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연애 시뮬레이션!
LEVEL-1
단정하게 생긴 얼굴이라...일단 나는 아니군.
아니 잠깐 잠깐. 나 지금 되게 예뻤던 것 같은데? 이거 뭐 잘만하면 가능성 있겠는데?
"저기요?"
"예? 아! 네! 쓰세요!"
안대를 건내자 마자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그대로 안대를 끼고는 잠에 드는 그다.
세상에 어쩜 가려도 잘생겼냐...?
가만있어봐 근데 자는 모습이 예쁜 여자가 이상형이라구요? 지금 내 이상형이 그걸로 바뀔 것 같은데.
이게 아니지. 일단 생긴거하며, 되게 까칠하게 생긴데다가 조신한 여자면 거의 나랑 정반대잖아...?
첫번째 상대부터 이 정도 난관을 주는건 진짜 너무한거 아냐?
[하핫! 참고로 플레이어님도 NPC들과 마찬가지로 체력, 기분, 배고픔 정도 등이 상대 공략에 영향을 끼친답니다!]
쌩 날라리구만. 가만보자...체력이 딸리네.
눈 좀 붙여볼까?
눈을 뜨자 보이는 건 낯선 남자의 품.
뭐야...? 이게 뭐냐구...! 22평생 한번도 남자 품에 안긴 적 없던 내가!!(아빠 제외)
조심스래 고개를 들자 보이는건 아까 그 이석민이라는 남자. 가만히 눈을 감고 있다가, 내 기척에 잠에서 깬건지, 천천히 눈을 뜨고는 날 내려다보는 그다.
"상당히...경우없는 분이네요."
...예...?
"몽유병이라도 있으신건지. 자다가 갑자기 일어나 오셔선 안기더라구요. 가만히 주무시기에 그대로 두긴 했는데. 주의하셔야겠어요."
어...제가 술버릇이 자다가 걷는거긴 한데...참 현실반영이 확실한 게임일세...^^
[앗! 좋은 샴푸냄새(으)로 인해 이석민님의 호감도가 +7 되었습니다!]
...?
굉장히 꼬시기 쉬운 타입이네요 이 사람...?
말하는거랑 다르게 애정도가 7이나...
"안일어나세요...?"
"앗..! 일어나야죠! 죄송합니다. 제가 실례를..."
하며 화들짝 놀라 그 품에서 일어났다. 고개를 꾸벅꾸벅 숙여가며 사과하자 귀찮다는 듯 예, 하곤 이어폰을 귀에 꽂아버리는 그다.
뭐야...이런 차도남을 봤나...
잘생기긴 했는데 신이시여...성격이 너무 지랄맞은거 아닙니까...ㅠㅠ 겨우 7씩 모아서 언제 100을 채우냐구ㅠㅠ이건 뭐 온 몸의 체취를 한번씩 맡아보게 해야하나...
아니, 가만있어보자. 지적이고 호기심 많은 모습이라...
그래서. 평생 한번 읽지도 않던 책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마침 옆자리에 꽂혀있는 '데미안'이라는 책을 꺼내들었다. 그래. 지적인 모습 하면 역시 독서지!
긴 머리를 쓸어넘기며 남자를 굉장히 의식한 채로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오 뭐야 이 책? 읽으면 읽을 수록
"...잠오잖아...?"
"그 책, 재미있나봐요? 책장을 굉장히 빨리 넘기시네요."
재밌는게 아니라 안읽고 있는거랍니다...아니, 잠깐...? 먼저 말을 걸었어...?
[지적인 모습(으)로 인해 이석민님의 호감도가 +13되었습니다!]
개이득.
"아...네. 평소 헤르만 헤세의 책을 즐겨읽고는 하거든요"
저자소개만 열심히 읽었는데 이렇게 빨리 구라를 치게될 줄이야.
"와, 저랑 취향이 비슷하시네요. 저도 그 작가 좋아하거든요"
하며 싱긋 웃는데, 어쩜. 대박이다...
"아, ㅎㅎ. 신기하네요 이 작가분 좋아하는 사람 처음 봤어요"
"...어...그래요...? 유명한 작가분 아닌가...?"
[괜한 아는척(으)로 인해 이석민님의 호감도가 -5 되었습니다ㅠㅠ]
몰라! 처음 듣는다고!!!오늘 책 처음 읽어본다구요! 아까 이 사람 꼬시기 쉽다고 했던거 취소 다 취소!!
"제 주변 분들이 소설을 즐겨 보시는 분들은 아니라...하하;"
그래. 괜히 아는척하면 안돼. 어떻게 20까지 채워논건데...ㅠㅠ
하니 끄덕, 하고는 다시 신문으로 눈을 돌리는 그다.
"어..음...혼자 여행가시나봐요?"
"여행은 아니고, 직장이 미국이라."
"아...타지에서 많이 힘드시겠네요"
"뭐, 가족들 못보는거 빼곤. 괜찮아요"
[따뜻한 말 한마디(으)로 이석민님의 호감도가 +20되었습니다!]
뭐야...단순한건지 뭔지 모르겠네.
"그래도..."
하며 말 끝을 흐리는 나에 아참, 하며 곱게 접어둔 안대를 내게 건내는 그다.
"고마워요. 잘 썼어요."
아뇨 제가 더 감사...
안대를 돌려받는 찰나에 잠깐 닿은 두 살결, 전기라도 통한 듯 두 사람이 멈춰선다.
[잘 모르는 사람과의 스킨쉽(으)로 인해 호감도가 -5 되었습니다ㅠㅠ]
아나 진짜 까탈스럽네.
재빠르게 안대를 손에 쥐곤 고개를 앞으로 돌렸다. 근데, 좀 졸린 것 같기도 하고...
"약 10분 뒤 우리 비행기는 미국 JFK 국제공항에 도착합니다. 승객 여러분들께서는 자리로 돌아가 안전벨트를 다시 한번 확인 해 주시고 잊으신 물건은 없는지 확입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아니, 근데 이 목소리...가이드...?
[정답! 창조주님도 무심하시지...ㅠ 투잡을 뛰게하시네요...뭐 하여튼 내릴 준비 하시구요!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거든요~]
아니 근데, 한국은 사람이 한명도 없더니 여긴 왜 이렇게 붐빈대...? 짐을 찾으려 무빙벨트 옆에 줄을 서 있는데, 이리저리 치여 결국 맨 뒤에 자리를 잡고 섰다. 그때 다가오는 익숙한 빨간색 캐리어
"어! 내꺼...!"
하며 캐리어에 손을 뻗는데 나보다 빨리 캐리어를 채가는 누군가의 손이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뒤를 돌아보는데 이미 이어폰을 귀어 꽂고 문 밖으로 나가는 남자다.
아니, 아까 그사람이잖아 그 변호사!
안절부절 하지 못하고 가만히 자리에 서 있는 찰나, 무빙 벨트위를 지나는 똑같은 모양의 가방에 무작정 가방을 끌어내렸다. 아니나 다를까, 떡하니 이석민 세 글자가 쓰여있는 캐리어에 그대로 가방을 들고 뛰었다. 겁나 무겁네 진짜...
어디로 간건지 수많은 인파 때문에 남자를 놓칠 무렵, 에스컬레이터 위에 타 윗층으로 올라가고 있는 남자다.
"왜 이렇게 빨라...?"
덕분에 캐리어를 들고 에스컬레이터까지 뛰었다.
"저기! 잠깐만요! 저기요!!"
무심도 하지. 그대로 게이트 밖으로 나가 택시를 잡는 남자에 나도 마음이 급해져서는 그를 따라잡기 위해 뛰었다. 내가 게이트에 발을 딛을 무렵, 택시를 타곤 쌩 하니 출발해버리는 남자다.
그에 나도 뒤에 서 있는 택시에 올라타
"프론트!!프론트!! 잡아줘요!!!캐치!!!"
하고 되도 않는 콩글리쉬를 퍼부었다. 손가락으로 앞의 택시를 가르켜가며 굉장히 다급한걸 어필했다.
역시 만국 공용어는 바디랭귀지.
금방 그를 알아듣고 앞의 택시를 따라 달리는 기사님에 굉장히 초조한 마음을 붙잡으며 앞의 택시만을 주시했다.
삼십여분 달렸을까, 굉장히 으리으리한 호텔 앞에 도착했다. 주머니에서 돈을 있는데로 꺼내 기사님에게 건내곤 캐리어를 들고 뛰었다.
프론트 앞에 서 있는 남자에게 한달음에 달려가 헉헉거리며 등을 건드렸다.
"하...후...저기요, 캐리어가 바뀐것 같아서요..."
거친 숨을 가다듬으며 말하자 금방 자신의 손에 잡힌 캐리어의 네임택을 확인하곤 내 손에 있는 캐리어와 자신의 손에 있는 캐리어를 몇번 번갈아보더니 두눈이 동그래지는 남자다.
"공항에서부터 따라오신거예요?"
"네...이어폰 때문에 못들으셔서..."
"아, 어떡하죠 정말 죄송해서..."
하며 손톱을 물어뜯는 남자다.
[적극적인 행동(으)로 인해 호감도가 +30되었습니다!]
"그..오늘 숙소가 혹시 어디...?"
"아, 저는 여긴 아니고, 워싱턴 쪽이라..."
그래. 여기 뉴욕이지. 뉴욕에서 워싱턴 까지...언제 가냐 하하.
아니 이게 아니지...? 이 사람이랑 붙어있으면 좋은거 아닌가...? 어짜피 공략 상대니까
"아...정말 죄송해서 어쩌죠...?"
하며 울상이 다 되어서 말하는 남자다.
"어...아니예요 괜찮아요! 짐도 다 여기있고, 어짜피 혼자 여행온거라, 숙소정도는 바뀌어도 괜찮아요!"
하며 남자의 손에 있는 캐리어와 내 캐리어를 슬쩍 바꿔들었다.
그래도 영 미안한 듯, 직접 프론트에 빈 방이 있냐고 물어보는 그다.
"Is there any empty room? Just for one night"
(오늘 하루만 잘건데, 빈방 있을까요?)
"Sorry sir, your room was last one."
(죄송하지만 손님 방이 마지막이였습니다)
그런 직원의 말에 잠시 손톱을 물어뜯더니
"Then, can I ask for an extra bed?"
(그럼 제 방에 엑스트라 베드좀 추가 해도 될까요?)
"Sure"
(물론입니다)
"Then please. I'll pay it at check out tomorrow"
(그럼 그렇게 해주세요. 내일 체크아웃때 계산할게요)
뭐야 이거...나 영어 하나도 못하는데 자막이 생기네...?
아니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라
"아니! 괜찮은데...!"
"제가 죄송해서 그래요. 근데, 방이 없어서 방을 같이 써야할 것 같은데, 제가 엑스트라 베드를 쓸 테니까 침대에서 주무세요."
"아...진짜 괜찮은데..."
그러면서도 벌써 같이 엘레베이터에 올라타있는 나. 아주 칭찬해.
가장 높은 층까지 올라가는 엘레베이터에 정말, 어색함을 감출 수가 없다. 도착한곳은, 팬트하우스. 혼자 이런데에 묵는다고...?
"먼저 씼으세요, 전 엑스트라 베드 오는거 받고 나서 들어갈게요"
"아! 네 감사해요"
하곤 거실로 나가 쇼파에 앉는 그다.
혹시 모르니까...캐리어에서 속옷을 세트로 맞춰 꺼내들곤 화장실로 들어간다.
아니 근데 뭐여...화장실이 내 방보다 넓네...ㅋㅋㅋㅠ돈 많으면 막 이런게 막 당연하고 그렇그나...ㅠㅠ흐규흑ㅠㅠ하긴, 흙수저 인생에 게임 아니면 이런 화장실에서 다시 씼어보기야 하겠냐...
물을 틀자 머리 위에서 시원하게 내려오는 물줄기에 몸을 맡겼다. 어째, 게임인데도 잠온다. 한참을 물을 틀고 서 있자니, 이내 밖에서 띵똥, 하고 벨소리가 들려온다. 그에 놀라 재빨리 샴푸를 짜 머리에 바른다.
와, 비싼 호텔은 샴푸도 좋은거 쓰나보네. 부드러운 과일향이 거품에 맴돌고, 어느새 기분이 좋아진다. 몸을 씼고 나와 속옷을 챙겨입고 가운을 걸친다.
"다 씼었어요?"
때마침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그에 놀란 척 가만히 서 있는다.
"...아, 미안해요. 물 소리가 그쳤기에..."
하며 아직 묶이지 않은 가운을 보며 안절부절 못하며 시선 곳을 찾아 방황하더니 이내 문을 닫고 나가는 그다.
[앗! 방 안엔 단 두사람(으)로 호감도가 +30 되었네요! 호감도 100까지 10밖에 남지 않았어요! 화이팅^^]
"참...징하게도 알려준다...."
가운을 단정하게 챙겨입고 밖으로 나간다. 쇼파위에 앉아 마른 세수를 연거푸 하는 모습이다. 젠장, 이건 진짜 영화에서만 보던 장면인데.
"저기..."
하며 그를 부르는 나의 목소리에 천천히 고개를 들더니 내 몸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흝는다.
그리곤 한숨을 푹 내쉰다.
탁 트인 유리창 덕분에 야경이 반짝반짝 빛나는 것이 한눈에 들어오고, 그런 로맨틱한 공간 속에 남성과 여성, 둘 뿐이다.
내 눈을 꼿꼿이 쳐다보던 그가 이내 넥타이를 거칠게 잡아 내리더니, 내게 다가온다.
'어 잠깐만, 아니 잠깐만...!'
생각할 시간 조차 없이 입술 위로 부드럽고 따뜻한 무언가가 얹어진다.
[엇, 아직 호감도 100이 다 안찼는데...? 이거...아무래도 게임에 오류가 생긴 것 같..지만..일단은 뭐, 미션 클리어랍니다! 빠바밤! 축하드려요! 다음 레벨로 가는 익스프레스 티켓을 얻으셨답니다~]
정말 산통 깨기 장인일세. 이 정도로 달콤하고 비현실적인 키스에 단숨에 집중을 못하도록 만들다니.
뭐, 하여튼 게임은 클리어했으니까. 이제 이 사람이랑은 끝나는건가...?
이상하리만치 오랫동안 길게 이어진 키스는 어째 멈출 줄을 몰랐다. 게임 끝난거 아니였어...?
곧 입술을 뗀 그가 반쯤 풀린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나를 안아들더니 그대로 방안으로 들어간다.
어, 그러니까. 내 첫번째 상대가, 게임 캐릭터가 된 셈인건가
.
.
.
[처음엔 그저 오류라고 생각했는데, 아닌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게임 속 캐릭터가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법을 터득한 듯 합니다. 창조주님께서 처음 인간을 만드셨을 때 그들에게 주었던 '자의'라는 선물만 빼고 똑같이 만든 캐릭터인데, 역시 인간은 스스로 진화한다는 것이 맞는 듯 합니다. 창조주님의 창조물 중에서도 가장 흥미롭고 무서운 존재군요, 인간이라는 건]
"인간은 언제나 스스로 길을 개척해왔지. 그래서 없애버리긴 참으로 아까운 존재야. 그들은 정말 '신'을 닮았으니까. 그래서 기회를 주는거지"
[예, 잘 압니다. 창조주님, 그런데 김칠봉이의 게임은 어떡하죠? 이대로 진행해도 되는겁니까? 캐릭터들이 스스로 터득해낸 '자의'를 빼앗지 않으면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지도, 아니 게임이 엉망이 되어버릴지도 모르는데...]
"지켜보도록 하지. 첫번째 기회부터 그들에 개입해서는 안돼"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