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간곡한 부탁에 박지훈은 알겠다며 귀찮은 표정을 지어보였다. 여차저차 동아리 시간이 끝나고 확인 차원에서 문자를 보냈다. '야 어땠어? 설마 몸치야....?' 혹시나 춤과 거리가 먼 애가 아닐까 하는 걱정과는 달리, "야! 박우진 JC엔터테인먼트 연습생이래 ㅇㅅㅇ!!! 넌 이런 대단한 인재를 몰랐던거냐!?" 스파게티가 나오기 전 호들갑을 떠는 박지훈이다. 그리고 그옆엔 박우진. 동아리시간에 갑작스럽게 친해져 저녁까지 같이 먹게되었다.
에....? JC...? 박우진이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고있다는 기획사의 연습생이라고? 나는 갑작스러운 이야기에 물을 마시며 앞으로 박우진과 어떻게 친해져야할지 깊은 생각에 잠겼다...ㅎㅎ 우진이랑 친해지면 연예인 친구 하나 생기는건가...?ㅎㅎㅎ 혼자만의 상상을 펼치고있을때쯤 "야, 꿈 깨. 우진이가 너랑 놀아줄 것 같냐? 우리 우진이는 내가 챙겨"
얼마나 오래 알았다고 벌써부터 박우진을 챙기는 박지훈이다. "에이 왜들이래. 지원아 지훈아 빨리 먹자 다 식겠다."
우진이의 말에 박지훈은 나를 견제하며 스파게티를 다 먹어치웠다. 그날 우리는 박우진이 박지훈 옆동에 산다는 걸 알게되었고, 이후 셋이서 같이 지내기 시작했다. 박지훈이랑만 다닐때와는 다르게 우진이랑 등하교를 하면서 새로운 이야기도 듣게되고 성실한 우진이 덕분에 지각도 면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한학기를 보내고,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 여느때와 달리 방학식인 오늘 우리반 애들은 한창 놀러갈 준비를 했다. 물론 나는 박지훈,박우진과의 약속대로 시내에 나가 놀 준비를 했다. "야아아아!!! 끝이다 끄읕!! 이제 아침마다 지각할까봐 서두르지 않아도돼!! 어디부터 갈까? 노래방 한시간 당겨~?!" 방학식을 마치고 교문밖으로 뛰어나온 나는 너무 신나 박지훈과 박우진의 어깨를 양팔로 휘어잡고 달렸다. "야야ㅑ 김지원 천천히!! 그러다가 넘어지면 너만 다치는게 아니라 이 귀한 몸도 상한다고오!!!!" 흥분해서 세게 달리는 나를 박우진이 잡으며 말한다. 박우진을 처음 봤을때 느꼈던 차가움과 달리 우진이는 박지훈 못지않게 장난기많고 웃긴 애였다. "귀한 몸은 개뿔ㅋ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까 연습빼라~" "ㅇㅇ 너가 이렇게 신날 줄 알고 이미 빼놨어. 얼른 들어가기나 해~" 우리는 노래방에 들어가자마자 리모컨으로 THE FOX를 시작하고 춤출 준비를 했다. "~~~ 왓ㅅ 더 뽜악 쎋!!!!!!"
땀이 흐르도록 신나게 논 뒤 우리엄마 카페에 가서 단골 메뉴인 아이스 초코를 시켰다. 엄마는 익숙하다는듯이 음료와 케잌을 가져다주며 말한다. "오늘은 또 어디서 그렇게 놀다온거야?ㅎㅎ 이제 방학도 했는데 너네 셋이 도서관이나 다니면서 공부 좀해~~" "에이 엄마도 참! 맨날 그소리! 우리 아직 고2라구!" "어머머ㅓ 이 기집애! 요즘엔 고3처럼 죽은듯이 공부해도 대학붙을까 말까 하는거 몰라?! 공부가 정 하기싫으면 우진이처럼 잘 하는거라도 찾아보던가~" 지겹다 지겨워~ 맨날 잘하는 걸 찾아보라는 우리엄마... 사실 뚜렷한 목표가 있어서 춤연습에 매진하는 우진이가 부러운건 사실이다... 인생~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특별한 일 없이 방항이 지나갔다. 나는 단짝친구 수영이의 제안으로 방학동안 방송국에서 주최하는 캠프에 참여하느라 2주동안 합숙생활을 했다.
그리고 우연히 공연기획이라는 직업에 관심을 갖게되어 그후부터 학업에 열중했다. 2학기가 된 후 안하던 야자는 물론 아침자습까지 하느라 박지훈을 뒤로하고 혼자 등하교를 했다. 박우진은 예체능 특기생이라 2학기가 되어 학교에 나오는 날이 드물었고 나오더라도 얼굴을 보기가 힘들었다. 가을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차가운 바람이 불던 어느날 야자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정류장에 앉아 자연스레 감기는 눈을 뜨려 억지로 힘을 주던 중 뒤에서 누군가가 시원한 캔커피를 내 볼에 갖다댔다. "앗 차거!!"
"오랜만이다 김지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