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보기가 안 되서 그냥 첨부..합니당
이 글을 읽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그려보았어요..껄껄
[NCT/이동혁] 크레파스 (完)
w. 2젠5
시민이 왔니? 원장님이 날 음흉한 눈빛으로 보시면서 껄껄 웃으셨다. 동혁이 말 들어보니까 잘생긴 애랑 영화보러갔었다면서! 벌써 커서 연애도 다 하고! 원장님의 말에 대충 손을 저어주고 나와 이동혁의 방으로 향했다. 원장님과 이동혁의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그 잘생긴 애랑 영화보러갔었던 건 맞지만, 연애를 한 건 아니었다. 나는, 이제노의 마음을 즈려밟았다. [괜히 마음 흔들어서 미안해. 학교에서 웃으면서 보자. 잘자,] 이제노, 딱 그 애다운 문자였다.
전화를 왜 이렇게 안 받아, 걱정했잖아.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겨 너와 나의 방으로 향했다. 다 알고 있으면서, 모르는 척 하는 네가 괜히 미웠다. 이동혁이 내 책상에 앉아서 제 숙제를 하고 있었다. 내 전기장판은 또 언제 켜놨대, 목도리를 풀러 내 침대 맡 서랍 위에 놓으며 이불 속에 손을 넣었다. 따뜻했다. 도대체 얼마동안 나를 기다린건지, 얼마동안 이 전기장판을 켜놨던건지. 너는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하지만 네 사소한 행동들이 나에게 맞춰져있는 것이, 내겐 어떤 의미인지.
이동혁이 연필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보일러 틀어놓고 올게. 옷 갈아입고 목욕하러가. 이동혁이 옅게 미소지으며 방을 나갔다. 방에 나 혼자 남았다. 좋아해, 많이. 빨간 코 끝의 이제노가, 내게 그렇게 말했다. 사실, 이제노보다 어쩌면 이동혁에게서 그 말을 듣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내 곁은 빙빙 맴도는 이동혁에게서 그런 말을 듣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옷을 대충 갈아입고 세면도구를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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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동혁만 생각하면 왜 자꾸 눈물이 나지. 따뜻한 물에 몸을 녹이며 그렇게 생각했다. 아니, 조금 운 것 같기도 하다. 너는 왜 그렇게 날 생각해서, 내가 이제노를 못 좋아하게하는거야. 시민아, 아프면 사랑이래. 어린 시절, 원장님의 일기를 훔쳐보고 왔다며 낄낄대던 이동혁을 떠올렸다. 멍청이, 아프면 사랑이라는 말은 웃긴 말이 아니었다. 나는, 정말 아프다. 이동혁, 그 애도 날 생각하면 아프겠지. 내가 이제노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는 그 애니까. 그렇다면, 나와 이동혁은 서로를 사랑하는 걸까.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감싸고 방으로 향했다. 이동혁이 웬 일로 자지 않고 있었다. 제 침대에 걸터앉아, 그냥 들어오는 나를 가만히 보고 있었다. 안 자고 있었어? 이동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영화 재미있었어? 멍청이, 애써 웃는 입꼬리가 어색했다. 자꾸 눈물이 날 것 같아서 대답을 하지 않고 세면도구를 정리하는 척 했다. 나랑 영화본지 한 오백만년 된 것 같은데. 나지막히 그렇게 말하는 이동혁이 정말 미웠다.
세면도구를 대충 정리하고 내 침대에 걸터앉았다. 이동혁과 나의 시선이 교차했다. 이동혁을 보자마자, 왈칵 눈물이 터졌다. 울어? 놀란 눈의 이동혁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고개를 떨구어서 내 앞에서 어쩔 줄 모르고 방황하는 이동혁의 발이 보였다. 매일 나 대신 뛰어다녀서 부르튼 이동혁의 발이. 이제노 그 시발 새끼. 이동혁이 제 머리를 헤집으며 내 옆에 앉아 어깨를 토닥였다. 이동혁의 입에서 듣는 두번째 욕이었다. 그리고, 이제노에게 하는 두번째 욕이기도 했다. 달빛이 창문 너머 예쁘게 일렁였다. 이동혁의 품이 넓었다. 언제 이렇게 컸냐, 너, 그리고 우리. 내게 크레파스를 건네던 13살의 널 기억한다. 그때는 우는 너를 내가 달랬는데. 먼저 잠든 네 얼굴을 몰래 훔쳐봤었는데.
동혁아, 이동혁의 옷에 내 눈물이 잔뜩 묻었다. 목이 늘어난 이동혁의 회색티가 군데군데 얼룩이 졌다. 달빛에 비친 이동혁의 눈이 날 곧게 응시했다. 응, 이동혁의 눈이 예뻤다. 그 애의 코도, 입술도, 귓볼도. 이제노가, 내가 좋대. 마주친 이동혁의 눈이 조용히 흔들렸다. 근데, 넌 입꼬리를 당겨서 웃으면 안되는건데. 억지로, 웃으면 안되는건데. 네 속에 얼마나 많은 흉이 져있을 지 짐작도 할 수가 없었다. 야, 뭐 그런거 가지고 우냐- 나중에 결혼할 땐 얼마나 울려고. 내 볼을 장난스레 꼬집는 네 눈동자에 내가 비쳤다. 그만 울고 얼른 자. 내일 이제노 예쁘게 봐야지. 이동혁이 내 머리를 몇번 쓰다듬어주고 제 침대로 향했다. 난 널 좋아해, 라고 말해야했는데 그럴 수가 없었다. 제 침대로 걸어가는 이동혁이, 그러니까, 창문에 비친 이동혁이, 울고 있었기 떄문이었다.
불, 오늘은, 흐으..너가 꺼줄래? 이동혁이 울고있었다. 멍청이, 센척을 하려면 끝까지 하지. 울어? 아까 이동혁이 했던 말을 그대로 했다. 이동혁이 아무말도 하지 않고 이불을 제 머리 끝까지 끌어올렸다. 동혁아, 이동혁의 침대에 걸터앉아 이불 밖으로 삐져나온 그 애의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었다. 난 너 좋아해. 숨 죽여 들썩이던 이동혁이 가만히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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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혁이 이제 애써 울음 소리를 죽이지 않았다. 13살의 여름, 제 크레파스를 지성이가 다 부러뜨려버렸다며 엉엉 울던 이동혁 이후로 오랜만에 보는 이동혁의 눈물이었다. 동혁아, 내가 그떄 그랬지. 크레용이랑 파스텔의 중간이 크레파스라고. 그래서 잘 부러진다고. 태일 오빠가 쓰던 크레용을 꼭 쥐고 고개를 끄덕이던 이동혁을 기억한다. 나는, 흐, 네가. 이동혁이 애써 제 얼굴을 가리지 않는다. 얼마나 아팠어, 그래. 이동혁을 일으켰다. 이동혁이 고개를 떨구고 엉엉 울었다.
이제노, 한테 말했어. 너, 상처주지 말라고. 이동혁이 제 이불 끝을 쥐었다. 시민아, 무슨 일이야? 방 밖에서 원장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동혁의 울음소리는 멈출 줄을 몰랐다. 어쩌면 더 커졌다. 별거 아녜요! 안녕히 주무세요! 원장님은 심각한 상황이라고 생각하셨는지 금방 내려가셨고 나는 이동혁에게 휴지를 건넸다. 아, 휴지 말고 물티슈를 건네야했나. 울 때 휴지로 닦으면 얼굴 다 트잖아. 휴지를 받아드는 이동혁이 금방이라도 울고 있는 13살의 내게 그렇게 말 할 것 같았다.
사랑하는 이들은 왜 아파야할까, 이동혁의 눈물이 점점 멎었다. 난 죽을 때 까지 내가 못 말할 줄 알았어. 이동혁이 잔뜩 젖은 제 속눈썹을 깜빡거렸다. 좋아해, 시민아. 이동혁을 가만히 껴안았다. 그 애에게서 내 코트에서 나는 섬유유연제 향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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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혁의 옆에 누웠다. 원장님이 보시면 미쳤다고 소리를 지르시겠지. 이동혁이 내 쪽으로 누웠다. 그 애의 티 없이 맑은 미소가 좋더라. 사랑해 시민아. 아주 많이. 그렇게, 그렇게 나지막히 말하는 이동혁을 내 눈에 담았다. 이동혁이 제 이불을 끌어올려 내 어깨 즈음에 덮어주었다. 내가, 내일 원장님 오기 전에 깨울게. 이동혁이 내 볼을 쓰다듬었다. 첫사랑의 마지막이었다. 마지막, 첫사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