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전정국] 학원물의 정석 -1- - 인스티즈(instiz) 픽션 카테고리

학원물의 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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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전정국] 학원물의 정석 -1- | 인스티즈

흐읍- 숨을 크게 들이 쉬었다. 왜냐면, 오늘은 서울로 올라가는 날이니까. 귀중품 같은건 죄다 내 가방에 넣었고, 나머지 짐들은 이삿짐 센터가 옮겨준댄다.

빵빵한 가방을 꼭 끌어안고 얼굴을 파묻었다. 서울이라니, 막연한 무서움이 먼저 다가왔다. 옆에서 아빠가 ‘걱정 돼?’ 하고 여쭤보시길래 크게 고개를 작게 한번 끄덕이고 윗 입술을 뜯었다.

내가 긴장하면 나오는 버릇이다. 나랑 가깝게 지냈던 가족이나 친구들 밖에 모를거다. 사실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친구는 박지민, 한명 뿐이지만.

박지민의 말에 따르면 나는 재수가 없다나 뭐라나, 사실 친구가 없는건 사실이니까 그런가보다 하고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지만 이럴땐 가끔 울적해지기도 한다.

휴, 고개를 다시 흔들어 머리를 털며 쓸데없는 생각들도 털어버렸다. 친구는 무슨, 나 살기도 바쁜데. 그나저나 서울은 공부 잘하는애들 수두룩 빽빽이라던데, 진짜 걱정된다.

대학 잘가야하는데, 아무리 부산이 한국에서 두번째로 큰 도시라 해도 분명 수도권 아이들이랑 지식 차이가 많이 날텐데. 서울로 올라가면 바로 학원부터 찾아봐야지.

“맞다 탄소야 정국이 기억나나? 그, 태정이 삼촌 아들. 니랑 동갑인 얼라 하나 있었다이가. 너무 오래 되서 기억 안날라나.”

“전정국…?”

아, 전정국. 맞아, 진짜 오랜만에 듣는 이름이다. 유치원때인가 초등학교 때인가 서울로 올라가버렸다고 했는데. 전태정 삼촌 아들 전정국.

태정이 삼촌이랑 아빠는 고등학교 친구였고, 진학도 같이해서 직업도 같은걸 가지고 계신데다 둘이 진짜 죽마고우셨지. 태정이 삼촌이 서울로 갈때 아빠도 간다고 징징댔었는데, 풉. 그때 생각하니까 또 웃기네. 엄마가 친정집이 부산이라 안된다고 해서 결국 생이별 했지만… 두분이서 간간히 시간이 나면 서울과 부산 사이에서 만났다고는 들었는데.

“아직도 삼촌이랑 연락해요?”

“당연하지, 곧 가면 삼촌 맨날볼꺼다.”

아빠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할때 눈치 챘어야 하는데.

“이야- 진짜 오랜만이네, 잘 지냈나?”

“잘 안지낼게 뭐가 있겠나, 니는 잘 지냈나?”

“아무래도 짐이 부산에서 서울까지 올라오려면 오래 걸리니까, 태정이가 집에서 좀 쉬고 가라고 하더라고.”

아빠가 흐뭇하게 웃어보이며 태정이 삼촌과 어깨동무를하곤 내 손을 끌어다 억지로 악수를 시켰다. 불편한 미소지으며 오랜만이에요- 하고 매우 비즈니스적인 웃음을 지어 보였다.

엄마는 당연히 알고 있었겠지 싶었는데 엄마를 돌아보니 호호호… 하고 웃지만 아빠를 금방이라도 불이 날것만 같은 눈빛으로 째려보고 있었다.

태정이 삼촌이 우리를 안으로 들여보냈고 비즈니스적인 웃음을 띠고 신발을 벗고 들어갔는데,

“전정국…?”

태정이 삼촌이 뒤따라 들어오다 아차- 하는 소리와 함께 재빨리 내 옆으로 와 마치 우리 사이를 중매하듯,

“정국아, 여기는 탄소. 기억나나? 너무 오래되서 잘 모를 수도 있는데, 그 내나 우리 맨날 같이 놀러다니던 가족있다이가, 딸래미.”

“아, 네.”

방금 잠에서 깬듯한 목소리와 복장으로 고개만 까닥이고 다시 제 방으로 들어가버리는 전정국 이었다.

삼촌이 허허- 하고 웃으며 ‘점마 아직 사춘기가 안지났다’ 하고는 우리를 자리로 안내했다. 사춘기는 무슨, 저런 애들은 뻔하지. 공부도 못하는데다 관심도 없고 게임이나 맨날하는- 깜짝이야.

말로도 안한 뒷담화에 귀라도 간지러웠는지 방문을 벌컥 열고나와 뒷덜미를 거칠게 털고는 물 한컵을 들고 다시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쯧- 나중에 어떻게 살건지, 쟬 만날 여자가 불쌍하다.

“아, 그래서 이삿짐은 언제 온대?”

“한 저녁 대여섯시쯤 온다던데”

아빠랑 삼촌의 얘기가 도란도란 들려왔고 나는 애꿎은 핸드폰만 내려다 보며 홀드를 풀었다, 잠궜다 했다.

엄마랑 이모랑은 자식 키우는 얘기가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식탁에 앉아 두 분만의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뭐, 엄마 오랜만에 웃는거 보는거 같으니까.

입을 꾹 물어 입꼬리를 말아 올려보기도 하고, 지을수 있는 표정은 죄다 지으며 새까만 핸드폰 화면에 비치는 내 얼굴만 보고 있었다.

이럴 시간에 공부나 하는게 낫겟다 싶어 가방을 열었는데 책도 안 챙겨 왔네. 급하게 챙기다 보니 책을 쇼파에 놔두고 왔나보다.

책이랑 같이 있어야하는데, 짝지가 없는 필통만 꺼내어 안에 있는 샤프, 볼펜, 형광펜 수만 셌다. 삼촌이 나를 흘끗 보더니,

“탄소야 심심하제? 밖에라도 나갔다 올래? 삼촌이 용돈 줄게.”

“아, 아녜요 괜찮아요.”

옅은 미소를 지어보인뒤 다시 눈을 핸드폰으로 돌렸는데, 삼촌이 굳이 지갑에서 오만원권을 꺼내어 내 손에 쥐여주셨다.

“여기 길은 잘 모를테니까… 정국아! 전정국!”

“왜요!”

방안에서 짜증섞인 외침이 들려왔다.

“아, 거참. 탄소랑 밖에 나가서 아이스크림 좀 사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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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정적이더니, 모자를 뒤집어 쓰고 마스크에, 패딩을 이미 다 갖춰입은 전정국이 모습을 드러냈다. 저벅저벅 걸어와 고개를 돌려 한숨을 내쉬더니 손을 내밀어 돈을 달라는 포즈를 취했다.

“나 혼자 갔다 올게요.”

돈을 받고는 재빨리 발을 옮겨 현관으로 향하는데 나는 가만히 서있었다.

얼른 같이 나가보라며 아빠가 내 다리를 떠밀었고, 전정국이 나를 한번 째려보더니 나가버렸다. 우물쭈물 하다 아씨- 작게 중얼거리고 어쩔 수 없이 따라 나갔다.

엘레베이터를 기다리는 그 짧은 순간이 어찌나 길게 느껴지는지 숨이 턱턱 막히더라. 엘레베이터 안은 또 얼마나 갑갑하게 느껴지던지.

아무말없이 묵묵히 걸어가는 전정국은 어찌나 빠른지 겨울인데도 숨이 턱, 막힐때 까지 경보로 걸어야 겨우 뒤쫓아 갈 수 있었다.

간간히 지나치는 가게 거울로 나를 흘끔 쳐다보는것 같았지만 잘 따라 오고 있나 강아지 확인하듯 확인하고 뒤로 한번도 돌아보지 않은채 배스킨라빈스에 도착하는데만 신경을 쓰는것 같았다.

딸랑- 경쾌한 소리를 지나 들어오니 밖보다 따듯한 실내 공기가 나를 맞이 했다. 하아아- 숨을 길게 내쉬고 이미 도착해 아이스크림을 고르고 있는 뒷모습의 전정국이 보였다.

“뭐 먹을건데.”

눈도 안마주치고 반쯤 뒤를 보며 나에게 묻는건지 누구에게 질문하는건지 알수 없는 전정국의 목소리가 나에게 들렸고, 나는 진열장으로가 한참을 고민하다 엄마는 외계인을 골랐다. 계산대로 가 계산하는 전정국을 보는데, 앞에 점원이 수줍은 듯한 얼굴로 계산을 도와주는게 눈에 들어왔다. 저 얼굴이 그렇게 잘생겼나. 어렴풋한 기억을 되짚어 보면 어릴때 부터 내 옆에 있던 전정국은 잘생겼다는 말만 엄청 들었던 것 같다. 유치원때 부터 들었으니 지가 잘생긴줄 알겠지. 쓸데없는 생각을 한참 하고 있던 찰나, 나를 지나쳐 나가는 전정국을 급히 따라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