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이스트/워너원/황민현] 혹시, 카페모카를 기억하고 있나요?
< 부제 : 당신에게 전합니다 >
W. 달달한모카향
1. 그녀가, 그에게 보내는 이야기
< ○○대학교 대나무숲 # 대나무 95809 >
제 입으로 말하기 쑥스럽지만 저는 제가 꽤나 성실하고 반듯한 학생으로 살아왔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 캠퍼스라이프에 대한 로망이 남들보다 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대학교에 합격하고 한껏 들뜬 마음으로 상경했지만, 어쩌면 조금도 다를바 없는 일상이 때때로 서글펐어요.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제게도 꿈같이 설레는 일이 생겼습니다. 고등학생 때는 쓰다고 잘 먹지 못했던 커피를 찾아 수업이 없는 날에도 학교 근처 카페에 앉아 때로는 과제를 하고, 때로는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쓰기만 했던 커피가 어쩐지 달달하게 느껴졌던 이유는, 아마 당신을 만나 설렜던 마음이 제게 미묘한 착각을 일으켰던게 아닐런지요.
네, 맞습니다. 저는 상대방은 알지도 못하는 풋사랑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어요. 조금은, 무심한 척- 떨리는 목소리로 그에게 주문을 하면 상냥한 미소와 함께 그가 만들어주는 카페모카는 제 입맛에 꼭 맞게 달달했어요. 동기들이 안다면 어이없어 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때부터 저는 어쩐지, 다가오는 종강일을 세어보며 한숨을 쉬곤 했습니다. 타이밍이라는 녀석이 절 도와주지 않아서 이번 여름 방학때는 10년 지기 친구들과 미루고 미뤘던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었거든요.
집으로 내려가기 전날에도 저는 그 카페에 갔습니다. 그는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어요. 그와 눈이 마주치고, 커피 이름을 말하려는 찰나에 그는 휘어지게 웃으며, 카페모카 맞죠? 생크림 많이- 라고 말하더군요. 그 말에 어쩐지 볼끝이 빨개지고, 에어컨 바람에도 자꾸 열기가 올라서 진동벨이 울릴 때까지 얼마나 손부채질을 하며 붉어진 뺨을 숨겼는지 아마 그는 모를거에요.
사실, 답답하게도 저는 그날 그에게 제 마음을 전하지 못했습니다. 그저 그를 동경했던건지, 아니면 정말 짝사랑이자 첫사랑이었는지 그 때의 저는 아직 정의를 내리지 못하고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친구들과 떠났던 여행에서 그 어떤 유명한 카페의 카페모카도 그가 만들어 준 것처럼 달달하지 않았어요. 하나도 안달아-라는 제 말에 친구들은 그럴리가? 라며 제 커피를 마시더니 오히려 너무 단데?라고 제게 면박을 주더라구요. 하지만, 그럴리가요. 제겐 정말 전혀 달지 않았어요.
여행에서 돌아와, 이르게 기숙사에 올라온 저는 짐을 정리하고 조금은 오랜만에 그 카페에 갔습니다. 그가 만든 커피의 달달함이 너무 그리웠거든요. 하지만- 문이 열고보니 늘 자리를 지키고 있던 그가 보이지 않았어요. 하루가 지나고, 또 하루가 지나고, 또 그 다음날이 지나도 그는 나타나지 않았어요. 아마도, 다시는 그의 다정한 카페모카를 마셔볼 수 없겠죠.
첫사랑은 열병이라고들 하더라구요. 그래서 그런지 저는 아직도 학교 앞 그 카페를 지나칠 때면, 그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실 때면 오늘은 카페모카죠? 생크림 많이- 라는 당신의 목소리가 귓가에 둥둥 떠다니곤 해요. 주위 사람들이 제 이야기를 듣는다면 바보같이! 고백도 제대로 못해보고 그렇게 어이없이 끝내버리다니- 제게 면박을 줄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글쎄요- 그와 연이 닿는다면 어쩌면 또다시 그와 마주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만약 연이 닿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저는 그에게 커피의 달달함을 배웠는걸요. 그가, 제 부끄러운 고백을 듣고 있을까요? 이렇게라도 제 마음을 전하고 싶은 마음반, 그가 몰랐으면 하는 마음도 반. 고마워요, 제게 커피의 쓴 맛 보다도 단맛을 일깨워준 당신. 부디- 당신도 나에게 당신이 그랬듯, 당신의 달달함을 찾아줄 사람을 만날 수 있기를 바라요. 그리고 저도, 부질없는 욕심이지만 다음에 그런 사람이 나타난다면 망설이지 않고 마음을 전하고 싶어요.
2. 그가, 그녀에게 보내는 이야기
< ○○대학교 대나무숲 # 대나무 95856 >
저는 커피를 그렇게 많이 좋아하진 않아요. 은은한 향도, 커피를 만드는 시간도 즐겁지만 어쩐지 커피를 마시는 것까지도 즐기게 되진 않더군요. 늘 비슷한 일상이었어요. 하지만 그 어느날 메뉴판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어떤걸 주문할지 고민하던 그녀는 오래도록 제게 기억이 남네요. 처음 그녀가 카페에 왔던 날- 꽤나 도도하고 차가워보이는 인상의 그녀를 보며, 아이스아메리카노? 라고 속으로 추측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그녀는 커피 중에서도 보다 단 카페모카를 시키더군요. 의외의 주문에 놀랐지만, 저는 부러 태연히 그녀에게 카페모카를 만들어 건넸습니다.
그녀는 제가 서 있는 카운터홀에서도 잘 들여보이는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꺼내 앉았어요. 그리고- 카페모카를 한 모금 마시더니, 이내 혼잣말을 내뱉더군요. 오- 달다! 두눈이 동그래져 말하는 그 모습이 귀여워 어쩐지 웃음이 나왔어요. 그 순간, 저도 그런 제 자신에게 놀라 서둘러 그녀에게 눈을 돌리며 부지런히 재료를 정리했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그녀가 앉았던 자리를 살피니, 이미 그녀는 자리를 떠나고 없었어요. 조금, 섭섭했습니다.
그 생각이 무색하게 그녀는, 다음날엔 친구들과 함께 카페에 와 주문을 했어요. 역시나- 그녀는 오늘도 카페모카를 주문하더군요. 그 와중에 저는 그녀의 친구들이 놀라 그녀에게 묻는 걸 본의아니게 엿듣고 말았어요.
"너 원래 커피 안마시잖아. 쓰다고! 완전 애기 입맛이더니, 그래도 아직 카페모카긴 하지만- 와 너 많이 발전했다?"
그녀의 친구가 하는 말로, 어림잡아 '아, 쓴걸 잘 먹지 못하는구나.'라고 생각하며 주문서를 작성하던 저는 이어지는 그녀의 말 한마디에 어쩐지 귀가 달아오르고 말았습니다.
"응- 여긴, 다른 카페보다도 더 달거든. 달아서- 맛있어."
수줍게 웃는 그녀의 미소에 어쩐지 제 마음도 둥둥- 떠오르는 것 같았습니다. 아마도 그 때 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종종 커피를 만들어보며 연습하곤 했는데 카페모카의 연습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렸던 날이 말이죠. 그녀는 단 걸 좋아하는 것 같아서 그녀가 카페모카를 주문할 때면 항상 더 신중히 만들곤 했습니다.
며칠 뜸하던 그녀가 카페에 왔던 날, 카페모카에 생크림맞죠? 라고 저도 모르게 그녀에게 물었던 기억이나요. 제 나름엔 반가움의 표현이었는데 조금 당황한 것 같은 그녀의 표정에 저 역시도 당황하고 말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모습까지도 제겐 너무 귀여워보였어요. 제가 만든 커피를 맛있게 마시는 그녀는 특히나 예뻤구요.
대학교 종강을 하고, 그녀는 카페에 오지 않았어요. 그 때서야 조금 뒤늦은 후회를 했습니다. 저는 이번 달을 끝으로 아르바이트를 그만둬야 했는데, 오래도록 친구녀석과 약속했던 유럽여행을 떠나기로 약속을 지켜야 했거든요. 그녀에게 조금의 용기를 내 이름은 뭔지, 학과는 어딘지- 물어볼 걸. 어쩐지 입에 쓴맛이 감돌았었습니다. 친구와 함께 여행하는 유럽은 꽤나 재밌었습니다. 함께 축구경기를 보기도 했고- 두 번 다시 즐길 수 없는 그 순간을, 의미있게 보내기 위해 계획을 꼼꼼히 짰었거든요. 하지만 가끔씩, 아니 사실은 꽤나 자주 그녀의 미소가 떠오르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생각보다 짜놓은 일정이 빨리 끝나서 숙소에 도착해 누워있었어요. 기분좋게 잠을 자보려는데 시끄럽게 울리는 카톡알림에 어쩐지 신경질이났지만 그래도 답장을 하기 위해 휴대폰을 켰습니다. 친한 후배녀석이 글을 캡쳐해 제게 보내놓았더군요.
[ 형, 이거 형 아니에요? ]
[ 형 우리 학교 앞 카페에서 아르바이트 하셨잖아요.]
[ 시기도 딱 겹치는 것 같은데? ]
머릿 속이 새하얗게 물들어 사고가 정지한 기분이었습니다. 만약 그 글을 쓴 사람이 그녀라면, 그 글은 저에게 남기는 메시지였을까. 한 글자, 한 글자 곱씹으며 읽다가 다시는 만나지 못할 인연을 추억하는 것처럼 마무리하는 그녀의 글에 마음이 조급해지기도 했어요. 제 마음은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그녀의 마음이 이렇게 끝나버린다면 그 날, 마지막까지 그녀에게 용기를 내 몇 마디 말을 더 꺼내보지 못한 스스로를 크게 자책할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친구와 함께 떠난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 아마 개강이 1주일 정도 남았을 무렵일거에요. 8월, 이 무덥던 여름의 마지막 날에 당신을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기다리고 있을게요. 당신이 좋아했던 카페모카 한 잔을 준비해 둘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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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이게 무슨 망글인지
작년에 꽤 이슈가 됐었던 대나무숲 일화를 주워와 글을 쪄봤습니다 ☞☜
현생이 바빠 꼬박꼬박 올리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노력해 볼게요!
이번편은 과연 두 사람의 연애는 어떻게 시작되었나- 를 대나무숲 형식으로 전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구요.
다음편부터는 보편적인(?) 대화상황의 형식으로 제대로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이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