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젼에서는 이제 완연한 봄이라고했다.
하지만 집은 여전히 추웠고 평소와 마찬가지로 오늘도 나는 찬물에 언 손을 주무르며 세수를 했다.
코가 떨어져 나갈 것 같아 얼굴을 손으로 감씼다.
목에 걸린 수건으로 얼굴의 물을 닦고 일어서다 대문 밖에 서 있는 한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나와 눈이 마주친 사람이 대문을 열고 들어왔다.
녹이 쓸어 듣기 싫은 쇳소리가 마당에 울려퍼졌다.
남자는 안주머니에서 사진 한 장을 꺼내 나와 번갈아 보았다.
사진을 빼앗으려 손을 뻗자 남자는 친절하게도 사진을 돌려 나에게 보여주었다.
사진 속에는 내가 있었다.
지금보다 더 더럽고 지저분했다.
남자는 내 손을 가져가더니 마디마디를 만졌다.
"뭐하는 거야? 지금"
"굳은 살은 아직 그대로 있군."
"..."
"곧 'That's just death' 시즌 2가 개최 되. 이번 참가금액은 3천만원이 아닌 5천만원이지."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 있지?"
"동생이 많이 아프더군. 돈이 많이 필요하겠지."
"..."
"나와 계약 하나를 하지. 게임에서 살아남아라. 그리고 내 밑에서 일을 해."
"게임을 하는 동안 내 동생은 누가 봐주지? 내가 죽으면? 나에게 불리한거 아닌가?"
"게임에서 참가할 동안, 게임에서 살아남은 후에도 동생을 봐주도록 하지."
"..내가 죽은 그 이후는?"
"일단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야하지 않나?"
남자는 생각해보라며 명함 한 장을 준 후 가버렸다.
다시 간 'Day's'.
저번과 마찬가지로 작은 방으로 안내된 우리는 테이블 위에 뱃지 세개를 내려놓았다.
직원은 뱃지를 스캔하더니 곧 돈이 든 주머니를 가져왔다.
주머니 안에는 통조림에서 받았던 돈과 비슷해보이는 금액이 들어있었다.
밖으로 나온 우리는 다시 호텔로 돌아가 챙겨 나왔다.
무기와 식량 등 온갖 짐으로 무거웠던 배낭을 버리고 필요한 무기들만을 챙겼다.
화창했던 아침과 달리 하늘이 흐려졌다.
거리는 어제와 달랐다.
상점들은 다 문을 닫는 중이었고 사람들은 이 상황이 익숙하지 않은지 불안한 모습이었다.
상점이 다 닫히자 첫 날 보았던 모습으로 변해버렸다.
빈 건물 내부로 들어가 밖의 상황을 살폈다.
"어제 오늘 숲에 사람이 없네. 잡히는 건 진행팀 뿐이야."
이어폰으로 기광의 목소리가 들렸다.
"숲에 하나도 없다고? 지금?"
"응. 어제 오후부터 아무도 없어. 빨간 점같은 건 보이지도 않아."
"숲으로 가자."
대장의 말에 계단을 내려가는데 익숙한 휘슬이 울렸다.
한 번이 아닌 연달아 세번이 울렸다.
휘슬이 끝나자 기광이 다급하게 말했다.
"게임 시작이야. 저번과 같아! 황금 총이야!. 두준아!!"
"설마 숲이야?"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 상가로 시선을 끌고 숲에 늦게 감춘 것 같은데, 저번과 똑같을리가 없잖아. 잠깐만, 진행팀 빠지는데?"
갑자기 거리에서 총성이 울렸다.
"기광. 총 위치같은 건 해킹 못해?"
나의 말에 기광이 설마 총에 추적기를 달아놨겠냐며 타박했다.
언제 총을 맞을 지 모르는 상황에서 숲까지 가는 것이 막막했는지 대장이 얼굴을 쓸어내렸다.
"진행팀이 왜 숲에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황금 총을 숨기는 건 아닌 것 같은데?"
뒤에서 들리는 말에 뒤돌아보니 요섭이 고개를 들어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같이 천장을 올려다 보니 천장에 황금총이 달려있었다.
사슬에 매달려있는 총을 떨어트리기 위해서는 사슬을 끊어야만했다.
"왜 총소리가 들리는지 알겠네."
요섭이 총을 쏴서 사슬을 끊자 총이 떨어졌다.
탄창을 돌려보자 글자가 새겨져있었다.
"코드번호.."
대장이 기광에게 코드번호를 불러주자 기광이 대받했다.
"유리병을 찾으시오. 4개의 유리병을 찾아 목표물을 찾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