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때의 민현이는 지금 생각해도 대단했다.
조용히 자리에 앉아 바쁘게 움직이는 민현이를 쳐다보다 눈이 마주친다.
왜?
하며 민현이가 입모양으로 말을 한다.
그냥
이라고 말하면 민현이는 씽긋 웃더니 다시 바쁘게 움직인다.
민현이는 선생님들에게도 인정받고 친구들에게도 인정 받는 그런 애였다. 흔히 말하는 핵인싸.
얼굴도 잘생겼고 사근사근한 성격까지 빠지는게 없었다.
그래서 항상 민현이는 선생님과 친구들 때문에 바빴다.
평소 귀찮은 건 질색인 나는 그런 민현이가 신기했다.
민현이와 비교되게 나는 딱 보통인 아이였다.
성적도 보통, 교우관계도 보통. 학교에 그렇게 관심있지도 그렇다고 참여를 안하는 것도 아닌 그런 딱 평범한 아이였다.
그런 내가 민현이와 친하게 된것도 신기한 일이다.
"휴- 끝나고 나 좀 도와줘 지은아."
"바빠"
"떡볶이 사줄게"
"그래"
이런 평범한 대화를 나누는 사이가 된게 너무 신기하다.
친구에서 연인까지
전화를 끊고 성우의 자취집에 가서 잤다.
성우가 안그래도 좁은데 하며 궁시렁되는게 느껴졌지만 우리집으로 가면 민현이가 올거 같았다.
나는 그렇게 당당하게 고백했지만 결국 피하는걸 선택했다.
성우는 쇼파에서 자고 나는 침대에서 잤다.
술이 들어가서 잘 잘수있을꺼란 생각과 달리 잠이 오지 않았다.
에이. 옹청이가 뭐라하든 말든 혼자서라도 2차 갈껄.
후회해봤자 늦었다. 더군다나 술이 더 들어가도 잠들지 못할게 뻔했다.
무음으로 바꾼 폰이 계속 꺼졌다 켜졌다 한다.
머리가 아프다. 술때문이야. 라고 생각했다.
지은아 나 은서선배랑 사귀기로했어.
분명 웃으면서 그 말을 하는 민현이를 봤을때는 아무 느낌이 없었다.
아 드디어 황민현의 첫사랑이 이루어졌구나. 딱 이 생각이 다였다.
그 후로 별 느낌이 없었고 그냥 단지 민현이와 만나는 횟수를 눈에 띄게 줄일 뿐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 행동은 민현이와 여자친구를 배려한다는 변명에 가려진 다른여자의 옆에 있는 민현이를 보지 않으려던 내 노력이 있던거 같다.
민현이를 만난게 14살이었고 지금이 23살이니 딱 10년이구나. 내가 언제부터 이런 마음이었는지 모르겠다.
19살, 그 때부터 민현이는 은서선배를 좋아했다. 이때 또한 나는 아무생각이 없었다.
당연했다. 나랑 민현이는 친구였으니까.
친구.. 나랑 민현이는 친구였다.
근데......
하....생각할 수록 아파지는 머리에 억지로 눈을 감았다.
언제부터. 왜. 이런건 아무소용이없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가 중요하다.
"야 빨리 일어나봐!!"
쇼파에서 졸면서 티비를 보고있던 나를 깨우는 성우에 나는 인상을 쓰며 고개를 흔들며 정신을 차렸다.
"완전 거지가 다름없네"
이틀동안 성우의 집에 머물면서 씻지도 않고 먹고 자고 싸고만 했더니 내가 봐도 내 꼴은 거지같았다.
"나가봐 밑에 민현이 왔어"
민현이라는 말에 내가 날카롭게 째려보니 자기 후드집업을 내게 걸쳐주며 다정하게 지퍼도 올려준다.
집업에 달린 모자를 씌어주고 끈까지 리본으로 묶어주는 성우를 계속 째려보니
"그러다 눈돌아가 꼬맹아"
"...."
"너 이러는거 민현이 때문이지?"
"....응"
"피한다고 정리되는 거 아니잖아. 정리를 하든 뭐...사랑을 하든 민현이 얼굴보고 얘기하면서 해. 이렇게 찌질하게 피하지 말고"
"....옹성우 바보"
"피식-그래 나 바보니까 빨리 내려가 민현이 오래기다린거 같아"
하-
한숨을 한번 하고는 내 등을 미는 성우의 손을 밀어내고 문손잡이를 잡았다.
옹성우 바보
아직 무슨 말을 해야되는 지 정리도 못했는데. 이렇게 갑자기 얼굴을 봐야된다니.
한번 더 한숨을 쉬고 계단을 내려갔다.
벽에 기대어 서있는 너는 여전했다.
뭐 몇일만에 달라지는 것도 이상하지.
차갑던 공기가 민현이 주변만 따뜻하게 느껴졌다.
"지은아. 왜 학교에 안와? 나 때문이야?"
"...응"
거짓말을 하려다 솔직하게 말했다. 뻔한 거짓말을 하는 것도 웃긴거 같아서였다.
"나 열심히 생각해 봤는데..."
"응"
"나는 지은이 너를...하...지은이 니가 친구로 밖에 안 보여."
"...."
"미안해. 지은아.고백하기 힘들었을텐데 정말 고마워."
알고 있었다. 이렇게 차일꺼란걸...민현이가 날 여자로 보지 않는 다는거...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있었다.
"...알았어"
"지은아 정말 미안해"
괜찮아 인마.
라고 말하는 나에게 억지 웃음이 지어진다. 분명 티가 날테지만.....이럴 수 밖에 없다.
"내 마음은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너무 걱정하지마라."
"...응"
더 이상 미안해하는 민현이의 얼굴이 보고싶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활짝 웃으려고 노력했다.
이렇게 괜찮은 척 하지 않으면 황민현 성격상 잠도 못 잘꺼다.
짜식-미안해서 풀죽은 얼굴도 잘생겼네. 이와중에도 잘생긴 얼굴이 눈에 들어오는거 보니 진짜 괜찮은것 같기도...
"아- 황민현 우리 그래도 계속 친구다?"
"당연하지!"
"나 내일부터 학교에 갈꺼니까 티내지 마라?"
"응응. 걱정마."
"알았어. 나 밥먹고 있었어. 너 빨리 가"
"응응. 맛있게 먹고 내일 같이 점심먹자. 떡볶이 사줄게"
"너 그거 약속했다?"
"응. 튀김이랑 순대도 사주고 후식으로 아이스크림도 사줄게."
먹을꺼 얘기에 신나하는 내가 귀여웠는지 머리를 쓰담아준다.
움찔 했지만 가만히 있었다. 이정도는 괜찮겠지. 친구때도 이런 스킨십은 많았으니까.
"나 그럼 진짜 갈게. 내일 봐."
웃으며 손을 흔드는 널 보고 갑자기 가슴이 아피지는 건 왜일까.
"잘가."
그렇게 뒤돌아서 가는 민현이가 사라질때까지 바라봤다.
풀썩.
다리에 힘이 풀려 자리에 주저 앉았다.
예상 했던 일이어서 그런지 눈물은 나지 않았다.
단지, 가슴이 저릿하게 계속 아팠다.
괜찮을 줄 알았는데 괜찮지 않았다.
우정이 사랑이 될 수는 있지만 사랑이 우정이 될 수는 없다.
나는 앞으로 계속 황민현을 사랑할꺼다. 나혼자.
돌아오지 않아도. 민현이가 몰라줘도. 그래도 괜찮다.
아니 민현이가 몰라 줬으면 좋겠다. 그게 내가 친구로서 민현이를 사랑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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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있으면 말씀해 주떼여~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