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잠 못드는 밤 (Inst)
우리 집에 영물이 산다.03
w. 깝질무
나는 매주 찾아오는 아름다운 나만의 시간을 가지며 평화롭게 휴식을 보내려 했다. 일을 하지 않는 날의 고요함과 여유로움을 즐기며 따사로운 햇살을 맞이하고 커피를 마신다. 소파에 파묻히듯 누워 폭신한 쿠션에 어깨를 묻고 고개를 푹 젖힐 때 느낄 수 있는 포근함도 느끼면서. 하지만 이번 휴일은 그렇게 보낼 수 없게 됬다.
오늘 아니 어제 부로 같이 살게된 영물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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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민현이라는 이름을 알려준 후 나와 황민현씨 사이엔 이상한 기류가 흘렀다. 그 기류가 나에게만 느껴지는 건진 모르겠지만.
내가 좋아하는 원두커피 두 잔과 커피과자를 꺼내온 난 소파에 앉아 눈을 감고 있는 황민현씨에게 다가갔다.
"저기요."
"......"
"저기 영물님? 좀 일어나봐요!"
"......"
설마.. 죽은거 아냐? 눈을 감은채 미동도 없는 얼굴에 손을 훠이 훠이 움직여 보았다. 슬쩍 코 밑에 손을 가져다 대니 숨결은 느껴졌다.
"저기.. 황민현씨?"
"......"
와 나 심쿵. 갑자기 그렇게 눈 떠서 쳐다보면 어떡하냐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네. 꼴깍 - 나도 모르게 삼킨 침 소리에 내가 놀라 눈을 휘둥그레 뜨고 쳐다보자 작은 웃음을 터트렸다. 그 미소에 그냥 나도 같이 따라 미소지었다. 어색함은 사라진 것 같은데 이상한 기류는 짙어진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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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야기 좀 해요. 내가 궁금한게 많아서."
커피 잔을 내려놓은 후 비장하게 팔짱을 끼고선 비장한 눈빛으로 쏘아보았다.
"일단요. 호칭 정리 부터 해요. 나는 그쪽을 뭐라고 부를까요?"
"글쎄 마음대로 불러."
"그럼 나이가 어떻게 되요? 영물이니까 한 백살이고 그런거 아니죠?"
"응 아니야. 나 49살밖에 안됬어."
"......"
49...우리 아빠가 49세에 돌아가셨는데..그럼 아빠뻘이라는 소린가.. 그럼 아ㅃ 이내 멍해지는 정신을 붙잡고 아니지! 잘생기면 오빠랬어. 그럼! 하면서 나 혼자 멍하니 있다가 고개를 끄덕끄덕하자 지금 뭐하냐는 식의 표정을 짓고 있던 민현은 약간 머쓱했는지 머리를 긁적이면서 부연설명을 했다.
"나 되게 어린건데. 인간 나이로 치자면 이제 막 성인이 된 정도야. 아직 영물로서 식을 치르지 않았으니까."
"영물로서의 식이요?"
"응. 난 그거 내년에 치뤄."
"그게 뭔데요?"
"내 인생을 결정할 선택."
...? 인생을 결정할 선택? 그게 뭔데? 잔뜩 물음표를 달고 똘망똘망 쳐다보고 있자 고개를 절래 저어보인다.
"지금은 얘기할 수 없어."
"베-에"
칫 얘기할 수 없다니. 그래도 같이 사는 사이에 비밀은 없어야 되는거 아닌가. 전지적 민현 관점으로 나를 본다면 분명 입이 대빨 튀어나와서 퉁퉁 불어있을 거다. 한마디로 누가봐도 삐친 모습이었다.
"대신 너에겐 좋은 소식일 수도 있는데."
"뭔데요?"
"내년 1월 1일 전까지만 여기 머무를게."
"진짜요??"
"응"
아씨 뭐야 진작 얘기했으면 같이 사네 마네 고민도 많이 안했을 텐데. 1월 1일까지면 한달? 좀 안되게 밖에 안남았잖아. 그정도야 뭐 시간은 금방가니까 홍홍 나 홀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그럼 호칭은 저는 그냥 민현씨라고 부를게요. 민현씨도 민현씨 부르고 싶은대로 부르세요~"
"......."
홍홍 거리면서 다 마신 커피잔을 들고 날듯이 부엌에 들어간 내 뒷모습을 쳐다보는 민현의 표정이 어떤지 나는 전혀 알아채지 못한채.
-
"민현씨! 민현씨!"
"왜?"
"우리 장보러가요!"
"귀찮아."
오늘 아침 차리면서 열었던 냉장고가 곳곳이 비었던걸 기억해낸 내가 장보러가자며 방방뛰자 이내 귀찮아 한마디 하고 보고 있던 티비로 다시 고개를 돌려버리는 민현이었다.
뾰루퉁해진 내가 쿵쾅거리며 방문을 닫고 들어가 토라진 척 하며 있자 거실이 조용해지는 듯 하더니 이내 똑똑 소리가 들렸다.
"장바구니 어디에 있는데?"
씨익- 미소지은 나는 미리 챙겨 손에 들고 있던 장바구니를 괜히 한 번 쓸어보곤 사뿐히 문을 열고 나갔다.
"가요."
"그래."
오랜만에 장보러 드라이브를 나갈 생각에 들떠 웃음이 헤실 새어나왔고 그런 나와 마주보고 있던 민현의 얼굴에도 살풋 웃음이 새어나왔다.
-
"우와! 오늘 갈치들어왔나봐요!"
"......"
"와 소고기! 이것도 사요!"
"....하.."
"오오! 저기 과자! 나 과자 가져올테니까 여기 있어요!"
쌩 하고 과자코너를 향해 달려가는 여주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민현은 고개를 저었다.
진짜 장을 보러 온건지 육아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자기도 모르게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고 있었다는걸 문득 깨달은 민현은 표정을 정리했다.
"아직 들키면 안되잖아. 조심해야지."
의미모를 말을 남긴 민현은 이내 처음 발견해서 사고 싶어했던 갈치 코너로 발을 옮겼다. 한토막 정도는 싸게 살 수 있지 않을까 기웃거리던 민현은 자신의 행동을 깨닫곤 살짝 붉어진 볼을 손으로 문질렀다. 그러다 옆에 굴 시식코너에 계신 아주머니와 눈이 마주친 민현은 고개를 살짝 숙여보이고는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쳤다. 과자를 한 아름 안고 뛰어오는 여주만 아니였다면 성공적으로 도망칠 수 있었을텐데.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히는 것 같았다.
"이거봐요! 엄청 많죠!"
"이거 다 먹을 건 아니지?"
"다 먹으려 샀죠. 그럼 남기려고 샀겠어요?"
"그래. 너 많이 먹어라."
"헤헤. 민현씨는 더 살거 없어요?"
"나는 뭐.."
"어휴 이쁜 신혼부부네. 이거 하나 먹구가요."
집에 빗자루도 없던 것 같은데 빗자루 정도는 사야 되지 않겠냐 하려고 했던 민현 말이 아까 눈이 마주친 시식코너 아주머니로부터 가로막혔다.
"아.. 아니!"
"네. 감사합니다."
손사래를 치며 신혼부부 아니라고 말하려고 했던 여주는 민현이 넙죽 굴을 받아들면서 막혀버렸다. 멍하니 옆을 바라보자 약간 붉어진 듯 한 볼을 긁적이는 민현이 보였다. 민현은 고개를 돌려 여주를 내려다 보곤 이내 초장에 찍힌 굴을 건냈다.
"먹어."
자기도 모르게 받아먹은 여주는 굴을 씹으면서 점점 달아오르는 볼을 의식했다. 한동안 그러고 있었더니 어느새 카트에는 굴이 2봉지 담겨있었다. 민현은 갈치대신 굴을 먹는 것도 나쁘지 않다 생각하며 카트에 넣은 굴을 무거운 짐에 깔리지 않도록 짐 위에 살풋이 얹었다.
"살거 다 샀으면 이..이제 갈까요?"
"그래."
장을 보며 자기들도 모르게 붙어있던 몸들이 한 껏 거리감이 생겼다. 멀어지는 민현과 여주의 뒷모습을 보며 아주머니는 껄껄 웃어버렸다. 나도 저런 때가 있었는데. 라는 생각을 하며 아주머니는 이내 유아용 카트를 끌고 다가온 부부에게 굴을 건냈다. 저 커플도 나중에 이쁜 아가를 앉힌 유아용 카트를 끌고 다시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
나의 집은 부모님의 유산으로 물려받은 오래된 주택이라 나의 추억이 많이 담겨있다. 이 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넓지는 않지만 싱그러운 꽃과 사과나무 한 그루가 심어져있는 마당이다. 거실과 이어져있는 테라스에 나와 가만히 마당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어린 시절의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부모님과 떨어져 서울로 올라가기 전까지의 소중했던 추억들.
서울로 올라가지 않고 이곳에서 부모님과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면 이렇게까지 그립고 후회하지는 않았을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절래 저었다. 이러나 저러나 이미 돌아가셨고 나는 평생 그리워할 수 밖에는 없으니까. 이런 모습 안어울린다. 그리고 부모님도 이런 나를 본다면 좋아하지 않으실 거다.그런 생각을 하며 숙였던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내 눈에 언제 다가온건지 어느새 옆에 있던 민현의 얼굴이 가득찼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집에 나 홀로 있진 않구나. 웃음이 났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응. 그래."
말로는 시크하게 대답해놓고 한 손으로 내 정수리를 꾹꾹 누르고 있는 저 모양새 또한 웃음이 난다.
"이렇게."
내 머리를 꾹꾹 누르고 있는 민현의 손을 잡고 쓱쓱 쓰다듬듯이 문질렀다. 속을 알 수 없다고 생각했던 표정에 당황이란 감정이 어린 것 같았다.
"이렇게 쓰다듬는거에요. 위로할땐."
"......"
민현이 이내 피식 웃어 버리고는 고개를 돌렸다. 물론 손은 계속 내 머리 위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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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깝질무입니다! 잠깐 자축의 시간을 갖겠습니다.
빵빠레!!! (경)초록글 달성!!(축)
ㅠㅠㅠ여러분 저 진짜 우러요ㅠㅠ 진짜 무한한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정말 감동..
그리고 제가 오늘 저번편을 다시 읽었어요.
여러분.. 제가 2편을 쓸때 1주일동안 못쉬어서 거의 잠을 못잔 상태였던지라(변명)
그런 똥글을 썼는데요..(변명)
제 핸드폰에서만 그런건지 브금도 안뜨더라구요.. 컴퓨터는 떠서 수정은 하지 않았지만(변명)
그런 저의 글에도 찾아와서 읽어주시고 댓글 남겨주시고 신알신 신청해주신 독자님들!!
내 마음을 다가져갓!
진짜 사랑합니다. 여러분!!
그리고 암호닉은 언제나 받고 있어요! 마구마구 신청해주세요!
*암호닉 목록*
[낭낭, 황여우, 블체, 포카칩, 자몽, 옵티머스, 밍밍, 크로마뇽, 초록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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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