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 끼 충 만 한 녀 석 들
Ep. 2 의문의 부과대 行 김여주 B
어쩌다가 나는 빠른 시간 내에 이들과 얽혔더라. 생각해보니 김재환과 황민현이 뒤를 돌아본 그 순간이었다. 정말 짧은 시간 내에 이들과 더 깊게 얽히고설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 내가 왜 돌아본 지 너는 알지?"
생각하지 말았어야 했다. 궁금해 하지 말았어야 했다. 이들과 얽혔던 이유를 생각하자 황민현이 뒤를 돌아본 의도도 파악할 수 있었다. 녀석은 내게 무언가를 부탁 아닌 부탁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묵비권을 행사했더니 황민현은 누구보다 빠르게 핸드폰으로 셀카를 찍었다. 두 명의 어깨 너머 보이는 사진을 보니 미미의 존재에 궁금해하는 내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찍혔다. 그것도 누구보다 더 몰골이 말이 아닌 모습으로.
"너 미미랑 닮았어. 미미를 모에화하면 너일지도 몰라. "
"뭐, 뭐?"
"내 미미가 되어줘."
그러니까 미미가 누구냐고. 우선 보기나 해보자 싶어 폰을 뺏어 사진 삭제할 생각도 못하고 홈 버튼을 눌렀다. 미미라고 해서 여자친구나 미미쨩인 줄 알았는데 미미인형이었다. 그냥 미미쨩을 좋아하지, 그랬어. 바비인형이 아닌 미미인형을 좋아하는 건 황민현이 미친미모의 또라이라서 그런걸까. 얼토당토않는 이야기에 얼토당토않는 생각이 들었다. 김재환도 뜬금없는 이야기에 웃기 시작했다. 와, 성량 장난 아니야. 김재환 웃음소리에 앞에 있던 서성혁과 그 친구들까지도 뒤를 돌아봤다. 다행히 다른 아이들은 강다니엘에 대해 감탄하기 바빠 들리지 않았는 지 우리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다.
"욜, 황민현. 제 철벽을 무너뜨리고 남의 성벽을 무너뜨리나요?"
"아나, 얘 말만 들으면 존나 전쟁하러 가서 물귀신 작전 쓰는 줄."
뭐야, 서성혁이랑 황민현이랑 친한 사이였어? 둘이 아무 말 안해서 안 친한 줄. 뜬금없는 질문을 내뱉은 녀석은 내 눈만 쳐다보고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아, 뭐. 내 말에 녀석은 내가 안 넘어가는 것으로 알았는지 한 발짝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다.
"아, 이렇게 황갈량 장군 전패 당하는 건가요?"
관심을 주지 않았던 아이들도 흥미를 유발하는 성혁의 말에, 강다니엘의 비주얼에, 호기심을 일으키는 황민현의 행동에 빨려들어 여기로 모여들었다. 어쩌다 내 옆에 다니엘이 앉아서 그런지 나를 노려보는 시선들도 조금 있는 것 같았다. 한편, 황민현은 갤러리로 들어가 카메라 폴더를 열고 스크롤을 한참 내렸다. 그리고선 내게 당당하게 보여줬다.
"마법소녀."
"미친, 그거 아직도 안 지웠냐?"
"김여주, 뿌릴까? 사람도 많네."
썸네일만 봐도 유치찬란한 원피스에 요술봉을 들고 있는 사람인 게 내 영상임이 분명하다. 난 곧 죽어도 이들과 얽히지 않겠다고 다짐했건만, 그 다짐이 십분도 채 지나지 않았건만, 내 과거로 인해, 김여주의 행실에 의해 나는 어쩔 수 없이 황민현의 개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다가 동기들 모두가 우리 일곱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삼, 이,"
"할, 할게. 그게 뭐 대수라고."
그제서야 황민현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띠었고 이제서야 동기들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것을 알았는 지 정색을 탔다. 그것을 본 성혁이는 문 열고 들어온 남자를 보고 헐, 회장님이다! 하며 자리를 고쳐 앉자 동기들은 당황해 자리에 앉기 일쑤였다. 하지만 몇 분 뒤에 그 행동은 황민현을 위한 서성혁의 속임수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도 몇 분도 안 돼서 학생회가 들어왔다.
"야, 옹성우. 내가 교수님들이랑 학생회 앉게 책상 더 준비하라고 했잖아. 박경리한테 들었어, 못 들었어."
"죄송해요, 가져올게요."
"됐어. 이미 가지고 올라왔어."
와, 여기 군기 완전 센가봐. 그들의 대화에 동기들의 웅성거림이 들려오자 여자가 혼내고 있는 남자의 허리를 꾹꾹 눌렀다. 하지만 나는 동기들의 웅성거림과 그들의 대화가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아까 복도에서 마주쳤던 사람들이 학생회장, 부회장이라는 것이다.
"안녕하세요? 한국대학교 2016년도 상담심리학과 학생회장 김상균입니다."
"부회장 박경리입니다."
"2학년 과대 강동호입니다."
"2학년 부과대 옹성우입니다."
"총무 임영민입니다."
"궁금하거나 건의할 게 있으면 저를 포함한 이들에게 연락하시면 됩니다. 이제 오리엔테이션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교수님 말씀부터 듣겠습니다."
와, 그러면 경리 언니는 홍일점인가. 비주얼들 사이에서 일을 하니 얼마나 즐거울까. 교수님들 말씀이 끝나자 교수님들은 가셨고 조교와 회장은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기 위해 잠깐의 쉬는시간을 주었다. 담배는 나가서 피우라는 공지와 함께. 그러자 옆에 있는 다니엘은 내게 말을 걸었다.
"마법소녀를 실제로 볼 줄이야."
"…."
"원래 말이 없어? 아까 황민현 때문이야? 기도하자. 그러면 해결될거야."
너 말 한마디 꺼냈거든? 누가 보면 열마디 이상 한 줄 알겠다. 녀석은 기도하자면서 내 두 손을 잡았다. 제 이름이 들렸는지 황민현은 나를 뒤돌아보고 노려봤다. 왜 저래? 거래는 끝난 걸로 압니다만.
"오늘 끝나고 뭐해? 집 가?"
"아닌데. 김여주 나랑 같이 기도할건데. 그렇지,## 여주야?"
"아니, 자퇴신청서 내러 갈건…."
"개강도 안 했는데 자퇴신청서 내러 갈 사람은 누구죠?"
저 멀리에 있는 학생회장은 어떻게 들었나 싶어 눈을 굴렸더니 내 책상 앞에 마이크가 놓여져 있었다. 분명 교수님께 있던 마이크가 왜 여기에…. 회장을 쳐다보니 옆에 있는 총무는 그저 웃긴듯 해맑게 웃었다. 이러다가 총무도 회장한테 죽는 거 아니야? 아닐걸, 내가 보기엔 총무가 더 또라이인 것 같기도. 동기들의 웅성거림은 다시 시작됐다.
"아,엠티 전 까지 임시 과대는 서성혁 ,부과대는 김여주입니다."
일부러 저러는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복도에서 나를 마주친 것도 확신할 수 있다. 그는 도대체 나한테 왜 그러는 것일까. 이 과의 단합을 위해 희생되는 양이라도 되는 것일까. 학생회원들의 표정을 보니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 같은데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흥미롭다는 듯이 회장을 바라보고만 있을 뿐.
"그럼 이상 2016학년도 한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겠습니다."
나는 왜 저 말이 인생을 마치겠단 말로 들리는 것일까.
똘 끼 충 만 한 녀 석 들
"와, 상균이형은 날 정말 싫어하나봐. 어떻게 나한테 과대를!"
"저랑 나를 수습하는 게 너 뿐이니까 그런거겠지."
"그나저나 김여주는 왜…."
"자퇴신청서겠지. 왜, 형 과대 할 때 전과한다는 애들 집중케어 했잖아."
잠깐만, 전과하는 애들 집중케어라고? 내가 그와 마주쳤던 때는 박수영과 넋두리를 할 때 였다. 아……이제서야 회장이 나한테 그런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와 마주치기 전에는 전과하고 싶단 이야기를 했고 오티에선 자퇴신청서를 언급했다. 누가봐도 장난으로 꺼낸 말인 것을 알겠지만 그는 다르게 받아들였을지도 모른다. 내 전적이 있으니. 그래서 그런건가.
"김여주, 나도 나지만 너도 참 고생이 많다."
"그래, 김여주. 우리 형 잘 부탁해."
"우리 형?"
"아, 김상균 내 친형이야."
그 말에 나는 이들과 모르는 사이로 회복하기는 불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아, 우리 말로만 임시지, 사실 정식이나 마찬가지야. 그냥 새겨두라고."
"맞아. 내가 형 방에서 봤는데 우리들 학생회 시킬려고 없던 직책들도 만들어놨더라."
어차피 우리는 학교 안에서만큼 김상균에 의해 움직이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고 훗날 일 년이 지난 지금 내 예상은 적중했다.
그리고 내 짝사랑도 막이 내렸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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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트 적용을 10편 이상 쓰면 적용할까 생각했었는데 비축분을 쓰다보니까 잘못 눌러서 1편에 적용됐네요ㅠㅠㅠㅠㅠ
죄송한 마음에 한동안 안 받을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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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편은 저번 편의 마무리랍니다!! 그래서 지루하실 수도...헿
그리고 암호닉은 항상 신청 받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