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or Fati-
Love Your Fate
which is in fact your life
너의 운명을 사랑하라, 그것이야말로 너의 삶이니
-Friedrich Nietzsche-
제 6 장
하루종일 진이 다 빠져있는 듯했다. 차라리 잠이라도 들면 나아질까 싶었지만 그도 이 상황에서는 도무지 좋은 꿈을 꿀 수 없을 것만 같아 밤새를 뒤척거렸다. 시계는 어느덧 세시를 향해서 울리고 있었는데 이러다간 하루를 꼬박 세워도 별 수가 없겠구나 싶었다. 옹성우가 이 집에 다녀간지도 꼬박 보름이 지나고 있었다. 보름이라는 짧은 날동안 집안에서의 시간은 잘만 갔다. 마음이 마음같지 않아도 사람들을 보며 웃는 것에 익숙해져있는 나와 다 알면서도 모른 척 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린 아이. 뭐라 변명이라도 하고 싶었어도 비단 나에겐 정해진 길이 있다는 건 사실이니까 괜한 말을 꺼내면 더 구차해지지 않을까, 내 속을 보여주면 그에 대해 너는 무어라 말을 할지, 또 나는 거기에 무수한 형용사를 붙여가며 너를 달래야할지 뻔히 앞이 보이는데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건 어려웠다.
‘사람은 제 분수에 맞게 어울려야 하는 말이 있어요.’
‘순리를 벗어난다고 한들 그 끝은 지옥일 뿐이에요.’
무엇보다 당신이 그럴수록 그 애가 힘들거라는 거 모르시는 건 아닐테니까. 내가 자신이 학생이라도 되는 것처럼 차근차근 듣기 좋은 목소리로 읊어가는 옹성우의 말들은 그리도 침착했으면서 내리누르듯 내 어깨를 쥐던 그의 손아귀의 힘은 감당해내기 벅찰만큼 아파왔다. 개로 들였으면 끝까지 개로 키우셔야지요. 개가 사람이 될 수 있을리 만무하잖아요. 나는 그러한 단어들을 듣는 것이 좀 거북했다. 내게 충고를 하는 그의 말투도, 나를 아프게 하는 그의 힘도 견뎌낼 수 있었지만 막상 내가 아이를 ‘개’라는 단어로 지칭하는 주제에 남의 입에는 그런 단어로 아이가 언급당하는 걸 원하지는 않았다. 개가 사람이 될 수 없고 개로 들인 건 맞는 말이었어도 그 폄하하는 것이 다분한 말들을 들을 때마다 나를 부르던 그 애의 웃는 모습이 서성댔다.
‘우리 구태여 힘들게 하지 말아요.’
‘당신에게 그 애가 중요한만큼 나에겐 당신도 중요하니까.’
내가 정말 그 사람에게 중요한 사람일까? 나를 현혹시키는 듯한 말들로 꼬여내는 그를 믿어야만 하는 걸까. 어떤 것을 선택하던 결론은 좋은 쪽으로 존재하지 않았고 뭣하나 쉬운 것도 없었다. 이른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면 언제부터인가 내 옆에서 잠을 자고 있는 아이의 온기는 익숙하다 못해 당연한 일이 되었다. 예전 악몽으로 인해 곧잘 손길을 내밀던 건 아이였는데 이제는 되려 아이가 없으면 이마저도 잠을 이룰 수 없다고 생각하는 내가 무서워졌다. 사람이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아는 법이였으니. 모든 사람들이 하나 같이 입을 모아 우리 사이는 이루어질 수 없다고들 했음에도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나라는 사람이 이리도 무른가 싶다는 생각이 들면 이건 허상인가.
“간밤에 또 잠을 못 이루셨어요?”
“그냥, 버릇이야. 신경 쓸 필요 없어.”
베갯잇에 머리를 뉘이며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자 순간 나를 향해 몸을 트는 아이의 말투는 꼭 매일 밤마다 아이를 달래주던 나와 많이도 닮아있었다. 무겁게 내리앉는 눈꺼풀은 그동안 못 이룬 잠을 원하는 것 같았지만 눈을 감은만큼 머릿속은 끝없는 생각들로 가득 차는 바람에 나는 눈을 떴다 감았다를 반복하는 수밖에 없었다. 얼마만큼의 피로가 쌓이면 바로 잠을 잘 수 있을지를 가늠하며 멍한 기분으로 있었을까 뚜렷하게 나를 쳐다보던 아이는 내 눈가를 제 손으로 천천히 어루만졌다. 무엇이 또 우리 아가씨를 밤새 뒤척이게 만들었길래. 뒷머리를 매만지는 손길은 그대로 내 허리로 이어져왔고 너무 많은 생각으로 지쳐있는 나는 상황을 판단하기도 전에 이미 아이의 품에 안겨서 갓난 아이가 된 것마냥 잠투정을 하고 있었다.
“좀 더 주무셔도 돼요.”
아직 아침은 멀었으니까. 차분한 어투로 나를 달래는 아이의 목소리는 따뜻했다. 단번에 쉬이 자지는 못했어도 꿈 속을 배회하듯 포근한 품이 좋았다. 무엇보다 내가 눈을 감아서 뜨는 그 순간까지도 누군가 내 옆에 있어줄 거라는 것이 행복했으며 그게 너라서 더할 나위 없었다. 아이의 어깨에 기대서 밭은 숨을 몰아내쉬면서 바라본 시계의 시침은 다섯시를 나타내고 있었고 아주 빠르게도 흘러간 시간들은 어느새 흘러 그 날이 왔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실상은 해마다 열린다고 하면서 아주 빈번하게 이루어지는 일본 귀족회의 사교 모임이, 머지 않았다고.
견주(犬主)
MADE BY LIGHTER
평소보다 더 이른 날부터 준비를 해야 하는 날이었다. 새벽부터 갖은 꽃잎을 띄워놓은 욕조에서 목욕을 해야 했고 긴 머리들을 하나씩 꼬아올려 만든 머리는 무거웠으며 불편했다. 그리고 그 어떤 것 보다도 내 몸을 감싸고 있는 옷이 옹성우가 준비한, 푸른 천으로 이루어진 기모노라는 것이 더 끔직했다. 몇 겹을 덧대어서 옷을 입는 와중에도 지치지도 않는지 길게 이어지는 시녀장의 주의사항을 끝도 없이 듣었을 때서야 나는 저택 밖으로 나올 수가 있었는데 순간 눈 앞이 아득해지더라.
“정성들여서 옷을 준비한 보람이 있네요.”
아름다워요. 내 손을 가뿐하게 잡아 제 차로 태우는 옹성우의 얼굴을 이렇게 또 볼 줄이야. 가는 것만큼은 따로 가고 싶었다. 그리도 원치 않았던 사교회 모임까지 가야하는 판국에 그가 준 옷을 입어야만 하며 다름 아닌 그와 손까지 잡고 친히 사교회에 등장하는 건 대놓고 구설수를 만들어주세요, 하며 알리는 꼴이었다. 아이에게는 알리기 싫어 집안 사람들의 입단속을 철저히 하고 준비하는 내내 아이의 방을 살피는 것이 주된 나의 업무였다. 그런데, 친히 우리 집까지 찾아온 그를 만약에라도 아이가 보게 된다면 나는 상상만으로도 아찔했다. 부러 할 말이 없어지는 기분에 스쳐지나가는 창 밖의 풍경들만 바라보고 있자 갑작스레 왼쪽 네 번째 손가락을 만져오는 옹성우의 손길이 느껴졌다. 손가락이 가늘고 예뻐서 그저 아무 생각없이 준비했는데 옷이랑 잘 어울려서 다행이에요. 중절모를 벗어 제 무릎에 놓던 그의 말대로 약지에는 가는 보석이 박혀있는 은색의 반지가 끼어져 있었다. 그가 사준 기모노와 갑작스레 받아버린 반지, 이보다 더 완벽한 속박이 어디 있을까.
“다음에 옷을 보내실 때는 드레스로 선별해서 보내주세요.”
사교모임에 기모노를 입고 갈만큼 일본에 큰 야망을 갖고 있지는 않거든요. 그러면 나는 툴툴대는 말로 다음 선물의 품목을 정하고는 했다. 드레스를 주든, 기모노를 주든 그가 주는 모든 것들은 다 싫었다. 받고 싶지도 않은 선물을 굳이 고르는 속내는 단지 나를 옳아매려고 하는 그 수법이 너무 뻔해서, 웬만하면 눈동자 가득히 보이는 갈증부터 해소하고 나라는 사람을 상대하라는 뜻이었다. 옹성우가 나를 사랑하는가에 대한 여부는 판가름이 가능한가, 싶을 정도로 알 수 없었다. 단순히 어떻게든 자신의 여자라는 것을 일파만파로 알리고 싶어하는 그의 꼴을 보자니 내가 그에게 있어 쓸모 없는 여자는 아니구나, 라고 알았던 것 뿐이니.
“한동안 얼굴도 제대로 못 뵈어서 혹여 집안에 우한이라도 있는 건가 싶었어요.”
호텔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발 하나는 넓다고 자부할만큼 입놀림이 가벼운 사츠코 부인이 나와있었다. 원래의 사교모임이라면 경성에서 진행하는 것이 맞았다. 일본을 비롯해서 경성이 7대 도시로 성장함과 동시에 만들어진 경성부민관(京城府民館)에서 사교회는 주로 이루어졌고 귀족회의 회원들의 모임이 열리는 곳이라면 근방에 있는 모든 문화시설을 통해 유명해지는 건 금방이었다. 일제시대의 압력에서도 소수의 사람들만이 가입할 수 있는 것이 귀족회이고 질타의 시선을 받는만큼 부러워 하는 시선들도 따라왔으니까. 이번 모임은 유독 타다요시군이 직접 만주에서 사교회를 열었으면 좋겠다고 말해서 꽤나 힘이 들었답니다. 옹성우의 성이 아닌 이름을 대놓고 부르던 부인은 소문대로 천성이 밝고 유쾌하며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 듯했다. 대충 눈짓으로 의사를 표시하자마자 내 어깨를 가볍게 치면서 그동안 사교회에서 일어난 일들과 근방 귀족들의 소문들을 친절하게도 전해주는 그녀의 말은 그다지 기품이 있어보이지는 않았어도 나름 지위를 받은 귀족회의 일원으로서 작은 목소리였다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지만.
“반갑습니다, 부인.”
뒤에서 내 어깨를 제 쪽으로 끌어 당기며 안아오는 팔은 아마도 옹성우의 것일 게 틀림없었다. 귀족회 중에서도 단기간에 승작을 한 몇 안되는 사람 중에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던 아버지 덕에 대놓고 추근대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니 공식적인 석상에서 알리는 것은 아니었지만서도 우리를 보던 부인이 제 입을 한 손으로 막으며 두 분이 서로 언약을 했다는 게 정말 사실이었군요, 라며 총총 걸음으로 바쁘게 걷는 것이 예삿일은 아닐 것이다. 이제 안으로 들어서면 저 여자로 인해서 얼마나 사람들에게 시달려야 할지 눈을 감아도 선했다. 어딘가라도 조용히 있을 곳만 있다면 피하고 싶었다. 아이를 속이고 온 것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거늘 안까지 같이 들어갈 요량인지 내 손을 굳세게 잡으면서 날 데리고 가는 이 남자도, 끝이 보이지 않는 인사치례와 나와 옹성우에 대한 이야기들을 상대하는 것도, 내가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곳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많이 지쳐보이시는데 잠깐 밖으로 나가서 쉬지 않으시겠어요?”
그리고 그 때를 어떻게 알았는지, 오늘은 무슨 감투를 쓰고 이 곳에 나타났는지도 모르는 김재환의 목소리가 들렸다.
* * *
“여기는 또 어떻게 오신 거예요.”
“눈속임이야 쉬운 일이거든요.”
원래 쓰지도 않던 안경까지 고쳐 쓰며 말하는 김재환의 태도는 사뭇 밝아보였다. 그렇게나 궁금했던 모임이었는데 이렇게 제가 만주에 있을 때 오게 되어서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테라스 밖으로 나있는 의자에 털썩 주저 앉던 그는 내게 손짓을 해왔다. 다리 아프실텐데 잠깐이라도 편히 앉으세요. 이 상황에서 그를 보고 차마 웃을 기분이 아니어서 무표정으로 그를 멀건히 마주보자 좀 전까지만 해도 생글하니 올라가 있던 그의 입꼬리는 제 자리를 되찾았고 내 눈빛을 대응하는 그의 눈길도 더이상 유하지만은 않았다. 레이스로 만들어진 장갑을 벗으면서 가깝지 않게 그의 곁에 앉자 안과 밖을 구분지어 놓은 큰 유리 창 안으로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과 꼭 두 명, 세 명, 혹은 여러명끼리 모여서 바쁘게 움직이는 그들의 입술이 객관적인 시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저 곳에서 내가 어떻게 버티고 있었을까. 괜스레 스스로가 대견해보이기도 하면서 이런 자리를 즐길 줄 모르는 내 자신이 안타까웠다. 얼마나 갈 곳이 없었으면 지나가는 길에서라도 서로 마주치는 일은 없었으면 하고 바랬던 김재환을 따라 나왔을려나, 하고선.
“저 사람들은 이 귀족회에 들어가기 위해서 갖은 애를 다 쓰는데, 아가씨는 태어날 때부터 쥐어진 권리를 즐기지 못하는 듯하네요.”
“이 또한 제가 원하는 일은 아니었거든요.”
“분에 넘치는 소리를 하시는군요.”
이런 모습을 보면 당신 아버지를 참 많이 닮아있네요. 윗도리 안에서 담배 케이스를 꺼낸 그는 내게 짧은 고개짓을 하고 불을 붙였다. 예전 아버지가 즐겨피던 담배의 향기가 오랜만이었다. 흐리멍텅한 시선으로 담배에서 나오는 희뿌연 연기를 바라보던 아버지는 그 때, 무슨 생각을 하고 계셨을까. 김재환의 입에서 예전부터 알던 사이처럼 내 아버지를 언급하는 통에 순간 바보처럼 나는 담뱃재를 털어내는 그의 길쭉한 손가락을 진득하니 따라가고 있었다. 아가씨의 배우자 분은 마음에 드시나요?
“아가씨에게 아주 좋은 배필이 되실 분 같은데.”
“당신도 꼭 우리 아버지처럼 말씀하시네요.”
정작 당사자인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어떻게 나보다 자신들이 나를 더 잘 아는 건지. 요 근래에 편두통이 늘었다. 괜한 신경을 쓰게 되면 몸에서조차 받아들이지 못하는지 머리가 아프기 시작하면 먹는 것도 영 소화가 되지를 않았다. 덕분에 몇 일간 미음을 먹고 간신히 아이에게 의지해 잠을 잤다. 그렇게 온 사교 모임이었다. 김재환의 말처럼 귀족회의 발 한 걸은 내딛고 싶어서 안달난 사람들이 저리도 많았거늘 가만히 앉아있으면 얻을 부와 명예가 보장되어 있는 삶을 가진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 지금 같이 조선의 암흑기가 닥쳐온 이 시기에 아무리 친일을 지향한다고 해서 내 안위를 보장 받을 수도 없었으며 오늘의 운이 나쁘면 지나가다 총부림에 죽을 수도 있는데 이만하면 괜찮은 거겠지.
“경성이나 지금 이 곳, 만주에서나 제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제 아이 외에는 존재하지 않아요.”
“당장 눈앞에 있는 것도 알지 못하면서, 사람 일은 모르는 거죠.”
아까 모임에서 주워들은 소리지만 귀족회원들 사이에서 신분을 숨기고 배회하고 다니는 ‘조선인’으로 난리도 아니라고 그러더군요. 아무래도 대한민국 임시정부 소속인 독립군인가 봐요. 친절하게 현 시국을 말해주는 김재환은 자리에서 일어나 호텔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작은 공원을 바라보았다. 길지도 않는 시간에 제 나라를 빼앗긴 것도 모자라 같은 혈통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일본의 편으로 돌아서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게는 살아가는 하루, 하루가 지옥 같을 것이다. 나는 총애 받는 모든 것들을 쥐고 있었음에도 그 어느 나라에도 소속되지 못했다. 일본인이라고 하기에는 태어나길 조선 핏줄로 태어났기에 그도 마땅치 않았고 조선인이라고 말하기엔 적어도 내 양심이 말리고 있었으니 예나 지금이나 누구에게 죽임을 당해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 조선인은 최소한 제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발버둥이라도 치고 있잖아요.
“그 손에 죽는 것이라면, 기꺼이 당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요.”
“아가씨는 항상 제 예상을 빗겨 가시네요.”
“그 쪽만 하려고요.”
제가 원하던 답이 아니었는지 김재환은 내 말에 낮게 조소를 내리깔며 웃고 있었다. 그다지 바랐던 상황도, 좋아하는 사람과 있는 시간도 아니었지만 집을 제외하고 나서 밖을 나오는 순간부터 모든 이들의 시선을 신경 써야 하는 것이 몸에 배어 있는 내겐 이 찰나가 잠깐의 휴식과 같이 느껴졌다. 새벽부터 내리 잠을 자지 못한 고단함이 이제야 오는 건지 작게 하품을 할 여유까지 부리며 나는 얼굴로 내색할 수 없었지만 이렇게라도 쉴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 그림 또한 제가 예상하지 못한 일에 속하는 건가요?”
“…무슨.”
단발마의 짧은 말로 나를 깨우는 김재환의 목소리만 아니었다면야. 감았던 눈을 뜨고 그를 바라보자 김재환은 짐짓 턱 끝으로 크게 숲길이 나있는 정문으로 가리켰다. 그리고 그가 말한 것처럼 이건 내가 염두해두었던 모든 예상을 벗어나는 또 하나의 그림이었단다.
“아가씨께서 가장 아끼시는 도련님께서 친히 아가씨를 찾으러 오셨나봐요.”
포드 T, 우리 가문에서 가장 자주 이용하는 자동차였다. 흔하게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앞에 식별이 가능한 벚꽃의 가문 모양을 달아두었는데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결국, 김재환이 쉬이 뇌까리던 나의 아이가 내리고 있었다. 분명 알리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거늘 어떻게 알았는지 곱게 차려입고 나온 아이는 지금 내가 있는 호텔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도대체가 마음 놓고 쉴 수가 없구나. 탄식을 내뱉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그런 나를 말리는 건 또다시 김재환의 손이었다. 내 손과 손목, 중심에 놓인 맥을 엄지로 지그시 누르며 끌어 앉히는 그의 손은 차가웠다.
“저기, 약혼자 분께서도 아가씨를 애타게 찾고 계시는 모양인데.”
안 좋은 일은 겹쳐서, 한 번에 온다는 말은 실상이었다. 아직 테라스에 있는 나를 발견하지는 못한 눈치지만 성급하지 않게 걸어다니면서 무언가를 찾는 듯한 옹성우는 그 장본인이 다름 아닌 나라는 걸 알 수 있었으며 언제 이 회장 안으로 들어올지도 모르는 아이는 그 위치도 파악할 수가 없었다. 결단코 만나서 좋을 인연이 아닌 것은 되풀이 되고 또다시 반복되어서 만나게 된다. 그렇지 않고선, 그것도 한꺼번에 이 세 명을 내 앞에 둘 수는 없을테니. 답을 찾을 수 없는 문제는 막막했고 김재환에게 잡혀버린 내 손목은 읊조리는 그의 말과 함께 넋만 놓고 있는 제 주인을 탓하고 있었겠지. 저런, 오늘 사교회의 주인공은 따놓은 당상인 듯싶네요.
“축하드려요, 아가씨.”
*
안녕하세요, 라이터입니다.
어떻게 한 주를 다들 잘 보내고 계신가요? 도대체 금토일은 순삭이면서 평일은 왜 때문에 시간이 더딘거죠....되게 피곤한데 아직 수요일밖에 되지 않았다!!!
벌써 9월의 절반인데 수능 보시는 분들은 이제 백일도 채 남지 않았네요. 뭔가 저는 그 때 해탈의 경지를 걷고 있었던 것 같은 기분탓인가(긁적)
견주를 처음 쓸 때 플롯이랑 일제강점기 시대를 다시 공부하는 마음으로 보고 있는데 진즉에 고등학교 때 이렇게 공부했으면 한국사 천재가 될 것 같고 덕질하는 마음으로 쓰는 글이었지만 저는 제 가족들한테 견주 쓰면서 공부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우리 독자님들도 누가 뭐라 그러면 공부한다고 그러세요!!!1 누가 뭐라 그래 덕질하면서 공부도 하고 그런 좋은 삶이 어디있다고....(결론: 열심히 쓰겠습니다. 읽어주는 내 독자님들은 천사야, 사랑합니다.)
아, 그리구 댓글에서 견주의 분위기가 좋다고 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저는 정말 너무 너무 행복해요ㅠㅠㅠㅠㅠㅠ 원래 워낙에 현생도 힘든지라 밝은 글들, 막 설레고 달달한 글들이 읽고 싶을텐데 어두침침한 견주를 좋아해주셔서 저야말로 항상 감사하구 있답니다^-----^
그럼 환절기라서 낮에는 덥고 밤은 추워서 감기 걸리기 쉬우니까 모두 아프지 말고 오늘도 좋은 꿈 꾸길 바래요, 안녕!
*암호닉 신청은 최신화에서 해주세요*
암호닉 사랑한다 |
99 달다리 연두부님 설한화 뀨뀨 쥬쥬 지훈지 샐라인 정연아 수국 발챙발챙 체셔 물만두 지재 빵빵 자몽쥬 온전하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