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올해 2017년도 한국대 의과대학 수석입학자 17학번 김남준이라고 합니다."
***
"오늘 신입생대표 좀 쩔었지 않냐?"
"너도 그렇게 생각했냐? 역시 사람 보는 눈은 다 똑같구만."
입학식이 끝나고 교내카페에서 잠시 쉬어가려던 여주는 여기저기서 들리는 신입생대표 얘기때문에 기분이 급속으로 다운됐다. 와우, 우리의 완벽한 신입이가 핫하구만! 하태하태!! 에라이.. 여주는 한껏 무기력해진 자신에 팔은 움직이지도 않고 입만 빨대 가까이로 가져가 망고주스를 쪽쪽 빨아먹으면서도 처음 와보는 교내카페가 신기해 눈으로 열심히 관찰했다.
"야.. 그러니까, 지금 사람들이 말하는 저 신입생대표라는 게 김남준이라는 거지..?"
그녀의 절친인 도연까지 김남준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니, 여주는 애꿎은 망고주스에 화풀이를 해버린다. 푸후-하고 주스에 공기를 있는 힘껏 분다. 그 덕에 주스는 보글보글 끓기 시작한다.
"...맞는가 보네..."
척하면 척, 여주의 뚱한 표정을 보니 김남준이 나타났다는 얘기가 대충 맞다고 생각하는 도연이다.
“하긴, 그 천재가 어디가겠냐. 잘 생각해보면 그 놈이 한국대에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니야.”
“...그건 무리가 아니지”
“어차피 대학에선 같은 과 아니면 잘 안 마주친대, 근데 걘 무슨 과냐?”
“...”
“모르냐? 신입생 대표라서 무슨 과인지 말했을 텐데, 못 들었어?”
“들었어. 근데 부정하고 있는 중이야.”
“뭐? 설마, 걔도 의예과야..? 너네.. 같은 과냐..?”
“...”
“..대박, 와, 너네도 참 끈질긴 인연이다. 야, 혹시 운명아니냐?”
“쳐 맞고 싶냐, 진짜.”
“응, 미안. 내가 빠르게 사과할게. 근데 니 남친 어디갔냐”
“아, 진짜 남친 아니라니까 그러네. 뒤지고 싶냐?”
“그럼 뭔데.”
“친구다, 왜.”
“옘병, 야, 너 행동 똑바로 해. 아직도 남사친 여사친 놀이하고 있냐? 딱봐도 존나 우리 남자, 여자구요, 서로 호감있어요~ 곧 있으면 사귑니다~ 이 삘이구만.”
쟨 또 뭔 미친소리래. 지금 동기가 김남준이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머릿속이 어지러운데 태형이까지 왜 들먹여. 지금은 그런 생각할 때가 아니야. 김남준부터 해결해야한다고.. 그리고, 태형이는 내게 좋은 친구인걸.
LOVE OR HATE : L O H
"여주야, 근데 너네 둘은 사귀는 거야?"
"어? 누구?"
"태형이랑 너 말야. 같은 학교도 아니었다면서 입학 전부터 되게 친한 것 같고, 둘이 같이 있는 게 많이 보여서. 사귀는 거지, 너네?"
"응? 아닌데? 우리 그냥 친구야."
"에이, 소문날까봐?"
"어?"
"다른 애들도 다 아는 눈치던데?"
"뭔 소리야, 내가 모르는 내 일도 있냐? 나도 모르겠지만, 사귀는 거 아니야."
"아.. 그래? 알았어! 잘가~"
요즘 교양을 마치고 가방을 싸다보면 문득 저런 질문을 받곤 한다. 태형이가 워낙 잘생겨서 그런지 우리과에는 지금 나와 태형이가 쏠쏠한 안줏거리이다. 다들 남 일에는 어찌 그리 관심이 많은지..
"가자."
가방을 다 싸고 강의실을 나서면 주인 기다리는 강아지 마냥 니가 서있다. 활짝 웃으며 반겨주는 게 털이 복슬복슬한 흰 강아지가 꼬리를 흔드는 것 같아 귀엽다.
"개강파티, 학교 앞 술집에서 하지?"
"응응, 우리 같이 있자. 너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술 많이 마시는 거 싫어."
"나야 좋지만, 선배들이 널 가만히 둘까..? 한 백년만에 존잘남이 들어왔다고 난리날텐데."
"내가 너 옆에 딱 붙어있을게!"
"할 수 없지, 이 누나 옆에 딱 붙어 있어라?"
"카톡!"
- 여대랑 미팅할 남자 4명!!!
"야, 미팅올라왔다. 너 할래?"
"아니"
"왜 안 나가? 너는 나가서 가만히 앉아있기만 해도 인기 많을텐데. 그 얼굴로 아무것도 안하다니 명백한 유죄야."
"나갈 필요가 없으니까."
"좀 나가. 그래봤자 그 시간에 같이 있는 건 나밖에 더 있냐?"
"너가 어때서."
"너가 자꾸 그러니까 애들이 우리 오해하잖아. 오늘도 어찌나 캐묻던지.. 여튼 너도 청춘을 즐겨, *예과 때 즐겨야지."
그게 내 맘대로 될려나 모르겠다.. 친구야.
**
"안녕."
"..."
"여기 자리 비었어? 나 앉아도 될까?"
"..."
놀래라. 너무 자연스럽게 물어와서 내 두 귀를 의심했다. 올 게 드디어 왔긴 했는데, 이렇게 정면승부를 걸어올 줄이야. 굳이 내 맞은 편에 앉는 건 뭔 심보일까. 김남준답지 않게 천연덕스런 표정을 하고선 내 맞은 편 의자를 끌어당긴다.
"응, 거긴 비었어."
"그럼, 앉을게."
"근데, 너 신입생대표였었지? 이름이 김남준이었나?"
"응, 김남준이야. 반가워."
"난 김태형, 내 옆은 김여주."
"응, 알아."
이 또라이가 이제는 당당하게 날 안다고까지 얘기하네? 옆에서 술술 얘기하는 김태형도 미치겠고, 앞에서 당당하게 내 눈만 보는 김남준도 미치겠고, 누가보면 내가 죄인인 줄 알겠어. 안 되겠다, 내가 먼저 선방 날려야지.
"김ㄴ..,"
"우리 되게 오랜만이다, 김여주."
"..어?"
"모르는 사이인 척 못하겠어, 미안."
와, 진짜 대박인 놈. 아는 척 하지 말라고 선수칠려했는데 어떻게 알고 먼저 밑밥까는 거지..?
***
"자자!! 마셔마셔!!! 한대 의예과에 빠꾸란 없다!! 노빠꾸 인생을 위하여!"
비자마자 다시 차는 잔. 생명을 다루는 과 특성상 기본적인 군기는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정말 노빠꾸를 외치는 이 곳은 아닌 것 같다. 그나마 다행인 건 양동이가 없다는 것. 요새 사건사고들이 하도 많이 일어나서 학교 측에서도 학생회에 제재를 가하는 듯 싶다. 취한 척 하면서 물컵에 버리는 것도 이제는 한계다. 어찌나 잘 잡아내던지, 선배들도 다 해봐서 그런가. 그 덕에 몇번 벌칙주도 마시고, 좀 취했는지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가득 차 있는 잔을 보면 다들 병이라도 걸리는지 또 원샷을 때린다. 잔을 놓자마자 또 채워지는 잔에 아, 이 새끼는 진짜 꼰대 중에도 씹꼰대다 하는 생각으로 잘 보니 소주가 아니라 물이었다. 아, 이 선배는 기본적으로 인류애가 있구나. 아직 우리 사회는 살아갈 만하구나. 하는 따뜻한 마음으로 고개를 들어 얼굴을 확인하니 그건 바로 김남준이었다.
'무리하지마.'
뭐..? 마주친 얼굴에 김남준은 뭐라뭐라 입모양으로 말하는데, 눈에 힘이 들어가야 뭘 알아보든가 말든가 하지..
"야, 똑바로 말해애.. 이씨.. 진짜."
'무.리.하.지.마'
무, 리, 하, 지, 마..? 무리하지말라고? 참내 지가 왜 참견이래. 언제부터 우리가 서로 챙겨줬다고..
"너, 좀 취했어. 나 데리고 나가 줄거라며."
"으응.. 내가, 취해도, 너언 데리고 나갈 쑤 이써!"
"여주후배, 뭐라고? 한 잔 더 받고 싶다고? 아이, 그러면 줘야지 줘야지!!"
아이, 쉬벌.. 내가 언제 한 잔 더 받고 싶대?
집 가고 싶다..
"여주야, 물 마셔"
물을 따라주며 자연스럽게 자기 잔과 내 잔을 바꿔치기 하는 태형이. 자식, 많이 늘었는데? 뭔 재주로 하나도 안 취했대.. 물이라도 마시고 술 깨야겠다는 생각으로 벌컥벌컥 물을 마셨더니 술이 좀 깨는 듯하다.
"자 분위기를 전환해볼 겸 이번에는 진실게임!"
"훠우!!"
"입 아프게 두 번 설명할 거 없이 빠꾸는 뭐다?"
"병!샷!!"
어우, 시끄러워. 신날대로 신난 무리들이 빈 병을 돌리며 게임을 진행하고 있다. 어떤애가 걸렸는지 저 쪽에서 워어어~ 하면서 난리가 났다. 에혀, 이런 거 다 소용 없어. 또 돌아가는 소주병. 병의 입구가 우리 쪽에서 멈추려한다.
"자, 이번엔 태형이..!!"
"벌써부터 한대 의예과 존잘남이라고 소문이 도는데, 그런 그대에게 여친은 있습니까!"
"아니요."
"오오오올!!!"
"다들 들었죠? 우리 태형이 여친 없답니다~"
"..아, 근데 제가 혼자 좋아하는 사람은 있어요."
"이여어어얼!!"
"그러니까 그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하고는 사귈 수 없어요."
김태형의 폭탄발언에 다들 난리가 났다. 마냥 웃기만 하고 다니는줄 알았더니 제법 순정파네. 그 얼굴에 순정파라 크- 죽이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건간에 전생에 좋은 일 많이 했겠구만. 참말로 복덩이가 제발로 굴러왔으니 스스로 뻥 차버리는 바보같은 짓은 하지마시게나. 아 졸려. 잠시만 엎드려서 자야지. 조금만, 한 5분만..
그 때 난 전혀 몰랐다,
그 5분이 나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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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바나나칩입니다!!!
어젯밤에 비몽사몽인 채로 글을 올렸는데, 왜 또 올라왔는지 궁금하시죠...ㅎㅎ
누워서 폰으로 확인해보니까 너무 엉망이라 도저히 고칠 엄두를 못 내서 그냥 삭제해버리고 다시 썼습니다..ㅎㅎㅎ
신알 두 번이나 가게 해드려서 죄송해요..!!ㅠㅠ
이번 편 까지 남준이, 태형이 그리고 우리 여주의 관계를 간단히 나타내는 것이 목표였는데, 잘 표현되었길 바랍니다.
이제 본격적인 스토리가 진행되겠군요..!!
열심히 진행해보겠습니다..!!!
최대한 리얼한 캠퍼스를 담은 글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이미 한 과에 남준이랑 태형이, 둘 다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지만 ㅋㅋㅋㅋ
그럼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편에서 또 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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