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이스트 - 사실말야
여행날짜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는 네 생일 역시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다는 말이기도 했다.
다행히 쓰고 있는 글은 차근차근 진도를 밟고 있었다. 문제는 내가 마무리를 못한다는 것이었지만.
이는 내 고질병이기도 했다. 시작은 거창한데 마무리는 항상 말끔하지 못한 것.
"민현아."
"..."
"..?"
어쩌면 이는 내가 끝이라는 걸 맞이하고 싶지 않아서 생긴 고질병일수도 있었다.
너를 위해 글을 쓴다는 건 생각보다 즐거운 일이었다.
반존대 연하남이 설레는 이유
18
w. 갈색머리 아가씨
"민현아."
"..."
"황민현?"
"네?"
"뭐봐?"
"아무것도 아니에요."
너는 누가봐도 굉장히 다급한 손길로 핸드폰을 주머니 안에 집어넣었다.
뭐 보고 있던 거지? 잠시 의문이 들었지만 이내 무시했다. 나보다는 그래도 발이 넓은 너였다.
어디서 연락이 왔으니 그걸 받은 거겠지.
방학을 하니까 굉장히 시간은 널널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시간은 늘어났지만 그때마다 네가 찾아와서 자리를 지켜주니 그다지 심심하지도 않았다.
그렇다고해서 뭘 거창한 것을 하는 건 아니었다.
두어시간동안 아무말없이 책을 읽기도 했고 그런 서로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기도 했다.
그날그날 내 기분에 따라 카페에 울려퍼지는 음악은 달라졌다.
오늘은 너도 있고 기분이 좋으니 달달한 노래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어서오세요."
"..."
거의 한 시간 만에 손님이 들어왔다.
역시 방학을 하니까 학교 주변이라도 많이 한가하긴 하구나.
한가할수록 나는 좋지만. 읽고 있던 책을 덮으며 허리를 펴 손님을 맞이했다.
학교 도서관에 공부라도 하러 온 학생인 것 같았다.
"주문하시겠어요?"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이요."
"1900원 결제 도와드릴게요. 영수증 드릴까요?"
"현금영수증 할게요."
알뜰한 손님이군.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현금영수증 창을 열었다. 010부터 번호 입력해주세요.
내 말에도 학생은 빤히 나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못들은건가?
"그쪽이 입력해주시면 안돼요?"
"네?"
"잘 안눌려서..."
귀차니즘인가.
학생의 뒤로 보이는 너는 뚫어져라 학생의 뒤통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왜그러지?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학생이 불러주는 번호를 꾹꾹 눌러 입력했다.
띠링 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영수증이 주욱 나왔다.
얼른 내보내야지. 어차피 가게도 좁고 하니 안에서 마실 거 같지는 않고 말이야.
평소보다 조금은 분주히 샷을 내리고 아메리카노를 타서 학생에게 내밀었다.
사실 방금 전 읽고 있던 책을 계속 읽고 싶은 마음이 크기도 했다. 너와 함께 있던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빨리 다시 맞이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주문하신 아이스 아메리카노 드릴게요."
"잘마실게요. 성이름 선배."
"감사합니다. 맛있게 드세... 네?"
"제 번호 드렸어요! 연락 주셔야해요!"
"..."
내가 뭐라 대답을 하기도 전에 학생은 나가버렸다.
나는 멀뚱히 서서 눈만 깜박였다. 번호를 언제 알려줬다고..? 아. 알려주기는 했다.
현금영수증 찍을 때.
근데 나를 너무 과대평가한 거 아니야? 그걸 어떻게 외워? 희한한 사람일세.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다시 책을 펼쳤다. 너는 여전히 뚫어져라 학생이 있던 자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선배."
"응?"
"가끔 선배가 페북 같은 거 안해서 진짜 다행이라고 느끼고 있어요."
"넌 또 무슨 소리야."
"그런게 있어요."
"너도 안하잖아."
"계정만 있기는 해요. 거의 안하지만."
"그래?"
그렇군.
고개를 끄덕이며 책장을 넘겼다. 지금 이 상황에서 페북 이야기가 왜 나오는지는 모르겠다만 네가 그렇다면 그런거겠지.
그나저나 네가 페북을 하긴 했었군. 몰랐네. 알았다면 굳이 최민기한테 물어보지 않았어도 됐을텐데.
그냥 계정만 있는 거면 사진 같은 건 안올렸다는 말인건가.
"선배."
"응?"
"나 지금 삐졌어요."
"그래보여."
"왜 삐졌는지는 안궁금해요?"
"음... 글쎄?"
네가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내가 읽고 있던 책을 탁 닫아버렸다.
고개를 들어 너를 바라보았다. 매일 보는 얼굴인데 새삼 잘생겼네. 가끔 너의 눈을 바라볼 때면 기분이 이상해지곤 했다.
뭐라고 해야하지. 사람을 홀린다고 해야하나.
흔히 말하는 여우상. 그게 네 얼굴이었다. 아니 지금 이게 중요한 게 아니지.
네가 책을 닫았다는 건 자기한테 집중을 해달라는 의미일 것이다.
때문에 나는 네 눈을 피하지 않고 가만히 바라보았다. 뭐가 불만인지 불퉁하게 나와있는 네 입술이 귀여웠다.
나도 모르게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사실 알고 있었다. 네가 왜 이렇게까지 불만 가득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지.
방금 전 내게 번호를 줬다며 말을 했던 그 학생 때문일 것이다.
가끔 너는 이렇게 '나 질투하고 있어요.' 라는 티를 팍팍 풍겨내곤 했다.
일부러 그러는 것인지 아니면 숨기는데 어쩔 수 없이 티가 나는 것인지까지는 모르겠다만 뭐 어때.
둘 다 귀여운데.
참 웃긴 일이지.
이런 불만이나 불안함은 네가 아니라 오히려 내가 더 많이 느껴야 정상일텐데 말이야.
그렇다고 해서 내가 불안하지 않다는 건 아니었다. 너는 캠퍼스 안을 돌아다니가만 해도 사람들이 힐끔거릴 정도로 잘생긴 사람이 맞으니까.
"너무해요."
"네가 말도 안해주는데 어떻게 알아."
"과제에요. 과제."
"뭐?"
"그거 알아내는 게 내가 선배한테 주는 과제에요."
방학인데도 내가 과제를 해야하니.
자꾸만 새어나오는 웃음을 굳이 참아내지 않았다.
네 얼굴에는 심술보가 점점 더 붙어나고 있었다. 이 상황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내가 불만인 것 같았다.
"민현아."
"왜요."
"뽀뽀해줄까?"
"그렇게 넘길 생각하지 마요."
"싫어?"
"해요. 일단 하는데..."
이거 봐. 귀엽다니까.
결국 터진 웃음을 참지 못하고 한 번 까르르 웃어대다 네 볼에 입을 맞추고 떨어졌다.
역시나 네 귀는 늘 그랬던 것처럼 발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진지하게?"
이 말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인데...
아. 기억났다. 지난번에 네가 했던 말이었다. 진지하게 데이트를 할 필요성이 있다면서.
이번에는 여행도 가니 진지하게 데이트를 할 필요가 있다는 말은 아닐테고...
무슨 말이려나.
"선배의 인기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사돈 남말하시네..."
"농담이 아니라."
"한 번 해봐."
그 말을 내뱉자마자 나는 후회하고 말았다.
내 말이 떨어지자마자 너의 연설이 시작되었으니까. 음... 저거는 연설이라는 말이 아니면 설명을 할 수 없었다.
무슨 연설이냐고?
"민현아..."
"선배는 진짜 느낄 필요가 있다니까요? 아니 선배가 아메리카노 먹을 때마다 빨대 씹는 거 얼마나 귀여운지 알아요? 책 읽으면서 집중하는 그 표정은 또 어떻고요.
진짜 내가 사진 찍고 싶은 거 겨우 참고 있는 거 알아요?"
"민현..."
"걸을 때는 또 어떻고요. 선배 내가 지난번에 사진 찍은 거 기억하죠? 그 사진 아직도 내 배경화면인 거 알아요?
쫄래쫄래 걸으면서 나 따라오는 거 얼마나 귀여운데요!"
"민..."
"아. 맞아. 지난번에 민기가 선배 치수 재가지고 갔다면서요. 나 그거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요? 선배 허리 치수 듣고... 아니 그게 가능하기는 해요?
선배 뱃속에 장기는 다 들어간대요? 선배 솔직히 말해요. 나랑 밥먹고 거의 샐러드만 먹고 지내죠? 그렇게 지내도 그 허리는 말도 안돼..."
"..."
이런 연설이었다.
다이어트 했었다는 이야기는 앞으로 죽어도 못할 거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물론 나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너의 이 연설이 정말 하루종일 이어질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여전히 턱을 괸 채로 너를 바라보며 간간히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차마 무시를 할 수는 없었다.
귀까지 발갛게 물들여가며 열심히 말을 하는 네 모습이 참으로 진지해보였기에.
"그러니까 선배는..!"
"민현아."
"네?"
"이따가 밥 뭐 먹을래? 갈비찜 먹을까? 오랜만에?"
"...저기 새로 오픈했대요."
"그럼 거기 가자."
손을 내밀어 네 머리통 위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는 네 머리를 살살 헝클어뜨렸다.
이런 맛에 연하를 사귀는 거지. 귀여우니까.
처음 너를 만났을 때는 네가 이런 성격인지 전혀 몰랐는데 말이야.
솔직히 말해서 처음에는 네가 그냥 바람둥이라고 해도 나는 믿었을 것이다.
얼굴값 하네. 하면서.
물론 너와 몇 번 대화를 나누면서 그 생각은 말끔하게 사라져버렸지만 말이야.
네가 멀뚱히 눈을 깜박이며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작게 웃어보이며 손을 아래로 해 네 턱을 살살 간질였다. 맞았다. 지금 나는 너를 강아지로 보고 있었다.
자기 덩치 모르고 주인애게 애정을 갈구하는 그런 커다란 강아지.
"조금만 기다려. 알바 끝나고 같이 가자."
"가끔 선배는 너무 반칙이에요."
"나?"
"있어요. 그런게."
네가 툴툴거리며 네 앞에 있는 자몽에이드를 한 모금 마셨다.
내가 가게에서 만들어놓은 자몽청으로 만들어준 자몽에이드였다.
물론 집에서 만들고 있는 자몽청은 잘 숙성되어가고 있었다.
자몽에이드를 마시고는 빨대를 오물거리는 너를 보며 나는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너는 알고 있을까. 너와 나는 조금씩 닮아가고 있었다.
어쩌면 그래서 나는 마무리를 짓지 못하는 거 일수도 있었다. 이렇게 행복한 시간이 계속해서 유지되어가고 있는데 뭣하러 굳이 마무리를 지어.
이럴때는 무리하게 마무리를 짓지 않고 계속 이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여행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
(민현이가 핸드폰으로 본 거)
OO대학교에서 전해드립니다.
혹시 후문 카페에서 알바하는 여자분 이름 아는 사람 있나요?
지난번에 도서관에서 본 거 같은데 우리 학교 학생은 맞는 거 같거든요.
근데 이름이랑 과도 몰라서 물어보지 못하고 있어요.
아시는 분 알려주세요ㅠㅠ
매일 도서관 맨 뒷자리에서 책 읽는 여자분 아시는 분 있나요?
키 작고 되게 동글동글하게 생기신 분이거든요.
아무래도 신입생 같은데 혹시 아시는 분 있나요...
ㄴ 문창과 성이름 아니에요? 그 분 신입생 아닌데?
문창과 성이름 선배 정말 남자친구 있나요?
그래도 골키퍼 있다고 해서 골이 안들어가지는 않겠죠?
ㄴ 황민현이랑 사귀지 않음?
ㄴ 패디과? ㄹㅇ?
ㄴ 설마 그 인싸랑?
(빡이 친다...)
-
(오구오구 대형견)
〈암호닉>
짱요 / 응 / 뿜뿜이 / 책상이 / 너우리 / 0713 / 모기 / 아몬드 / 황제님충성충성 / 책민현 / 샘봄 / 붐바스틱 / 아가베시럽 / 다녜리
수 지 / 과자 / 민현29 / 윙팤카 / 0846 / 슬 / 융융 / 댕댕민현 / 애정 / 숨 / 뿌얌 / 하핫
레인보우샤벳 / 사이다 / 쟈몽 / 하나 / 짐느러미 / 사용불가 / 3536 / 루케테 / 마카롱 / 돼지바
현 / 나라빛 / 나침반 / 윙크장인 / 사용불가 / 집요정 / 배코 / 슈팅 / 월이 /valeny / 옵티머스 / 초록보꾸 / 장뚜 / 챰새
다별 / 민꾸꾸 / 루케테 / 마카롱 / 코알루 / 캬마 / 하람 / 03330 / 99 / 파이 / 센터 / 홍시 / 필소 / 파요 / 0303
오랜만이죠...
사실 민현이 생일에 똭 여행편을 올리고 싶었는데...
망할 현생 때문에...
허허허ㅠㅠㅠ
공지했던대로 완결편은 9월 중순 즈음에 올라올 것 같습니다.
다음 편이 완결편이 될 거 같네요.
네. 여행편 맞습니다.
불금이네요. 다들 행복한 주말 맞으시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