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걷는 시간
'여주야!' . . . 또 이런다 "오래기다렸어?" 오래 기다렸냐며 달려오는 너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아니-" 아니라고 답하는 나와 동시에 너의 손이 내 머리에 얹혔다
"다행이다" 손끝에서 전해지는 너의 온기가 내 마음을 간질였다 이 기분이 과분하다 느껴질때쯤 매번 반복되는 이 빌어먹을 꿈에서 깨었다. '이렇게 안나타나도 다 안다니까' 서둘러 옷을 챙겨입고 밖으로 나왔다 뺨을 스치는 차가운 공기가, 바람에 날려 자기들만의 무도회를 연 낙엽들이, 그 사이로 보이는 김재환이, 웃기게도 너를 떠올리게 했다. . . . .
"여주야!"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나를 부르는 네 목소리가 들린다 웃으며 손을 흔드니 더 크게 손을 흔들어주는 너다 신호등의 빨간불, 너의 뒤에 가득찬 알록달록한 단풍들, 그리고 가디건을 입은 종현이 네가 꽤나 잘 어우러져있다고 생각하고 있는참이였다 그리고 얼마 안가 바뀌지 않을것 같던 신호등의 빨간불이 초록색이 되었을 때 달려오던 너의 모습이, 그게 내가 본 너의 마지막 모습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