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어먹을 어니부기는 날 싫어한다 Spin Off 입니다 +.+
여주는 아침부터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자취방 문을 여는 것조차 버거워 보이는 얼굴이다. 제 오른팔에 멘 가방을 두어 번 붙잡더니 결심한 듯 조심스레 자취방 문을 서서히 열었다. 학교를 향하는 여주의 발걸음이 무겁다. 정문을 지나 공과대 건물이 가까워질수록 여주는 고개를 낮추고 땅만 보며 걸음을 걸었다. 그 순간, 별안간 여주의 어깨에 가느다란 손이 얹어졌다.
" 여주야! "
흐익. 여주는 놀랐지만 이내 놀라지 않은 척 고갤 들어 상대방을 확인했다. 역시나 예상했던 사람이었다. 김종현. 기계공학과 과대이자 여주보다 한 살 많은 복학생이었다. 이번에 군대를 제대하고 복학했다는데 유독 여주에게 말을 많이 걸곤 했다. 여전히 여주는 일방적인 종현의 행동이 부담스러웠다. 살갑게 웃으며 제 옆에 나란히 서는 종현을 힐끔이다가 다시 시선을 아래로 떨어트렸다.
" 땅에 뭐 묻었어? 있잖아 여주야, 자동차 설계 말이야… 어! 여주야 어디가아! "
여주는 뒤를 돌아 꾸벅 인사를 하고는 총총총 걸음을 빨리했다. 등 뒤로 종현의 목소리가 아득하게 들려왔지만 굴하지 않고 공대 건물을 향해 빠른 걸음을 내디뎠다. 여주가 벌써 며칠째 같은 행동을 반복했지만 종현은 아랑곳 않고 말을 걸어왔다. 본디 사람이란 같은 행동을 지속적으로 하면 아- 이 사람이 날 부담스러워하는구나. 하고 깨달을 법도 한데 종현은 그런 게 없었다. 항상 언제 어디서든 여주를 발견하면 뭐가 그리 좋은지 생글생글 웃으면서 다정하게 굴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기에는 여주의 성격이 물러터져서 그러지도 못했다.
" 어, 여주야 종현이는? "
" ...모,릅니다. "
종현의 친한 친구인 민현이 강의실에 들어서는 여주를 보자마자 대뜸 물었다. 상투적인 어조로 여주가 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민현은 또 뭐가 그리 좋은지 싱긋 웃으며 그렇구나- 읊조릴 뿐이었다. 여주는 강의실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뭐가, 어떻게 잘못되었는지를 생각의 생각을 더했지만 정확한 답은 나오지가 않았다. 사건의 발단. 그래, 여주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갔다. 아마 지난주 전공 수업이 끝났을 무렵이었다.
빌어먹을 김여주는 날 싫어한다
그날도 여주는 어김없이 수업이 끝이 나면 제일 첫 번째로 강의실을 빠져나가려 했다. 분명, 그러려고 했는데.
" 여주야! 잠깐마안! "
" .....? "
" 다음 주 개총 있는데, 올 수 있어? "
여주가 강의실을 빠져 나가기 전, 웬 생전 처음 보는 남자가 말을 거는 것이었다. 여주는 남자의 입에서 나온 '개총' 이라는 단어에 순간 저도 모르게 질색을 하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러자 남자가 돌연 방긋방긋 웃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 왜애? 개총 되게 재미있을건데. 혹시 술 못 마셔서 그런거며는… 어! 여주야 어디가아! "
여주는 가방을 질끈 메고 남자로부터 도망을 쳤다. 깊게 쌍꺼풀 진 눈과 동글동글한 코. 시원스레 올라간 입매가 참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여주는 성격상 그런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달가워하지 않았다. 활발한 사람들. 살면서 고민이란 한 번도 안 해봤을 것 같은 구김살 없는 얼굴. 누구에게나 쉽게 말을 걸 수 있는 성격. 남자의 첫인상이 딱 그랬다. 여주는 그 날 처음으로 학과 단톡에도 초대되었다. 남자의 이름은 김종현. 이번에 군대를 제대한 복학생이자, 새로운 2학년 과대였다. 1학기의 과대는 돈에 환장한 사람이었는데. 차라리 여주는 그 인간이 낫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날 이후로 잔잔하게 흐르는 널따란 호수 같던 김여주의 일상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동기들 대부분과 안면은 있지만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닌지라, 여주에게는 학과 건물을 지나다니면서 누군가와 인사를 나눈다거나 하는 행동들은 보통 드물었다. 조별과제를 할 때에도 잠시뿐이었다. 짤막한 소개와 대개 먼저 여주가 말을 꺼냈다. ppt는 제가 만들게요. 본래의 소심한 성격 때문에 남들 앞에서 나서거나 남들의 눈에 튀는 행동들은 제 스스로 자제했다.
그랬던 여주의 일상이 누군가에 의해서 점점 변하고 말았다. 여주의 큰 호수에 종현이 첨벙 빠져든 것이다. 해맑은 얼굴로 복도를 팔랑거리면서 여주를 발견할 때면 어! 우선적으로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총총 여주의 앞으로 다가와 뭉글뭉글한 발음으로 인사를 건넸다. 여주야! 안녕! 어찌나 목소리가 큰지 복도를 지나다니는 과 사람들이 종현과 여주를 힐긋거리기도 했다. 사람들의 관심. 그래서 여주는 종현이 불편했다. 싫다기보다는 부담스러운. 딱 그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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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수업을 듣기 위해 여주는 그 누구보다 강의실에 먼저 도착해서 빈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지난 주 개강을 했을 땐 교수님의 스케줄 관계로 휴강을 했던지라 개강 이후 처음 듣는 수업이었다. 강의실을 오면서 사온 풍선껌을 주머니에서 꺼내 여주가 돌돌 말아 씹었다. 강의 시간이 다가올수록 하나둘씩 사람들이 강의실 안으로 들어온다. 여주는 느릿하게 껌을 씹다가 순간 고개를 저도 모르게 숙였다.
" 어! 여주야! "
아아. 여주는 풍선껌을 입천장에 붙이고 숙였던 고개를 찬찬히 들었다. 역시나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종현이었다.
" 너도 이 수업 듣는거야? 잘 됐다. 실은 나 혼자 듣게 돼서 엄청 걱정해꺼든. 근데 여주 너도…어! 여주야 어디가! "
뭐가 그리 반가운 건지 종현이 사근사근 웃으면서 여주의 옆에 앉아 종알종알 말을 이었지만 이내 말이 끊겼다. 이유는 단순했다. 미리 사놓은 교양책을 들고 여주가 어정쩡한 자세로 일어나 슬금슬금 걸음을 옮겼기 때문이었다. 종현은 저로부터 멀어지는 여주의 행동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울상을 지었다. 덧붙여 여주의 이름을 부르고 싶었지만 고개를 휙- 돌려버리는 행동 때문에 입을 꾹 닫고 시선을 앞으로 두었다. 민현이 해 준 말이 불현듯 떠올랐다. 종현은 두 손을 얼굴에 갖다 대며 시름시름 앓는 소리를 냈다.
" 아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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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주가 또 피했어? "
" 응... "
민현은 퍽 진지한 얼굴로 골똘히 생각하는 종현에게 캔 음료를 따서 내밀었다. 종현은 민현이 준 음료를 홀짝이면서 아랫입술을 짓이겼다. 벌써 이번이 몇 번째인지도 모를만큼 여주가 또 저를 피했다. 종현은 작게 한숨을 쉬면서 기지개를 쭉 폈다.
" 민현아 네 말대로 여주가 나 지짜... 싫어하나? "
" 음… 싫어하는 것까진 모르겠는데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긴 해. "
옅게 웃으며 말을 잇는 민현의 말에 그만 종현의 얼굴에 먹구름이 덮였다. 근심 가득한 표정이 종현의 얼굴 곳곳에 드러났다. 민현은 너무 솔직하게 말을 했나 싶다가도 요 며칠 동안 여주의 행동을 관찰한 결과 종현이 자꾸만 여주의 이름을 부르며 다가갈수록 오히려 여주는 뒷걸음질을 치기 일쑤였다. 극과 극인 성격의 두 사람이 한순간에 친해지기란 원래부터 어려운 법이었다.
" 나는 그냥.... 여주랑 잘 지내고 싶은 것 뿐이었능데... "
속상할 때나 나오는 종현 특유의 버릇이 튀어나왔다. 발음이 잔뜩 뭉개지면서 동글동글한 소리를 내며 말꼬리를 늘렸다. 민현은 종현의 어깨를 살며시 토닥여주며 위로를 건네었다.
" 종현아 그렇다구 너무 상심하지는 말구. "
" 앞으로 여주한테 카톡도 하면 안되겠지..? "
" 종현아 너 카톡도 해? 여주한테? "
처음 듣는 말에 민현이 눈을 땡그랗게 뜨고 물었다. 그에 종현이 뭘 그런걸 묻냐는 듯 고개를 주억거린다. 심지어 휴대폰 화면을 켜서 민현에게 보여주기까지 한다.
16 김여주
――――――――――――――201X년 9월 1일 ―――――――――――――
오후 6:47 여주야! 개총 올 거지?
――――――――――――― 201X년 9월 2일 ―――――――――――――
오전 11:25 여주야! 오늘 취업한 선배들 오셔서 이런저런 이야기 해주신댔거든! 시간 되면 3층 A 강의실로 와!
――――――――――――― 201X년 9월 3일 ―――――――――――――
오전 8: 49 여주야 여주야 학과장님이 오늘부터 상담 신청하랬으니까 꼭 해! 자세한 건 학과 홈페이지에 나와있어!
――――――――――――― 201X년 9월 4일 ―――――――――――――
오전 11:03 김여주 번호 맞죠...?
16 김여주
네 오후 11:13
오후 11:13 그래 여주야! 다음 주 개총 올 수 있으면 꼭 와!
민현은 휴대폰 화면을 샅샅이 훑다가 절로 얼굴을 찌푸렸다. 이러니 여주가 피하지 않고 못 배기지. 종현만 그 이유를 모르는 게 친구로서 안타까울 뿐이었다. 종현은 꽤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민현을 넌지시 바라보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휴대폰을 건네받았다.
" 민현아 표정이 왜 그래? "
" 당분간 개인 카톡은 하지마 종현아. "
" 전체 단톡방을 여주가 안 보는 걸 어떡해... "
종현이 속상한 어투로 말을 이으며 기계공학과 2학년 단체 카톡 방에 들어갔다. 종현이 단톡방에 여주를 초대한 이후로 1 표시가 줄곧 사라지지 않았다. 단톡방에 초대되자마자 여주는 알림을 꺼놓았다.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종현은 여주가 단지 낯을 많이 가려서 그러나 싶었다. 보면 볼수록 제가 아끼던 강아지 '부기'를 닮아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종현은 여주를 처음 본 순간부터 저도 모르게 눈이 갔다. 어딘가 모르게 챙겨주고 싶어서 그만 욕심을 부렸는지도 모르겠다.
" 아무튼 종현아. 당분간 여주한테 카톡이나 인사는 하지마. "
" ...인사도 하지마? "
" 응. 여주 이름 불러가면서 뛰어가고 막 그러지는 마. "
" 알겠어어.... "
풀이 죽은 목소리가 끝내 설계실을 메웠다. 민현은 다 마신 캔을 쓰레기통에 넣으며 힐긋 종현을 바라보았다. 종현의 둥그스름한 머리통이 익은 벼처럼 꾸벅 숙여진다.
빌어먹을 김여주는 날 싫어한다
잔잔히 흐르던 김여주의 호수에 풍덩- 빠진 줄로만 알았던 종현이 헤엄쳐 호수를 빠져나간 걸까.
여주는 그간 제게 살가운 얼굴로 인사를 건네던 종현의 행동이 꿈인 듯 아득해져갔다. 그도 그럴 게 더 이상 종현은 여주와 학교에서 마주치더라도 인사를 건넨다거나 교양 수업 때 옆자리에 냉큼 앉는다거나 하는 행동 따위를 하지 않았다. 그뿐인가. 종종 오던 종현의 카톡도 며칠째 오지 않았고 덕분에 여주는 단톡을 초대받은 이후 처음으로 단톡방을 읽게 되었다. 그전에는 딱히 부탁하지 않아도 종현이 공지를 따로 일러주었기 때문에 그럴 필요가 없었는데 말이다. 오늘이 드디어 개강총회군. 여주는 전혀 갈 생각이 없는 '개총'에 대해서 일말의 고민 없이 투표를 했다. 원래 이런 건 하지 않는데… 그, 그래도 일단 카톡은 읽었으니까…. 2. 가지 않는다. 2번에 투표를 하고 다시 단톡방을 나왔다.
우뚝. 사물함 앞에 멈춰 선 채 여주는 에코백에 넣어 둔 전공 책을 주섬주섬 꺼내었다. 그리고는 다시 사물함에 전공 책을 넣으려는 그 순간. 고요하던 복도가 요란스러워졌다. 스윽 고갤 돌려 곁눈질을 하면, 종현을 선두로 하하호호 웃으며 동기 여자애들 몇 명과 남자애들 여럿이 여주를 지나쳐갔다.
" 어… 뭐지…? "
멀어지는 무리들을 눈에 담으며 여주는 홀로 중얼거렸다. 살아생전 처음 느껴보는 감정 따위였다. 무어라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것들이 여주의 오감을 자극했다. 사물함에 전공 책을 넣으려는 것도 잊은 채 여주는 한참이나 그 앞에 서서 열린 제 사물함을 뚫어져라 응시할 뿐이었다.
빌어먹을 김여주는 날 싫어한다
개강총회에 앞서 종현은 단톡방 투표를 확인했다. 어, 투표 인원이 올라가 있었다. 누구지 싶어 확인하면 다름 아닌 여주가 투표에 참여했다. 이제 보니 단톡방도 읽은 모양이었다. 내내 1이 사라지지 않던 단톡방에 처음으로 모두가 읽었다는 표시가 떴다. 종현은 생글생글 웃으면서 여주가 무엇을 골랐나 눈으로 훑었다. 아. 역시나. 여주의 선택은 후보 2번. 가지 않는다였다. 종현은 못내 아쉬운 마음에 여주에게 카톡을 할까 했지만 민현의 말이 다시금 떠올라 관두었다.
민현과 대화를 나눈 이후로, 종현은 학교에서 여주를 보면 인사를 하고 싶은 마음을 꾹 눌러 담아야 했다. 교양 시간에도 그랬다. 여주의 옆에 앉아 말을 걸고 싶은 걸 참고 맨 뒤에 앉아 여주의 옆모습만 힐끔 바라볼 뿐이었다. 이건 마치 견우와 직녀가 따로 없었다. 물론 제가 견우고 여주가 직녀다 뭐 그런 말은 아니지만, 종현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나는 단지 여주를 보면 부기가 생각나서 챙겨주고 싶을 뿐인데. 여주에게 솔직히 말하면 이해해 주지 않을까?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종현은 대뜸 카톡에 들어가 여주의 이름을 찾았다. 4일 전을 끝으로 아무말도 오가지 않는 대화방을 훑으며 손가락을 재빠르게 놀렸다.
오후 4:52 여주야! 혹시 오늘 개총 진짜 못 와?
오후 4:52 지금이라도 올 수 있으면 와도 돼!
주사위는 던져졌다. 종현은 여주가 개총에 오면 제 생각을 말할 작정이었다. 무엇보다 오늘 2학년 아이들과 이야기를 한 결과 대부분이 여주와 친하게 지내고 싶어 했다. 하지만 입학 초부터 과생활을 참여하지 않던 여주의 행동 때문에 아이들은 쉽사리 여주와 친하게 지내고 싶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게 동기 아이들이 말을 걸면 여주는 짤막한 답만 내비칠 뿐 총총거리며 자리를 떴다. 작년 과대 오빠랑 1학기 과대 오빠는 돈만 엄청 좋아했거든요. 그래서 과 단합 같은 것도 잘 안 됐어요. 다 갠플이고… 몇 시간 전 이야기를 나눈 게 종현의 머릿속에 스쳐갔다. 이번에는 기필코… 그때였다. 종현이 작은 주먹을 불끈 지으려 할 때 돌연 까맣던 휴대폰 화면이 켜졌다.
" 어어! "
화면을 빤히 바라보는 종현의 눈동자가 점차 커지며 눈웃음을 지었다. 이유는 여주의 카톡 때문이었다.
16 김여주
갈게요 오후 4:54
빌어먹을 김여주는 날 싫어한다
학교 앞 술집은 초저녁부터 열기가 대단했다. 기계공학과 2학년 학우들은 기다란 테이블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끄트머리에는 여주가 정면을 응시하면서 연속적으로 침을 삼키고 있었다. 종현은 그저 여주가 대견했다. 쉽지 않을 결정이었을 텐데. 여주에게 칭찬을 해주면 또 부담스럽게 느끼겠지...? 종현은 골똘히 생각하다가 대뜸 자리에서 일어나 주목! 까랑까랑한 목소리를 내며 외쳤다.
" 우선 시간을 내준 학우 여러분들께 고맙다는 말을… 하핫. 얘들아 이런 건 식상하지? 그냥 다들 마셔, 마셔! "
생긋 웃으면서 종현이 두 팔 벌려 술을 마시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꺄르르- 꺄르르- 웃으며 기계공학과 2학년 아이들은 각자의 앞에 놓여진 술잔에 술을 졸졸 따랐다. 여주의 손이 갈 곳을 잃은 듯 방황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종현이 쪼르르 여주의 곁으로 다가가 섰다.
" 나 여기 앉아도 돼, 여주야? "
시끄러운 소음들 사이로 종현의 물음이 살포시 떨어졌다. 여주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종현에게 술잔을 조심스레 건네었다. 종현은 여주의 행동을 보더니 별안간 코를 찡긋거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 여주야 술 잘 마셔? "
" ...아니, 요. "
" 그럼 내가 조금만, 조오금만 따라줄게. 요 정도? "
" 더...따라 주셔도..괜찮.. "
여주와 이토록 오래 대화를 나눈 적은 처음인지라 종현은 매우 감격스러웠다. 생각보다 여주의 목소리는 훨씬 듣기 좋은 소리를 냈다. 느릿느릿 말을 뱉는 여주를 빤히 바라보다가 종현은 결국 웃음을 연달아 터뜨리고 말았다. 두 손으로 공손히 제가 따라주는 술을 받는 여주의 모습이 퍽 강아지처럼 귀여워 보이는 건 저만의 착각인가. 종현은 배시시 웃음을 지으며 술잔의 반 정도만 따라주곤 제 술잔을 여주에게 내밀었다.
" .....술.. 잘 드세요? "
" 잘 드실 것 같이 생겨써? "
" ....네? "
" 팔 떨어질 거 같아 여주야. 술 얼른 주세요. "
여주는 돌연 침을 꿀꺽 삼켰다. 저도 모르게 마른침이 자꾸만 삼켜졌다. 히죽 웃는 종현의 얼굴을 차마 바라보지도 못한 채 손을 바들바들 떨면서 종현의 술잔에 술을 가득 채워넣었다. 종현은 눈을 끔벅이며 떨리는 여주의 손을 잠자코 지켜 보다 이내 걱정이 그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 여주야, 여주야 손이 자꾸 떨리는데, 어디 아파? "
" ....괜, 찮..아요. 안 아픕니다. "
차분히 답하는 여주의 목소리마저 미세하게 떨렸다. 사실 여주는 지금 잔뜩 긴장한 상태였다. 대학교를 입학하고 처음 갖는 술자리와 사람들과의 교류. 모든 게 여주에게는 낯선 환경들이었다. 어쩌자고 이 곳을 왔는지 후회가 밀려왔지만 여주는 이미 엎질러진 물을 어떻게 할 수도 없었다. 종현의 카톡을 보자마자 저도 모르게 가겠다는 말을 써 보낸 게 아직도 아이러니했다. 종현은 여주의 얼굴을 지그시 바라보면서 씰룩 입꼬리를 당겨 웃었다.
" 여주야 짠! 할까? "
아니 이게 머지...? 이게 머에요 도짜님들...? 흑흑
원래 한 편으로 끝내려고 했는데 감당이 안되가지고 일단 다음편도 있숩니다..^^...
제가 지금 감기기운이 있는 상태여가지고요.. 뭘 썼는지 모르겠고요..?
무튼.. 도짜님들이 투표를 생각보다 많이 해주셔서 넘 감사했고요 ㅠㅠ 흑흑
재환이 글도 사심 담아 잘 써서 보내드리도록 하겠숩니다
물론.. 완결이 나면요..^^.. 하핫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도짜님들 그럼 죤새벽 보내시고요..
불도저 종현이를 쓰고 싶었는데.. 이게 약간.. 우리 종현이 막.. 저한테는 아직 애기여서..
뭘 써도 애기같네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ㅠㅠ
그래도 빌어먹을 부기랑은 성격 다르죠? 네.. 그렇다고 해주셔야 합니다 &.&
읽어주셔서 감사하고요 매번 하는 말이지만 도짜님들 싸라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