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는 김종현에게 뭐라 더 붙일 말이 없어 그냥 빈자리에 조용히 앉았지만 내 상태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냥 모자란 바보같았다. 김종현의 엄청난 미소에 얼빠진 상태 그대로 버스에서 내렸다. 아무것도 모르고 앞에서 걸어가고 있는 김종현을 보면서 뒷모습도 잘생겼네 하며 멍하니 걷고 있었다.
"...야!"
"아악!"
"뭐야, 뭔 생각을 하길래 입학식날부터 얼빠져있어."
"야.. 대박. 나 좋아하는 사람 생긴 것 같아."
"갑자기 뭔 말 같지도 않은 소리야. 혼자 살다가 고독사로 죽는 게 꿈이라던 놈이."
"아냐.. 그 말을 한건 내가 아니였음."
"그래서, 그 분이 누구신데."
"아, 님은 몰라도 돼."
어이없어 하는 희정이의 얼굴을 무시한 채 김종현은 몇학년 몇반.... 아 몇 학년이지? 아까 봤던 명찰 색이 내 것인 남색과는 다르게 초록색이였다.
"야 희정아. 명찰색 초록색이면 몇학년이야?"
"얜 뭔데 아까부터 뜬금없는 소리만 해 대. 3학년이잖아. 왜."
"아, 미친."
쩔어. 3학년이래. 개설레. 나보다 2살이나 많다니 이건 진심 오예다. 사실 동갑이던 연상이던 연하던 상관은 없었지만. 아무튼 김종현 내 남자해줘... 오늘부터 김종현 내 꺼 만들기 프로젝트 시작할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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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강당에 모여서 교장선생님의 말씀을 듣는 중이었다. 처음 뵙는데도 이렇게 지루할 수가 있다니. 앞으로 3년동안 이 지루한 이야기를 계속 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힘이 쭉 빠지는 것 같다.
아, 김종현 보고싶다. 아까 무작정 김종현 내 남자 만들기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는 했으나 솔직히 내가 뭘 하겠어. 고작 일개 신입생 주제에. 하고 아직 그 프로젝트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현타가 와버렸다. 아아 종현님.. 다들 짝지어서 속닥속닥 얘기하는 걸 보니 앞에서 열심히 말하시는 교장선생님의 말씀은 다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중인 것 같다. 물론 나도 안 듣고 있다. 죄송해요 교장선생님. 아까 봤던 김종현을 떠올리며 보고싶다는 생각을 약 오조억번 할때쯤 드디어 교장선생님의 말씀이 끝난 것 같다. 교장선생님이 내려가신 이후로 아무도 무대에 올라오지 않아 멍하니 서서 하품을 찍- 하는 중이었다.
"...미친."
나 지금 심장이 좀 멈춘 것 같은데. 전교회장이라니. 다 발라버렸다. 사람이 뭐 이렇게 완벽해.. 아, 난 몰라. 레알로 김종현 내 남자 만들기 프로젝트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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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식이 끝나고 교실로 들어오자마자 아까 대충 올려놨던 가방을 치우고 책상에 앉아 프로젝트를 위한 계획을 짰다.
1. 반장이 되어서 학생회 들어가기
2. 학생회에 들어가서 김종현과 친해지기
3. 친해진 김종현에게 고백하기
4. 그럼 김종현 내꺼!!!!
와우, 이거 진심 완벽한 계획이다. 인정? 인정. 반박 안받음. 근데 1번부터 문제다. 원래 쾌활하다면 쾌활한 성격이지만, 나서는 걸 즐기는 성격이 아니다. 하지만 김종현을 위해서라면, 지금 그런게 중요한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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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오늘이 그날이다. 프로젝트 1번을 실행하는 날. 실장선거 날이다. 그동안 반장이 되기 위해서 온갖 노력은 다했지만 솔직히 나 같아도 나를 안뽑을 것 같은데..
김00-15표
윤꼬대-6표
장액션-10표
헐. 대박. 프로젝트 1번 성공. 나 나름 인기쟁이였나보다(?). 지금이 2교시, 6교시가 동아리 시간이니까 김종현 만나기가 얼마남지 남았다. 벌써 심장이 벌렁대는게 숨 쉬는 법을 좀 까먹은 것 같다.
선거를 했던 2교시 이후 1분이 1년처럼 느리게 흘러가는 것 같았다. 혼자서 외로운 고독의 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동아리 시간이다.는 무슨 아직 점심시간 밖에 되지않았다. 미치겠네, 시간이 왜이렇게 안가는거야. 아까부터 다리를 달달 떠는 내 모습을 아니꼽게 보던 희정은 결국 내 다리를 찰싹 때렸다.
"아나, 왜 이러는데. 정신사나워 죽겠어!"
"아앙...제송. 근데 시간이 너무 안가는걸 어떡해."
"뭐 때문에 그러는건데. 뭘 그렇게 기다리는거야?"
"아, 님은 몰라도 된다고여.."
"...아, 짜증. 너 앞으로 나한테 말걸면 다 조져버릴거야."
날 째려보다 책상을 쾅치며 나간 희정이지만 10분도 안돼서 아무렇지 않게 들어올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냥 무시했다. 아, 시간 더럽게 안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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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드디어 진짜로 동아리 시간이다. 떨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부실에 들어갔다.
와우. 일주일만에 보는 김종현은 매우 엄청 대박 잘생겼다. 심장을 뱉을 뻔 했지만 애써 참고 아무렇지 않다는 듯 앉았다. 물론 김종현이 제일 잘 보이는 자리에. 원래 이런건진 모르겠지만 첫 시간이라며 어색하게 한명씩 자기소개를 했다. 나도 내 소개를 하고 자리에 앉았는데 바로 김종현이랑 눈이 마주쳤다.
'버 스 맞 지?'
입모양만 뻥긋뻥긋 열심히 말하고는 씩 웃는데 진심 소리 지를 뻔했다. 김종현 겁나 잘생겼는데 귀여워. 너무 부끄러워서 고개를 푹 숙인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내 얼굴은 이미 빨개져 있을게 확실했다. 앞에서 피식하는 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의 소개가 계속 이어졌지만 나는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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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김종현의 그 행동 이후 너무 부끄러워서 프로젝트고 뭐고 잠시 중단을 마음 먹었다. 얼굴도 제대로 못쳐다보겠는데 어떡해.... 잘생긴 김종현을 똑바로 볼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그런데 보고싶을땐 김종현의 털끝도 안보이더니 조금 피하려니까 급식소에서, 복도에서, 여기저기서 자꾸 김종현이랑 마주친다.
"...네. 안녕하세요."
"응, 하핫."
문제는 뭐냐면 김종현이 나한테 친절하게 인사를 해준다는거다. 하핫 하는 어색한 웃음이랑. 그거에 귀여워 죽을 줄 알았다면 크나큰 오예다. 진심 귀엽잖아...... 하핫남..........내...... 남자.........
어떻게 해야 김종현이 불편해 하지 않게 친해질 수 있을까 생각해 봤는데, 사실 김종현이 여자친구가 있을 수도 있잖아. 하긴 그 얼굴에 없는 것도 이상하고. 아악, 그리고 3학년이니까 공부 해야 할텐데, 연애 안한다고 하면 어떡하지. 심지어 전교회장이잖아. 인기도 엄청 많을거고. 생각하면 할수록 늘어나는 김종현과 나와의 장벽 때문에 인생을 포기하고 싶어졌다. 우선 여자친구의 유무를 알기 위해 조사를 해야겠다.
"야, 윤희정!"
"왜."
"..말투 너무 정없는거 아냐?"
" 웃기지 말고 뭔데여."
"어, 그, 그 학생회장 여자친구 있어?"
"없을걸? 그건 왜? 헐, 설마 관심있냐?"
"아,아니거든. 친구가 물어봐달래."
"이게 어디서 구라를 쳐. 너 아는 애 중에 내가 모르는 애가 어딨어."
"아, 몰라! 나 간다!"
"야, 야! 김00!"
헐. 여자친구가 없다니. 왜 그 얼굴에 없지, 역시 김종현은 내 남자가 되려고 안만든게 틀림없어(?)
아, 김종현 너무좋아. 또 보고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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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응. 00아 안녕."
"네. 선배, 오늘도 열공이요!"
"하핫. 00이도."
그 후 한달이 지났지만 내 고등학교 생활은 딱히 달라진 게 없다. 내가 연애고자라서 그런지 김종현과 친해질만한 접점을 개미똥만큼도 찾지못했다. 아, 한가지 달라진게 있다면 이제 김종현이 나에게 인사하기 전에 내가 먼저 달려가서 인사한다는 거? 그럼 또 김종현이 귀엽고 잘생기게 받아준다. 그래서인지 인사를 나누는 시간이 좀 늘었다. 그럼 나는 또 잘생긴 김종현의 모습을 열심히 담는거지. 아, 역시 잘생긴게 최고야...늘 짜릿해..
그렇게 오묘짜릿한 인사를 나누다가 얼마 전, 내가 김종현과 친해지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다.
내 성격이 워낙 덜렁이여서 자주 넘어지는 편인데 그 날은 쉬는 시간에 자는데 다음 교시가 이동수업이라 잠이 덜 깬 채로 복도를 지나가다가 혼자 내 발에 걸려서 넘어졌다. 정석으로 넘어져서 아프기도 엄청 아프고 너무 쪽팔려서 아...하면서 그 자세로 있는데 갑자기 김종현이 뛰어와서는 괜찮아? 했다. 하필 넘어졌을 때 김종현이 지나가는 중이었나보다. 아 쪽팔려.. 그냥 아 네..했는데 김종현이 갑자기 얼굴을 굳혔다. 왜 그러지하고 빤히 쳐다봤는데 ㅡ잘생겼다.ㅡ 마이를 벗고는 내 허리에 매주었다. 그러고선 너 치마입었잖아. 조심해. 하는데 코피터지는 줄 알았다. 그런 줄도 모르는 김종현은 무릎에서 피가 난다며 나보다 아픈 표정을 지으며 그대로 날 부축해서 보건실까지 같이 가주었다.
"..고마워요. 선배."
"아냐. 근데 너 자주 넘어져?"
"아, 조금? 제가 조심성이 없어서."
"조심해. 지금처럼 다치지말고. 흉지면 속상하잖아."
솔직히 내심 김종현이 소독해주길 바랬는데 보건쌤이 계셔서(^^) 김종현은 날 기다려주면서 얘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원래 드라마나 소설같은데선 남주가 해주던데. 뭔가 아쉽다. 근데 미친, 사람이 뭐이렇게 스윗하지. 벽에 기대서 날 빤히 쳐다보면서 저렇게 말하면 솔직히 다 죽을 수 밖에 없잖아. 너무 설레서 숨쉬기 힘들다.
그렇게 나를 반까지 데려다 준 김종현과 얘기를 평소보다 백만배로 많이해서 나름 친해진 김종현은 나에게 말 편하게 하라고 했지만, 반말에 오빠까지 이렇게 한번에 많이 바뀌면 내가 감당못할 것 같아서 반말은 나중에 하고 오빠라고 부르기로 했다.ㅡ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설레서 죽을 것 같다.ㅡ 그리고 모르는 문제 있으면 물어보라며 번호도 알려줬다. 아니 김종현은 왜 이렇게 친절하지, 너무 좋아. 완벽한 남자 최고.. 아, 솔직히 이런 날은 기억해둬야한다. 기억해... 김종현이랑.... 번호 교환한 날...
많이 부족합니다만,, 이런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구요 ㅏ하핳하 오타가 있으면 알려주세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