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의사 권순영X레지던트 너봉_00
(본 글의 내용 중 의학적 내용과 관련된 장면은 모두 드라마 '하얀거탑'을 참고하였습니다.)
모니터에 사진이 떠오르고 하얀 가운을 입은 이들이 급박하게 환자의 차트를 확인한다.
복부에 피를 흘리고 있는 환자의 베드가 들어오자 썩션과 각종 기계들의 전원이 켜지고 수술 가운을 입은 간호사들이 베드의 바코드를 확인한다.
"혈압이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그때, 수술실 문을 열고 뛰어들어오는 순영
"무슨일이야"
"복부에 칼이 박혔는데 아무래도 빼내는 과정에서 장골 정맥을 끊은 것 같습니다"
가만히 서서 간호사의 말을 전해듣던 그가 이내 외친다.
"썩션!"
그러자 썩션바틀에 피가 급속하게 차오르는 것을 확인한 간호사가 혈액 주머니를 교체시킨다.
순영은 잠시 눈쌀을 찌푸리고는 양쪽으로 손을 들어올리자 기다리고있던 간호사가 그의 손에 글러브를 끼운다.
"메스"
그의 손에 날카로운 칼이 쥐여지고 순영은 이내 환자의 복부 부근의 칼자국을 따라 살을 가른다. 붉은 피가 순영의 글러브 위로 흐르자 이질감이 드는 온도에 그는 살짝 멈칫했다가 메스를 간호사에게 건내며 오른 손으로 확대경을 쓰며 묻는다.
"환자 상태는"
"RBC 20팩 이상 투입됐고 BP는 70입니다. 너무 늦었습니다"
칠봉이의 말을 듣고 잠시 가만히 생각하던 순영이 이내 외친다.
"썩션!!"
"못버팁니다!"
칠봉이의 말은 무시한 채 환자의 복부에 손을 집어넣고 옆의 간호사에게
"거즈"
하며 손을 뻗는다. 그러자 순영의 손 위로 두꺼운 거즈 몇장이 올라가고 피가 흐르는 부분을 거즈로 찍어 누른다. 심박 모니터의 소리가 점점 더 빠르게 반복되고 칠봉이의 표정이 점점 초조해진다.
한쪽에 빠르게 쌓여가는 젖은 거즈와 넘쳐나는 혈액에 수술실 내의 모든 이들의 식은땀이 흘러내린다. 심박 모니터의 소리가 점점 더 빠르게 반복되고 디지털 시계의 초가 더 빠르게 달리자 칠봉이는 이내 고개를 휘휘 젓는다.
모두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그때,
"...찾았다"
칠봉이의 고개가 번쩍 들린다.
"파이브-오 폴리프로필렌"
하고 말하자 간호사는 금방 그를 니들에 끼워 순영에게 건낸다. 또 다른 간호사가 클램프를 건내자 그를 건내받아 혈관을 잡은 채 능숙한 손길로 실을 왔다갔다 움직인다. 혈관봉합을 마친 후 복부까지 한참을 그렇게 움직이다가
"컷"
마침내 실이 잘리고 수술실 안의 모두가 참았던 숨을 프하-하고 내쉰다. 간호사에게 클램프를 건내며
"고마워 수고했어"
하고 수술실을 나선 그는 글러브를 낀 채로 개수대의 물을 틀어 붉게 물든 손을 박박 닦는다. 비누까지 사용해 손을 씼고는 개수대의 벨브를 잠근다.
그때 수술실 문이 다시 열리며 간호사 하나가 소리친다.
"선생님 환자 심박동이 멈췄습니다!!"
벗으려 손을 올렸던 모자에서 다시 손을 떼고 한숨을 쉬며 수술실로 뛰어들어간다. 두손을 환자의 가슴 위에 모아 압박하다가 간호사가 건내오는 제세동기의 손잡이를 잡는다.
"200줄"
순영이 외치자 그를 따라
"200줄!"
하고 외치는 간호사.
"슛"
탕 하는 소리와 함께 환자의 몸이 들썩였다가 떨어진다. 모니터를 확인하나 아직 플랫 상태.
"300줄"
"300줄!"
"슛"
다시 한번 환자의 몸이 들썩였다가 떨어지나 여전히 모니터는 플랫상태다. 당황하는 간호사들과 다르게 그는 다시 외친다.
"360줄"
"선생님, 그건 너무..."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한 간호사의 말에도 아랑곳 않는 순영.
"360줄"
"...360줄"
"슛"
그러나 여전히 삐-하고 울리는 경보음에 순영 또한 당황한다.
"흉부외과에 연락해"
하는 순영의 말에 간호사가
"오는 시간까지 못버팁니다!"
하고 소리치자 하- 하고 한번 탄식을 내뱉은 그가
"메스"
하고 말했다. 간호사의 반응이 없자 다시
"메스!"
하며 소리치는 그. 간호사는 얼결에 그에게 다시 칼을 건낸다. 칼을 건내받은 순영은 누가 하나 말릴 새도 없이 환자의 가로막을 확 가른다. 그러자 속절없이 흐르는 피에 놀라 칠봉이 거즈로 피를 닦아낸다.
"뭐하는겁니까"
"심장을 직접 마사지하는겁니다"
"아뇨, 그건 압니다. 그래도 되는거냐구요"
"다른 방법 없습니다."
하며 환자의 흉부에 그대로 손을 집어넣는 순영. 거즈를 꾹 쥐고있던 칠봉 또한 그런 그를 가만히 지켜본다.
"에피네프린 6미리"
한참 뒤 입을 뗀 순영에 칠봉이는 뒤를 돌아 엠플 여섯개를 꺼내든다. 순영에게 엠플을 건내자 주사기에 엠플 여섯개를 모두 부어넣는다. 잠시 망설이던 순영이 이내 환자의 흉부를 노려보더니 한순간 주사기를 환자의 가슴에 내리꽂는다. 심박기의 멈춘 음 이외인 정적만이 감돌던 수술실에서 이내 심장 자발 박동 소리가 울린다.
그제서야 다리에 힘이 풀려 간이 의자에 털썩 주저 앉는 칠봉이다. 그런 칠봉이의 앞에 다가와 확대경을 끼고 있는 얼굴을 들이미는 순영.
칠봉이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순영의 확대경을 귀로부터 빼낸다. 그제야 칠봉이의 앞에서 물러나 글러브를 벗어 쓰레기통에 던져넣고는 모자를 벗으며 밖으로 나가는 순영. 칠봉이는 수술실에 남은 간호사들에게 허리숙여 몇번 인사하고는 그런 그의 뒤를 따라 나간다.
"선생님!"
손을 씼은 뒤 복도 끝을 향해 걷는 순영을 불렀다. 피곤하다는 듯 한 표정으로 뒤를 향해 몸을 반쯤 돌린 순영은 칠봉이의 얼굴을 보고는 피곤함 따위는 없었다는 기색으로 살짝 웃음지으며 답한다.
"네"
무슨일인지 웃음을 보이는 순영에 잠깐 멍하게 그를 보다가 정신을 차리고는
"...아, 확대경... 안챙기셔서"
하고 말하자
"얼굴에 피 닦고 직접 사무실로 들고와요"
하고 다시 뒤돌아 걷는 순영. 그 자리에 벙쪄
"예?"
하고 서있다가 이내 벽에 붙은 거울 속 자신의 모습울 확인하는 칠봉. 양 뺨에 연지곤지 찍은 듯 한가득 튀어있는 핏자욱에 흐익-하고 놀라고는 차가운 물로 얼굴을 씼어낸다. 얼굴의 물기를 가운에 닦아내고 손의 물기를 털어내는데 저 멀리서 간호사 하나가
"김칠봉씨! 김명회 환자분 초음파 진단결과 나왔어요!"
하며 칠봉을 불러대는 바람에 주머니에 확대경을 찔러넣은 채 데스크로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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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정말 오랜만이죠. 그동안 글을 써야지 써야지 하다가도 글은 안써지고 시간은 자꾸만 가고 하는 바람에 전작들을 마무리 짓지도 못한 채로 새로운 글을 쓰게 되네요. 석민이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백화요란]은 기다려주시는 분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차근차근 뒷내용을 다시 연재할 예정입니다. [마술사 최승철X생계형 마법사 너봉]은 생각보다 기다리고 계시는 분이 많아서 걱정을 많이 했었습니다. 그래서 오랫동안 생각을 해본 결과, 마술사 최승철은 백화요란과 이번 글의 연재가 끝나고 나서 더 좋은 스토리로 다듬어 지면 그때 다시 연재를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마술사 최승철의 뒷 이야기는 무기한 휴재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이번 글의 주인공을 누구로 설정하면 좋을지 많이 고민했는데,역시 사자 들어간 캐릭터는 순영이와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이번 이야기는 의사들의 이야기입니다. 실제 의학 드라마에서 수술 내용을 따오다 보니, 실제 병원에서 사용하는 의학 용어가 많이 등장합니다. 약품의 이름이나 수술 도구의 명칭은 글의 전개에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으니 그냥 흘려보셔도 좋습니다. 모쪼록 이번 글도 재미있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