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징어] 어서오세훈! 종대라떼 판다카이 01
"경수 온대. 지금"
"여기로?"
"응. 30분이면 도착한다는데?"
"아우 애새끼 할짓도 없다."
BGM :: 계범주 - Something Special
“경수야! 밥 먹고 가!”
“안 먹을래요.”
“학교에서 배고플 텐데 한입이라도 먹고 가!”
“괜찮아요.”
또 시작이다 또.
손수 만든 반찬에 국에, 꼬들꼬들하게 지은 밥까지.
그 위에 숟가락만 얹으라는데 그것도 싫다고 하는 저 새끼는 한번 굶어봐야 정신을 차리지 싶다.
엄마는 이런 놈의 어떤 점이 그리 걱정인지, 그대로 나가버리는 경수의 뒤통수만 아련하게 쳐다본다.
때가 되면 지가 알아서 먹겠지.
“내버려둬 안 먹는다는데.”
“넌 입 다물어.”
“예......”
지금은 내게 입 다물라며 주걱을 휘두르는 우리 엄마지만, 엄마는 성인군자임에 틀림없다.
멀쩡하게 다니던 대학교 갑자기 때려치우고, 재수한다고 빵빵 우겨서 재수 시켰더니 말도 안 되는 하향지원을 하지 않나.
그렇게 졸업시켜 놓으니까 취업도 싫다며 뻔뻔하게 굴었던 내가 잘못해도 한참 잘못했다는 것을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런 나를 지금까지 참고 키워주시는 것도 참으로 감사한 일이 아닌가.
아빠의 교육방침이자, 아빠 회사의 운영 방침인 ‘제 발로 나가기 전까진 끌어안고 있기’.
이 방침을 내게도 적용시켜주셨던 것 같다. 다행히.
이런 사실을 알고있기 때문에 나는 엄마의 말에 군말없이 따르려 한다.
“쟤 요새 이상하지 않아?”
“뭐가?”
“경수 말이야. 요새 밥도 잘 안 먹고 가고, 용돈도 많이 쓰고….”
“용돈이야 넘치게 주는데. 더 달래?”
“아니 그런 건 아닌데. 안 쓰고 고이 저축하던 애가 저축을 안 하니까…. 걱정이 안 되니.”
“허! 참나. 어머니, 경수를 너-무 착한 아이로 보는 거 아니세요?”
“경수는 너랑 달라 이 기지배야!”
그런 천방지축인 나같은 딸만 키우다가, 성적도 좋고 말도 잘 듣는.
‘반듯함’의 정석을 보여주는 도경수를 키우자니 더 애지중지하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
물론 나도 이놈은 나처럼 키우지 않겠다! 하고 많은 쉴드를 쳐줬던 것 같다.
저 녀석이 저렇게 반듯하게 크게된 것엔 나의 공이 큰데, 진짜.
녀석은 또래 남자애들에 비해서 작은 체구 때문에 어렸을 적 많은 괴롭힘을 당했다.
그런 괴롭힘으로부터 녀석을 지켜주기 위해 자처해서 나는 동네를 대표하는 조폭마누라가 되었다.
내가 주먹을 꽉 쥐고 불량 유딩(?)들을 물리치고 나면,
주머니에 꼬깃꼬깃 넣어두었던 쫀쪼니 하나를 내밀며 수줍게 고맙다고 인사하던 도경수가.
언제 저렇게 컸다냐. 생각해보니 그 때가 그리워지는 것 같기도 하고.
그땐 귀여운 맛이라도 있었는데. 쩝.
“그니까 너가 미행 좀 해봐.”
“엄마 미쳤어? 그 요새 무슨 꽃꽂이 다니시더니 머리에도 하나 크게 꽂으셨어요?”
“너 어차피 할 일도 없잖아!”
“엄마가 어떻게 알아!”
“나도 스마트폰 쓰거든! 어플 깔 줄 알거든?”
“대-단하시네요! 딸내미 미행시키려고 어플도 까시고!”
“아 용돈 줄게!”
“...........얼마?”
“..........세 장?”
“민석이 월급도 안 되겠네. 누구 코에 붙이시려고?”
“제곱.”
“쟤 나간지 얼마나 됐지?”
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집을 나섰다.
그래도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출발한지 얼마 되지 않아 경수의 동그란 뒤통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막상 등교하고 있는 놈의 모습을 보자하니. 뭔가 낌새가 이상한 것은 사실인 것 같다.
내가 업어 키우다시피 했던 자식이기에 놈의 표정변화 정도는 단번에 읽어낼 수 있다.
신호등의 초록불을 기다리며 얼핏 바라본 놈의 얼굴에는 잔뜩 우환이 서려있었다.
내가 저 표정을 언제 마지막으로 봤던가. 아, 어렸을 적 입에 물고선 한시도 떼지 않던 쫀쪼니를 빼앗겼을 때.
엄마가 별 희한한 걱정을 다한다고 생각했지만, 뒤가 구리긴 진짜 구리다.
집 안, 집 밖의 표정이 어떻게 저렇게 다를 수 있을까. 밖에서 무슨 일을 겪고 살길래.
진짜로 막 그런 거 아닌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부잣집 냄새가 풀풀 나서 여기저기서 막 뜯기는 건가?
아닌데. 우리집은 그렇게 어디가서 한 눈에 '어? 좀 사시나봐요?' 소리 듣는 집은 아닌데.
도경수 생김새도 그다지…. 뭐, 나야 객관적이지 못하니.
그렇게 안 생겨서 걸음은 또 무지하게 빠르다. 그 걸음을 따라가느라 이마에서는 땀이 뻘뻘 흐른다.
그러고 보면 이렇게 더운 날씨에 버스도 안타고, 기사님이 태워주시는 것도 싫댔고.
도대체 왜 걸어가는 걸까. 이것도 굉장히 수상하게 느껴진다.
이 요망한 애새끼는 무슨 일을 겪고 있기에.
땀에 젖은 머리를 뒤로 쓸어넘기며 이 머리카락들을 다 잘라버려야겠노라 생각하고 있었을 때,
경수가 골목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발견한다.
외진 골목길, 심지어 학교로 향하는 길도 아니다.
더러운 것이라면 치를 떠는 녀석이 왜 굳이 이런 곳에 발길을 들일까.
낌새가 존나 수상하다.
“이게 다야?”
골목길 너머에서 처음 듣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눈만 빼꼼 내밀어서 누구인지 살펴보는데 처음 보는 얼굴이다.
아, 당연히 그렇겠지. 내가 도경수 친구를 어떻게 알아.
아무튼 저새끼 뒤졌어.
지폐로 추정되는 종이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고, 고개를 끄덕인건지 경수쪽은 대답이 없다.
내가 살다살다 내 동생이 삥뜯기는 것도 다 보고, 세상 참 엿같아졌다.
물론 지금은 볼 수 있는 상황은 아닌지라 소리로만 듣고있긴 하지만.
하늘을 찌르는 도경수 쫀심이 있으니까, 도경수 몰래 처리하는 것이 나을 듯 하다.
골목길 입구 앞에 쪼그려 앉아 경수가 골목길을 빠져나갈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다리 저려.
"아 존나 짜증나…. 야. 변백현 이것 좀 봐"
"와 존나 징하다 진짜."
들리는 소리는 나는 백만 번 내 마음 속에 참을 인을 그리게 만들었다.
내가 어떻게 키운 경수인데. 까도 내가 까 개새덜아.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에 경수가 어두운 표정으로 골목길을 나섰고, 혹시 들킬까 싶어 잽싸게 몸을 숨겼다.
축 늘어진 경수의 뒷모습을 보며 눈물을 삼킨다. 경수야 누나가 구해줄게.
그 전에 저새끼들을 딱 천만대씩만 패고. 그리고 너에게 시발. 후.
이런 생각을 할 시간에 저 녀석들을 처단하러 가야겠다.
“어라.”
“어라. 는 무슨 뒤질래? 일로 와. 딱 서 여기.”
“…네?”
손가락을 까딱까딱하며 이리 오라고 지시하자, 긴가민가 하는 표정으로 내 앞에 서는 이놈의 명찰을 흘깃 훔쳐봤다.
오세훈. 이름부터 양아치 스멜이 솔솔 난다.
서 있는 발치 아래에 놓인 담배꽁초를 보아, 담배까지 피는 양아치라는걸 알 수 있었다.
꼴에 가오는 살리고 싶었던지, 바지도 스키니한게 딱 피 안통해서 앉았다 일어나기도 못할 것 같다.
“변백현 너 이 누나 알아?”
“처음 봄!”
“나는 니들같은 동생 둔 적 없어. 누가 누나야. 누나긴.”
계속 가까이 오라고 손짓하자, 머리를 긁적이며 내 쪽으로 오는 세 녀석이다.
오세훈 옆에 변백현. 그리고 그 옆에..
“루한?”
“나 알아?”
왜 초면부터 반말하고 지랄일까.
전혀 우리나라 사람같지 않은 명찰에는 한글로 두 글자. 루 한.이라고 적혀있다. 근데 진짜 왜 반말을 해.
셋은 일렬로 서서 내가 누군지 지들끼리 추리하기 시작했다.
이것들을 어떻게 구워 삶아야 다시는 경수를 괴롭히지 않을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세 놈의 별다를 바 없는 교복바지를 보고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저한테 관심 있어요?”
결국 모두가 그럴싸한 답을 도출해내지 못했다.
그래도 사람이 배운 것이 있고 상식이 있으면 나올 결론이, 나오지 않을 결론이 있지 않은가.
관심? 지금 이게 관심 있는 사람이 주로 하는 행동일까. 기가 차서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요새 젊은애들 트렌드는 이렇게 골목길에 마주서서 서로에게 손가락질을 하는건가보다.
조금만 늦게 태어날 걸. 존나 내 스타일인데.
여튼, 니가 우리 경수 삥 뜯었니 씨부럴놈아?
단도직입적으로 묻고 싶었지만 교양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나 자신을 다독였다.
자. 여기서 어떻게 말을 해야 교양있고, 학식있고. 센스있는 동생을 위한.
“진짜 관심있어요?”
아 진짜. 귀여운 척을 하는 건지 혓바닥을 살짝 내밀고 씩 웃는 오세훈의 머리통을 한 대 갈겼다.
이렇게 손이 먼저 나가는 버릇은 없었는데, 지금 내 분노 게이지가 얼마나 상승했는지 나도 모르겠다.
아픈 티를 확 내고, 뒷머리를 빠르게 잡은 오세훈은 왜 때리냐며 소리를 질렀고, 같은 부분을 한대 더 때리자 그 입을 다물었다.
“니가 건드릴 애를 잘못 골랐어. 아무리 셔틀을 시키더라도 도경수는 건들면 안 되지.”
“저 셔틀 안 시켰는데요?”
“늦었다.”
“아 진짜 안 시켰는데요? 저 쟤 오늘 밖에선 두 번째 보거든요?”
“그럼 두 번째 셔틀인가 보지.”
“아니 진짜,”
“쪼그려.”
“네?”
“쪼그려 앉으라고.”
오리걸음 이라고 했던가. 학교를 다닌 지가 오래 전의 일이라 이것도 헷갈린다.
뭐라고 궁시렁대는 놈이 하나 있으면 등을 뻥 차주기를 몇 번 반복했더니 이제 군소리도 하나 없다.
그래. 이 편이 내 손 안 더럽히고 훨씬 낫지.
야 담임이 보낸 사람인가봐. 놈들은 한 평생을 은혜를 갚아도 모자란 담임선생님께 죄를 짓고 사는 녀석들인가보다.
진짜 이런 류의 녀석들이 얽히면 곤란한데. 경수야. 누나가 이번에 말끔히 해결해줄게.
한 30분쯤 지난 것 같은데 놔줘야하나. 정말 피가 안 통하는지 얼굴이 새파래진 녀석들이다.
“누나 근데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어요..?”
그중에 가장 가만히 있던 변백현이라는 놈이 입을 열었다.
“뭐긴 뭐야.”
“우리가 아무리 결석을 많이 하긴 했어도…. 그래도 우리 나쁜 짓은 안했는데.”
"경수한테 너네가,"
"반장도 저렇게 손수 프린트물도 가져다주잖아요. 우리 나쁜 애들 아닌데."
“어?”
응?
오세훈
18세
윤중고등학교 2학년
특이사항 : 양아치
도경수
18세
윤중고등학교 2학년
가족관계 : 엄마, 아빠. 그리고 망나니 누나
루한
18세
윤중고등학교 2학년
특이사항 : 양아치, 중국인
변백현
18세
윤중고등학교 2학년
특이사항 : 양아치
???
(근데 되게 이상하다. 경수가 동생이니까 적어도 성이라도 '도'씨로 바꿔야 되는거 아닌가? 작가 빠가사리?)
나이 : 반수하고 졸업했으니 25살 이상.
직업 : 백수?
가족관계 : 엄마, 아빠. 동생
남자친구 유무 : 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