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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사이? 2」
눈을 떴을 때에는 아침 10시였다. 부은얼굴로 어기적거리며 일어나 거실로 나왔을때엔 아무도 없었다. 엄마는 아직도 안들어온건가? 얼굴도 붓고 머리도 난리다.
어푸푸, 거울을 바라보았다. 내 얼굴이 슬퍼보였다. 하나도 달라진게 없는것같은데, 젖은 머리의 내 얼굴 속 눈동자는 슬펐다. 맨날 그랬던 것 처럼 늦잠을 잤고,
엄마도 없는 거실을 확인하고 찬물로 세수를 하고 거울도 보고…. 무의식속에서 나는 어제의 일이 기억이 났다. 그래, 근데 난 그냥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평소대로
행동하고 싶었던거야. 한숨을 쉬고는 양치를 하고 나왔다. 교복을 입고 신발을 신으며 나는 중얼거렸다. 괜찮아…. 시발, 내가 친구가 박흥수 하나 뿐인게 아니잖아?
근데 나는 내가 말하면서도 의문이 들었다. 같이 다닐 친구가 없을 걱정을 하는게 아니잖아. 나는 힘없이 현관문을 열고 나왔다. 난 아직도 잘 모르겠다.
흥수가 게이인거? 날 덮치려했던거? 같이 미용실 갈 사람이 없는거? 다 아니다. 세개 전부. 흥수를 잃는것. 내가 걱정하고 또 이만큼 슬프고 외롭다고 느끼는 이유는
하나있는 내 전부를 잃는것 같으니까…. 나는 정말로 이러다가, 흥수를 잃을까 싶었다. 같이 늦잠자고 같이 양치도하고. 내가 믿는건 그 새끼 하나뿐이고, 내가
의지하는 삶의 기둥같은 놈을 잃을까해서. 흥수가 또 혼자가 되고, 나도 다시 혼자가 될까. 그게 싫었다. 근데 나는 게이도 싫다. 나는 학교에 가기전에 미용실에
들렀다. 미용실 누나는 자연스럽게 '어서와~' 하고 먼저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머리 다듬으러 왔구나? 흥수는?"
"학교요."
왠일로 같이 안왔어? 누나는 다른 손님의 머리를 정리하며 물었다. 나는 딱히 변명거리가 생각나지를 않았다.
"그냥요."
"싸웠구나? 빨리 화해하고 와라. 다음번에 화해안하고 또 따로오면 그땐 머리 안해줄거야. 이리 앉아."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의자에 앉았다. 사각사각하는 소리가 들리고 내가 멍하게 앉아있을동안 머리는 손질이 끝났다. 내가 지갑을 열고 있는데, 누나가 '오늘은 그냥
가. 다음번에 흥수랑 같이 오면 받을게.' 하며 웃었다.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문을 열고 나왔다. 더워. 뜨거운 길을 걸으며 학교로 향했다. 오늘따라 학교 교문이 크다. 수업시간이라 운동장이 텅 비었네…. 교실 문앞에서 한참을 서있었다.
아, 시발. 박흥수 있으면 어떻게 하지? 쌩까야되나? 나는 큰맘 먹고 문을 열고 교실에 들어왔다. 없었다. 내가 걱정한것과는 판이하게 다르게 박흥수의 자리는
텅텅 비어있었다. 나는 자리에 앉아 창문쪽을 바라보며 엎드려 버렸다. 내 옆자리가 허전했다. 내가 졸면 같이 졸고, 수업을 까면 같이까던 박흥수도 없고 괜히 나
혼자만 내 자리에 앉아있으니까 기운이 쭉 빠졌다. 눈을 감은지 얼마 되지않아 수업이 끝나고, 이이경과 이지훈이 내 어깨를 흔들어 깨우며 물었다.
"와. 해가 서쪽에서 뜨겠다. 박흥수는 어쩌고?"
"몰라, 이 새끼야."
내가 투박하게 대답하자 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어제까지만해도 둘이서 신나게 집가더니…."
"됐고, 다음시간 뭐냐?"
나는 괜히 듣지도않는 수업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화제를 돌렸다. '야 이이경. 자리 좀 바꿔줘.' 나는 혹시라도 박흥수가 올까 싶어서 자리까지 바꿨다. 넌 알고 있냐.
시발새끼야, 난 너 때문에 눈치봐가면서 자리까지 바꿔. 수업이 시작하고 국어가 들어와 출석을 불렀다. 박흥수. 박흥수 학교 안왔냐?
"학교 왔습니다."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박흥수는 자리에 앉으며 대답했다. 나랑 똑같다. 머리를 잘랐다. 난 그냥 갑자기 그게 반가웠다. 새삼스럽게 똑같이 머리를 자르고 왔다는게
반가웠다. 박흥수는 오자마자 책상에 엎드려 버렸다. 그리고 나도 다시 앞으로 몸을 돌렸다. 이지훈이 내 팔을 툭 치며 '야, 왜 또 싸웠냐?' 하고 물었다.
"아, 시발. 몰라. 안싸웠어."
"근데 왜 따로 앉아서 이 지랄이야. 둘이서 꽃향기 풀풀 풍길때는 언제고 오늘은 또 존나 눈치보이게 냉기 흐르네."
"꽃향기는 무슨 꽃향기야. 너 공부 안하냐? 공부할거라며, 수업이나 들어. 새끼야."
"할 말 없으면 꼭 공부 이야기 꺼낸다니까. 누가 보면 전교 1등인줄 알겠다? 괜히 꼴부리지말고 니가 먼저 사과해."
"아, 시발! 싸운거 아니라니까?"
'고남순. 밖으로 나가.' 국어는 회초리로 복도를 가르켰다. 아…. 시발, 이지훈 개새끼. 나는 일어서며 이지훈을 노려보았다. 이지훈은 미안하다는 제스처를 해보였다.
나는 복도에 나가 벽에 기대고 고개를 숙이며 서있었다. 그렇게 멍하게 서있다가 종이치고나서야 교실에 들어왔다. 나는 내자리 대신 이이경 자리에 앉으며 한숨을
쉬었다. 이지훈이랑 이이경이 나란히 다가오며 '야, 밥 안먹어? 오늘 돈까스 나오는데.' 하고 물었다. 나는 안먹는다며 다시 엎드려버렸다. 그렇게 그냥 정말로 잠이
들어버렸고, 한참뒤에야 눈을 떴을때에는 마지막 교시였다. 내 자리를 쳐다보았다. 그냥 눈길이 갔다. 박흥수는 창문만 바라보고 있었다. 시발, 지 혼자 드라마 찍네.
나는 책으로 눈을 돌려버렸다. 수업을 들어보려고 시도를 했지만, 하나도 모르겠다. 아무것도 모르겠다. 정말로…. 그리고 수업이 끝났다. 방학이라 종례도 없다.
직장인들 칼퇴근하듯 전부 가방을 챙겨서 후다닥 달아났다. 감옥에 갇혀있던것 마냥. 나는 어기적거리며 가방을 들고 일어나려고 하는데, 박흥수가 내 팔목을 잡았다.
아, 드디어 올것이 왔구나. 이 시간이 오지 않았으면 했다. 그래서 나는 팔을 뿌리치고 그냥 나가려 했다. 그러자 이번엔 내 양쪽 어깨를 붙잡고 벽으로 몰아부쳤다.
화났어? 묻고 싶었다. 그런데 웃긴건, 화는 내가 내야되는 입장아닌가 싶었다. 벽에 어깨뼈를 강하게 부딪히는 바람에 등짝이 아렸다. 나는 인상을 찡그리며 소리쳤다.
"아, 이 미친새끼가."
고개를 들어 박흥수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코앞에 박흥수의 얼굴이 보였다. 눈동자가 가깝다. 그래서 잘보였나? 그 눈엔 분노도, 또 끝없는 절망도, 그리고 한없이
외로운 소년도 보였다. 그 소년은 나에게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얘기 좀 해. 피하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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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죄송해여...ㅠㅠㅠㅠㅠㅠㅠ