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윤팀장은 홍길동이예요
왜냐구요?
첫째, 동에번쩍 서에번쩍 하거든요.
저희 회사는 주기적으로 워크샵을 가는데요, 이번 워크샵 준비는 윤팀장님이 맡았다지 뭐예요? 몇몇 후보인 장소들을 일일히 답사 하느라 저랑은 요즘 통 얼굴을 보지 못했네요. 못내 섭섭했지만, 어쩌겠어요. 팀장님은 팀장님 나름대로 많이 피곤하고 힘들텐데 말이예요. 그래도 워크샵이 끝나면 수고했다며 푹 쉬라는 의미로 워크샵은 목요일에 진행하고 금요일을 쉬게 해주기 때문에, 그 날만 바라보며 꾹 참았지요.
워크샵 당일아침, 다급하게 전화가 와서는 자기가 먼저 가서 해야할 일들이 있으니까 천천히 준비하고 오라는 얘기를 해왔어요. 이때까지는 서운한 것보다는 우리 오빠, 많이 피곤하겠다. 힘들겠다 였지요. 근데 워크샵 장소에 가서도, 프로그램들을 할 때도 도통 나랑 있는 시간이 없는 거예요. 잠시 시간이 나면 바삐 움직이고 있어서 말을 걸 수도 없었어요.
둘째, 애인을 애인이라 부르지 못해요
그나마 잠시 쉰다 싶으면 부서 여직원들이 우르르 몰려가 팀장님~~~하며 들러붙지 뭐예요. 저 사이에 제가 낄 수도 없고. 정말 환장할 노릇이었지요. 당장이라도 다비켜! 하면서 다 떨궈내고 싶은데...팀장님과 저는 공개연애 하지 않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도 없었지요. 서로를 위해 비밀로 하기로 했던 거라서 더더욱 조심스러운 부분이었어요.
아, 우리 애인 좀 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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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혼자 꿍해있다보니 어느새 저녁이더라구요. 바베큐파티를 하면서 자연스레 술자리가 만들어졌지요. 저는 술을 잘 하지도 못하고 좋아하지도 않는 편인데요, 누가 권하지도 않았는데 혼자 연거푸 들이키고 있었어요. '내가 이러고 있어도 모르겠지~' 생각하니까 오기로 더 마시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혼자 동떨어져서 있기를 얼마나 지났을까요 누군가 제 술잔을 휙 뺏어갔어요. 어어, 뭐야. 하고 고개를 들어보니 이야. 오늘 처음보는 얼굴이 있네요.
"아이구, 팀장님. 안녕하세여?"
인사를 한답시고 테이블에 고개를 박을 뻔 하자, 팀장님이 테이블과 제 이마사이에 손을 넣어서 막아줬어요. 아, 아무래도 조금 취한 것 같은데요.
"김여주씨, 술 그만먹어요. 많이 취했어요."
"예에? 저 하나두 안치했는데요??히히"
"씁. 그럼 먼저 방에 들어갈래요?"
"아녀! 저 오늘 더 마실꺼예여. 저 오늘 치해야되여"
"..왜요?"
"오늘 쪼끔 슬퍼서 치해버릴꺼예요!"
"왜 슬프고 그래요. 무슨 일 있어요?"
"..홍길동 때문이예요."
"네?..홍길동이요?"
무슨 소린지 도통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눈말 꿈뻑이는 팀장님을 보고 있자니 웃음이 나왔어요. 원래 취하면 행동이 과해지고 하는 사람들이 있지요? 제가 바로 그럽니다. 뭐가 웃기다고 테이블을 쾅쾅 치며 웃어제꼈어요. 팀장님은 눈이 더 똥그래지더니 제 손을 제지시키며 홍길동이 뭐길래 슬프냐고 물어왔어요. 흥, 쉽게 말해줄 줄 알고요? 근데 말해주고 싶어요.. 왜 말 안해주니까 축 쳐지는 거야..다들 우리 테이블에 관심이 없어보이길래 큼큼, 목을 가다듬고는 조금 목소리를 낮춰 말했어요.
"홍길동은! 팀장님이예여.."
"네?...왜요?
"음, 막 동해번쩍 서해번쩍! 코빼기도 안보이구. 애인을 애인이라고 부르지도 못해..여직원들한테 저리 가라고도 못하구..또,..."
"큼. 그거때문에 슬퍼요?"
"그럼여! 내가 얼마나 보고싶었는데!"
술이 알딸딸하니, 평소답지 않게 표현이 솔직해졌네요. 팀장님은 상체를 내 쪽으로 숙이더니 귓속말을 하듯이 말해왔어요.
"그럼 이 기회에 확 까발려버릴까요? 나 자기 애인이라고."
"어??쩡말여??해요!해요!아싸~홍길동 이제 아니다~"
팀장님은 씩 웃더니 나에게 입모양으로 '잘봐.' 하고는 다른 사람들이 신나게 놀고있는 무대 쪽으로 갔어요. 분위기 메이커를 담당하시는 김과장님이 '자자, 우리 윤팀장님이 노래 한 곡 하신답니다! 다들 박수~!' 하고 무대에서 내려오시자, 전주가 흘려나왔어요. 아, 팀장님이 가끔 자기전에 불러주는 노래인 '내가 니 편이 되어줄게' 네요. 팀장님은 일부러 그런 건지 나와 끝까지 눈을 마주치며 노래를 부르더라고요. 누구 남자친군지 정말 잘났네요. 저 눈에 하트달고 있는 여직원들을 빼면 정말 완벽하겠어요. 노래가 끝이나고 직원들의 박수소리가 멎어든 뒤, 팀장님은 큼큼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해왔어요. 우리의 연애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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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쳤다 진짜.
너무 놀래서 술이 확 깨버리는 거 있지요.? 입이 떡 벌어져서 다물지를 못하는데 오빠가 성큼성큼 걸어와서 친히 닫아주었어요. 다른 직원들은 야유하랴, 축하하랴 정신이 없었고요. 경악에 찬 눈으로 쳐다보자, 오빠는 '너가 알리고 싶다며' 라고 말해왔어요. 아니, 맞아요 맞는데. 술취한 사람 말을 그렇게 잘 들으면 어떡한단 말입니까...팀장님은 중대발표도 했겠다, 먼저 올라가 보겠다며 정신이 반쯤 빠진 저를 주섬주섬 챙겨서 데려나갔어요. 내가 아무리 이제 어떡하냐며 잔소리를해도, 이제 자기는 홍길동이 아니라며 히죽히죽 웃고만 있네요. 진짜 미워할 수도 없고. 아, 이렇게 애인을 되돌려 달라는 말은 아니었는데 말이예요.
...그래도 앞으론 들러붙는 여직원들은 없겠지요?...
작가가 왔습니다~~~~~~~~
0308님....소재 제대로 활용 못해서 졔성해여...
뭔가 많이 빠졌죠?...내 손이 역시 감당 못 할 줄 알았어요.
그냥 복붙할껄^^....
밥알님들~~~~~[쿠쿠], [0308], [수달]
취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