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티넬 버스 기반입니다.
FLAME.
01
김태형과의 첫만남은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나는 대한민국에서 유일하다시피 한 상급 가이드로서 질리도록 현장에 파견되곤 했기에, 숱하게 겪어온 폭주 센티넬들의 과격하고 잔인한 행동이라던가 파견된 범죄 현장에서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일들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김태형이 있던 곳에 파견되었을 때의 일은, 그것들과 차원이 달랐다.
'안 가고 뭐하나.'
"못 가겠습니다…."
'다른 가이드들로도 가이딩 부족하면 연화가 바로바로 해줄테니까 얼른 가라고.'
아직 경험이 부족한 팀원들이 더듬대며 김태형을 제압하지 못하고 있자 팀장에게서 무전이 왔다. 그의 무미건조한 목소리에 이질감이 느껴졌다. 김태형이 마치 처리하기 쉬운 센티넬처럼 이야기를 하는데 그는 결단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센터에서 우리를 파견시키며 내렸던 지시는 아주 간단한 것처럼 들렸다. '탈주 센티넬 김태형을 검거하라.' 브리핑에서는 그를 단순하게 강력범죄를 저질러 보호조치를 받고 있는 A급 센티넬이라고 소개했지만, 직접 닥치고 보니 그는 단순 탈주 센티넬이 아닌 것 같았다. 팀장의 말로는 센터와 센티넬의 평판을 생각하여 그의 과거 기록을 지우고 김태형을 감시하에 놓고 있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그가 보호 기관에서 탈주를 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탈주한 김태형이 밖에 나와 일반인들에게 위협을 가하며 능력을 막 쓰는 바람에 김태형의 존재는 다시 비밀이 아닌게 되어버렸고 나와 다른 센터요원들이 그 현장에 파견되어 처음 그를 대면하게 되는 날이었다.
'빨리 검거하라고, 이 쓸모없는 새끼들아.'
그리고서 마주친 상대는 A급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강력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선두로 나섰던 A급 센티넬 하나가 김태형과 눈만 마주쳤는데도 순식간에 불길에 감겨버렸기 때문이다. 다른 센티넬들이 능력으로 불길을 잠재우려고 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센티넬이 새빨간 불꽃에 휩싸여 괴멸하며 질러대는 비명에 모두가 얼음처럼 굳어버렸다. 센터 본부에서 받은 정보와 실제 사이의 괴리가 너무나도 컸다. A급과 저 상대가 가진 능력의 급은 차원이 달랐다. 결국 그 비명 속에서 그 어느 누구도 먼저 나서려 하지 않았다.
"다음은 너야?"
그리고 김태형은 그렇게 굳어버린 센티넬들을 하나하나 붙잡아 불태워버렸다. 모든 것이 불에 연소되어 증발되어 버릴 때까지, 발버둥을 치고 살려달라 외치는 그 비명소리들이 귀를 아프게 찔러댔다. 식은땀이 나고 심장이 쿵쾅대며 뛰기 시작했다. 남은 센티넬은 단 둘, 그리고 가이드는 나 하나. 주위는 이미 불바다가 된지 오래였다. 점점 폭주하려는 낌새가 보였다. 나는 애써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내 행동을 계산했다.
"셋 세면 둘이 동시에 나 엄호해요."
방법은 딱 하나, 가이드인 내가 폭주하려는 센티넬을 가이딩한다. 하나, 둘, 셋. 그대로 달려가 손을 잡아당겨 김태형의 턱을 감싸쥐었다. 양 손 끝이 뜨거워 저절로 소리를 지를 뻔 했지만 참아냈다. 내 뒤에서 나를 엄호하던 센티넬들이 더 격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으니까.
"아…!"
그가 반항하려 단말마의 비명을 질렀지만 내가 더 빨랐다. 그대로 내 입술을 김태형의 것에 붙였다. 온몸이 불타는 느낌에 달뜬 숨이 내뱉어졌다. 이 고통에 정신을 놓으면 김태형을 놓칠 것 같아 온 정신을 집중해 팔을 목에 휘감아 그를 단단히 붙들었다. 김태형이 고개를 이리저리 비틀며 저항하려 했지만 이미 신체접촉을 한 이상 무용지물이었다.
"놔, 이거…."
"닥쳐."
너 때문에 죽은 센티넬이 지금 몇인데, 지금은 가이딩 받고 센터 가서 벌이나 달게 받아. 내 손을 탈출한 턱을 다시 강하게 붙들고 입을 맞췄다. 그 뒤로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저 김태형이 만든 그 불꽃만큼 뜨거웠다 할 수 있을 정도로 뜨거운 입맞춤 뒤에는, 새까맣게 타버린 주위 경관과 몸뚱이들만 남았다는 것 밖에. 회색빛 잿더미 사이에서 색의 구색을 갖추고 있는 것은 우리 둘 뿐이었다.
"…작전번호 SCIS-0717. 가이드 연화 제외 파견 센티넬, 가이드 전원 사망."
형체도 알아볼 수 없는 내 동료들의 흔적을 보며 허탈하게 무전을 쳤다. 풀풀 날리는 잿가루를 허망하게 그러쥐었다. 원망이라도 하려 김태형을 쏘아봤지만 그는 내 가이딩에 정신을 못 차리고 실없이 웃어대고 있었다.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불타버린 세상과 잿더미가 된 현장과 싸늘한 주검들, 그리고 웃고있던 김태형. 나는 그 덕분에 몇주일 내내 상복을 입고 있어야했다.
/
그렇게 검거 되었던 순간부터 요란한 신고식을 했으니, 김태형이 센터 내에서 문제적 센티넬로 찍히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센터 측에서는 이미 만천하에 공개된 김태형의 존재를 숨기려하지 않았다. 되레 언론에는 새로 발견한 센티넬이라고 거짓 정보를 흘리고 김태형이 낸 사상자수를 13명에서 감쪽같이 0이라는 숫자로 바꿔치기 하고는 김태형을 센터의 얼굴마담으로 내세웠다. 센터의 이름에 먹칠을 할까 꽁꽁 숨겨뒀던 강력범죄자가 순식간에 센터의 간판이 된 것이다. 김태형은 자신의 얼굴이 센티넬 휴게실에 비치 된 텔레비전에서 나올 때마다 혐오스럽다는 표정을 했다.
"저기에선 잘만 쳐웃으면서 그 표정은 뭔데?"
나는 그런 김태형을 보고 이해가 안 간다는 듯 물었다. 김태형은 내 말에 고개를 돌려 나를 빤히 쳐다보다 말했다.
"역겨우니까 저리 꺼져."
"뭐?"
어이가 없어서 그 한마디밖에 할 수가 없었다. 아니, 내가 뭘했다고 역겨워? 내가 김태형을 검거했던 날이 생각났다.
'이제 다 끝났어.'
'놓지 마….'
상황이 종료되고 그가 더이상 능력을 발현하지 않게 되었을 때, 내가 입을 떼어내자 간절한듯 나에게 매달려놓고 내가 역겹다니. 어불성설이 따로 없었다. 팔짱을 끼고 삐딱하게 서서 김태형에게 쏘아붙였다.
"역겨웠던거치고는 너 나한테 굉장히 애달프게 매달렸었는데."
"…꺼지라고."
"신빙성 없어, 네 말."
"씨발."
김태형은 그 자리에서 텔레비전을 태워버렸다. 하여간 첫만남 때부터 알았지만 성질 더러운 건 알아줘야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김태형의 전담 가이드가 되었다. 김태형을 감당할만한 등급의 가이드가 나밖에 없다는 이유가 가장 컸다. 다만 이상한 것은, 센터에서 너를 파견시켜도 나는 그 임무에 함께 파견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이다.
"왜 하필 너야?"
김태형은 첫 임무를 마치고 피곤에 찌든 모습을 하고도 나에게 저런말을 했다. 어차피 말로만 거부하고 거부하다가 결국엔 먼저 기대올거면서.
"내가 아나. 센터장한테 물어보든가."
"…."
"손 줘."
"존나 싫다."
"싫음 말고, 그러다 뒤지든 말든."
자꾸 거부하기에 강하게 나가려고 뒤를 돌았는데, 김태형의 손가락이 내 옷자락을 소심하게 붙잡았다. 그 덕에 윗도리의 옷깃이 축 늘어났다. 김태형은 땅바닥을 쳐다보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여기 있어."
"거봐. 너 굉장히 애달프다고, 나한테."
"그딴말은 하지 말고."
김태형은 내 옷자락을 당겨 그대로 나를 끌어안았다. 파견을 나가 꽤 많은 체력을 소모했는지 포옹만 했는데도 기운이 빠르게 흘러나가는게 느껴졌다.
"…오늘 무슨 임무였길래 이렇게…"
"아무 것도 묻지도 말고."
"요구사항도 더럽게 많네."
김태형이 피식하고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나에게 기대왔다. 그는 여전히 까칠하고 싸가지 없었지만 굳이 밀어내고 싶지는 않았다.
"연화. 일어나."
"뭐야, 무슨 일…"
아직 동도 트지 않은 깜깜한 새벽이었다. 김태형이 무턱대고 내 숙소를 찾아와 문까지 다 태우고서 들이닥쳤다. 씩씩대며 거친 숨을 내쉬는 소리에 눈을 비비며 정신을 차리니 내 눈 앞에 피투성이가 된 김태형이 서있었다.
"뭐야, 너 왜 이래. 언제 임무 파견 나간 거야? 어?"
"안 나갔어, 임무."
"그럼 왜 다쳤는데? 게다가 너 지금,"
김태형의 어깨에 손을 대니 순식간에 가이딩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빠르고 방대한 양이 빠져나가는 경험은 처음이었다. 무리가 가는 것은 아니었지만 갑작스럽게 많은 양을 흘려보내니 현기증이 났다. 나는 손바닥으로 이마를 짚으며 김태형에게 다시 물었다. 김태형은 진이다 빠지는지 피를 뚝뚝 흘리며 벽 쪽으로 엉금엉금 기어가 힘 없이 그곳에 기댔다.
"어쩌다 이렇게 다친 건데?"
"임무 같은거 간 적, 한 번도 없어."
"임무에 나간 적이 없다고?"
내 물음에 김태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머리가 복잡했다. 임무를 한 번도 나간적이 없다니? 생각을 정리하려 눈을 꾹 감았다 뜨기를 반복했다. 다시 보니 가이딩을 받았는데도 그의 손이 벌벌 떨리고 있었다. 설마 폭주인가?
"기다려, 일단 그 피부터 좀 지혈하자. 센터의료실에…"
"센터 의료실은 안 가!"
의료실에 가자는 말에 김태형이 하얗게 질려 소리를 질렀다. 숨도 과호흡이 오는지 규칙적이지도 않고 쌕쌕거리고 아까보다 더 격하게 몸이 떨리고 있었다. 급하게 비닐봉지를 가져가 김태형에게 건넸다. 그가 거칠게 비닐봉지를 받아들고 숨을 내뱉고 마셨다. 대체 무슨 일이지? 대체 무슨 일이길래….
"안 가. 절대로, 안 가."
"…응, 안 갈거야. 안 갈거라고."
"아… 안 가…."
김태형은 폭주를 하는게 아니었다. 공포에 젖어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손바닥으로 제 머리를 쥐어뜯는 김태형의 손을 잡아 내 어깨에 둘렀다. 김태형은 그렇게 내가 한참을 토닥여주고나서야 잠이 들었다.
/
김태형은 그 뒤로도 자주 임무에 파견을 나갔다. 임무에 단 한 번도 나간 적이 없다는 네 말이 걸려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했지만 딱히 내놓을 수 있는 해답은 없었다. 네가 임무에서 돌아오면 계속해서 가이딩을 해줬고 나도 틈이 나는대로 너를 찾아 불안함에 떠는 너를 안심시켰지만, 센터에서 김태형을 찾는 횟수는 날이 갈수록 늘어갔다. 결국 한 달간 너의 코빼기도 보이지 않을 쯤이었다.
'B급이하 센티넬, 가이드 대피. A급 이상 요원들 속히 전송된 위치로 나오세요.'
요원 공용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센터 개관 이래로 단 한 번도 울린 적이 없던 비상경보가 울렸다. 그와 동시에 센티넬과 가이드들이 들고 있는 핸드폰이 하나둘씩 알림음을 요란하게 뱉어냈다.
[ 센티넬 S '김태형' 폭주 중. 사상자 약 30명. A급 이상 요원들은 전송된 지도를 통해 지정 장소로 속히 이동 요망. ]
지도가 가리키고 있는 장소는 센터 안이었다. 그러나 단 한 번도 가보지도 들어보지도 못한 곳이었다. 혼란스러움에 주위 요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려 고개를 들었지만, 이미 모든 요원들은 지시대로 대피를 했거나 그 비밀스러운 장소로 향하는 중이었다. 어지러운 그 틈바구니에서 나만 정지된 상태였다.
'왜?'
머릿속에서 한 가지 물음이 떠나가지 않는다. 피투성이가 되었던 김태형의 손, 센터 의료실에 대한 그의 병적인 반응. 그리고 폭주. 센터에서 내리는 지시에 망설임을 개입시킨 것은 처음이었다. 선뜻 김태형을 검거해야 할 이유에 납득이 가지 않았다.
/
전송된 위치에는 그저 평지만 펼쳐져 있었다. 폭주 중인 센티넬이 있는 장소라기에는 너무나도 평화롭고 조용했다. 그러나 휴대폰으로 계속해서 전송되는 정보를 토대로 비밀장치들을 작동시키자, 그 아래에 마련된 지하 벙커 비슷한 곳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몇 십개의 보호장치와 잠금장치들을 풀어내고 김태형을 마주했을 때, 나는 데자뷰를 느꼈다. 최악이라고 생각했던 김태형과의 첫 만남. 사람들은 불길에 휩싸여 비명을 지르고 있었고 그 누구도 감히 그를 건드리려 하지 않았다. 이렇게 큰 비극적 소음이 바깥으로 한 치도 새어나가지 않은게 신기했다. 나는 김태형과 함께 조금은 다른 의미의 최악을 맞이했다. 나는 뜨거운 화염에 가려진 너를 보기 위해 주춤대며 불길에 다가갔다.
"…훨씬 보기 좋네."
크게 튀어오르는 불꽃의 중심에는 김태형이 홀로 서있었다. 김태형은 타들어가는 건물 내부를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새벽에 나에게 찾아왔던 때처럼 피투성이인 채. 일렁이는 불꽃을 따라 김태형의 눈도 위태롭게 일렁였다. 불빛 한 점도 들어오지 않는 센터 건물 안에서 김태형만 홀로 빛나는 중이었다.
"김태형!"
몇 번이나 소리를 질러 이름을 불렀지만 김태형은 묵묵부답이었다. 결국 살을 녹여낼듯 사납게 불똥을 튀겨대는 불길로 뛰쳐들어갔다.
"미친놈아, 너 그러다 죽어!"
대체 뭐가 널 그렇게 만든걸까. 대체 무엇이. 살이 타들어가는 듯한 고통에 절로 앓는 소리가 비집고 나왔다. 결국 내 고통에 찬 외침을 듣고서야 김태형의 고개가 내 쪽으로 향했다.
"김태형, 나와. 가자. 빨리 가이딩 받고 쉬자. 어?"
손을 내밀어 김태형에게 뻗었다. 그러나 김태형은 그저 가만히 불길 사이로 휩싸인 내 손을 바라볼 뿐이었다.
"……."
"김태형. 씨발, 김태형! 가이딩,"
"다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뭐?"
"너 빼고 다. 이 센터에 있는 새끼들도. 나도. 다 뒤져버렸으면 좋겠어."
둘 사이에 소름끼칠듯 조용한 정적이 채워졌다. 너도 죽었으면 좋겠다고? 예상치도 못한 네 말에 무슨 말이냐 물어보려 입을 열었다. 그러나 우리 사이의 천공은 곧 네가 만든 매서운 불꽃이 메꿔냈고 곧이어 너도 삼켜버렸다. 그리고 나도 그대로 내 몸을 그 안으로 밀어넣었다. 탄내가 나고 익숙했던 센터건물의 모습도 점점 새빨간 불의 색에 휩싸여 섞여들어갔다.
"김태형!"
그 불길 속에 김태형은 힘없이 누워있었다. 벽처럼 제 주위를 타고오르는 불은 아무 상관없는지 그저 천장만 바라보며 공허한 눈을 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그의 몸이 폭주 때문에 들썩거리며 벌벌 떨리는게 보였다. 재빨리 달려가 김태형을 일으켜 세웠다. 그러자 네가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
"나 무서워."
"뭐가. 뭐가 무서운데."
"센터장도, 센티넬들도, 다. 다…."
김태형의 큰 눈에서 눈물이 쏟아졌다. 그 투명한 눈물에 불꽃이 비쳐 마치 피눈물을 쏟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대체 왜 센터장이 무섭고 이 곳이 무서웠던 것일까. 텔레비전에 제 얼굴이 비칠 때마다 인상을 잔뜩 찌푸리던 김태형이 떠올랐다. 또 나를 제외하고는 그 누구와도 섞이려 하지 않았던 것도. 또 임무에 파견되고 난 뒤 나를 찾아와 내 옷자락을 잡고 의지했던 것도.
"다 무섭고 싫으니까, 다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폭주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김태형의 울음 한 번 한 번에 더 뜨거운 불길이 타올랐다.
너를 구해야겠다. 너를 구해서 대체 왜 티비 속의 너를 역겹다는 듯 쳐다봤는지, 또 왜 센터에 있는 사람들이 다 죽었으면 하는지 알아야겠다. 너를 구할 수 있을지 없을지, 심지어 나조차도 살아남을지 미지수지만 이 상태에서 너를 가이딩하나, 네가 만든 이 화염 속에서 타나. 너로 인해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매한가지다. 그러니 별 상관없겠다 싶었다.
다급하게 김태형의 얼굴을 두손으로 감싸 나를 보게 만들었다.
"잘 들어. 김태형. 어?"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각인할거야. 각인해서 너 살릴거야."
운 좋게 살아남는다면 내가 네 목숨을 살렸노라고, 책이라도 잡을 수 있겠지. 나중에 생명의 은인인 나에게 역겹다느니 꺼지라느니하는 실없는 소리나 씨부리지 않길 바란다.
"하지 마."
김태형이 울며 고개를 세차게 내저었다. 그의 손이 저의 얼굴을 감싼 내 팔의 옷깃을 찢어질 듯 쥐고있다.
"네 말에는 신빙성이 없다니까. 넌 나한테 너무 매달려."
그대로 김태형에게 입을 맞췄다. 형편없이 떨리는 김태형의 두 손이 팔목에서 내 티셔츠의 목덜미 부근으로 옮겨붙어 꽉 쥐어당겼다. 살갗이 불이 옮겨붙듯 뜨거워진다. 거봐, 네 말에는 신빙성이 없어. 김태형의 잔인하고 비극적인 꽃이 우리를 휘감았다.
FLAME.
16년도 7월에 처음 쓴 글입니다. 제가 최근에 손목이 안 좋아져서, 새로운 글을 쓰는 것은 좀 미뤄두는 게 좋을 것 같고 재업로드를 결정했어요.
타사이트에 연재가 되고 있는 것 중 어느걸로 할까 하다가 어느정도 극진행이 된 플레임을 들고 왔습니다. 다시 한 번, 잘 부탁드립니다.
암호닉 신청은 공지사항에 가셔서 <암호닉 신청하는 공간>에 댓글만 남겨주시면 자유롭게 쓰실 수 있어요. 중복확인은 필수로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