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팅 딱 한 번만 나가자.”
밖을 나서자마자 보이는 옹성우가 대뜸 날 끌고 가더니 속삭이며 하는 말은 기가찼다.
"아니 뭐래 안돼..."
"아니 진짜.. 한 번만..."
"말이 되는 소리를 해..."
뒤엔 성이름을 두고 무슨 미팅을 입에 꺼내는지 얘는 참 대단하다.
“아 진짜 우리 동아리 미친놈이 지금 난리야. 겁대가리 상실한 놈이 오늘 미팅 취소하고 튀어서...”
옹성우의 부탁은 학교에 도착해서도 끊이질 않았다. 오늘 저녁이면 더더욱 안된다. 성이름이랑 저녁 먹기로 했는데 미팅은 무슨 미팅이야.
“진짜 한 번만...”
“싫다고 지금 스무번 넘게 말했어.”
“너 성이름이랑 어디 놀러 가고 싶다고 했지. 제주도에 우리 삼촌 펜션 빌려줄게.”
갑자기 훅 들어오는 솔깃한 제안에 마음이 흔들릴 뻔 했다.
“그거 가지고 내 마음이 흔들릴 것...”
“단독 수영장에 하루에 삼십만원짜리.”
“콜.”
갑자기 그 제안에 구미가 당겨서 거래는 성사되었다. 그래서 어찌저찌 미팅 장소까지 도착하긴 했는데....
“와....이게 무슨 신의 장난이냐.”
“하필이면 장소가 여기네...”
댄스 동아리의 미친개라 불리는 남자는 벌써부터 신이 나서 갑자기 가게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나는 갑자기 생각나는 성이름과 그때의 과팅 때문에 쭈뼛대던 와중에 다급하게 가리키는 옹성우의 손끝에 걸려있는 유리창 속의 성이름을 발견했다. 와 망했다.
“야 쟤가 왜 저깄어?”
“야 진짜 망했다. 친구랑 밥 먹으러 왔나봐...”
왜 하필 성이름이는 여기로 밥을 먹으러 온거냐... 이런 것도 텔레파시인가.
“아니 그게 아닌 것 같은데..”
"다들 예쁘시네~ 야 니네 뭐하냐 들어와!"
머리가 새하얘져있는데 그 미친개는 안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우리를 불렀다. 옹성우는 못들어가겠단 내 손을 자신의 자켓에 놓고 날 끌었다. 성이름이 날 발견하지 못하게끔 고개를 계속 숙이고 있었다. 그런데 앞을 보지 않고 갔어도 옹성우가 멈춘 지점이 딱 성이름이 있던 테이블임을 알았다.
“.....하성운?”
“오래 기다리셨죠!”
조심스레 고개를 들자 한 쪽으로 앉은 네명의 여자들 중 날 놀란 눈으로 쳐다보는 성이름이 있었다.
뭐야, 너도 미팅 나온 거였어?
전남친을 과팅에서 만나는 게 어딨어
이름시점내
가 속해있던 네명의 여자들 앞에 방금 들어온 네명의 남자가 들어왔다. 그리고 그 미친개씨가 분위기를 주도했지만 그런거 하나도 안들리고 내 앞의 하성운만 보였다. 우리는 서로의 관자놀이만 쳐다보며 아슬아슬하게 서로의 시선을 피했다. 이게 화를 낼 일일지 사과해야 할 일일지...
‘뭐야 너.’
그때 하성운이 입모양으로 물어왔다.
‘넌 뭔데.’
그래서 입모양으로 답해줬는데 옹성우가 옆에서 인간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쟤가 꼬셨구만.
“아 그럼 저희부터 소개 할까요?”
미친개씨가 자기소개의 자리를 깔았다.
“아 저는 권상철, 댄스동아리 부장이고 과는 경영입니다.”
저번에 나랑 싸운 사람 이름도 상철이었는데 난 정말 상철이들과는 맞지 않나보다.
“어 저는 김재환이고... 실용음악과에요.”
알고 들어서 그런지 실용음악과인게 티가 나는 목소리였다.
“얘는 댄스동아리는 아닌데 친한 후배라서 데려 왔어요! 좀 이따가 노래방가서 노래 시켜볼게요!”
자기 입으로는 친하다고 하는데 그 김재환이란 사람은 하나도 안친해보였다. 미친개의 부담스러운 어깨동무를 조심히 털어내고 안경을 올렸다. 꽤나 소심해 보이는 첫 인상이었다. 그 다음은, 그래 하성운이다.
“아 저는 하성운이구... 네...”
하성운이 소개만 했는데 옆에서 자기들끼리 웅성웅성 거리는 게 느껴졌고 그 중 한명이 용기를 내 말을 걸었다.
“혹시... 나이랑 과는...”
“아 22살이고 전자공학부에요.”
그거 답해줬는데 옆에서 꺄르르 대는 게 어이가 없었지만 꾹 참고 티를 내지 않았다.
"여자친구 있으실 것 같은데... 없으신가 봐요?"
내 입이 근질근질 해서 참지 못하고 끝내 물었다. 하성운은 당황한 듯 웃음을 지었고 나는 이를 꽉 깨물고 억지로 웃는 표정을 지었다. 옹성우는 그런 내 표정을 보며 낄낄 대다가 자기소개를 했다.
“아 저는 옹성우라고 하고 얘랑 같은 과 친구에요.”
이번에도 여자들의 반응은 좋았다, 부글부글 끓는 나를 제외하고. 내 왼쪽에 앉은 여자 두 명이 자기소개를 하고 뒤 이어서 나도 자기소개를 했다.
“아... 저는 성이름이고 불문과에요.”
“남자친구, 있으실 것 같이 생기셨는데.”
한참을 조용하게 있던 하성운은 대뜸 돌직구를 날렸다. 그 말 뒤에 자신의 뒷목을 긁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갑자기 무슨 소리세요.”
“왜요?”
"없는데요."
"아...그러시구나~"
왜 없다고 말 한지는 모르겠는데 뭔가 계속 내가 심술이 나서 삐딱선을 타고 있는게 느껴졌다. 내 오른쪽 옆의 여자까지 모두 자기소개를 마치고 나선 그 권상철이란 사람이 나대기 시작했다.
"음, 저희 소지품 고르기 해야죠?"
정말 촌스럽지만 그런대로 그 사람의 말에 따라줬다. 그때 내가 했던 첫 과팅과는 반대로 남자들이 자신들의 소지품을 탁자 밑에서 섞었다. 다 섞고는 아직 내놓지 않은 상태로 그 사람이 말했다.
"이거 같이 커플 되는 사람끼리 커플 게임 해야하는 거 알죠?"
아 정말 벌써부터 피곤하다. 나는 그래도 하성운이 당연히 제일 편했기 때문에 눈에 불을 켜고 하성운의 소지품을 찾겠노라 다짐했다. 나는 그 소지품이 탁자 위로 올라오자마자 하성운의 소지품인 옛날에 나와 맞췄던 팔찌를 알아봤다. 하성운도 은근히 날 보고 팔찌를 눈으로 가리키며 눈치를 줬는데 내 손이 뻗기도 전에 어떤 여자의 손이 뻗어져 나갔다. 아까 하성운에게 나이와 학과를 물어봤던 그 여자였다. 두둥실 허공에 뜬 내 손이 무안해져서 옆에 있는 손수건을 잡았다. 손수건이면 적어도 저 권상철은 아니겠지.
"제 거 뽑으셨네요."
다행일지 불행일지, 김재환이란 사람의 소지품이었다. 그래 권상철이 아닌게 어디냐. 내 오른쪽에 앉은 여자는 자신이 뽑은 소지품이 권상철 것임을 확인하자마자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화이팅...!
"그럼 일단 한 잔씩 마실까요?"
자리까지 커플끼리 앉았다. 이게 도대체 뭐하는 상황인지 모르겠지만 권상철 저 사람의 사심채우기임은 틀림없었다. 거기다가 나와 김재환 앞에는 하성운과 그 여자가 앉아있었다. '너 진짜 짜증나.' 입모양으로 몰래 한글자씩 말하니 알아들은 하성운도 '좀 빨리 집지.'라며 입모양으로 말을 전했다. 활활 타는 속을 알코올로 달래고 마른 안주 몇개를 집어서 질겅질겅 씹으며 내 앞의 하성운과 다른 여자를 계속 지켜보기만 했다. 마음 같아선 자리를 엎고 하성운을 끌고 나가고 싶지만 혹시나 진영이한테 피해가 갈까 그 짓도 못하겠다. 그 여자는 하성운에게 딱 붙어서 자신의 핸드폰의 갤러리를 계속 보여주는 듯 했다. 하성운은 그 여자를 팔로 계속 밀어내긴 하는데 지금 내 눈에 그게 들어올 리가 없다. 계속 활활 타는 눈으로 지켜보고 있으니 김재환이란 그 남자가 두 손가락으로 내 어깨를 조심스레 두드렸다.
"저기... 성함이.."
"아, 성이름이요!"
"아... 그러시구나. 나중에 한 번 저 버스킹 할 때 놀러오세요..!"
"아, 버스킹도 하세요? 우와, 갈게요. 진짜로."
재미없을 것만 같던 남자였지만 계속 뭔가 흥미로운 주제를 던지며 대화를 거니깐 나도 흥미가 생겼다. 그 남자는 계속 고개를 살짝 숙이며 웃기만 했다.
"자자 그럼 커플 게임 합니다. 뭐 할까, 성우야."
안쓰럽게도 권상철의 바로 맞은 편에 앉아버린 옹성우가 타겟이 되었고 옹성우 머리 굴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렸다.
"어... 간단하게 커플 삼육구 하고 지는 커플 빼빼로 게임..?"
"좋네 좋아."
처음 들어보는 커플 삼육구는 기존 삼육구 룰 그대로 하면서 커플 둘 중에 한명이라도 틀리면 벌칙을 하는 방식이었다. 옹성우부터 시작해서 권상철로 끝이나며 한 바퀴가 돌았는데, 절대 틀리지 말아야지 하던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김재환이 보기 좋게 '6'에서 숫자를 외치며 우리가 벌칙에 걸리게 되었다. 또 빼빼로는 어디서 구한 것인지 권상철에게서 빼빼로가 나왔고 김재환이 그걸 받아들고 조심스럽게 내 입에 물려줬다. 잠시만, 나 이래도 되는거야? 갑자기 일어난 상황에 엄청 당황해서 김재환 옆에 앉은 옹성우를 계속 쳐다봤는데 옹성우는 내 시선을 피했고 하성운 쪽은 쳐다도 못 볼 것 같았다.
"오오오오 김재환 첫키스냐?"
"아, 쫌 형!"
"무조건 1센치 남기기~ 넘으면 벌주!"
아무리 권상철이 짓궂게 놀려대도 귀에 들리지 않았다. 빼뺴로의 다른 한 쪽 끝을 문 김재환이 점점 다가오는게 보이면서 나는 그냥 빼빼로를 톡- 하고 앞니로 끊었다. 차라리 벌주를 마시지 하성운 앞에서 이 무슨...
"어어, 벌주 마신다고 했는데?"
"아, 저 그냥 벌주 마실게요."
권상철은 의미심장하게 그래요? 라는 말을 뱉으면서 큰 그릇에 소주고 맥주고 막걸리고 다 섞기 시작했다. 벌써부터 속에서 뭔가 올라오는 기분이었다. 김재환은 옆에서 어떡하지... 만 남발했다.
"저....이름씨 저 술 진짜 못해요... 저렇게 먹다간 저 죽어요..."
".....그냥 제가 다 마실게요."
"아니...그건 또... 좀 그런데..."
"아니요... 괜찮아요."
"그럼.. 화이팅!"
거의 울 것같았던 그 남자를 진정시키고 단추가 네개 있는 하이웨스트 반바지의 단추 하나를 슬쩍 풀었다. 권상철의 폭주는 앞에 앉은 옹성우가 말려서 멈췄다. 물도 저렇게 먹으면 죽어요 아저씨.
"자, 이름씨 술이 들어간..!"
옆 사람들을 타고타고 나에게 까지 전달된 그 그릇에 입을 살짝 대는 순간 그 그릇은 내 손을 떠났다. 그 그릇을 가져간 사람은 하성운이었다. 내가 손 쓸 새도 없이 하성운은 곧장 그 술을 다 비워냈다.
"......."
모두가 조용해졌고 다 마신 하성운은 인상을 찡그리며 그 그릇을 엎어 아무것도 없다는 걸 보여주며 탈탈 털었다. 그러곤 입을 뗐다.
"저 이거 흑기사니깐 소원 말해도 되죠?"
"어...어.. 네 그러세요..."
벙찐 권상철은 갑자기 존댓말을 쓰기 시작했다.
"이 술 원래 이름이랑 저 남자 분이랑 같이 마셔야 하는 거였으니까 저 남자 분한테 소원 말 할게요."
"저, 저요?"
"저랑 커플 바꿔요. 이거 제 소원이에요."
진짜 세상노잼........요즘 글럼프......왔는지..........옛날에는 막 써졌는데 요즘엔 주춤 하네요ㅠㅠ
그래두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당.ㅎ3ㅎ!! 날씨가 너무 많이 추워졌어요ㅠㅠ 다들 감기 조심하시구!
남은 연휴 행복하게 보내세요 ㅎㅎ 전 고3이라 연휴 따윈 없네요...ㅎㅎ 학교가 불러요 저를...ㅎ
이 화가 올라간 후 부터는 전 화에 암호닉 신청을 하셔도 올려드리지 못해요!
여기다가 암호닉 신청 해주세요!! 감사합니다~
[암호닉] 꼭 이렇게 신청 부탁드려요. 감사합니다 ♥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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