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은 참을 수 없는 소음에 미간이 절로 찌뿌러졌다. 이어폰을 끼고 있는 것도 한계가 있지, 이건 정말 아니다 싶어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고아로 어렵게 자라 미친듯이 밤낮으로 일 해 억은 귀한 집이었다. 소음 따위에 집을 내놓을 생각은 눈곱 만치도 없었지만 그래도 가끔씩은 정말 이사를 해야 하나 하는 고민에 잠길 때도 있었다. 사람과 대면 하는 것을 원체 싫어하는 성격이라 윗집에 대한 항의도 경비실을 통해서 하는 백현이였다. 잠시 멈추었던 소음이 다시 시작된다. 백현은 귀를 틀어 막고 인터폰을 들고 버튼을 눌러 경비에게 얼마나 심각한 소음인지 열심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경비는 그저 백현씨가 참으라며 되도 않는 소리를 하는 것이었다. 백현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소리를 꽥 질렀지만 이미 연결은 끊겨 버린 후였다. 제 편을 들어주던 경비 아저씨까지 저런 식으로 나오니 백현의 속은 뒤집힌 지 오래였다. 씩씩거리며 슬리퍼를 대충 발에 끼워 쾅쾅 발을 구르며 1602호 앞에 도착한 백현은 잠깐 침을 삼켰다. 절대 무섭거나 그런 것이 아니라고 백현은 입술을 살짝 깨물고 초인종을 조심스레 눌렀다. 세번 쯤 누르자 문이 벌컥 열렸다. 백현은 지레 겁을 먹어 소리를 지르며 뒷걸음질 쳤다. 문을 연 남자는 단정한 생김새로 소음 따위와 거리가 멀고 젠틀한 남자라는 느낌의 얼굴을 갖고 있었다.
"뭡니까."
입에서 나온 소리와 표정을 보면 착각이였다는 걸 바로 알 수 있었지만. 백현은 꾹꾹 화를 누르며 조용조용히 남자에게 자신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올라온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백현을 흥미롭게 지켜보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
"그럼 당신이 여기 와서 살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