑스러운 보컬중 한명인데.. 저 자의 목을 다치게 했다간 내가 다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내가 제일 듣기 싫어하는 말중 하나는 바로 '애기'. 물론 가족빼고.
『 황제 님이 접속하셨습니다. 』
그때 화면 상단바에 뜨는 멘트하나. 아까 김재환이랑 얘기한 그분이다. 그 멋진사람(?) 그리고 몇분뒤 울리는 알람하나.
『황제 님이 애기 님을 one채널 7번방으로 초대하셨습니다. 함께 하시겠습니까? YES l NO』
당연히 YES. 이 분이 얼마나 대단하신 분인데. 이분이랑 함께 경기를 뛰면 이기는건 시간문제. 거기다가 수두룩한 보너스, 경험치까지. 거절할수없는 제안이다. 그렇게 YES를 선택하고 입장하자마자 게임이 시작되었다. 뭐야 이사람.. 나 기다린건가.. 그래 나도 한게임 하긴하지..
혼자주절주절 거리며 이내 카운트다운이 끝나고 게임이 시작하자 입을 꾹다물고 눈은 화면에 두 손은 노트북자판과 마우스에 집중했다.
연애를 게임으로 해요
역시나 결과는 완승. 10분도 가지 않은채 끝났다. 혼자서 승리의 미소를 지은채 다른 방에 접속하려는 찰나에
『 황제 님이 애기 님께 1:1 대화를 요청하셨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YES l NO 』
뭐지..? 이사람 어째서 어제부터 나를 계속 필요로해서 찾는 느낌이다. 사실 어제 게임은 팀전이고 같은길드에 속해있는지라 함께 했다고해도.. 오늘은 파트너합동매치에 날 초대한 것이다. 갑자기 궁금해진 탓에 그 분의 정보를 찾아보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몸이 굳어진다.. 랭킹이... 내가 범접할 수 없을만큼 높다. 사실 높은건 알았지만 이렇게 높을지는 몰랐다.. 한참을 멍때렸을까 또다시 알림이 울리기 시작한다.
『황제 님이 애기 님께 1:1 대화를 요청하셨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YES l NO 』
이렇게 귀하신분이 내게 1:1대화를 요청하니 더 궁금해진다.. 조심스럽게 YES버튼을 누르니 화면에는 채팅방이 나타난다. 그리고 몇초 뒤 대화창하나가 채워진다.
황제 [ 안녕하세요. ]
애기 [ 안녕하세요 ]
서로의 인사 두마디만 나눈채 그뒤로 잠시 대화가 끊겼다. 물론 채팅방은 지우지 않았고.
황제 [ 저기.. 저랑 부부연맹 맺지 않으실래요? ]
...? 이건또 무슨소린가. 이 귀하신분이랑 내가 같은 팀도 모자라 연맹이라니? 그것도 부부연맹. 흔히 다른 게임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그거다. 커플또는부부. 괜히 떨리네.
황제 [불편하셨으면 죄송해요. ]
애기 [아니요!!!! 좋습니닭1!!!1!!! ]
이 좋은 기회를 누가 거절하겠는가. 오타가 난지도 모른채 그사람이 떠나기전에 자판을 두들겼다.
황제 [ 다행이네요 ㅎㅎ 어제보니 그쪽 기술도 그렇고 같이해보면 좋은 조합이 될 수 있겠다 해서 이렇게 채팅 요청했어요. ]
애기 [ 별말씀을요.. 그쪽덕에 제가 얻은게 얼만데.. ]
황제 [ ㅎㅎ그러면 바로 제가 부부연맹신청할테니 수락부탁드려요- ]
애기 [ 네~ ]
그렇게 채팅창을 우리둘다 빠져나오자 진짜 몇초안가 알림하나가 날라왔다.
『 황제 님이 애기 님과 부부관계를 요청하셨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YES l NO 』
알림이 날라오자마자 다 읽지도 않고 바로 YES를 누르고 또 다시 알림하나가 날라왔고 내 얼굴에 다시 미소를 머금게 했다.
『 축하드립니다. 황제 ♥ 애기 님이 부부의 인연을 맺으셨습니다. 』
그렇게 우리둘의 연애는 게임으로 시작되었다.
+민현시점)
' 아... 다행이다.. '
안녕하세요- 이렇게 첫글 한번남겨봅니다..예전부터 이렇게 온라인게임에서 만나서 실제로 연애하는 그런 이야기 써보고싶었어요.. 처음이라 네.. 재미없을꺼에요.. 그래도.. 쓸수있는한 열심히 써보려구요..
잘부탁드려요!!
+참고로 여주는 황제가 민현인지 모르고 민현이도 애기가 여주인지 몰라요~ 그냥어쩌다가 이렇게 된거에요. 하지만 둘이 어떻게 연결되냐고요? 재환이에 집중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