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고3에서 중요한 시기인 1학기 중간고사가 끝났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영민이에게 '나 혼자' 자극을 받고는 뒷심을 발휘하여 이전 학교에서 보다는 나름... 괜찮은 성적을 받았다. 하루에 3시간만 자며 공부를 한 탓에 체력이 바닥나 중간고사 마지막 날에는 놀러가자는 친구들의 말도 무시하고 잠만 잤을 정도였다. 시험이 끝나고 한동안은 여유를 즐기며 아침 7시 30분에 맞추어 강서구청역으로 나갔다. 매일 그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는데, 오늘은 운이 좋은 날인지 영민이의 모습을 바로 볼 수 있었다. 물론 뒷모습 밖에는 안되지만 말이다. 그의 뒤를 몰래 훔쳐보며 오늘도 교복 단정하게 입었네, 두상이 이쁘네 하며 그에 대한 칭찬만을 속으로 삭히고 걸을 뿐이었다. 웬일로 등교할 때 후드티를 입지 않은 건지 했더니 오늘은 졸업사진을 찍는 날이었다. 문득 우리가 졸업을 하고나면 영민이는 학교를 다닐지, 아니면 지금처럼 계속 오디션을 보며 아이돌이 되기 위해 준비를 할지가 궁금해졌다. 내가 뭐라고 궁금해 하는 걸까. 어짜피 졸업과 동시에 우리를 이어주던 학교라는 인연은 없어지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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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서 사진과 동시에 졸업 사진이 되는 사진을 찍는 모습은 각자 찍기도하고 촬영 날짜가 다 다른지라 영민이가 어떻게 나왔는지는 알 방법이 없었다. 대신 오늘하는 개인 프로필 사진 촬영은 야외에서 진행이 되었기 때문에 누구든 볼 수가 있었다. 비록 나가지 말라는 우리 반 담임선생님의 말씀이 있었지만 말이다. 말을 듣지 않고 친구들과 구경을 나왔을 때에는 한창 5반이 찍고 있던 시점이라 어색한 미소를 짓곤 귀엽게 양손으로 브이를 만들며 사진을 찍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 브이가 말이가! 니 연예인 될라면 그거 갖고 되겠나!"
"그래도 여장하고 가발쓰는 것 보다는 낫다이가."
"그게 튀는거지 임마! 내 봐라 이렇게 입에 꽃물고 찍을거임."
"니는 그렇게 찍던가~"
영민이와 친구의 대화를 '엿'듣다보니 아침에 들었던 생각의 연장선이 다시금 떠올랐다.
만약 영민이가 나중에 유명해져서 누가 졸업사진을 비싼 값에 팔라고 해도 절대 팔지 않고, 평생 나만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영민이는 내 고3 생활의 일부이자 추억 그 자체로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처음 좋아한다고 인식을 했을 때도 영민이와 쌍방향으로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생각해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그저 조금은 특별한 친구로라도 남고 싶었는데, 이 빌어먹을 소심한 성격은 그 마저 허락하지 못하였다. 나중에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게 될 그에 비해, 존재 자체도 모를 사랑을 비교하는 것이 초라해 보였다. 지금은 차라리 수능이 늦게 끝나더라도 그를 조금이라도 더 오래 지켜보고 싶은 마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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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에 마지막이 될 고등학교에서의 체육대회 날이 되었다. 늘 그래왔듯이 단체로 나가는 줄다리기 외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지겹고 덥고 허리 아픈 체육대회에 기대 되는 것은 핵 인싸의 모습으로 여기 저기에 나타나 운동을 즐길 영민이의 모습 뿐이었다. 혹시 모르니 얼음물 두 개를 챙겨 양 손에 들고 스탠드로 갔다. 하필 내가 9반일게 뭐람. 6반 정도는 되었으면 영민이와 가까이 있어볼 수는 있었을텐데. 이미 반절 녹아버린 얼음물을 빨개진 얼굴에 대며 시선은 요리 조리 그를 찾고 있었다.
멀리서 보인 영민이는 반장으로서 반 아이들에게 나눠줄 간식을 가지고 오는 듯 했다. 농구 경기에 나가는 모양인지 검은 티셔츠 위에 입은 농구 나시가 꽤나 잘 어울렸다. 그나저나 큰 박스가 무겁지도 않은지 오늘도 연신 싱글 벙글이었다. 그는 언제나, 누구에게나 웃는 모습만을 보여준다. 그런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저절로 따라 웃게 되더라. 나중에 그가 아이돌이 된다면 사람들은 저 미소때문에라도 영민이를 좋아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다른 남자애들과 비교해 보았을 때도 우뚝 솟은 키에, 남다른 덩치로 눈에 띄는데다가 성격 좋은건 선생님들께도 인정을 받았을 정도고, 인상도 늘 웃는 모습을 한 호감형이니 누가 그를 좋아지 않을 수 있을까. 내가 그에 대해 알고있는 부분은 여기까지이지만, 그가 춤을 추는 모습이라던가 노래를 부르는 다른 모습들도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 모습들을 머리에 그려본 뒤, 지금은 거의 다 녹아버린 얼음물을 얼굴 여기 저기에 대며 열을 식혔다. 요즘은 5월에도 햇살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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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민이는 예상대로 참여하지 않는 경기가 없었다. 교사팀과 학생팀으로 나누어진 축구 경기에도 참여하고 그 외에도 반 대항 농구경기, 각 반의 담임 선생님과 하는 2인 3각, 체육대회의 꽃이라는 릴레이에 참여하였다. 물론 자신의 경기가 없을 때에는 반장답게 응원도 열심히 하며 분위기를 이끌었다. 그가 왜 반장이 되었는지 단박에 알 수 있던 장면이었다. 그 소리가 멀리 9반 자리까지 들릴 정도면 얼마나 열심히였는지는 말 다한 수준이지 뭐. 2인 3각 경기를 하던 도중에는 선생님과 같이 넘어졌었는데, 걱정도 되는 한편 허둥대며 일어나 놓고선 손뼉을 치며 이쁘게 웃고 있는 영민이를 보니 안심이 되었다. 이쯤되면 나는 영민이를 덕질하는 1호 팬이 아닐까 싶다. 그 자신은 존재조차 모를 1호 팬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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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민이가 전체적으로 활약을 한 덕인지 5반이 종합 우승을 하였다. 나는 더 이상 딱딱한 돌 스탠드에 앉아있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기뻤다. 아무리 실시간으로 영민이가 재롱을 떠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었던 순간일지라도, 돌이 주는 허리 통증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가 단상 위로 올라가 우승의 세레머니로 춘 정체불명의 춤은 다시 나로 하여금 기분이 좋아지게 했지만 말이다. 오늘 그의 모습들을 지켜보며 사람은 자신과 반대인 사람에게 끌린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알 것 같았다. 내가 없는 부분을 그 사람을 통해 채움으로써 비로소 나를 완성시킨다는 것이 아닐까? 그의 자신감 넘치고 활발한 성격이 내가 부족하다 생각했던 부분을 채워주는 듯 했다. 물론 그는 아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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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너굴맨이에요. 으하하
본가에 들러 쓰기 시작한 글인데 쓰다보니 제 옛 추억들이 떠오르는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얼른 기숙사에 가서 공부도 해야하는데 지금 재미 붙이면 어떡하지 싶기도 해요. 그래도 미리 글을 써놓고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댓글 써주신 분들, 봐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여전히 진짜 작가가 된 마냥 이렇게 말하는 건 어색하네요ㅇ.x
댓글을 보니 제가 실제 있었던 일이라 더 좋다는 분들이 많더라구요! 여기서 영민이는 아이돌을 준비하는 학생으로 나오지만, 그 친구는 진짜 공부를 잘 해서 특목고를 준비하던 친구라는 점이 조금 달라요. 물론 저는 그에 못미치던 학생인 건 같지만요ㅎㅎㅎ 그래서 언젠간 그 친구는 서울으로 갈텐데 저는 부산에서 혼자 남을 생각을 했었다보니 오늘 쓴 글에 나타난 감정이 잘 나타난 것 같아요. 그 친구는 재수생시절을 잘 보내고 서울로 갔더라구요. 서울에서 잘 지내겠죠?
그 친구와의 직접적인 접촉은 얼마 없었고, 제가 지켜보면서 소소하게 부딪힌 일들을 떠올리며 쓰는 글이다 보니 영민이와 대화를 하는 장면보다는 제 입장에서 풀어쓰는 글들이 더 많을 거에요. 혹시 이런 점들이 별로다 싶으시면 댓글로 말씀해주세요! 제가 끼워넣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봐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๑و•̀Δ•́)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