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상 주머니에 손을 깊게 찔러넣었다. 목 끝까지 지퍼를 채웠음에도 불구하고 바람이 계속해서 새어들어왔다. 주머니에 만져지는 검은색 마스크를 할까, 말까 꽤나 오랫동안 고민했다. 오세훈이 나를 씻지도 않는 찌질이로 오해하면 어쩌지? 어차피 오늘 머리도 마음에 안드는데, 내가 아니란걸 티내는게 낫지 않을까? 아니야. 얼굴을 계속봐야 오세훈이 나를 알아보지. 그래도 못생긴 얼굴 보여주면 오세훈이 나를 ' 못생긴 애' 로 기억할텐데, 그것보단…
" 변백현! "
뒤를 돌아보자 박찬열이 이빨이 다 드러나게 웃으며 걸어오고 있었다. 저 도비같은 새끼는 질리지도 않나. 끝까지 들러붙어서는. 혀를 끌끌 차며 다시 발걸음을 떼었다. 우리 세훈이는 오늘 무슨옷을 입었을까. 새로 염색한 그레이 색상이 퍽이나 잘 어울리던데. 아, 머리 세운건 좀 안어울리더라. 오세훈은 생머리가 예뻐. 제일 잘어울려. 청조하고 섹시하잖아? 세훈이는 담배를 건네주는 손도 예뻐. 뼈마디가 툭 튀어나오지도 않았고, 손톱사이에 거멓게 때가 끼지도 않았어. 오세훈 손은 길고 곧지. 그런데 세훈이는 너무 말랐어. 불쌍할 정도로. 혹시 밥을 못챙겨먹나? 그렇다면 내가 사줄수도 있는데. 또, 오세훈은 입술이 참 빠알개. 틴트를 바른것 처럼 말이야. 계집애처럼 무슨 틴트냐, 싶겠지만, 정말 오세훈 입술은 빠알개. 빨간게 아니라 빠알갛다고. 아아, 그냥 설명해준거야. 그냥… 박찬열이 뒷통수를 기분나쁘게 툭 쳤다. 뒷통수를 감싸며 박찬열을 노려보자 그 많은 이빨들을 모조리 공개하며 웃어보인다. 아, 저 병신같은…!
" 야, 변백현. 잠깐 편의점좀 가자. "
" 왜. "
" 담배사러. "
박찬열이 턱짓으로 편의점을 가리켰다. 그러니까, 저기 들어가면 오세훈이 있는데… 담배를 사러 저기에 가자고? 지금 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