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디서 감기를 옮았는지 아침부터 목이 계속 안좋았어. 그냥 목에서 열나고 따끔따끔하길래 목도리 돌돌 매고 나가기전에 변백현한테 전화했어. 얘가 어제 3일만인가 4일만인가.. 퇴근해서는 집갔는데, 확실히 내가 출근하기 전에 출근을 못할것 같았거든. 아침잠이 많아서 누가 안깨우면 절대 못일어나. 머리 덜말라서 지들끼리 엉겨붙는거 그냥 후드하나 뒤집어쓰고 전화받지않는 변백현네 집으로 갔지. 혼자산다고 작은 집으로 옮겨서 집이 멀어져버렸어. 정말 쉬워서 도둑들기 딱 좋은 비밀번호 누르고 집 들어서니까 역시나, 난방도 안틀고 냉기 싸한 집에서 엎어져 자고있는거야. 어제 입고 온 옷 그대로 씻지도 않고 잔 것 같았어. 팔잡고 흔들면서 깨우니까 들은체도 안하고 그대로 몸 돌려서 자는거야. 출근까지 한 2시간 남았고, 나 원래 오늘 병원 좀 일찍가서 공부하려고 했는데! 그냥 변백현 옆에 이불 돌돌 말고 누워버렸어. 변백현이 끙끙거리면서 더듬거리더니 슬금슬금 붙어서 꼬옥 껴안는거야. 병원에 얼마나 짱박혀있었는지 몸에서 병원냄새가 팍 풍기는게.. "한시간만 더 자고 일어나야돼." "..으응, 근데 너 목에서 열나냐, 뜨거워.." "옮았나봐. 막 잔기침도 나." "뭐 먹었어?" "아무것도 못 먹었지." "이게, 병을 키우네." 눈도 제대로 못뜨고 주방으로 뒤뚱뒤뚱 걸어가더니 물통이랑 컵을 들고와선 내 옆에 앉는거야. 그러곤 컵에 물을 한가득 따르더니 한손으로는 내 뒷목잡고 한손으로는 컵을 내 입에 갖다대. "감기에는, 물..을 많이..수분 섭취가 중요해.." "백현아, 물 다 흘린다." "그러니까 얼른 먹어.." "백현아, 눈을 일단 뜨고." "눈 다 떴거든.?" "백현아, 좀!" 눈은 거의다 감고선 물 먹으라고 들이미니까 물은 줄줄 흐르고 나는 답답해 미치고..결국 내가 컵 뺏어드니까 졸리다면서 그대로 내 무릎에 엎어지는거야. 어제도 잠 제대로 못잤나싶어서 머리 쓰담쓰담 해줬지. "어제 몇시에 잤어?" "..." "백현아?" "..3시, 좀 넘어서?" 백현아, 이렇게 부르는거 좋아해서 백현아라고 안불러주면 대답안하고 버틸때도 있어. 3시 넘어서까지 뭐한지는 모르겠지만 늦게잤다고하니까, 괜히 안쓰러워서 계속 머리 쓰담쓰담해줬어. 금새 잠드는거 보니 진짜 피곤했던 것 같아서 가만 냅두다가 나도 꾸벅꾸벅 졸았어. 그렇게 계속 졸다가 눈을 딱 떴는데, 내가 졸면서 고개가 떨궈진거야. 눈 뜨자마자 변백현 얼굴이 코앞에 보이는데 내가 식겁하면서 얼굴 떼려고 고개 들려고하니까 변백현이 눈 딱 뜨더니 엄청빠르게 손뻗어서 뒷통수를 꾸욱 눌러. 완전 진짜 입술 닿을락 말락 하는데 내가 너무 당황해서 숨도 안쉬고 멈춰있었어. 그러니까 변백현이 목 다 잠긴 목소리로 떨려?하고 묻더니 바로 입술 맞대는고야. 두근두근. "떨렸구나." "어, 아니. 아..출근안하냐?" "백현이 입닦구 출근할게요~" 변백현이 자기이름 부르면서 내 입술 슥 닦아주는데 아침에 곱게바른 내 립글로즈 백현이 손에 다 묻고. 나는 아직도 심장 덜컹거려죽겠는데 변백현은 능글능글거리면서 내 어깨에 어깨동무 하더니 가자!라면서 신나있는거야. "백현이 깝죽대다가 담당쌤한테 한대 맞아요~" "백현이 맞아도 하나도 안아파요, 뽀뽀했으니까!" "백현이 병원에서 입 잘못놀리면," "벌로 뽀뽀해줄거예요?" 병원가는 길에도 계속 깝죽대다가 결국 뒷통수 한대 얻어맞고 로비도착했어. 백현이는 늦었다고 먼저 계단으로 뛰어가고 난 아직 몇분 남아서 엘레베이터 타고 도착했지. 옷 갈아입고 머리 묶어서 망으로 싸고 나와서 차트 체크하는데도 계속 잔기침이나는거야. 그래서 손으로 입 막고 계속 콜록거리면서 마스크를 찾는데 마스크가 안보여. 원래 내 책상서랍에 있었는데. 아 자꾸 기침이나서 병동은 들어가지도 못하고있는데 얼른 차트인계는 해야하고. 발만 동동 구르다가 변백현한테 전화걸었지. "백현아, 마스크 있어?" "응, 왜? " "나 좀 빌려줘." "수술실에서 쓰는 거 없나? 나 지금 못올라가는데." "아, 맞다. 수고해." 정신이 왔다갔다해서 수술실은 생각도 못했지. 얼른 내려가서 하나 빌려서는 썼는데, 병동 들어서니까 애들이 막 울어대는거야. 아무래도 수술할때 쓰는거니까 커서 눈 빼고 다 가려버리거든. 한명이 우니까 다 빽빽 울어버려서 할 수 없이 나왔지. 아, 어떡하지 계속 생각하다가 경수가 생각난거야. 걔 소아과라서 온갖 귀여운 것들을 다 가지고 있거든. 성격은 안그래서.. 도경수 번호는 있었나, 싶어서 폰 뒤져보니까 다행히도 있었어. 연락한적은 한번도 없었는데. 전화 걸까 하다가 그냥 소아병동으로 올라갔더니 데스크에서 안경추켜올리면서 모니터보고 있더라고. 엄청 집중하는 것 같아서 조금 기다렸다가 걔가 눈 떼고 나서야 말걸었지. "경수야, 마스크 있어?" "어, 어? 언제왔어? 마스크? 있지. 빌려줘?" "응. 너 병동 돌때 쓰던 걸루." "그거 곰돌이 입모양인데?" "응, 그거.." "...정말?" 도경수가 고개 갸웃거리면서 따라오라더니 자기 서랍에서 마스크를 꺼내서줬어. 진짜 곰돌이 입모양이 그려져있는거야..도경수가 막 웃더니 그거 한번 써보라그래서 한번 써봤지. 그러고 손거울꺼내서봤더니, 정말.. 한숨뿐인 내 얼굴..그거 쓰고 터덜터덜 외과병동으로 내려가는데 복도 끝에서 변백현이 날 딱 보더니 우다다다 달려오는거야. 저거저거, 뛰다가 걸리면 또 깨질텐데. "이거 뭐야? 너무 귀여운데? 난 저기서 보고 니 대학동기인줄알았잖아!" "경수? 야, 도경수랑은 옷이 다른데. 하여튼 구라는.." "아아, 진짜 귀여워. 이거 어디서 난거야?" "경수꺼 빌렸지, 수술실마스크쓰니까 애들이 울잖아." "도경수? 소아과?" 순간 눈치 슬쩍보면서 고개 끄덕였더니 변백현이 마스크를 휙 잡아서 빼는거야. 마스크 빼자마자 내가 콜록이면서 기침하니까 심각하게 쳐다보더니 자기 주머니 뒤져서 마스크를 꺼내는거야. 내가 삐죽 째려보니까 곧바로 마스크 끼워주고 경수 마스크는 자기 주머니에 꾸깃 쑤셔넣고. 목이 칼칼해서 킁킁 목에서 소리내는데 변백현이 씁, 하더니 목 문질문질 해주는거야. "목 그러면 안돼, 목 상해." "안에서 부었나? 아침부터 신경쓰여. " "그래도 자꾸 킁킁거리지마. 더 안 낫는다." 내가 하고싶어서 킁킁거리나, 정말. 알겠다고 대충 고개 끄덕이고 각자 할일하러 떠났는지. 병동 다 돌면서 아침 투약하고, 백현이 금방 올라와서 주치의 쌤 회진 돌았고. 이제 큰일은 다 끝내서 겨우 엉덩이 붙였는데 변백현이 데스크로 와서 나를 톡톡 치는거야. "아, 피곤해. 시비걸지마." "이야, 시비라니. 섭섭하게." 데스크에 나만 앉아있는것도 아닌데. 자꾸 와서 말걸면 나 눈치보인단 말이야. 내가 눈치 슥슥 보면서 왜 왔냐고 물으니까 주머니 뒤적거리더니 이상한 손수건이랑 조그마한 병을 꺼내는거야. "이거, 김준면한테 손수건 좀 달라하니까 이거 주더라. 걔 취향 이상해." "너 자꾸 오빠한테 반말 찍찍 할래? 그거 통은 뭐야?" "이거는 내가 너 기침한다고 약 타려했더니 담당쌤이 주신거." "이거 냄새 맡는 그런건가?" "이렇게, 뚜껑열고. 코에 대고 한번에 후욱, 들이 마셔야해." 약설명해주고는 손수건을 돌돌 말아서 내 목에 묶어버리는거야. 준면오빠 손수건이, 참..동물농장같은 손수건이야. 막 호랑이 토끼 곰돌이 그려진.. 참 생긴거랑 다르게 취향이 귀여운 사람인가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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